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UN 및 미국의 대북제재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 적합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남북교류협력 방 안을 구상하려면, 먼저 북핵문제가 남북교류협력에 가하는 제약을 냉철 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UN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대외교류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UN 안보리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할 수 있는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각 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 UN의 대북제재
(가) 경제협력 관련
UN은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1718호로 대북제재를 개시한 이래,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제 재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하지만 2015년까지의 UN 제재는 각종 무기와 군수물자 거래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39)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3월 에 채택된 UN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 광산물 수출 금지 또는 제한,
39) 장형수, “대북 경제제재: 현황과 전망,” KDI 북한 경제리뷰, 제15권 제3호 (세종:
한국개발연구원, 2013), pp. 27~54.
화물 검색 의무화, 금융 거래 금지 등 강력한 제재 규정을 포함시켰으나 광산물 수출 중에서 민생용 수출을 허용하는 예외조항 때문에 제재 효과 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40)
그러나 2016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 11월에 채택된 2321호41)는 북한 의 석탄 수출에 대해 민생용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연간 상한제를 적용함 과 아울러 그 밖의 주요 광산물 수출을 금지하는 등 제재의 실효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2017년 7월 북한의 두 차례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8월에 채택된 2371호42)에서는 북한의 석탄, 철, 철광석을 포함한 거의 모든 광산물 및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 수를 현 수준에서 더 이상 늘릴 수 없게 하는 등 더욱 강력한 재재 규정을 마련 하였다. 이어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2375호43) 에서는 북한 섬유제품 수출 금지, 대북한 원유공급량 동결, 석유제품 공 급량 연간 상한선 설정, 북한과의 모든 상업적 합작사업 금지 등 여러 가 지 중요한 제재가 추가되었다.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해서는 2321호의 32항 대북한 무역을 위한 공적 및 사적 금융 지원 금지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융 지원은 대출, 보증, 보험 등을 포함한다. 또한 공적 지원만이 아니라 사적 지원, 즉 민간 금융기관의 금융 서비스도 금지한다. 이 조항에 의하 면 북한과 무역을 하는 기업은 해당 거래와 관련하여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무역 거래는 일시적 자금 불일치나 거래상의 위험 때문에 대출, 보증, 보험 등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금융 지원 금지 조항은 대북한 무역을 매우 어렵게 하는 강한 제약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40) 신종호 외, 대북제재 평가 및 향후 정책방향(서울: 통일연구원, 2016), pp. 63~81.
41)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21,” (November 2016), <http://www.
securitycouncilreport.org/un-documents/dprk-north-korea> (검색일: 2017.05.15.).
여타 UN 안보리 결의문의 출처도 동일하다.
42)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71,” (August 2017).
43)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75,” (September 2017).
대북한 무역에 대한 금융 지원 금지 조항은 여러 UN 안보리 결의를 거치며 계속 강화되어 왔다.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살펴보면, 2016년 3월의 안보리 결의 2270호의 금융 지원 금지 규정(36항)에서는 “핵 및 탄도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기여할 경우”라는 단서가 있었다.44) 다시 말해서 핵 및 탄도 미사일 개발에 기여하지 않는 대북한 무역에 대해서는 금융 지원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321호에서는 이 단서를 없 애고 일반적 금지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제재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 이다.
그보다 앞선 2013년 3월의 안보리 결의 2094호에서는 “핵 및 탄도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기여할 경우 공적 금융 지원을 금지”(15항)한다 고 되어 있었다.45) 즉 2016년 3월 이전에는 공적 지원에만 대해서만 제 한적 금지 규정이 있었고 사적 지원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었다. 금융 지원 금지 조항이 처음 생긴 것은 2009년 6월의 안보리 결의 1874호(20항)였 지만, 그 때에는 의무조항(decide)이 아니고 권고사항(call upon)이었 다.46) 종합해 보면, 이 규정은 ① 권고사항에서 의무조항으로, ② 공적 지원 금지에서 공적 및 사적 지원 금지로, ③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기여 하는 경우에 한정된 금지에서 일반적 금지로 강화된 것이다.
단, 2321호에서도 금융 지원이 가능한 경우에 대한 단서 규정이 있긴 하다. 즉 대북제재 위원회(1718 Sanctions Committee(DPRK))가 사안 별 심사를 하여 허용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위원회가 금융 지원을 허용해 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북 제재 위원회는 UN 안보리 15개 이사국(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되며 의사결정은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에 따른
44)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270,” (March 2016), p. 8.
45)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094,” (March 2013), p. 4.
46)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1874,” (June 2009), p. 4.
