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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술교육의 변질

북한 노동인력 양성 체계의 가장 중요한 내용적 특성은 노동과 교 육의 결합이라는 종합기술교육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 술학교 제도가 유지되었던 1966년까지 종합기술교육은 원칙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정치교육의 강화 및 경제적 상황 악화에 따라 종합기술교육, 특히 기초기술교육과 실습 등이 유명무실 해지게 되었다. 앞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북한 중등학교에서 기초기술 및 실습 교과는 교육과정 시간수 비중에 있어서도 여타 사 회주의 국가나 남한에 비하여 상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교과 수업이 내실있게 운영되고 있지도 못하다. 북한이탈 청소년들은 북한의 중등학교에서 받았던 기초기술교과수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고등중학교 때는 제도를 배우는데, 그 제도 해가지고 참 별로였어 . 그냥 기초적인 것들을 배워주는 거지요. 완전 복잡한 도면 말 , 간단한 도면 이런 거는 볼 수 있죠. 고등중학교에서는 기초적 인 것들만 해주구요.173

실습이라는 게 일주일에 고조 한번이나. 그저 앞으로 사회 나가 서 일을 하는데 가장 초보적인 거는 알아야 하니까. 소위 뭐, 패면 대패질 할 줄 알고 그런 거. 가장 초보적인 고조, 그런 목공 실습 정도 했습니다. 목공장에 가면 드릴이라든가 기계 공구들이 있는데, 선생님 지도 밑에서 자체, 뭐 만드는. 기계 부속 같은 거 깎는 법도 배우고. 고조 다루는 법을 간단히 배우죠. 이건 가장 소외되는, 이거 수업도 아니고, 고조 학생들의 기본 소양을 위해 서 하는.174

기초기술 및 실습 교과 수업이 학생들에게 졸업 후 취업하여 바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광범위한 직업기능을 훈련시키 는 정도의 수준으로도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 과목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습 및 실험 기자재와 교구의 부족이다. 교사 출신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의하 면 1980년대부터는 실험실습 진행에 필요한 기구나 교구가 중앙에서 공급되지 않아 교사들이 이를 개인적으로 확보해야만 했다고 한다.

60년대는 물질적인 보장으로 실험실습은 그때가 좀 더 잘 한 것

같아요. …70년도까지는, 나라 재산, 재산이 조금 있을 때는 교육

자금으로 부분에 투자를 한 게 있으니까 그걸로 인해서 실험기구 도 좀 나오고 시약도 좀 나왔는데, 최근에는 전혀 없는 거예요. 가 70년대 초반에 교육할 때만 해도 좀 나왔는데 후반엔 없어. 다음부터는 어떻게 하는가 하면은, 기업소 실험실에 가서 뭐 어떻 고 어떻고, 이런데 아이들 교수를 위해서 주세요, 그렇게 하면 선 생님이 너무 아글타글 애들을 위해서 하는 인정에 못 이겨서 없는 것도 덜어주는 거예요. …심지어는 기술대학 같은 거 있어요 애들 이 자동화 학부다 그럼 라디오 같은 거는 분해조립해야 되잖아. 그런데 그거 할 라디오가 없어.175

173K2, 청진시 고등중학교 졸업(1986-1991), 전문대학 졸업(1992-), 조정아 면담 (2003년 11월).

174H3, 함흥시 고등중학교 졸업(1986-1991), 조정아 면담(2003년 11월).

모든 내용을 애들한테 직관화해가지고, 생동한 수업을 해라, 거짓 말 수업을 하지 말고, 이렇게 됐어요. 그런데 실제 수업을 할려고 보니까, 냉장고, 전반적으로 우리 노동자구에 냉장고 없는 집이 한 집도 없어요. 그러니까 애들한테 실물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 안되는 거에요. …교육 지령은 애들에게 산지식, 실물교육을 해라, 강령은 나오지만 그것이 수업하고는 너무 떨어져 있어요.176

이러한 실정은 고등교육이나 공장 부설 인력개발기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실제 응용부문에 들어서서는 컴퓨터 기술이라든지 아니면 공장 기업소들이나 대학실험실들이나 나가서 실습을 하자면 설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요. 배운 것은 현대적으로 배웠는데, 나가보면 설비들은 낙후되어 있고 대학 실험실에서조차 실험설 비들이 제대로 없으니까 거기에 대한 마땅한 실험을 할 수 없고 하니까, 배운 것을 결국은 까먹게 되고. 배우는 것은 배운데 그칠 뿐이지 응용하기에는 현실과 너무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요. 대학 에서 배운 것을 착상해가지고 그것을 옮겨보자면 설비들이 없어 . 예를 들어서 레이다 설비에 대한 것을 가지고 그걸 가지고 응용해 볼라고 하면 레이다 설비를 만들만한 조건이 전혀 되지 않는 거예요.177

어느 정도 공부하고 나면 자기가 일하는 공장기업소의 기계들에 정통하고 대학생들이 설계도면까지 다 칠 줄 알고 그것에 대해서 파악을 하게 되요. 그러나 그 앞서 그 이상의 것을 활용할 수 없죠.

