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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
스탈린주의 연구와 비교할 때,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 연 구는 공통성 뿐 아니라 상당한 차별성을 갖는다. 우선 공통성은 양 자 모두 1950~1960년대 초기 연구에서는 전체주의 모델에 입각했 다는 점이며, 그 이후의 연구는 전체주의론적 관점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지향했다는 점이다. 그 이외의 점에서는 양자 간의 차이도 크다. 스탈린주의 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는 보다 거시적 틀에서 정권 대 개인 또는 정권 대 집단의 양자 간 동태성을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모택동 시대의 국가-사회 관계 연구는 기업 내부 또는 단위 내부에서 간부 대 노동자 또는 간부 대 농민이라는 보다 미시적 대상을 연구 주제로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중국 에서 개혁개방 이후 시대와 관련해서는 보다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 사회관계의 동태성이 연구의 주요한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분권화와 시장화의 과정 속에서 국가와 사회의 분리가 보다 선명해지고, 이에 따라 양자 간의 동태성에 관한 연구가 점점 더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가. 주요 흐름과 개념 정의
Harry Harding과 Elizabeth Perry에 따르면, 중국연구는 탈-모 택동 개혁과 함께 제3세대 진입했고, 이 제3세대 연구의 주제가 국 가-사회 관계였다.83) 이러한 중국연구에서 3개 세대는 정치 환경과 연구주제, 연구방법과 연구내용에서 서로 구별되는 특징을 가졌다.
1960년대 제1세대 중국연구는 냉전의 영향 하에 진행되었고, 1970
83) Harry Harding,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Toward a Third Generation of Scholarship,” World Politics, vol. 36, no. 2 (1984), pp. 284~307; Elizabeth J. Perry, “Trends in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State-Society Relations,”
The China Quarterly, no. 139 (1994), pp. 704~713.
년대 제2세대 연구는 1960년대 중하반의 문화혁명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1980년대 제3세대 연구는 1970년대 말 시작된 개혁과정을 중심 주제로 했다.
제1세대는 국가 사회주의가 중국에 어떻게 강요되었는가라는 문 제를 중심으로 주로 전체주의론의 영향 하에서 진행되었다. Harding 이 제시하는 바에서 이 시대 중국 정치 연구의 주요 특징을 요약해서 보면,84)
“1) 개별 학자는 크고 다양한 주제를 일괄하여 다루는 경향, 또한 과도한 일반화 경향이 있었다.
2) 이론적 또는 비교 시도를 소홀히 하고 서술적(descriptive) 차원 에 머무름으로써 과소개념화(undercoceptualization) 경향이 있었다.
3) 이 시대 연구가들은 중국학 전통에 집착하면서, 중국 정치를 독 특한 사례(unique case)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중국 공산 체제는 중국의 전통, 혁명시기, 소련 경험 또는 공산당의 맑스- 레닌주의 유산에 의거하여 수립된 것으로 파악했다. 비교정치학 에 입각 일반적 개념이나 모델을 적용하는 데 실패했다.
4) 공식 문건을 토대로 연구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프 레임으로 중국 정치를 서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이 시대 연구는 중국 정치 실제 작동에 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중국 공 산당 공식 문건에 주석을 단 해설서라고 할 수 있었다.”85)
84) Harry Harding,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Toward a Third Generation of Scholarship,” pp. 286~290.
85) 당시 중국 정치 연구에서의 이러한 특징은 1990년대까지 한국의 북한 정치에 거의 동일한 양상으로 반복되었다. 북한 특수성론, 주체사상 결정론, 지도자 결정론, 북한 헌법을 대체로 그대로 재생하는 것에 머무르는 북한의 국가체제 설명 방식 등이 존재 한다. 이들 연구의 많은 부분은 초기 기초연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박형중, “북한 정치 연구에서 ‘북한 특수성론’,” 통일문제연구 , 제27권 4호 (1997), pp. 160~187.
