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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구적 경제 질서 (1) 미국 입장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세계의 경제, 안보 질서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여전히 경제력 회복과 국내경제 문제 해결에 골 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경제회복 정책이 미국의 중산층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전면비판하면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주창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에 기반하여 새로 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 체제와 더불어 미국의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냉전기 자유주의 국제경제 질서를 지키는 보루와 같은 나라였다. 패권안정이론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국 은 국제적 공공재를 제공하는 패권국가로서 세계경제가 무한 경쟁의 보 호주의로 환원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동시에 다른 국가에 대한 안보를 제공하면서 이들 국가와 협력하여 때로는 경제적 양보를 끌 어내고 때로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했다. 1970년대에 들어 미국의 경제 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냉전기 안보 개입으로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미국은 기존의 개입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버리고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을 취하게 된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미국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을 줄이고 자본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탈규제의 정책을 취하며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을 제고하고,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독 려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WB)과 같은 국제기구를 활성화 하였다.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로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의 신자유주의화를 가속화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신자유주의 경제 운용과 금융의 자유화, 지구화 등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주게 되어 결국 소득 격차의 심화, 중산층의 몰락, 경제 위기의 빠른 세계적 전파 등의 문제를 갖게 되었다. 2016년 대선에서 모든 후보는 미국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규제,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 실업률 하락을 위한 노동정책, 중산층을 부활시키기 위한 경제 활성화 정책 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 령은 이러한 일반적 추세에 더하여 제조업 부활, 미국을 떠난 자본들의 회귀, 미국에 대해 소위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는 무역 상대국에 대한 비판, 다양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비판 등의 요소를 부가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미국 경제가 미국 외교정책에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한 점에 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세계경제 질서의 핵심에는 새로운 미중관계가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은 중국에 대한 비판을 지속해왔다. 향후 새로운 미중관계를 기축으로 어떠한 세계질서가 만들어질지 지켜보아야 하는데 우선 생각해 볼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은 여전히 지구적 차원에서 유일의 리더십 국가 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경제 위기 이후 세 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경제비중이 낮아지고 공공재 제공의 역할이 줄어 들었지만 많은 국가가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경제적 리더십을 행사 하기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공격하고 보호 주의로 선회하면서 많은 국가가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 의 경제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군사적 의미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더욱 견고하다. 미국은 여전히 지구 곳곳에 군사적 투사력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과 연구개발의 측면에서 다른 어느 나라도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지역전략, 혹은 대중전략은 미국의 지구 전략을 우 선적으로 고려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의 외교대전략은 행정부별로, 혹은 시기별로 많은 논쟁을 거치면서 변화되어 왔다는 점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의 외교전략을 무엇

이라고 정의하기 어렵지만 기존의 지구적 투사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미국의 국익이 결정적으로 개입된 사안에 대해서만 군사력을 사용한다 는 전략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더불어 미국 국 익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미국 내 다양한 외교전략 논쟁이 있었다. 미국의 국력이 축소되 는 국면에서 기존의 개입주의보다 선별적이고 방어적인 전략을 사용해 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52)

셋째,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개인 변수에 영 향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정치의 변화 및 미국 내 정치 과정이 라는 구조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를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외교전략을 비판하 고 미국 국익 우선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데에는 미국의 국익을 현재와 같이 조망하게 만든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강대국으로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시진핑 정부하에서 중국적 특색을 가진 대국전략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 에 대해 강력한 도전을 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차원의 미중관계 도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의 세계경제 전략에 부분적으로 도전하는 중국 은 G20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를 통해 지구적 차 원의 영향력을 확장하려 노력한다. 중국은 과거 20년 지구적 행위자로 등장했고 현재 모든 국제기구에서 중요한 회원국이 되었다. 덩샤오핑이

52)G. John Ikenberry, Michael Mastanduno and William C. Wohlforth, “Introduction:

Unipolarity, State Behavior, and Systemic Consequences,” World Politics, vol. 61, no. 1 (January, 2009), pp. 1∼27; Nuno P. Monteiro, “Unrest Assured Why Unipolarity Is Not Peaceful,” International Security, vol. 36, no. 3 (Winter 2011/12), pp. 9∼40; Nuno P. Monteiro, Theory of Unipolar Polit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4); John J. Mearsheimer and Stephen M. Walt,

“The Case for Offshore Balancing A Superior U.S. Grand Strategy,” Foreign Affairs (July/August 2016), pp. 70∼83.

