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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 평화체제 협상과 한국정부의 트릴레마

Korea I Korea I 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4. 비핵화 ‧ 평화체제 협상과 한국정부의 트릴레마

탈냉전시대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본질은 북핵 대 한미동맹의 대

립구도인 것처럼 보인다. 달리 표현하면, 북한의 내적 세력균형정책

대 한국의 외적 세력균형정책 또는 북한의 핵억제력 대 한미의 확장

억제와 한국의 자주국방이 맞서고 있는 형국이(었)다.129) 그럼에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

를 제안하면서 평창 ‘임시평화체제’가 만들어졌다.130) 두 측면에서

평창 임시평화체제는 미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예시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131)

첫째,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처럼 군비증강을 통해 자신의

129)구갑우,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형성 원인과 전개,” p. 162.

130) 2017년 11월 13일 제72차 유엔총회에서는 2018년 2월 9일부터 3월 18일까지 개최 되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군사적 분쟁을 중단하자는 ‘휴전 (truce) 결의안(“Building a peaceful and better world through sport and the Olympic ideal”)’을 채택했다. 핵심 내용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통행, 접근,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2017년 9월 한국이 초안을 제출한 이 결의 안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 발전, 관용, 이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의미 있는 기회”로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표현되었다. 휴전의 기간은,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 전후 일주일이 포함된 2월 2일부터 3월 25일까지였다. 2017년

1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제안을 계기로, 한국전쟁의

언이 선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전협정으로 소극적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에 서 유엔총회 결의안을 수용하여 일시적이지만 일방적 ‘휴전(truce)’이란 방식으로 된 평창 임시평화체제가 만들어졌다. 구갑우, “평창 임시 평화 체제에서 판문점 선 언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선언과 제3차 남북정상회담, ‘연합적 평화’의 길,” 󰡔동향 과 전망󰡕, 통권 100호 (2018), p. 33.

안보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가 상대방의 군사적 대응을 야기해

자신의 안보이익을 감소시키는 한반도 안보딜레마의 한 축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선제적으로 연기했다. 즉 한미동맹을 ‘수정’하는 방

식으로 안보딜레마를 벗어나고자 했다. 둘째, 안보딜레마의 탈출을

위해 북한이 제안한 쌍중단을 사실상 수용했다. 안보딜레마 게임에

서 선제적으로 양보와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2017년~2018년

의 촛불혁명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없었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불가란 원칙을 제도화하는 방식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면,132)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없었다면, 한미동맹의 한 당사자인 미국

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의 휴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한국정부의 선제적 양보는 결국 북한이 다시

금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의제화하게끔 했다. 평창 임시평화체제를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로 진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 셈

이다.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산물로 2018년 4월 27일 열린 제3차 남 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동시에

명기된 남북한만의 최초의 문건이었다. 북한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주일 전인 4월 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에서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을 공식화했다.133)

따라서 평창 임시평화체제 이후의 평화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할

132)보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몇 주 전에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준비를 명령했다는 보도가 미국매체인 CNN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에 전쟁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평창올림픽 직전 주한미군 가족 대피 명령,” 󰡔한겨레󰡕, 2018.5.16.

133)이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병진노선의 “력사적승리”를 선언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로선”을 제시했다. 후대 에 개혁개방 선언으로 해석되는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의와 비견 될 수 있는 북한의 노선전환이었다. 구갑우, “평창 임시 평화 체제에서 판문점 선언 으로,” pp. 36~41; 2018년 10월 말 현재에도 북한은 예외적으로 정치경제학 연구자 의 기명기사를 통해 이 노선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리기성, “당의 새로운 전략적로 선관철에서 나서는 중요한 요구,” 󰡔로동신문󰡕, 2018.10.29.

핵심의제 가운데 하나는, 한국정부가 국내정치적 반대를 고려하여 직접 가시적으로 의제화할 수는 없겠지만, 한미동맹의 형태변환의

향방이다. 물론 정부 ‘밖’에서의 논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판문점

선언 직후인 2018년 5월 초 북중대화에서 중국이 종전선언과 평화

협정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할 즈음, 한국과 미국에

서는 판문점선언 제3항에 등장한 “핵 없는 한반도”의 내용을 둘러싼

논쟁이 전개되었다. 판문점선언 직후인 4월 30일, 문정인 대통령 통

일외교안보특보가 미국의 외교문제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는,134) 평화협정이 조인된 이후 주한미군의 계속적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미동맹이 북한을 적으로 설정한 군사동맹이라면, 더 이상

북한이 한미의 적이 아닌 상태에서 한미동맹의 존재이유에 대한 재

고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소산이었다.135)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도 만약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한다면, 평화협정 이후 형태변환을 하

게 된 한미동맹은 중국견제용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도 2018년 4월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이 의제가 될 수 있음을 말하기도 했다.136)

사실, 한국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의

지속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했다면 평창 임시평화체제는 없었다. 한

134)한글 번역본은 “‘주한미군 철수’ 음모론이 대체 어딨지,” 󰡔프레시안󰡕, 2018.5.2.,

<http://m.pressian.com/news/article.html?no=195326#09T0> (검색일: 2018.10.4.).