제2세대는 (전체주의이론으로는 설명 불가능했던) 문화혁명을 설 명해야 했는데, 그 영향으로 여러 종류의 다원주의적 모델을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제2세대에 속하는 학자들은 정치테러와 대중 동원 이 감소하면, 정치통제의 틀 내에서도 관료 집단 간에 정치경쟁이 재발한다고 보았고, 이러한 경쟁은 다원적이라 서술될 수 있다고 했 다. 역시 Harding이 제시한 제2세대 연구의 방법론상 특징을 요약 해 보면,86)
1) 1세대가 공식문건의 서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가운데 공산체 제의 공식 표면에 초점을 맞추었음에 비해, 2세대는 한편에서 공식적 표면이 아니라 홍위병 자료가 보여주었던 바의 비공식적 이지만 실질적 정치 작동의 측면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2세 대는 홍위병 자료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모택동 주의자의 정치 관점, 그들의 자료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던 중국 정치 모델을 넘겨받아 자기 것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2) 1세대가 대주제 연구와 과도한 일반화를 특징으로 했다면, 2세 대는 정책 영역, 지리적 영역 등에서 세분화된 주제를 다루었다.
3) 2세대는 1세대에 비해 개념화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단순 자료 축적을 넘어서 보다 일반적 모델 건설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중국연구와 비교정치를 통합하는 과정이 아직 충분하 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4) 중국 정치연구는 아직까지 비교정치학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었 고, 여전히 중국학적 편견이 강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독특하 며, 따라서 다른 정치체제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 이다. 중국의 역사, 문화와 정치는 매우 복잡하여 이러한 연구 에 전체 인생을 건 사람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86) Harry Harding,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Toward a Third Generation of Scholarship,” pp. 291~300.
제3세대는 국가-사회 모델에 기반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국가 건 설, 시민 사회, 시장과 민주주의와 같은 주제가 중심으로 등장했다. 정 치변화의 원인, 성격, 그리고 결과가 국가 기구와 사회 전반이 서로 상호 작용한 생산물이라 해석되었다.87) 첫째, 둘째 세대 연구가 국가 의 막강한 힘을 강조하고 당-국가가 사회를 통제하는 과정, 그리고 국 가가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목표와 조직상의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사 회에 침투하고 사회를 형성하고자 할 때 사용했던 행정 메커니즘과 기 술을 검토했다.88) 이에 비해 셋째 세대 연구는 국가와 사회 간의 쌍방 향의 상호작용과 영향력 행사를 중심으로 국가-사회 관계를 연구한 다. Harding이 파악했던 바의 제3세대의 연구 방법상의 특징은89)
1) 과거에는 활용 불가능했던 정보원천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현장 연구라든지 아카이브 연구, 보다 다양해진 공식 간행물들 등이다.
2) 이전 시기 학문적 축적을 지적으로 종합하고 일반화하는 노력을 계속해 가고 있다.
3) 중국 정치연구의 비교정치학의 통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리하여 중국 특수성(Chinese exceptionalism)론이 거의 소멸 했다. 중국과 소련 및 동유럽 국가에서의 개혁비교, 다른 아시아 국가와의 경제개발의 비교 등 비교정치학적 연구가 발전했다.
4) 중국 정치를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으로 연구해야할 필요가 높아졌다.
87) Elizabeth J. Perry, “Trends in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State-Society Relations,” p. 705.
88) David L. Wank, “Political Sociology and Contemporary China: State-Society Images in American China Studies,”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vol. 7, issue 18 (1998), p. 214.
89) Harry Harding,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Toward a Third Generation of Scholarship,” pp. 303~307.
