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 Korea I 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3. 주요 과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동맹 재조정 추진 과정에서 다
양하고 구체적인 이슈들이 부상할 것이다. 이 절에서는 위에서 제시
한 한미동맹 재조정의 기본 방향을 염두에 두고, 특히 핵심적인 과
제이며 동시에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유엔사령부 존폐 문제, 전
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공동방위체제 재구성, 그리고 주한미군의 역 할에 관한 대안 모색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 세부 과제들은 유엔사 령관, 한미연합사령관,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이 모두 동일인이라
는 사실에 의해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따라서 한미동맹 재
조정 전반을 관통할 수 있는 핵심적 사안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제시하고자 하는 주된 주장은 유엔사령부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 해체되어야 하며, 전시작전통제권은 가능한 조속히 한국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반도의 군비통제 그리고 동 북아의 평화/안정에 기여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 유엔사령부 해체와 한반도 평화 관리
평화체제 구축과 유엔사령부(이하 유엔사) 존폐의 상관성을 검토
하기 이전에 먼저 유엔사의 창설 배경과 주요 임무가 무엇인지 밝힐
필요가 있다. 유엔사는 1950년 7월 7일 북한의 무력공격 격퇴 및 평
화 회복을 위해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 제84호에 의해 창설되었다.
유엔안보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무력공격 중지 및 철수를 요
구하는 결의를 하였고, 6월 27일에는 북한 공격 격퇴 및 평화회복에
필요한 원조 제공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7월 7일 모든
참전국의 단일한 지휘체계 수립 및 효과적 전쟁 수행을 위한 미국
주도 통합사령부 창설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 결의안에 따라, 7월
24일 더글러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를 사령관으로 하는 통
합군 사령부가 일본 동경에서 창설되었다.244)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한국전쟁 초기 유엔사의 임무는 한반도를 전쟁 이전 상태로 복
귀시키는 것, 즉 북한군을 38선 이북으로 격퇴시키는 것이었으나,
인천상륙작전 이후 유엔군은 38선을 넘어 진격하기 위한 법적 근거
가 필요하게 되었다. 소련의 반대로 북진에 관한 안보리 결의안 채
택에 실패하자 10월 7일 유엔총회는 전 한국에서의 통일되고 독립적
인 민주정부 수립을 유엔사의 새로운 임무로 부여하였으며, 이는 유
엔사가 38선을 넘어 북진할 근거가 되었다.245)
이러한 유엔사 창설의 과정은 유엔사가 북한의 무력공격 격퇴를
위해 구성된 미국 통제하의 통합군 사령부(Unified Command)이
며, 국제법적 근거는 1950년 7월 7일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246) 그리고 10월 7일 유엔총회 결의안 제
376(Ⅴ)호는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엔사의 38선 이북 북진
명분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유엔사는 태생적으로 북한에
적대적인 기관이라 할 수 있다.247)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는 유엔사의 주
요 임무와 권한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정전협정의 준수와 이
행이다. 이는 정전협정 제2조 17항의 “정전협정의 조항과 규정을 준
수하며 집행하는 책임은 본 정전협정에 조인한 자와 그의 후임 사령
관에게 속한다”는 규정에 근거한다.248) 둘째, 유엔사는 정전협정이
244) 이상철, 한반도 정전체제(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12), pp. 79~90.
245) 위의 책, pp. 83~84; 조성렬,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전망 (서울: 푸른나무, 2007), pp. 321~323.
246) 1950년 7월 7일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의 전후 과정 관련 세부내용은 다음 참조.
이시우, 유엔군사령부 (서울: 들녘, 2013), pp. 560~709.
파기될 경우, 즉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군을 지휘 통제하는 임무와 일본 내 후방 군사기지 이용 권한을 가진다. 이 임무와 권한은 각각 1950년 7월 7일 유엔안보리 결의안과 1954년 2월 19일 유엔사와 일
본 간 유엔군 주둔지위협정에 근거한다.
