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돌봄 정책 중 하나인 돌봄을 위한 시간 정책들은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하여금 돌봄을 위한 휴직이나 휴가,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하여 일자리 를 유지하면서도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선행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파트타임이나 보다 가족 친화적인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일부 임금 감소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uller (2017)가 사업체- 근로자 매칭 자료를 바탕으로 자녀가 있는 여성에 대한 임금 패널티를 분석한 결과, 사업체에서 시간제 근로, 유연한 근로시간, 재택근로, 고용주의 아동 돌봄 보조, 고 용주 제공 육아 휴직 제도 등을 제공하는지 여부가 임금 패널티의 2%p 가량을 설명 하였다. 특히 7세 미만 자녀를 가진 경우 가족 친화적인 사업체의 특성이 임금을 설 명하는 비중이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근소한 수준이지만 육아기 여성의 경우 돌 봄 역할을 위하여 임금 대신 가족 친화적인 일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 한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부분과 자율적이며 유연한 근로 시간 사용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유연한 근로 시간 사용이나 육아 휴직 등 가족친화 정책을 가진 일 자리가 대체로 임금도 높다는 점에서 보상임금격차론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Gariety & Shaffer, 2001; Glauber, 2011; McCrate, 2002, 2005). 선행연구에 서 노동자가 그들의 업무 시간을 언제 시작하고 마칠지를 정할 수 있는지는 임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Gariety & Shaffer, 2001), 이러한 업무 시간 자율성은 주로 여성에 비하여 남성에게, 특히 백인 남성에게 주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 다(McCrate, 2002, 2005). 즉, 자율적인 근로시간을 위하여 낮은 임금을 선택하 기 보다는 높은 임금을 받는 이들에게 부가적인 혜택으로 자율적인 근로시간 사용 이 주어짐을 의미한다(Glauber, 2011).
그러나 시간제를 선택한 여성들은 임금이 낮아지더라도 가정생활을 위해 이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가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의 임금 격차를 연구한 Glauber (2012)의 연구에서 시간제 근로는 자녀가 있는 여성의 임금을 더 낮게 하 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간제로 근무하는 여성의 절반 정도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간제를 선택했다고 응답하였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을 분석한
Glauber (2011)의 또다른 연구에서도 남성과 달리 여성은 시간제일 경우 유연한 근무시간 접근성도 높아졌다. 즉, 여성의 시간제는 남성과 달리 시간적 유연성을 위 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한편 개인의 일자리나 시간제 여부가 아닌 거시 연구에서는 돌봄 정책의 발전과 함께 증가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주목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사회서비스는 공공 부문의 일자리인데,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통상 유연한 근무 시간과 높은 안정성 등 으로 인하여 여성들, 특히 어머니로 하여금 가장 매력적인 일자리로 여겨진다. 그러 나 이러한 공공 서비스 부문 일자리의 특성과 편리한 노동 조건이 여성의 직업적 위 치와 임금의 측면에서 경제적 기회를 향상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복 지국가의 발전 하에서 여성들은 경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났지만, 특 정한 여성형 일자리에 배치되고, 더 수익성이 좋거나, 강력한 지위로부터는 멀어지 게 된다(Charles & Grusky, 2005; Mandel & Semyonov, 2005).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돌봄 욕구를 지닌 이들로 하여금 돌봄과 일을 병행하기 위 한 유연한 근무 시간 제도나 시간제, 휴가 제도와 같은 돌봄 정책들이 오히려 여성 과 남성의 임금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 3절 성별 분절 노동시장
“동일 노동, 동일 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이라는 미국 여성 운동가 들의 슬로건은 1960년대를 지나며 “동등한 가치, 동일 임금(equal pay for jobs of equivalent value)”으로 바뀐다(Blum, 1983). 동일한 일을 하는 노동자에 대 한 임금 차별은 “1964년 민권법(Title Ⅶ of the Civil Right Act of 1964)”에 의해 금지되었으나, 실제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는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일자 리에서, 서로 다른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령, Petersen and Morgan (1995)이 사업체 단위로 조사가 실시된 1974~1983년 산업임금조 사(Industry Wage Surveys, IWSs)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의 남녀 임금 격차를 분 석한 결과, 동일한 일자리 내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은 큰 차이가 없었으며, 대부 분의 임금 격차는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사업체와 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 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많은 실증연구들이 개인의 교육수준과 자격 요건, 경력 등을 통제한 뒤에 도 직업(England, Thompson, & Aman, 2001; Levanon, England, & Allison,
2009; Mandel, 2018), 산업(Terada-Hagiwara, Camingue, & Zveglich, 2018), 사업체(Kim, 2018; Donald Tomaskovic-Devey, 1995) 내 여성의 비율이 높아 질수록 일자리의 임금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한국에서도 남성과 여 성이 서로 다른 직업과 산업에 분포됨에 따라 13%p의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는 연 구 결과가 있다(신광영, 2013a). 이성균과 김영미 (2010)의 연구에서도 1990년 대 초반 이후 여성의 비율이 높은 직종, 특히 서비스직의 저임금화 경향이 강화되어 남녀간 객관적인 차이의 감소에도 임금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 였다. 즉, 여성이 대부분 종사하는 여성우세직업의 저임금화가 성별 임금격차의 주 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성별에 따른 일자리 분리와 이로 인한 임금격차는 두 가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어째서 여성과 남성은 여전히 서로 다른 일자리에서 일하는가? 왜 여성의 비율이 높 은 일자리는 낮은 임금을 받을까?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앞서 1~2절에서 다룬 모 성불이익과 보상임금격차에 관한 설명들과 많은 부분 중첩된다. 가령, 여성이 가정 내 돌봄 역할로 인하여 숙련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보다는 쉽게 이직할 수 있거나, 시간적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를 선택하거나(보상임금격차론)13 14, 이러한 일자리에 배치되기(차별) 때문15이라는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제외한 논의를 중심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13 관련 연구로는 여성의 비율이 임금에 미치는 효과보다 직종 특수한 직업 훈련을 강조한 Tam (1997)의 연구와 이를 재논의하며 여성 우세 직업들이 폭넓은 직업훈련을 받을 기 회가 적다는 점에서 간접효과를 강조한 Don Tomaskovic-Devey and Skaggs (2002) 의 연구가 있다.
14 물론 England (1982)는 실증 연구를 통하여 여성 우세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들 역시 지 속적인 고용상태를 나타내며, 이들이 간헐적인 고용상태로 인하여 임금 불이익을 덜 받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여, 이러한 논의가 직업 분리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 는 점을 강조하였다.
15 Barbara F. Reskin et al. (1990)의 대기(queuing)에 관한 논의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일자리와 노동자가 순위에 따라 일렬로 대기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자 가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에 매치되고, 순위에 따라서 덜 매력적인 일자리에 열등한 노동자 가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 때 고용주는 일반적으로 모든 일자리에 있어서 여성에 비하여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남성이 고임금 직종에 배치되며 여성은 고용주의 차별로 인하여 고임금 직종으로의 접근이 차단당하기에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일자리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편, Bergmann (2005) 역시 할당상의 차별을 기반으로 여성 우세직종의 저임 금화를 설명하고 있으나, Bergmann은 여성의 직종과 남성의 직종이 분리되어 있으며, 여 성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일자리가 할당된다고 보았다. 남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일 자리에 노동이 과밀하게 공급되면서 임금이 낮아진다는 것이다(과밀가설, crowding hypothe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