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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탈냉전 미국

패권의 핵심 기획이었던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한계와 그 정치적 후

과를 증명한, 미국패권 쇠퇴의 역사적 분기점이었다. 바로 그 순간

한국이 미국패권에 전면적으로 편승하는 한미 전략 동맹을 추진한

것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 변화와 맞물린 미국과 한국 양국의 엇갈 린 정치적 흐름의 결과이자 한국 보수의 시대착오적 인식의 결과이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대북, 동아시아, 유라시아 지역정책을 모두

170)이혜정, “동맹의 결정: 사드(THAAD)와 한미동맹, 미국 패권,” 󰡔의정연구󰡕, 통권 52호 (2017), pp. 5~50.

폐기하는 ‘3중살’을 단행하면서 미국 유일주의로 선회하는 바로 그 순간, 미국에서는 기존의 패권정책을 미국의 국익과 주권을 훼손한 글로벌리즘으로 비판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가 미국의

기성질서 전반을 전복시키며 집권에 성공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은 2017년 12월에 발표된 국가

안보전략으로 명문화되었다. 이 보고서의 구성은 총론과 각론으로

나뉜다. 총론이라 할 트럼프의 서문과 서론은 주권과 원칙 있는 현

실주의를 담고 있고, 각론에서는 네 가지 사활적 국익 – ‘미국인과

국경, 삶의 방식 보호,’ ‘경제적 번영 증진,’ ‘힘을 통한 평화,’ 그리고

‘미국의 영향력 증진’ - 과 지역전략을 설명한다.171)

이 보고서에 대한 평가는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미국

(외교안보 엘리트) 주류의 극단적인 입장으로, 트럼프의 즉흥적인

정책 결정 방식과 정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전략의 부재를 근거로

하는, 트럼프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전혀 의

미가 없다는 비판이다.172) 둘째, 미국 주류의 다수 입장으로, 트럼 프가 기존의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리더십을 파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173) 셋째, 주류의 소수와 해외의 ‘중립적인’ 전문가들의 의

견으로, 트럼프의 ‘이단’과 미국 패권의 전통이 뒤섞여 있다는 분석

이다.174) 넷째,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의 대외정책 노선을 새롭게 계

171) The White House, “Th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2017).

172) Roger Cohen, “Trump’s Security Strategy is a Farce,” The New York Times, December 20, 2017, <https://www.nytimes.com/2017/12/19/opinion/trump- national-security-strategy-tillerson-haley.html> (Accessed October 5, 2018).

173) Susan E. Rice, “U.S. No Longer a Global Force for Good,”; Mark Lander,

“Trump Alters 70 Years of American Global Policy,” The New York Times, January 2, 2018, <https://www.nytimes.com/2017/12/28/us/politics/trump- world- diplomacy.html> (Accessed October 5, 2018).

174) Daniel Drezner, “A Straussian National Security Strategy?”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19, 2017,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posteverything/

승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미국 내 소수의 전문가들과 중국과 러시아

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적시한 점을 중시하는 해외의, 특히 중국과

러시아 측의 전문가들이 중점적으로 제기하는 의견으로, 동맹과 미

국의 리더십, 힘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는 시각이다.175)

이 네 가지 시각은 모두 나름 강조하는 지점에서는 설득력을 지니

지만,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시각의 중간지점,

즉, 이단적인 내용을 전통적인 수사로 포장하려 노력했다는 총평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동맹의 효용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동맹에게

비용을 강요하고 있는 점과, 보다 일반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미국

의 국익과 주권이 자유무역 등 기존의 패권 기획으로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을 기존 패권의 연속으로

보기는 힘들다. 또, 트럼프의 정책적 사고의 한계와 ‘트위터’ 수준의

언술 능력, 그리고 최근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 기고문

5847bc3c> (Accessed October 5, 2018); 보고서의 내용 자체는 이전 행정부의 국 가안보전략 보고서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 정책은 ‘이단적’이라는 이상현의 연 구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이상현,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국제정세 및 한반도에 대한 함의,” 󰡔국가전략󰡕, 제24권 2호 (2018), pp. 31~68.

175) Paul D. Shinkman, “Trump Returns to GOP Values in National Security Strategy,”

U.S. News & World Report, December 18, 2017, <https://www.usnews.com/

news/world/articles/2017-12-18/trump-returns-to-gop-values-in-nation al-security-strategy> (Accessed October 5, 2018);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자유 주의 국제주의에 대비되는 보수주의 국제주의로 보는 대표적인 견해는 Henry Nau,

“Trump’s Conservative Internationalism,” National Review, August 23, 2017,

<https://www.nationalreview.com/2017/08/donald-trump-conservative-int ernationalism-foreign-policy-protects-american-interests/> (Accessed October 5, 2018) 참조; 보수주의 국제주의로서 트럼프 대외정책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Charlie Lademan, “Conservative Internationalism: An Overview,” Orbis, vol.

62, no. 1 (2018), pp. 6~21 참조; 대중국 강경책에 대해서는 Josh Rogin,

“Trump’s National Security Strategy Marks a Hawkish Turn on China,”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18, 2017, <https://www.washingtonpost.com/

news/josh-rogin/wp/2017/12/18/trumps-national-security-strategy-marks- a-hawkish-turn-on-china/?utm_term=.da6ad622ceb2> (Accessed October 5, 2018) 참조.