135)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둘러싸고 국내적 논란이 격화되자, 5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이고 평화협정 체결과는 무관하다는 ‘경고’를 임종 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 전달했다. “문 대통령, 문정인 특보에 또 경고 … 이유는?” 󰡔노컷뉴스󰡕, 2018.5.2.,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 상에서 한미동맹의 수정을 공식 의제로 만들기를 바라지 않는 한국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경고였다.

136)그러나 이후 매티스 장관은 주한미군의 감축설을 일축했다. “매티스 ‘주한미군 이무

반도 안보딜레마와 평창 임시평화체제에서 도출할 수 있듯이, 한반

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미동맹의 지속은 한국정부가 동

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목표, 불가능한 삼위일체 즉 ‘트릴레마’이

다.137) 한국정부는 이 세 정책목표를 동시에 말할 수밖에 없지만,

셋 가운데 두 가지만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의 지속의 조합은 북한에 대한 강압정책 또는 전

쟁을 통한 북한붕괴의 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한미동맹

의 지속은, 북한을 핵국가로 사실상 인정하는 정책조합이 될 수 있

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미동맹의 형태변환을 통

해 가능한 정책조합이다. 만약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을 수정했음에

도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국내정

치적 파국에 직면할 수도 있다.138)

한국정부의 선호의 우선순위는 한반도 평화체제에 있을 수 있다.

2017년 12월 19일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연기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란 특수한 국면에서 가능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의 길을

연 사건이었다. 평창 임시평화체제 이후의 평화과정에서 한국정부

는 미국발, 북한발 한미동맹의 형태변환 그리고 평창 임시평화체제

137) 국제경제학에서 트릴레마의 사례는, 안정된 환율, 자유로운 자본이동, 독자적 통화 정책이란 세 목표의 동시 달성의 불가능이다. M. Obstfeld, J. Shambaugh, and A. Taylor, “The Trilemma in History,” NBER Working Paper 10396, 2004, pp.

1~41, <https://www.nber.org/papers/w10396> (Accessed September 22, 2018);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하여서도, 북한의 비핵화, 한미동맹의 지속, 반확산 군사행 동의 비용회피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트릴레마로 제기된 바 있다; N. Anderson,

“America’s North Korean Nuclear Trilemma,” The Washington Quarterly, vol. 40, no. 4 (2017), pp. 153~164. 또 다른 트릴레마의 사례로는 미국적 시각에 서 북한을 “억제에 대한 도전,” “핵확산 위협,” “지역질서에서의 위험한 와일드카드 (wildcard)”로 보는 것이다. V. Jackson, “Deterring a Nuclear-Armed Adversary in a Contested Regional Order: The ‘Trilemma’ of US-North Korea Relations,”

Asia Policy, vol. 23 (2017), pp. 97~103.

138)구갑우, “평창 ‘임시평화체제’의 형성 원인과 전개,” p. 163.

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한반도 평화체제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비핵화를 위한 교환품목으로, “미국 핵 전략자산의 한국에서의 철수,” “한미 전략자

산 훈련 중지,” “재래식 및 핵무기 공격 포기,” “평화협정 체결,” “북

미수교”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139)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핵사

용권을 가진 주한미군의 철수를 선포해야 한다는 2016년 7월 북한

의 정부 대변인 성명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이 한국

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을 평화과정에서 의제화할지는 불분명하지만,

2018년 10월 핵우산이 한반도 비핵화에 포함된다는 북한의 ‘비공식

적’ 발언도 나오고 있다.140) 2018년 9월 19일 남북한이 합의한 “평

양공동선언” 제5항에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

전으로 만들”겠다는 구절이 포함된 것도 주목의 대상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핵관련 전략자산의 한반

도 전개에 대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 북미교환에 대한 한국의

139)“북, 비핵화 대가 5개안 미국에 제시했다,” 󰡔한겨레󰡕, 2018.4.13. 2018년 5월, 6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던 북미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한 이유 는, 미국이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리비아식 해법’을 언급하는 것에 대한 북 한의 반발 때문이기도 했지만, 5월 11일로부터 예정되어 있던 맥스 선더(Max Thunder) 한미연합공중군사훈련에 핵관련 전략자산인 F-22와 B-52의 한반도 전 개가 이루어지는 것 때문이기도 했다.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평창 임시평화체제 에서 만들어진 핵관련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라는 규범의 해석을 둘러싼 남 북미의 갈등이었다. 이 갈등은, 5월 26일 북한의 요청으로 전격적으로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진행된 제4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봉합되었다. 남한이 남북관계 를 통해 북미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140)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한 모두에 해당하는 개념,” 󰡔중앙일보󰡕, 2018.10.26. 중국 이징에서 열린 샹산(香山)포럼에서 한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 부소장 의 발언에 대한 해석이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이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이유로, 한미 동맹의 구성요소 가운데 유엔군 사령부와 미군 주둔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미 전문가들 ‘북한, 핵우산 제거 위해 종전선언 집착 … 상황 악화될,” Voice of America, 2018.9.17., <https://www.voa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