그 이상의 것을 하자면 어디 가서 원자재를 물어오면 되는데, 한은 돈 있다고 어디 가서 살 데가 있는 게 아니고.178

노동과 교육의 결합을 통한 전면적으로 발달된 인간 양성이라는

175H4, 황해남도 고등중학교 교사(1970-1980), 조정아 면담(2003년 8월).

176C1, 함경북도 인민학교 교사(1984-1996), 조정아 면담(2005년 5월).

177L1, 건설분야 기업소 부직장장(1992-1996), 한국교육개발원 면담(2003년 6월).

178한국교육개발원 면담(2003).

종합기술교육의 지향으로부터 더욱 멀리 이탈한 것은 중등학교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생산노동이다. 중등학교에서 실 시하는 생산노동은 학생들로 하여금 노동의 가치를 인식하도록 하고 현장실습 경험을 통해 미래의 직업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술과 태 도를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산노동은 교육적 의미를 지니는 현장실습이 아니라 단순한 노동력 보충의 기능을 하고 있다. 교사 출신 북한이탈주민은 중등학 교에서 이루어지는 생산실습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그 다음에 실지 중학교 과정에 애들이 두 달씩, 그 다음에 가을에 한달, 무조건 농장동원해요. 무보수에요. 현실 체험이라 하게 되면 정말 23일로 해가지고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가르쳐줘야 되잖 아요. 그런 교육은 하나도 없어요. 농장원이 되는 거예요, 학생이. (북한의 교육이론에 의하면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요?) 가 말하는 게 교육이론은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라 이거죠. 장에 수확과 농장 근로능력이 모자라니까 학생을 대용능력을 쓰 는 거예요, 노동인력으로. (선생님들이 교육 원칙대로 하려고 생각 안 해요?) 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농장원처럼 공수를 요구하고, 학교에서 공수를 떼어 가지고 오라거든요. 공수를 요구한다는 자 체는 노동력을 늘리기 위한 것이지 학생들의 배운 내용을 실천과 결합하라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공장이나 생산단위를 가야만 실 천과 내가 배운 것과 결합이 되겠는데, 이건 순수 농장일 밖에 없 는 거에요. (노동자구에 있는 학교들에서도 그랬어요?) 다 농장 일을 나간다니까요. 그니깐 사실은 현실에 맞는 교육이 되자면 탄 광에 하루 동안 방문해가지고 이런저런 걸 다 배우고, 그 다음에 도자기 공장이 있어가지고 12일로, 이렇게 돼야 되잖아요. 근데 절대 그건 견학이 안돼요, 갈 수도 없고. 학교에서 승인을 안 해줘 . 내가 교원을 해봤지만, 깎아놓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학교 나 똑같애요.179

179C1, 함북 인민학교 교사(1984-1996), 조정아 면담(2005년 5월). 괄호안의 글은 연구자가 질문한 내용임.

교육이 매개되지 않은 단순노동은 북한의 교육이론에서 제시하는 학습 내용과 실천의 결합이라는 교육적 효과를 거두지 못할 뿐만 아 니라 오히려 1-2개월간 학습의 중단으로 인하여 학습의 연계성 확보 측면에서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일부 중학교에 서는 고학년 학생들 중 대학에 진학할 실력을 갖춘 성적 우수자들에 게는 생산노동을 면제하기도 한다.

나도 대학생활을 해봤는데, 공부하다가 한 보름 동안 부업농장에 나가서 일하고 나면 그 기간에 배웠던 영어단어, 그 기간에 배웠 던 뭐, 하나도 생각 안 납니다. 연결해서 배워야 하는데 도중에 몇 달씩 일을 시키다 보니까 그 전에 배웠던 건 가물가물하지요.180

수학소조 학생들은 생활총화 같은 거, 비중이 큰 활동들은 참가하 지만 비중이 덜한 활동들은 빼줘요. 그리고 6학년쯤 되면 아예 그 것도 다 빼줘요. 중학교 봄, 가을에 농촌에 지원나가는 거, 거기서 도 빼줘요. 불법이거든요, 불법이지만…. 왜냐하면 학교에서 매해 마다 대학가는 인원수에 따라서 그 학교 명예가 결정이 되잖아요. 그 명예 때문에 선생님들이 거의 불법으로 진행을 해요. 교육법적 으로는 그렇게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는거죠.181

이는 오히려 생산노동이 교육적 의미를 상실하는 것을 넘어서서 학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생산노동의 면제가 학과학습에 대 한 긍정적 강화기제로 작용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180K3, 인민경제대학 졸업(1980-1983), 한국교육개발원 면담(2003년 6월).

181K2, 청진시 고등중학교 졸업(1986-1991), 전문대학 졸업, 조정아 면담(2003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