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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의 쟁점 평가

가. 차원별 분석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협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지구적 수준 에서 다차원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지구적 영역은 미중 간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우선 협력의 가능성이 높은 이슈는 테러리즘 이다. 미중 양국이 공통으로 테러리즘을 중요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안(예, 군사적 개입 여부) 등 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안보 위협에 대한 공통의 인식은 갈등보다 타협과 협력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 변화는 지구적 영역에서 미국

과 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으며, 향후 미중 간 기후 변화에 관한 협력 전 망이 어두워졌다.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면서 기후 변화 관련 국제적 리더십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지구적 경제 질서, 해양 질서, 그리고 인권 문제는 미중 간 입장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경쟁과 갈등을 촉진하는 이슈들이라 할 수 있다. 트 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면서 보호무역 색채가 강한 대외 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시진핑 정부는 자유무역 질서 수호를 강조하면서 지구적 경제 질서에서 자국의 영향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국제경제 측면에서 중국의 리더십/영향력 증대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 다. 해양 질서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는 군사·안보적 경쟁을 반영하며,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권은 전통적으로 미중 간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사안이며 갈등의 요인이지만, 대외정책에서 인 권을 중요시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는 인권이 미중 간 갈등의 요인으로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150)

둘째, 동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가장 뚜렷하게 전개되 는 지역이다. 남중국해, 대만, 사드와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에서 양국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동맹 체제와 다자안보협력을 둘러싼 이견도 분명하다. 이 쟁점들은 지역적 영향력 또는 지역 질서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과 밀접하게 관련되며, 그 경쟁은 오바마 행정부가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면서 더욱 심화되어왔다. 미국의 재균형의 핵심적 수단은 동맹 강

150)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017년 5월 3일 국무부 전 직원 대상 연설 에서 자유와 인권은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이 아니라고 표명했다.

Rex W. Tillerson, “Remarks to U.S. Department of State Employees,” U.S.

Department of State, May 3, 2017, <https://www.state.gov/secretary/remarks/2017/

05/270620.htm> (검색일: 2017.07.08.).

화이며, 사드 배치도 중국 견제 목적을 포함한다.151) 남중국해 문제에 대 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도 중국의 팽창을 차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재균형에 대응하면서 남중국해, 사드 배치 등의 이슈에 비타협적 입장을 고수해왔고,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와 같은 다자안보협력 체제를 구축·강화하고, 일대일로 전 략을 추진하면서 주변국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해나갔다.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은 지역적 영향력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여왔 다. 이러한 미중 간 경쟁은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 도 형성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간 경쟁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에 비해서 동아시아 지역 질서 주도권 확보 및 관리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대신에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적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하고 있다.152) 이에 따라 북핵 문제가 미중 양국의 핵심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의 공유는 양국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지만, 북핵 문제 해법에 관한 이견 은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예,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발동에 대한 중국의 반대). 향후 미중관계 그리고 동북아의 대립구도는 북 핵 문제 진전/해결 여부와 밀접하게 상호 연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의 협력/타협 그리고 동북아 대립구도의 완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으며, 또한 역으로 북핵 문제의 진전 또는 해결이 미중의 협력을 촉진하 고 동북아 대립구도를 완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셋째,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국 그리고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

151)김상기, “기로에 선 한반도: 2010년대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전략,” 󰡔한국정치학회보󰡕, 제48권 5호 (2014), pp. 229∼247.

152)김상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한국의 과제,” (통일연구원 Online Series CO 17-12, 2017.05.24.), <http://kinu.or.kr/www/jsp/prg/report/report_view.jsp?menuIdx

=351&category=000 CO&thisPage=1&contId=1478619> (검색일: 2017.08.01.).

