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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생산현장 간 연계 체계의 문제

사회주의 경제하에서 소유권의 국가부문으로의 집중은 노동시장과 기업효율성에 크게 두 가지로 영향을 미친다. 첫째, 노동을 작업에 배

204K5, 함경북도 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1981-1999), 조정아 면담(2005년 8월).

분하는 권한을 국가가 가짐으로써 국가는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을 개 별 노동자에게 연결하는 것에 대한 중대한 통제 권한을 행사한다. 둘 째, 학교 졸업생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평생노동서비스가 이루어지 는 작업단위를 할당받는다. 작업장에 나타나 공동의 최소한의 노력기 준을 달성함으로써 받을 수 있는 안전성에 대한 대가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서비스를 개발축적하고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된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숙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작동할 여 지가 없게 된다. 더 숙련되고 의욕이 있는 노동자들은 효율적으로 고 용되지 못한다. 투입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질에 대해서 보상 되지 않게 때문에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체화된 기술변화를 축적할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혁신이 상실된다.205

이러한 특성은 북한의 학교와 생산현장간의 연계 체계에 있어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인력 배치는 노동력의 수요 와 공급의 작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중앙 정부의 ‘계획’에 의해서 이루 어진다. 인력 양성과 배치에 관한 계획은 중장기적인 성격을 띨 수밖 에 없지만, 경제적․산업적 변화 요인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계획과 실지로 필요한 노동력 수요와의 괴리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한 북한 이탈주민은 “국가생산계획도 잘 못 맞추는데 인재 양성은 국가에서 제 나름대로 계획한다고 하지만 탁상계획이 많다”고 표현한다.206

또한 북한에서는 입직을 위한 실질적인 직업훈련이 직장 배치 이후 에 이루어진다. 일반중등학교가 계열별로 분화되어 있지 않고 학교교 육 이외에 다양한 교육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일반적인 중등학

205전병유․이일영․김연철․양문수, 󰡔북한의 시장․기업 개혁과 노동인센티브제 󰡕 (서울: 한국노동연구원, 2004), pp. 19-20.

206H2, 함경북도 대학 교원(1979-2001), 조정아 면담(2005년 11월).

교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개발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또한 직업과 직장 배치의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능력이 고려되 기는 하지만 본인의 의사대로 자유롭게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수 있 는 여지가 좁기 때문에 학교와 생산의 장인 직장을 연계하는 노동력 배치의 구조는 결정적인 구조적 결함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적성이나 희망과는 다른 직장에 배치된 노동자들은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노동 자체의 의욕을 상실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북한이탈 주민의 증언이 그러한 예이다.

북한에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적성은 전혀 고려하지를 않아요. 체로 졸업을 하게 되면 집단 배치가 많이 돼요. 그때 배치를 받는 아이들의 소원은 무엇인가, 자기가 군대를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 이 소원이에요.

북한에서 일할 때는 솔직히 말해서 마지못해 일했거든요. … 사람 이 일하는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직업이 있거든요. 근데 북한에서 는 한 번 그 공장에 들어가게 되면 죽을 때까지 그 직업을 싫든 좋든 해야 되거든요. 나는 다른 걸 하고 싶었거든요. 북한에서의 직업은 내 생각하는 직업이 아니었거든요.207

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간부양성소 등을 졸업한 고급인력인 경우에 도 배치의 과정에 행위자들 간의 ‘흥정’이 작용한다. 이러한 흥정은 주로 당 권력과 관계있는 경우에 유효하며, 자신이 전공한 부문에 배 치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이 흥정의 과정에서 밀려나 면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배치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사례가 그러 한 예이다.

207K5, 함경북도 제강연합기업소 노동자(1981-1999), 조정아 면담(2005년 8월).

못 가는 경우도 있지요. 무역학과 우리 학급에도 60명이 있었는 데 무역 부분에 간 사람은 17명 밖에 못 갔거든요. 나머지는 모두 지방에 보내서 양정위원회 그런 부분 가서 쌀이나 공급해주는 지 도를 하고, 검찰, 감찰, 안전 부분에 가고, 돈이라도 좀 있다든가, 자기 친척 중에 든든한 간부가 있다든가 하면, “야 내 조카인데 한 번 봐주라하면 공부를 대학 때 못 했어도 무역기관에 가는 거 지요.208

이미 호텔부문에 사람들이 다 차 있잖아요. 양성소에서 나왔다 하 더라도, 뭐 도에서 배치하는데, 다 천한 권력이지만 사람들은 다 그런데 가고 싶어하거든요. 그러니까 힘 있고 능력 있는 자식들이 나 가죠. … 그래서 편직공장으로 가게 됐어요.209

