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 Korea I 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nstitute for National Unification
1. 신-전체주의 모델 개념틀의 적용
이상으로 소련 스탈린시대의 국가-사회 관계 및 중국연구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여러 이론 그리고 그들 사이의 논쟁을 간략 히 검토했다. 이 장의 목적은 이러한 검토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국가-사회 관계에 관한 시론적 모델을 정립해보 는 것이다. 여기서 정립된 시론적 모델을 바탕으로 다음 Ⅳ장은 ‘북 한식 전체주의와 조직생활사회’라는 제목으로 북한에서의 국가-사 회 관계의 구체적 특징과 역사적 변천을 서술한다.
Ⅲ장의 1절은 북한에서 국가-사회 관계 분석을 위한 이론적 개념 틀을 정립한다. 이 시도는 신-전체주의론 즉 냉전 종결 이후 재해석 된 전체주의론을 중심으로 한다. 2절은 소련-중국-북한의 사회주 의 모델을 서로 비교하면서 소련 대 중국/북한, 그리고 중국과 북한 을 비교한다.
주의론을 활용하여 투쟁해야할 투쟁 대상이 소멸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공산주의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공산주의 연구는 더 이상 ‘적에 대한 연구’가 아니게 되었고, 또한 비교정치학 에서 2000년대에 흥성했던 독재 연구 맥락에서 과거에 존재했던 여 러 독재 유형 가운데의 하나이자, 민주주의 또는 다른 독재 유형과 의 비교 대상으로서 분석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144) 독재 연구에 서 전체주의론은 독재를 분석하는 여러 이론 중의 하나이며, 분석 개념으로서의 가치에 따라 평가되고 채택 또는 포기되고, 또는 Ⅱ장 에서 다루었던 ‘탈-전체주의 겸 탈-수정주의’ 경우에서처럼 부분적 으로 정-반-합을 거쳐 지양되어 새롭게 복원되고 있다.
여기서는 탈 냉전 이후 재정립되고 있는 전체주의론을 냉전시기 의 전체주의론과 비교하여 ‘신-전체주의’론이라 편의상 명명한다.
물론 신-전체주의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며, 냉전시기에도 존재했던 전체주의론 중에서 일부 이론 시도를 재발견하고 재평가 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정립하는 가운데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1950년대 초 Harvard Interview Project, 1990년대 Juan Linz와 Alfred Stepan, 2000년대 Wolfgang Merkel과 Mark Edele의 개념 정의 시도를 중심으로 전체주의 개념을 검토하며, 이를 기반으로 북한에서의 국가-사회 관계 연구를 위한 기본 개념틀을 정립한다.
144) 이와 관련하여 다음 참조. Juan J. Linz and Alfred Stepan, Problems of Democratic Transition and Consolidation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1996); Paul Brooker, Non-Democratic Regimes (London:
Palgrave, 2009); Steffen Kailitz, “Varianten der Autokratie im 20. und 21.
Jahrhundert,” Totalitarismus und Demokratie, vol. 6, no. 2 (2009), pp. 209~251.
가. 전체주의 프로젝트의 위치 설정
1950년대 초 소련연구를 개척했던 Harvard Interview Project는 소련체제의 ‘전체주의적’ 측면, ‘소련적’ 측면, 그리고 ‘산업사회적’
측면을 구별했다. 다시 말해 소련 사회는 단순히 전체주의 체제인 것이 아니라, ‘소련식 전체주의적 산업사회’였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상호 상대적으로 독자적이지만, 상호작용하고 상호 겹치기도 하고 상호-침투한다.
이상과 같은 Harvard Interview Project의 개념틀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한 경우 북한사회는 ‘북한식 전체주의 산업사
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전체주의적’ 측면은 ‘정치권력을 쥔 자
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회의 모든 물질적 인적 자원, 나아가 사적 감정과 주민의 정서까지도 조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 다. ‘북한적’ 측면은 공산통치 수립과는 무관하게 과거로부터 내려오 는 가족, 민족, 습속과 같은 전통적 제도와 가치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를 의미한다. ‘산업사회’적 측면은 농업사회로부터 공업사회로 의 사회 변화를 의미하는 공업화를 거쳐 북한의 사회조직이 서방 산 업사회의 사회조직과 기본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는 도시화, 임금제 공장노동, 직업 구조와 사회의 계층화 등이 포함 된다. 여기서는 ‘북한식 전체주의 산업사회’를 약칭하여 ‘북한체제’
라고 한다. 즉 ‘북한체제’라고 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라고 불리는 정치단위의 영토 내에 나타나 있는 전통적 제도, 전체 주의적 제도, 그리고 산업사회적 특징의 독특한 전체적 총체를 지칭 한다.
