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일반적으로 남한의 학부모들에 비해 자녀교육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책임감은 덜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북한이
탈주민의 증언은 자녀교육에 대한 이러한 북한 부모들의 인식의 단 면을 보여준다.
북한에는 학교교육으로 모든 게 잘 되어 있기를 바래요. 부모들이 책임으로 안 느껴요. 학교에서 니가 잘 배워야 된다, 이런 생각이 더 많아요. 집에 오게 되면은 “얘, 숙제를 했니? 숙제를 해라”, 이 거는 부모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내 책임이라고는 생 각을 안 해요. … (아이가 공부를 못하더라도 그것이 부모의 책임 이라고는) 절대 안 느껴요. 절대 아니에요! 이건 학교에서 애가 지 적으로 능력이 떨어져서 공부를 못하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지, 내 스스로 책임감은 안 느껴요.125
내가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그렇다는 거죠. 부모가 자식 공부 책 임 못 져 줘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학교와 본인, 이렇게 생각하지, 부모가 관심을 안돌려서 그렇다고 생각 안하는 거죠. 부 모들이 교육은 모두 학교 책임이고, 개인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 아요.126
술교육이라는 용어 대신에 ‘교육과 혁명실천의 결합’이라는 말을 사 용하고 있다. 교육과 혁명실천을 결합한다는 것은 교육을 실천상의 요구와 밀착시킴으로써 학생들을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 뿐만 아니라, 제 분야에서의 실천적 능력을 겸비하도록 교육하는 것을 의미한 다.127 이는 특정한 분야의 직업기능을 훈련시키는 것과는 구분되는 것으로, 일반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이론적 기초와 광범위한 안목을 갖추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종합기술교육의 원리를 북한의 교육법 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항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 4 조 교육과 실천을 결합시키는 것은 쓸모있는 지식과 실천 능 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필수적 요구이다. 국가는 교육사 업을 발전하는 현실의 요구와 인민의 리익에 맞게 하며 교육을 실 천활동과 밀접히 결합하도록 한다.
제 29 조 교육기관은 학생에게 건전한 사상과 도덕, 깊은 지식을 주고 그들이 튼튼한 체력과 풍만한 정서를 지닐 수 있게 정치사상 교육을 앞세우면서 과학기술교육을 깊이 있게 하고 체육, 예능 교 육을 결합시켜야 한다.
또한 1977년에 발표되어 1999년 교육법이 공포되기 이전까지 북한 교육의 기본 방향과 원칙, 교육내용과 방법을 규정하였던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에서도 다음과 같이 ‘교육과 혁명실천 결합’을 사회 주의 교육사업의 원칙 중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교육과 혁명실천을 결합하여야 한다. … 교육을 혁명실천과 밀접 히 결합하여야 하나를 가르쳐도 혁명과 건설에 써먹을수 있는 지 식을 가르칠수 있으며 사람들을 산 지식과 실천능력을 가진 사회 주의, 공산주의 건설자로 키울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혁명실천과
127남진우 외, 사회주의교육학 (평양: 교육도서출판사, 1991), p. 40.
결부되지 않은 순수 리론을 위한 리론, 지식을 위한 지식은 아무 소용이 없다. 사회주의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일반 원리와 리론을 실천과 밀접히 결부하여 가르치며 모든 리론과 지식이 혁명과 건 설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푸는데 적극 이바지할수 있도록 교육하 여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원칙에 따라 교육과정은 정치사상교육과 과학기술 교육, 예체능교육으로 크게 구분되고, 이 분야간의 긴밀한 연계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교육은 학생들이 졸업 후 담당하게 될 생산의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적 지식 및 기술 뿐만 아니라, 모 든 생산부문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일반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 는 교과 영역으로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초과학분야의 교육은 학생들이 사회주의건설의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과, 전문교육을 받기 위한 기초지 식을 체득시키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한다.128
일반지식교육 관련 교과와 함께 기초과학분야를 구성하는 또 하나 의 축은 기초기술교육이다. 이는 자연과학의 지식을 응용한 생산과 기술의 기초 원리와 전 산업부문에서 활용될 기초적인 기술 및 지식 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기학, 기계의 일반 구조와 원리, 전자 및 자동화 설비의 구조와 기초 원리, 제도의 기초, 간단한 기계부분품에 대한 도면 해석과 작성, 기계, 자동차, 트랙터 등 기초적인 기계의 구 조와 작용원리 및 운전기능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북한에서 종합기술교육의 또 한가지 축은 노동을 교육적으로 활용 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를 ‘교육과 생산로동의 결합’이라 말한다.
생산노동은 아동을 미래 사회의 구성원으로 준비시킬 뿐만 아니라,
128위의 책, p. 94.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에 참가하게 함으로써 현재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생산노동을 교육 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일반과목 수업에서 교육내용을 생산과 결부 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을 직접적인 교육의 과정으로 도입하였다. 생 산노동을 통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생산에 필요한 실제적 기술 기능 을 훈련하고 생산 관리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며 노동에 대한 사회주 의적 태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을 교육 목적으로 삼았다.
