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발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견 지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의지를 확고히 하는 차원에서 포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는 지정학적 이유로 인해서 남북문제를 넘어서 동북 아 지역 또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확대되어 왔다. 이로 인해 한반도 문 제를 해결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주변 강대국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남북한 당사자가 문제의 해결 과정을 주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 하는 비용은 남한이 부담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입장과 정책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 한다는 것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과정에서 주변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제외하거나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동시에 밝혀야 한다. 즉, 한반도 문제에 대해 가장 큰 이해가 결부되어 있는 당사 자로서 한국이 입장과 정책방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함으로서 국제 사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사전에 제시한다는 의 미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추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성도 있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주변국들에게 제시함 으로써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제공하고 논의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확 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한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논의들 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체계적인 조정 및 공조체제를 상시적으로 가동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청와대와 통일부 및 외교부 간에 실무적으로 협 의할 수 있는 체제를 상시화하는 한편, 정부와 연구기관 및 민간단체가 정책적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공조의 형식도 어느 하나
로 고착시켜 집착할 필요는 없으며 여러 가지 협의의 형태를 상정해서 활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양자 간, 3자 간, 5자 간 등 다양한 주체 간 협조체제를 염두에 둔 적절한 협의체제를 유연하게 활용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남북협력을 추진함에 있어 남북관계가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 예외적 처리 자세를 줄이고 국제적 기준에 기반한 남북협력을 추 진할 필요가 있다. 즉, 남북협력을 위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한 과 거의 정책정향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사안이라 하더라도 전 세계가 지구촌화된 상황에서 우리만의 특수한 기준으로 협력사업을 추 진하는 것은 동 사업의 지속성을 오히려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인권문제 와 같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제규범에 기 반을 둔 남북관계의 전개가 매우 중요하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넷째, 북한의 핵무기의 폐기와 비확산 및 미사일 개발 중단, 재래식 무 기의 감축,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등을 통해 남북한이 실질적으로 군사적 긴장관계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 무기 및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문제를 세계차원의 문제로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심각하게 침 해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재래식 무기의 존재는 북한 경 제발전을 저해하는 직접적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 다는 점에서 축소가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들이 사회문화적 교류를 추진 해서 북한 사회의 내부적 호전성을 완화시켜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다섯째, 북한 경제 회생을 위한 자생력 강화를 위한 정책의 추진이 필 요하다. 북한의 낙후된 기반시설을 보수하고 개선하는 포괄적 대안을 마 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에도 북한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으므로 남한과 국제사회가 구체적 협의를 진행해서 바람직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 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경제성장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실천 방안의 마련이 중요하다.
여섯째,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구조의 형성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대립적인 의견을 고집하거나 정책을 추진하는 것 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 같은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통일국민협약1)의 추진 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통 일국민협약이 북한‧통일문제에 대한 사회통합과 국민적 합의 기반 구축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북‧통일정책은 한반도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이 참여와 논의 를 통해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북‧통일정책 포럼’을 만드 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국회에서는 당리적 대북정책의 주장을 지양하고 초당적인 통일 및 대북정책을 만들어서 국민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째, 통일을 실질적으로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통일상황이 도래할 경우를 상정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필요한 작업의 식별과 전문인력의 양 성이 시급하다. 통일관련 정책과제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요 한 것은 물론이고, 통일과정이 실제적으로 전개되는 시점에 필요한 전문 인력의 양성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통일이 이룩된 이후에도 남한과 북한 사회의 통합을 위시한 다양한 통합과제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실 천할 전문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체제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 통일국민협약은 남남갈등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2006년 처음 제시되었다. 조한범, 남 남갈등 해소방안 연구(서울: 통일연구원, 2017), pp. 67~70. 통일국민협약은 북한‧통 일문제와 관련된 정쟁화와 남남갈등의 해소를 위한 구체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따라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일국민협 약 추진절차에 관한 내용은 조한범‧이우태, 통일국민협약 추진방안(서울: 통일연구 원, 2017), pp. 63~80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