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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래 북한사회는 과거와 미래의 혼합물이다. 점차적으로

미래적 요소의 세력이 확장하고 과거적 요소의 기세가 줄어들고 있지 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과거는 이데올로기적·법적으로 공고히 살아남 아 있다. 한편에서 과거식 체제가 이데올로기적·법적으로 공고하게 남아있는 것과 함께 정권 자체가 새로운 변화에 진화하고 적응해왔기

280_탈북자 면담, 2008년 10월 15일.

281_임홍군, 󰡔흔들리는 북한군󰡕, pp. 24~29.

때문에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정권의 내부변화에 대한 정책자세는 시기별로 차이를 보여준 다. 1990년대 발생한 변화에 대해 더 이상 정면으로 거부할 수 없게 되자, 2000~2004년까지 기간 동안 나타난 변화에 대해 북한정권은 적응과 편승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가 2005년부터 억제와 통제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정책결정집단 내부에서 보수파의 세력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2005년부터 정권의 정책방향과 사회의 변화방향에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억제와 통제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을 추진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내에서는 대체로 미래형 요소가 확장해가 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래형 요소란, 부정부패의 확산, 사실상의 개별경영의 확산, 시장적 거래의 확대, 준 공무 겸 준 사무(私務)의 확산, 동기부여 기제로서 물질적 자극의 중요성 증대, 국가가 직접 관장하지 못하는 관계망의 증대 등등이다. 또한 현저히 개방적이고 개혁적이며, 금전을 중시하는 전후 3세대가 북한 국가의 주력군이 되 어 가는 추세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2009년도 150일 전투의 시행은 보수적 정권이 변화하는 사회에 대 해 강력한 공격을 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50일 전투 시행을 통하여 북한정권은 전체사회의 정치적 기강과 통제를 일신하여 강화 하고, 특히 법적으로는 여전히 국가에 고용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영업을 하거나 사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노동력에 대한 통제를 현저히 강화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러한 150일 전투는 노동력에 대한 국가의 재장악과 동원을 시도하는데, 이를 통해 자연히 사적 경제와 시장의 번성이 저지될 수 있다. 여기에 북한당국은 추가적으로 거래금지 품 목의 설정, 국영상업망 및 양정사업소의 강화를 통해 시장의 번성을

저지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요약하면 북한 내부체제는 크게 변화해왔고 변화해가는 중이지만, 2005년 이후 북한당국의 정책은 이에 대해 억제와 통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억제와 통제는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그 이유 는 여러 변화, 미래적 요소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 다. 그러나 억제와 통제의 정책이 반드시 실패한다고만은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정책은 정권이 내부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 하면서 시간을 벌고, 그리하여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적응과 편승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출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당국의 억제와 통제에 주안점을 둔 정책은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 이며 전술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부체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대세라고 해도, 그 변화를 구성하고 있는 미래형 요소들, 그 요소들 간의 관계가 반드 시 건설이며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이러한 여러 미래형 요소의 상호 작용이 건설적이며 생산적 결과를 내자면, 의식적이며 올바른 정책추 진과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반상황을 볼 때, 북한 내부체제 의 역동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를 건설적이고 생산적으로 유도하는 능력을 가진 주도세력의 등장을 조만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정치와 경제는 폭정과 분권화된 약탈이라는 특징을 가지며, 이는 북한이 빈곤과 억압의 영속화 구조에 빠져들어 있다는 것을 의 미한다. 이로부터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자면, 개혁에의 확고한 의 지와 능력을 가진 정치세력 또는 정부가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여건으로 보았을 때, 북한에 이와 같은 정치세력 또는 정부가 조만간 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이와 같은 기대를 더욱 낮추는 것이 있다. 그것은 2005년 이래 북한

의 집권층과 대내정책이 보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2000~2004년의 짧은 기간 동안 개혁적 정책이 추진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5년부터 정책방향이 변화하여, 경제관 리자로서의 내각의 약화, 시장단속의 강화, 공업개혁의 주요 조치 포 기, 계획경제의 강조, 150일 전투와 같은 고전적인 노력동원정책 등의 조치가 실시되어 왔다.

이와 같은 조치는 특히 2008년 8월 김정일 건강이상 발생 이후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09년 2월과 4월에 걸쳐, 국방위원회의 권위가 신장하고 위원구성이 확대·개편되었다. 이는 북한의 정책결정 전반에 서 군대와 보안기구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미 사일 발사실험, 2차 핵실험, 핵무기 보유국가 인정 요구 등의 북한의 강경정책은 주변국과 생산적인 경제관계가 확대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