그렇다면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는 어떻게 개념정의 되었 는가? 이와 관하여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상이한 개념 정의가 존재 한다. David Wank에 따르면, ‘국가와 사회’는 나라의 정치체제에서 지도자와 피지도자 간의 권력 관계를 지칭한다. 다시 말해, “당-국 가는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려 노력하는 한편, 이러한 노력은 시민 의 반응, 이익 및 전략과 상호 작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호 작용이 권력, 권위와 영향을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관한 관심은 ‘국가와 사
회’라는 이미지를 통해 표현된다.”90) 다른 표현으로, 국가-사회 관
계론은 대중의 사상과 실천이 국가 권력을 어떻게 순치했는가를 검 토했으며, 그리고 사회의 에이전시(능동성)를 더 많이 강조했다.91) 또는 ‘국가와 사회’는 국가 정치에서 정치지도자와 피지도자간의 권 력 관계를 지칭한다.92) 또는 “‘국가와 사회’는 사회적 계급과 그들의 국가에 대한 관계로 개념정의 된다.”93) 그에 따르면, 국가가 여러 사회계급에 동기부여 하고자 하는 시도, 그리고 사회계급이 국가 노 력에 순응하는 수준이 주요 관심이다.
전성흥은 국가-사회 관계의 연구 대상으로, “전체의 이익을 도모 하는 국가와 정권의 안정을 추구하는 당(이른바 당-국가), 그리고 통제로부터의 자율 그리고 부분의 이익을 요구하는 사회구성원(개 인 및 집단)간의 역학관계 또는 상호작용(이익의 분배, 갈등의 조정, 통제와 자율, 억압과 저항 등)의 과정”94)을 설정한다. 그는 국가-사 회 관계 연구에서 분석의 단위와 수준을 기준으로 ‘개체’ 차원의 접
90) Elizabeth J. Perry, “Trends in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State-Society Relations,” p. 205.
91) Ibid., p. 216.
92) Ibid., p. 205.
93) Ibid., p. 213.
94) 전성흥, “중국의 국가-사회관계 연구,” 정재호 편, 중국정치연구론: 영역, 쟁점, 방 법 및 교류 (서울: 나남출판, 2000), p. 78.
근과 ‘집단’ 차원의 접근을 구별한다.95) 1980년대 주류였던 ‘개체’
차원에서 국가-사회 관계는 도시의 기업과 농촌의 인민공사에서 국 가를 대표하는 간부 대 사회의 주체인 개인으로서의 노동자와 농민 의 관계로 즉 간부-노동자 및 간부-농민의 관계로 나타난다. 분석 의 중심은 양자 간의 상호 교환관계이며, 분석의 결론은 개인으로서 의 농민과 노동자가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간부와의 관계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0년대 주류를 이루었던 ‘집단’ 중심 의 국가-사회 관계 연구는, 한편에서 국가 그리고 다른 편에서 개혁 이후 새로이 등장한 각종 경제단체, 그리고 농민, 노동자 및 학생으 로 이루어지는 주요 행위자 집단 간의 상호 작용을 주제로 설정한 다. 연구의 주요 관심은 새로이 등장한 각종 단체의 자율성 및 세력 화 정도, 이들 간의 횡적 연대, 국가에의 도전과 국가와의 협력이라 는 상호 작용, 그리고 그 효과로 나타나는 정치 변화의 가능성이다.
개혁 이후 새로운 단체의 등장과 관련한 정치 변화에 관하여 세 가지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이고 낙관적으로 평가 하면, 시민사회의 등장 및 그로 인한 민주화 가능성을 전망한다. 조 금 더 조심스러운 견해는 둘째, 기업가와 그 단체가 여전히 국가 관 료와 공생적이고 후견주의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견해 그리고, 셋 째, 국가가 여전히 새로운 단체들을 통제하고 국가의 권력을 뒷받침 하는 방식으로 관계한다는 코포라티즘론(corporatism)이 제기된다.
이상에서 개괄적이고 단순화시켜 언급했던 흐름을 중심으로 중국 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다양한 이론적 접근이 존재한다. 이러 한 다양한 연구의 주요 경향과 주요 성과들에 관한 개괄적 검토를 다룬 논문은 이상에서 언급한 논문 이외에도 상당 수 존재한다.96)
95) Ibid., pp. 78~80, pp. 94~96.
96) 이미 언급한 논문 이외에도 Harry Harding, “The Contemporary Study of Chinese Politics: An Introduction,” The China Quarterly, no. 139 (1994), pp. 699~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