논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본 철학은 유지되지만 중국의 이익이 세계 적 차원으로 확장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질문은 중국이 현재까지 국제제도의 핵심 규범과 규칙을 준수하는 현상유지국가로 남아있을 것 인가 하는 점이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G20은 중요한 지구제도로 부 상하였고 중국도 이와 함께 중요성이 증가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주도로 2009년 여름 브릭스가 창설되었고 2012년 남아공이 합류했다.

중국은 1999년 전후 독일 쉬뢰더 총리 방중 이후 G8 합류요청을 받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쟁을 벌였으나 아직 선진국 지위가 아니었고, G8 에 합류할 경우 많은 국제책임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이러한 상황은 급변하여 중국은 G20을 통해 지구적 강대국으로 부상하려 했다. 2016년 일본에서 G8 회 의가 개최되고 역시 G20을 일본에서 연이어 개최하자는 의견이 있었으 나 결국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되었고 중국은 G20에서 논의되는 주요 국제 문제에서 점차 발언권을 강조해나가고 있다. 브릭스는 중국이 아시 아 주변국 외교를 강조하는 데 비해 중요성이 아직 덜하여 지구적 차원의 중국의 관심보다는 지역 차원의 관심이 우선임을 보여주고 있다. 브릭스 는 발전단계가 비슷하고 중요성이 높은 국가들의 모임으로 지구적 공공 재를 제시하면서 서로 관심 있는 분야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브릭스는 브릭스개발은행과 1,000억 달러 규모의 긴급외화준비협정(Contingency Reserve Arrangement: CRA)을 창 설하여 경제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고 있다. 브릭스개발은행은 시진핑 주 석이 AIIB 창설을 발표한 2013년 10월과 비슷한 시기에 창설되었으며 워킹그룹도 베이징에 자리 잡고 있다. 양자의 목표는 사실상 동일한데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재정을 발전시킨다는 것으로 중국은 이 두 기구에서 일본은 아시아 개발은행, 미국은 세계은행에서 각각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들 기구는 경쟁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은행이 2014년 글로벌 인프라 기금(Global Infrastructure Facility:

GIF)을 창설한 이래 불가피하게 경쟁 구도를 가지게 되었다. 중국은 SCO에서만큼 브릭스에서 주도권을 추구하지는 않고, 결국 G8과 G20 의 성과와 맞물려 브릭스의 의미가 결정될 확률이 높다. 브릭스가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많이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므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관건이다.53)

항저우 G20 회의는 지구경제의 상호 의존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 인해준 계기였다. 지구적 수요, 상품가격 하락의 문제, 신흥국으로부터 자본 탈출, 수입 격차와 불균형 발전, 테러, 기후 변화 등 중요한 지구적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심각한 지구적 문제에 비해 글로벌 거버넌 스는 여전히 많은 문제에 처해있다. 2008년 경제 위기의 여파가 지속되 고 있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국내 수입 격차와 무역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포퓰리즘의 흐름에 위협받고 지구화에 역행하는 문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G20은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정책을 조율하고 긴급구호자금을 조성하였으며 위기 시 국가들의 협력이 두드러진 것이다. 위기가 잠잠해진 가운데 협력이 약화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또 다른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한 평시 협력, IMF 개혁 등 지구 거버넌스를 위한 노력, 특히 개도국의 협력, 각국 중앙은행과 재무장관들의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향후 G20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스스로 생각하는 리더십을 넘어 개도국을 대변하면서 미국과 주요 공통이해를 같이 해나가는 적극적 정책을 펴기를 바라고 있다.54) 미국 은 현존하는 G8, G20, 그리고 IMF나 WTO와 같은 다자 기구를 넘어 미중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6년 항저우 회의에서 기후 변화

53)Gudrun Wacker, “China’s role in G20/BRICS and Implications,” Germa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nd Security Affairs, Berlin (2014).

54)G. John Ikenberry, “The Plot Against American Foreign Policy: Can the Liberal Order Survive?” Foreign Affairs (May/June 201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