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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결
국가-사회 관계라는 문제 설정은 한국의 북한연구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지 않은 문제 설정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북한 연구에는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연구로 볼 수 있는 연구도 다수 존재한다. 대체적으로 두 가지를 구별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 정 치에 관한 연구, 정권의 사회 통제에 관한 연구 또는 북한 인권 연구 가 그러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대체적으로 고전적 전체주의론 의 관점에 경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데올로기의 중요성, 중앙 통제의 매우 높은 효과성, 국가/정권과 사회/개인의 일체성을 묵시 적으로 또는 현시적으로 전제하는 것이 대세이다. 그렇지만 두 번 째, 1990년대 이래 전통 북한체제가 와해되면서 국가-사회 관계 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상황이 전개하고 있다. 즉 북한에서도 중앙 통제가 약화되고 시장이 발전하는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과거에는 일체로 보였던 정권 대 사회가 이제 서서히 분리해나가는 것으로 도 인지되고 있고, 그 양자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논의도 전개 되고 있다.
스탈린시대 연구 그리고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여러 이론과 논쟁은 한국에서의 이러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 줄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먼저 스탈린 시대의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한국의 북한연구에서 지배적인 전통적 전체주의론식 접근과 분석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는 전통 전체주의론적 접근을 명시적으로 옹호하고 명시적으로 그에 근거를 둔 연구는 드물다. 그 렇지만 한국의 북한 정치 연구는 대체로 이데올로기의 중요성, 사회 통제의 매우 높은 효과성, 국가/정권과 사회/개인의 일체성이라는
시야의 좁은 테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140) 스탈린시대의 국가-사회관계에 관한 연구의 성과에서 한국의 북한연구가 최소한 수용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은 관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국 가 권력은 압도적이고 주도적이지만 사회나 개인 역시 수동적이지 만은 않으며, 따라서 양자 간에 갈등 또는 투쟁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141) 또한 북한에서도 당과 국가가 주도하고 관리하는 공식 관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발생시키는 역기능을 완화하 고 또한 사회 또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비공식적으로 관찰하는 과 정에서 개인들과 조직들 간에 매우 두텁고 만연하는 비공식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국가-사회 관계 연구는 1980년대 말까지 그리고 1990 년대 이후 북한의 국가-사회 관계를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 다. 특히 모택동 시기 중국의 단위 체제와 관련한 국가-사회 관계 연구는 상당부분 그대로 북한체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 장에서 설명하듯이, 중국과 북한의 사회주의는 소련의 사회주의와는 구별되는 동류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중국 개혁기의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연구는 1990년대 이래 북한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한국과 비교할 때, 북한에서 의 시장화나 사회와 개인의 자율성 증가는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 러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모택동 사후 변화를 놓고, 위에서 언급했 듯이, 시민사회론, 후견주의론, 국가코포라티즘론이 존재한다. 북
140) 박형중, 북한의 개혁개방과 체제변화 (서울: 해남, 2004), pp. 3~59.
141) 북한과 관련하여 이러한 기본 관념에 가장 가까운 기존 연구 사례로, 박형중, “1950 년대 북한의 정치와 권력: 인전대적 동원 체제 형성과 3중의 권력 투쟁,” 현대북한 연구 , 2권 2호 (1999), pp. 73~120; Charles K. Armstrong, “North Korea and the Education of Desire: Totlitarianism, Everyday Life, and the Making of Post-Colonial Society,” Alf Lüdtke (ed.), Everday Life in Mass Dictatorship:
Collusion and Evasion (London: Palgrave, 2016), pp. 165~183.
한의 경우에도 변화에 대한 해석에서 시민사회론과 후견주의론에 상응하는 논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두 견해 모두 중 국의 경우에서 만큼 보다 명료하고 정치하게 발전해 있는 것은 아니 다. 시민사회론은 대체로 북한의 시장화가 북한의 긍정적 변화 또는 한국식 방향으로의 변화에 동력이 될 것이라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기대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시민사회론에 등장한 것과 유사 한 맥락에서 북한의 돈주가 장차 봉건시대 신흥 부르주아처럼 민주 화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 시장화가 북한 현존 체제를 약화시 키리라는 기대 등이 존재한다.142) 반면 중국연구에서의 후견주의론 에 가까운 견해도 존재한다. 북한의 시장화의 주역은 정권 기관 산 하의 상업적 회사이고, 시장화가 정권을 반드시 약화시키는 것은 아 니라는 주장이 이러한 맥락에 서있다.143)
스탈린시대 연구 그리고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여 러 이론을 어떻게 북한연구에서 창조적으로 소화하고 번안할 수 있 는가, 이것이 다음 장의 핵심 주제이다.
142) 이러한 여러 논의에 관하여 박형중․박영자, 북한변화 촉진 및 남북 친화성 증대 (서울: 통일연구원, 2014), pp. 53~128.
143) 이 같은 맥락의 여러 주장에 대한 검토로, 박형중, “북한 시장에 대한 정치학적 분석,”
한국정치학회보 , 제46집 제5호 (2012), pp. 20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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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북한에서 국가-사회 관계 모델 시론
박형중
(통일연구원)이상으로 소련 스탈린시대의 국가-사회 관계 및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여러 이론 그리고 그들 사이의 논쟁을 간략 히 검토했다. 이 장의 목적은 이러한 검토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시론적 모델을 정립해보 는 것이다. 여기서 정립된 시론적 모델을 바탕으로 다음 Ⅳ장은 ‘북 한식 전체주의와 조직생활사회’라는 제목으로 북한에서의 국가-사 회 관계의 구체적 특징과 역사적 변천을 서술한다.
Ⅲ장의 1절은 북한에서 국가-사회 관계 분석을 위한 이론적 개념 틀을 정립한다. 이 시도는 신-전체주의론 즉 냉전 종결 이후 재해석 된 전체주의론을 중심으로 한다. 2절은 소련-중국-북한의 사회주 의 모델을 서로 비교하면서 소련 대 중국/북한, 그리고 중국과 북한 을 비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