다.47) 만장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즉 반대하는 이사국이 있는 경 우에는 6개월까지 결정을 미룬다. 6개월 후에도 계속 반대하는 이사국이 있을 경우 다시 3개월 기간 내 협의를 계속하지만, 그래도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으면 의사결정은 유보된다. 반대하는 이사국의 임기(비상임 이사 국의 임기는 2년)가 종료되면 반대는 유효성을 상실하지만, 상임이사국 은 임기가 종료되지 않으므로 상임이사국이 반대하면 합의안은 통과되 지 않는다. 결국 미국이 반대하면 제재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미국은 강경한 대북제재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거의 모든 대북한 무역에 대해 금융 지원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경협의 경우 일반 무역보다 거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 지원 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 이런 필요성을 고려하여 <표 Ⅳ-1>에서 보듯이 정부는 남북경협 참여기업(민간기업 및 공기업)에게 남북협력기 금을 통한 대규모 금융 지원을 실시한 바 있다. 기존의 공적 금융 지원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교역자금 대출, 둘째는 경협 사업자금(투자자금) 대출, 셋째는 보험이었다.
금융 지원의 성격은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남북경협이 활발하게 추진되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교역과 투자를 하려는 기업에 게 사전적으로 금융 지원이 실시되었다.48) 이와 달리 2010년 5.24 조치 로 남북경협이 크게 위축된 이후로는 경협 중단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 들을 돕기 위한 특별 대출 및 보험금 지급이 실시되었다. 이처럼 기존의 남북경협은 정부의 공적 금융 지원에 크게 의존하였다.
47) 대북제재 위원회, “Work and Mandate of the Committee,” <https://www.un.org/
sc/suborg/en/sanctions/1718> (검색일: 2017.05.16.).
48) 통일부, 남북협력기금 백서(서울: 통일부, 2008), p. 161, pp. 192~200.
표 Ⅳ-1 남북경협 참여 기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내역(1991~2016년)
구분
교역자금 대출 경협사업자금 대출 교역경협 보험 금액
(백만 원) 건수 금액
(백만 원) 건수 금액
(백만 원) 건수
1991 - - - - 1,268 1
1992~1999 - - - - - -
2000 500 1 - - - -
2001 1,072 9 45,000 1 - -
2002 390 5 35,767 3 - -
2003 7,933 29 10,777 2 - -
2004 13,677 64 23,700 12 - -
2005 8,259 37 21,052 14 - -
2006 7,327 27 40,583 23 - -
2007 8,288 21 48,343 22 - -
2008 7,834 17 2,973 5 - -
2009 8,416 17 7,000 1 - -
2010 31,243 169 10,326 27 - -
2011 5,761 61 1,729 3 4,377 6
2012 14,885 94 3,397 5 - -
2013 - 0 55,549 104 177,144 111
2014 2,993 5 16,007 40 52 10
2015 - 0 - 0 77 2
2016 - - 72,806 123 295,354 114
합 계 118,577 556 395,009 385 478,272 244 자료: 한국수출입은행 웹사이트 남북협력기금 페이지, “연도별 기금 현황,”
<http://www.koreaexim.go.kr/site/main/index006> (검색일: 2017.05.16.).
북한의 지속적 핵개발 강행으로 한반도 정세가 더 위험해진 상황이므 로 리스크 감축을 위한 공적 금융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업이 참여하는 상업적 남북경협은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최근까지 진행되었던 사업인 개성공단의 경우, 남북협력기금에 의한 투자자금 대출 및 보험 제공이 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 2016년 사업 중단 후 대다수 입주기업 및 관련 기업이 경협보험제도 및 기타 특별 지원제도에 따라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UN 안보리 결의 2321호의 금융 지원 금지 조항이 계속 존속할 경우 남북협력기금에 의한 대출 및 보험 제공이 어려 우며, 그러한 조건에서는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재입주해 사업을 진행하 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대표적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사업 이 중단됨에 따라 독점 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이 사업 능력을 거의 상실 한 상태이다. 따라서 현대아산이 관광사업을 재개하려면 조직을 복구하 고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공적 금융 지원 없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교역이나 위탁가공교역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무역거래의 경우처 럼 일시적 자금 불일치 때문에 해당 자금을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UN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기업들이 이런 금융 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또한 북한과 교역하려면 북측에 대금을 지급하기 위한 금융거래 채널이 필요하지만, 안보리 결의 2270호의 32, 33, 35항49)과 2321호의 31, 33항50)은 UN 회원국과 북한 간의 금융 거 래(인도적 및 외교 목적 제외)를 차단하고 있다.51) 과거에 남북교역 업체 들은 제3국(중국, 홍콩, 마카오 등) 은행의 북한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으 로 대금을 지급했는데, 이제는 북한 당국이 그러한 계좌를 보유할 수 없 게 되었다.
북한 정권의 외화수입을 대폭 감축시켜야 한다는 UN 제재의 기본 취 지에 비추어 보아도 남북경협은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UN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대외거래 전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
49)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270,” (March 2016), pp. 7~8.
50)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21,” (November 2016), p. 7.
51) UN 안보리 결의에 의한 금융 제재는 북한과 중국 간 무역에도 중요한 장애요인이 된다.
최근의 북·중무역은 주로 현금거래나 현물거래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 인다. 이정균 외, 대북제재로 인한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무역 거래관행 변화 분석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pp. 6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