노동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도입한 1960년대 초반에는 이러한 교육 목적에 따라 노동을 통한 교육의 내용이 크게 네 가지로 설정되었 다.129 첫째, 현대 생산의 일반적 원리와 과학의 기본이다. 둘째, 다양 한 생산 부문에서 생산적 기능과 숙련이다. 셋째, 생산 계획의 수립, 노동력 조직, 생산 경쟁, 노동력 계산 및 평가 등 생산의 조직과 운영 에 관한 지식과 기능이다. 넷째, 노동에 대한 공산주의적 태도와 생산 문화, 직업적 정체성이다.
1977년 사회주의 교육에 관한 테제에서는 교육과 생산로동의 결합 을 사회주의 교육의 방법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생산로동에서 유리되여 학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생들을 생산로 동에 참가시키는 것은 그들을 혁명화, 로동계급화하여 교육의 질 적수준을 높이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학생들은 생산로동을 통하여 사상을 단련하고 로동계급의 혁명성과 조직성을 본받으며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공고히 하고 그 응용능력을 키우며 현실에 대한 체험과 로동에 대한 숙련을 쌓는다. 학생들을 생산로동에 참 가시키는데서 교육학적요구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교육 일변에만 치우치면서 생산로동을 소홀히 하는 경향과 학생들을 생산로동에 지나치게 많이 참가시키는 경향을 다같이 경계하여야 한다. 학생
129교육학분과 집필위원회, 교육학: 사범 전문 학교용 (평양: 교육도서출판사, 1960), pp. 192-193.
들의 생산로동은 교육교양에 도움이 되도록 합리적으로 조직되어 야 한다.
그러나 1970년대를 경유하면서 생산실습을 교육적으로 조직하기 위 한 물질적 기반이 취약해지고 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기초기술 교육 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학문지향적 교육과정의 성격이 강해지게 된다.
노동을 통한 교육도 봄철 농번기에 1-2개월, 가을 추수기에 1개월 정 도의 단순 노동의 형태로 교육적 의미와 분리된 채 남아있게 된다.
다음 <표 Ⅳ-1>, <표 Ⅳ-2>은 시기별 북한 중등학교 교과영역별 시간 비중과 한국 및 사회주의 국가의 교과영역별 시간 비중을 비교 한 것이다.
<표 Ⅳ-1> 중등교육과정의 교과 영역별 비중 비교 교과영역별
비중 국가
언어 사회과학
(정치사상)
수학․
자연과학
기초기술
(Polytechnic) 예체능 북한(1962) 15.5 7.7 33.7 38.9 4.1 북한(1983) 22.8 20.9 39.2 8.2 8.8 북한(2001) 25.0 22.5 39.9 6.0 7.5 한국(7차) 27.7 18.8 25.9 9.8 17.9
소련(1957) 46.7 36.8 10.5 6.0
소련130 26.0 8.7 35.9 18.6 10.8 동독(7학년)131 36.6 8.7 28.6 7.1 19.0
130J, Morison, “Recent Developments in Political Education in Soviet Union,”
The Making of the Soviet Citizen (London․New York․Sydney: Croom Helm, 1987), pp. 46-49. 초등 3년, 중등 8년 중 중등 8년 교육과정 비중임.
131동독 교육과정 구성은 V. D. Rust& D. Rust(1995), The Unification of German Education, p. 74에서 인용. 예체능시간수 비중은 군사학 1.93%가 포함 된 수치임.
<표 Ⅳ-2> 남북한 교육과정 교과 영역별 비중 비교
남한 중고등학교 북한 중학교
교과명 시간수(%) 교과명 시간수(%)
도덕 5.4
김일성 혁명활동 김일성 혁명력사 김정일 혁명활동 김정일 혁명력사 김정숙 혁명활동 공산주의 도덕
1.5 3.0 1.5 3.0 0.5 3.0
12.5
국어 15.2 국어
문학
7.0
4.5 11.5
영어 12.5 한문
외국어
4.0
9.5 13.5
사회 13.4 력사
지리
5.0
5.0 10.0
수학 13.4 수학 18.9 18.9
과학 12.5
물리 화학 생물
8.0 6.5
6.5 21.0 체육
음악 미술
8.9 4.5
4.5 17.9
체육 음악 미술
4.5 2.0
1.0 7.5
기술, 가정 9.8 제도
컴퓨터
1.0
5.0 6.0
※ 남한의 교육과정은 1997년 고시된 제7차 교육과정을, 북한은 2001년 교육과정을 참조하 여 학교급별 전체 시간 수(남한의 경우, 재량활동, 특별활동 시간을 제외한 전체 시간 수) 를 기준으로 각 교과별 시간비중을 나타낸 것임.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의 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교 과목별 비중은 시기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산업화 초기인 1962년에는 기초기술교과의 비중이 40%에 가까운 데 비해 정치사상 교과를 비롯한 사회과학 교과 비중은 7.7%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정 치사상교과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여 현재는 20%를 넘는데 비하여 기초기술교과의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 6.0%로 여타 사회주의
국가는 물론 남한보다도 그 비중이 작다. 수학 및 자연과학 교과는 꾸준히 30% 이상의 높은 시간 비중이 유지되어 왔고, 현재에도 거의
40%에 가까운 시간 비중으로, 이 역시 여타 사회주의 국가 및 남한
보다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의 교육과정은 교육 과 생산노동의 결합을 표방하지만 적어도 교과목 구성을 볼 때에는 기초기술교육이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