적 경쟁이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공간이다. 한반도를 둘 러싼 미중 간 경쟁은 우선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에서 드러난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산이자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도구로 인식한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이 북한 위협에 대한 억지 수단이라 강조하 지만,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한미동맹의 의미는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또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체제 구축에 적극적인 한 가지 이유 는 한미동맹의 역할과 의미 축소와 관련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평화체 제 구축에 소극적이며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입장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 해서도 미국과 중국 모두 공식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자국의 영 향력 혹은 이익이 침해되는 통일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 다. 미국은 평화체제 구축 또는 통일 이후 한반도가 중국에 경사될 가능성 에 매우 유의하며, 중국은 통일 한반도가 미국의 영향권에 포함되고 주한 미군이 한반도 북부까지 진출하는 상황을 매우 경계한다.153)

이와 같이 한반도는 미중 양국의 전략적 이익이 엇갈리는 영역이지만, 동시에 미중 간 타협과 협력의 동기를 유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북미 간 갈등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 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군사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평화협정 및 평화체제 논의에 대해서도 미국은 중국에 비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그 필요성을 부정하 지는 않는다. 따라서 세부적인 견해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의 공유 그리고 평화적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공통의 입 장은 향후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미중 간 협력

153)한반도 통일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인식 관련 상세한 설명은 다음 참조. 박종철 외, 󰡔주요 국의 한반도 통일연구 분석󰡕(세종: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16).

이 증진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나. 쟁점별 분석

미중 간 갈등과 협력을 촉진하는 이슈는 매우 광범하다. 전통적 안보 이슈로서 남중국해 갈등을 포함한 해양영토 문제, 대만 문제, 사드를 포 함한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 동아시아 동 맹 체제와 다자안보협력 등이 있다. 비전통적 안보 이슈로서는 테러리즘 과 기후 변화가 양국의 주요 관심사이다. 또한 국제경제 질서에 관한 인 식과 정책 그리고 인권 문제도 양국 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어왔다.

양국 간 입장 차이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며, 갈등을 촉진하는 쟁점은 주로 전통적 안보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특히 해양영토 문제에 대해 미국 과 중국은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남중국해는 원래 중국이 베트남 및 필리핀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지역이었지만, 2010년대 중반에 이 르러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이 서로 대립하는 핵심적 갈등 지역이 되었다. 미국이 1994년 발효된 「UNCLOS」에 근거 하여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인하는 반면, 중국은 「UNCLOS」가 발효되기 훨씬 전부터 역사적으로 남중국해가 자신이 관리해온 주권 영 역임을 강조하면서, 2016년 7월 PCA의 중국 영유권 부인에 관한 판결 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대립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 오위다오) 영유권에 대한 미중 간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달리, 미국은 센카쿠 열도가 미일동맹 방위선 안에 포함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주변 해역이 미중 간 갈등의 영역이 되는 이유는 이 지역이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팽창을 차단하고 지역패권을 구축·방어하기 위한 핵심공간이며, 중국에 있어서는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일 뿐 아니라 미국 의 군사력 투사 및 봉쇄를 막기 위한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는 표면적으로 국제법 해석 및 적용의 차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욱 중요한 미중 간 군사·안보 전략상 갈등에 속하는 사안이다. 이러한 이유 로 중국 주변 해양영토와 관련한 미중 간 입장 차이는 향후에도 쉽게 좁혀 지지 않을 것이며, 양국 간 갈등을 촉진하는 쟁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사드와 미사일 방어체계도 남중국해 문제만큼이나 미중 간 입장 차이 가 뚜렷하며, 갈등의 주된 요인이다. 미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이며, 따라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중국은 사드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의 일환으로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 을 깨뜨리는 무기 체계이며, 따라서 즉각 철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특히 사드의 레이더(radar) 시스템이 중국의 군사력 동향을 탐지 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 어체계 및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에 편입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154)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북핵 위협을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강조하지만 사실상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견제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볼 때, 사드 배치 문제는 미중 간 전략 경쟁의 산물이며, 한반도가 그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드와 미사일 방어체 계에 관한 미중 간의 타협은 매우 어려울 것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갈등 의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추진한 유럽 내 미사일 방어체계 확장이 러시아의 반발을 야기하고 미러관계가 악화된 점은 동북아시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해협도 미중 간 전략적 이해가 맞부딪히는 영역이다. 중국은 대만 이 자신의 영토의 일부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며, 이는 양보 불가능한

‘핵심이익’이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일관되지 않으며, 종종 대만을 대중

154)사드 관련 논쟁에 대해 다음 참조. 김동엽, “사드 한반도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과 한반 도 미래,” 󰡔국제정치논총󰡕, 제57권 2호 (2017), pp. 29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