으로 분명히 드러난 행정부 내의 주류 ‘저항세력’176)의 존재를 고려 하더라도, 백악관의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한낱 ‘웃음거리(farce)’로 폄하하는 것은 지나치다.177)

사실 이들 네 가지 시각의 공통적인 한계는 2017년 트럼프의 국가

안보전략 보고서의 실제 수사와 내용에 대한 정밀하고 체계적인 검

토를 결여하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이 보고서는 주 류의 비판의 핵심적인 기준인 ‘규칙 기반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라는 표현 자체를 아예 쓰지 않고 있다. ‘미국 인과 국경, 삶의 방식 보호’가 부시 정부 이래 확립된 ‘본토방위

(homeland security)’라는 표현/범주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나 ‘미

국 영향력의 증진’이 인권(human rights)의 신장이나 증진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이단’과 패권의 전통이

공존한다는 세 번째 평가도 피상적이라 할 것이다. 인권 대신 ‘인간

의 존엄성,’ 민주주의의 실현과 주창 대신 ‘영향력의 증진’이란 수사

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2017년 국가안보전략 보

고서는 전통적인 수사까지 전면적으로 폐기한 내용과 수사 차원 모

두에서 ‘이단’은 또한 아니다. 결국 이 보고서는 비록 정책지침으로

서 체계적이지 않다고 해도 담론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미국과 세계

의 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이단’을 전통적인 패권의 수사로 지켜내고

자 하는 (주류 엘리트들의 고뇌가 녹아 있는) 문건이라 할 것이다.

176) Anonymous, “I Am Part of the Resistance Inside the Trump Administration,”

The New York Times, September 5, 2018, <https://www.nytimes.com/

2018/09/05/opinion/trump-white-house-anonymous-resistance.html>

(Accessed October 5, 2018).

가. 총론: 패권 vs. 주권

패권 전략으로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의 기본은 미국의 국익과

국제사회/체제의 이익이 조화된다는 이익 조화의 원칙이다. 패권의

이익 조화는 이념과 힘, 제도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미국체제 자

체가 보편적 이념을 담보하거나 최소한 그와 조화된다는 ‘미국 예외

주의’의 이념, 그리고 미국과 세계의 공동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미

국의 힘(과 그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의 실체), 그리고 이런 공동 이

익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패권 전략으로서 미

국 국가안보전략의 핵심이다.

미국은 자신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국제질서의 안정과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관

리해야 한다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미국 패권의 핵심적

개입/이익 조화의 논리였다. 이러한 패권의 논리에 대한 반대는 주

로 대서양과 태평양 2개의 대양으로 분리된 미국의 정치경제체제가

충분히 안정적이고 자급자족이라는 주장과 미국의 주권을 국제제도

에 양도할 수 없다는 논리에 근거했었다. 주권은 윌슨의 국제연맹

가입 시도를 좌절시킨 주요한 원인이었고, ‘미국 우선주의 위원회 (America First Committee)’는 주권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

국의 자급자족과 안정을 주장하며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반

대했었다. 국제주의/패권주의의 입장에서는 타국의 주권을 패권에

복속시키는 데 따른 미국 주권의 일정한 양보나 제한은 불가피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패권의 이익 조화 논리에 대한 전면적인

국내적 반대는 없었다. 냉전의 진영체제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

은 자유진영에 국한되었지만 미소의 진영 간 경쟁은 전 지구적 차원

에서 진행되었고, 냉전의 종언 이후 안보(폭력), 경제, 이념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 패권의 범위는 당연히 전 지구적이었으며 타국의 주

권을 제한, 통제하려는 노력도 전 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178) 2002년 부시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 체제를 인류 유일의 발

전 모델이며 군사와 경제, 정치이념 등 전 영역에서 미국이 압도적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전제에서, 알카에다나 그 후원세력에 대한 지구

적 대테러전쟁을 넘어 자유의 전 지구적 확산을 전략 목표로 설정했

다. 이라크 전쟁의 ‘고난’과 2008년 대침체를 배경으로 오바마 정부

는 2010년에는 미국의 재건에 중점을 두는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

였고, 2015년에는 미국의 과대 팽창을 경계하면서 미국이 보편적 가

치를 실현하는 전범의 힘과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관리하는 두 가

지 방법을 중심으로, 경제-안보-가치의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국

제체제의 이익을 균형적으로 추구하는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하였다.

부시의 2002년 국가안보전략이 군사적 일방주의를 수단으로 미국

체제의 전 지구적 확산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십자군적 ‘미국 예외주

의’의 전형이라면, 오바마의 2015년 국가안보전략은 글로벌 거버넌

스와 도덕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소극적인 전범/모델로서 ‘미국 예외

주의’의 전형이다.179)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은 패권 논리의 핵심인 이익 조화와 미국

예외주의, 이를 실현하는 미국의 힘과 그 수단으로서 국제제도를 모

두 부정한다. 트럼프의 서문에 따르면, 미국은 자신의 취임 이전에

178) 제2차 세계대전부터 지난 세기말까지 미국 패권의 기본 논리와 역사적 진화에 대해 서는 Bruce Cumings, “The American Century and the Third World,”

Diplomatic History, vol. 23, no. 2 (1999), pp. 355~370; 이혜정, “미국세기의 논리: 이차대전과미국의 대영역,” 󰡔한국정치학회보󰡕, 제35집 1호 (2001), pp.

365~380.

179) 이 두 가지 ‘미국 예외주의’에 대해서는 Daniel Deudney and Jeffrey Meiser,

“American Exceptionalism,” in U.S. Foreign Policy, eds. Michael Cox and Doug Stoke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pp. 21~40 참조; 미 국 예외주의 논의 자체에 대한 비판은 David Hughes, “Unmaking an Exception:

A Critical Genealogy of US Exceptionalism,”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