정전협정의 이행 그리고 한반도 유사시를 위한 유엔사의 물리적
능력은 유엔사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이전까지 보유했던
한국군과 여타 참전국 전력에 대한 작전통제권으로부터 나오는 것
이었다. 따라서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로 작전통제권을 이양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유엔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정전협정
준수 관련 지시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정전체제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사령관의 전투부대 요청에 응하도록 합
의하였다.249) 여기서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이 동일한 미국
인임을 유의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반도 유사시 필요하다면 한미연
합사령관은 유엔사령관 직책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유엔사의 해체는 필연적이며, 해
체의 시기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가장 중요하게는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
체함에 따라 정전협정의 이행이라는 유엔사의 핵심적 존재 이유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시 다국적 통합군의 지휘 통제 및 전
력 지원자 역할도 마찬가지로 정전체제의 산물이며, 이 임무를 존속
시키는 것은 평화협정 체결의 근본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
이 유엔사 해체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
군을 격퇴할 목적으로 창설된 유엔사는 태생적으로 북한에 적대적
인 기관이며, 북한은 유엔사의 존재를 인정하는 평화협정에 동의하
248) 한국 군사정전협정 원문에서 발췌.
249) 이상철, 한반도 정전체제(서울: 한국국방연구원, 2012), pp. 101~102.
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엔사의 창설 배경 그리고 현재까지 지속되는 임무와 권한은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협정
을 체결하여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을 도모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
축의 기본 방향과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1975년 10월 유엔총회에서 이미 유엔사 해체에 관한 결의안
이 채택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250) 두 개의 결의안이 채택되
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른바 ‘공산 진영’의 결의안으로서 무조건적으
로 유엔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유 진영’ 결의
안으로서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대안에 관한 협상에 돌입하
고, 그 첫 조치로서 정전협정 유지를 위한 장치 마련과 동시에 유엔
사를 해체할 것을 결의했다. ‘자유 진영’ 결의안을 기준으로 보더라
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의 체결은 곧 유엔사의 해체를 의
미한다. 물론 유엔총회 결의안은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953년
10월 7일 유엔총회 결의안 제376(Ⅴ)호가 38선 이북 북진의 명분이
되었듯이, 1975년 10월 유엔총회 결의안도 향후 유엔사 해체의 명분
이 될 수 있다.
유엔사 해체를 위해 유엔안보리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며 따라
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그것은 유엔사 존폐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251) 그 주장은 타당하지 않을 것 같
다. 주된 이유는 유엔사가 1950년 7월 7일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해
창설되었지만, 창설 당시부터 사실상 미국 주도의 통합군 사령부였 으며, 현재까지도 유엔과는 관계없이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250) 이와 관련하여 다음 참조; 임수호,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역사적 경험과 쟁점,”
pp. 53~93.
251) 유엔사 해체의 법적 절차에 관한 논의 관련하여 다음 참조. 김동욱, 한반도 안보와 국제법(서울: 한국학술정보, 2009), pp. 184~189; 제성호, “남북평화협정의 체 결방향과 법적 문제,” 심지연‧김일영 편, 한미동맹 50년: 법적 쟁점과 미래의 전
만약 유엔사가 유엔의 보조기관이라면, 유엔사 해체는 안보리 결의
를 필요로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엔사는 유엔 예산으
로 운영되지 않고 미국의 통제와 관리하에 운영되며, 유엔의 공식
자료 혹은 인터넷 홈페이지 어디에도 유엔사가 유엔의 부속기관이 라는 표현 혹은 암시조차 등장하지 않는다.252) 1994년 유엔 주재 북한 대사의 유엔사 해체 관련 문의에 대해 당시 유엔 사무총장인
부트로스 갈리(Boutros Ghali)는 유엔사의 존속이나 해체는 “미국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문제”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즉 유엔
사 해체는 미국의 동의로써 충분한 것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
조건으로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하며 평화협정을 체제안전의 핵심적
장치로 인식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 존재
의 명분을 상실할 뿐 아니라 비핵화 완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유
엔사의 해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평화협정의 체결은 정전협정의 산물인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해체를 수반할 것이며, 새로운 한반도 평화관리 기구
의 필요성을 낳을 것이다. 평화협정 이후 한반도 평화 관리를 위해,
예를 들어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주된 역할을 하고 평화협정의 또
다른 조인국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엔(혹은 제3국)이 함께 참여하
는 국제조정위원회가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
다.253)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중심적 역할을 하는 방식은 4.27 판
문점선언 제1항에 명시되었듯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에서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축의 실현을 위한 협의‧추진 기관으로서
252)이상철, 한반도 정전체제, pp. 91~93.
253)이 방안은 조성렬의 한반도 평화협정문 시안이 담고 있는 한반도 평화관리 방안과 유사하다. 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 “한반도 평화협정문 구상,” (2018.7.12., 통일연 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