고급인력이나 특수부문 인력이라 하더라도 배치의 과정에서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직장에 배치를 받을 경우 적성을 고려하여 이직을 하기 는 쉽지 않다. 따라서 고등교육기관에서 습득한 전문지식․기술과 관 련이 없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능공학교와 같은 양성훈련기관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직업기술을 갖추지 못한 예비노동력에게 특정한 분야의 기술을 갖추 어줌으로써 중등교육 단계에서 직업기술교육의 부족과 일방적인 배 치로 인한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러나 양 성훈련은 대부분 개별 공장, 기업소로 직장 배치가 완료된 이후에 공 장 부설 양성훈련기관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요컨대, 북한의 학교와 직장 간 연계 체계는 중등학교에서 개인의 직업적 적성의 개발과정이 진행되지 못한 채 직업을 선택하여 직장

208K3, 인민경제대학 졸업(1983), 한국교육개발원 면담(2003년 6월).

209L3, 대외봉사 간부양성소 졸업(1977), 함경북도 공장노동자(1977-1998), 조정아 면담(2005년 8월).

에 배치되고, 특정한 직장에 소속된 상태에서 양성소의 직업훈련 과 정을 거치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직이 어려운 체제로 구성되어 있어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개발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VI

결론: 정책적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의 노동인력 개발 체계는 정책적, 내용적 측면과 그 실질적 운영 면에서 몇 가지 특성을 지닌다.

첫째, 국가가 주요 정책과 제도를 결정하고 운영을 총괄하지만 실 질적인 교육기관 운영에 필요한 자원은 국가 예산만이 아닌 대중 동 원을 통해 확보한다. 이러한 방식은 단기간에 노동인력 개발 체계를 확장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인력개발 체계의 질 적 발전에 제약을 가져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북한 노동력 개발 체계의 가장 중요한 내용적 특성은 노동과 교육의 결합이라는 종합기술교육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등학교의 기초기술 및 실습 교과는 실습 여건이 열 악하고 교육과정 비중이 작기 때문에 내실있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 다. 또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생산노동은 교육적 의 미를 지니는 현장실습이 아닌 단순한 노동력 보충의 기능을 담당하 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셋째, 공장 내 노동인력 개발 체계로 다양한 현장훈련제도와 공장 대학 등 직장 부설 정시제 교육기관이 갖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생 산과정의 불안정성과 노동문화 등의 행위자 요인,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부재 등으로 인하여 노동인력 개발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넷째, 노동인력 양성과 배치가 ‘계획’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실지로 는 계획과 실지 노동력 수요간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또한 중등 학교에서 적성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입직을 위한 양성훈련이 직장 배치 이후에 이루어진다. 직업과 직장 배치 과정에서 직업과 직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좁고 행위자들간의 ‘흥정’의 요소가 개입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인력 배치와 개발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러한 북한 노동인력 개발 체계의 특성은 향후 노동인력 개발 분 야의 남북교류협력에 있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노동인력 개발 분야의 남북교류협력의 첫 단계는 경제난 이 후 파괴된 북한의 노동인력 개발 인프라를 복구하고 현대화하기 위 한 대북지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 북한의 노동인력 개발 체 계는 사회주의적 인력 개발 제도가 지니는 평등성이나 국가의 책임 성 등의 장점마저 상실할 정도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인력 개발 분야의 대북지원에 있어 인력 개발에 필요한 기자재 지원, 교육 프로그램 지원, 전문가 파견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교육 부문의 대북지원은 ‘어린이’에 대한 ‘일반구호’를 중심으 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향후 대상을 청소년 및 성인층으로 확장하고, 사업 성격 면에서 개발지원과 상호교류로 질적 전환을 모색해야 한 다. 특히 “수혜자 스스로 자신들의 가치와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이 를 위한 행동을 그들 자신들이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참 여적 개발”210을 원칙으로 개발 지원 전략과 과제를 설정해야 함으로 써 소모적인 지원이 아니라, 노동인력 개발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 기 여하는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기의 교류와 협력은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지니지 않으면 서 북한 측에서 교류의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북한이 인력 개발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 고 있는 IT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210Deborah Eade & Suzanne Williams, The Oxfam Handbook of Development and Relief (Oxfam Publication, 1995); 이종무, “대북 지원사업의 변화와 발전 을 위한 모색,” 󰡔2004년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정책토론회 자료집󰡕 (2004)에 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