이와 같은 개념설정은 세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어느 한 가지 협소한 관점을 통해서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다시 말해 냉전 전통의 북한연구에서처럼 북한사회의 전체주의적
특성만을 포착한다든지,145) 또는 북한사회에 나타나는 ‘한국식’ 전 통만을 과대평가 한다든지 하는 협소한 환원적 관점146)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즉 북한사회에 대한 ‘전체주의적 변형 시도’는 공산통치 와는 무관하게 존재했던 한국적 습속과 가치와 제도 그리고 지정학 적 제약에 직면하게 되며, 또한 공업화와 공업 사회의 건설이라는 독립적 과제에도 당면한다. 이 세 가지의 상호 독자적 요소는 상호 작용하고 상호 겹치기도 하며 상호 침투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문제 설정은 북한체제를 다른 공산 주의 국가와 비교, 한국과의 비교,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의 산업 사 회적 특징과의 비교와 같은 작업에서 분석적으로 분화된 접근을 가 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북한체제가 ‘북한식 전체주의’라는 것은 ‘총 체적 통제 시도’라는 전체주의 프로젝트와 이에 따른 제도와 규범을 공유하지만, 북한의 전체주의가 소련 또는 중국과 상당히 다른 양상 으로 구체화되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인식가능성을 열어준다. 또한 남북한체제 비교에서 ‘한국식’ 공유부분이 남과 북에서 각각 자유민 주주의 또는 전체주의 프로젝트에 따라 어떻게 불변 또는 변형 되었 는가, 또는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 프로젝트가 남과 북에서 산업 사회적 불가피성을 어떻게 다르게 규정했는가 등의 질문을 제기할
145) 최근에는 주제와 분석 명제 설정이 다양화되었지만,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정치)연구에서 주제와 설명 논리 설정은 지도자와 유일영도체계, 주체사상과 사상 교화, 특수성론 등에 주로 주목했다. 이는 전체주의론에 대한 가치 평가 또는 주관적 호불호는 달랐지만, 결국 전체주의론의 기본 분석틀을 수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형중, “북한정치 연구에서 ‘북한 특수성론’,” 통일문제연구 , 제27권 4 호 (1997), pp. 160~187. 이와 같은 방식의 주제설정과 설명 명제 설정은 냉전시기 초기 중국연구에서도 거의 그대로 등장했었다. Linda Chelan Li, Center and Provinces, China 1978~1993: Power as Non-Zero-Sum (Oxford: Clarendon Press, 1998), p. 8; Harry Harding, “The Study of Chinese Politics: Toward a Third Generation of Scholarship,” World Politics, vol. 36, no. 2 (1984), pp. 284~307.
146) 예를 들어 북한 정치체제의 특징을 유교적 전통의 발현으로 환원하는 관점이 존재한 다. 이에 관하여, 박형중, “북한정치 연구에서 ‘북한 특수성론’,” 참조.
수 있게 한다. 산업사회적 측면에 따로 설정하는 것은 공업화와 공 업사회적 측면, 그에 따른 사회구조의 정착과 변화와 관련하여 북한 과 다른 나라 사이의 비교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 전체주의의 국가별 시기별 양태 변화
여기서는 국가별 시기별 또는 분야별로 전체주의적 프로젝트의 양태를 비교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체주의 개념을 설 정한다. 냉전 시기 전통 전체주의론은 여섯 개 징표라는 매우 단순 한 획일적 잣대를 통해 전체주의를 정의했다. 이러한 전체주의론에 대한 중요한 비판 중의 하나는 그 개념이 너무 경직적이고 조잡하여 해당 사회의 변화, 그리고 국가 간 차이를 제대로 파악해내지 못한 다는 것이었다. 전체주의론의 기본입장을 수용하면서도 이러한 비 판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시도로서 Merkel 그리고 Linz와 Stepan의 시도를 참고할 수 있다. 이들은 전체주의 프로젝트의 추진시도에 있 어서 그 추진 의지의 강도, 실제 추진 능력, 그리고 그로 인한 효과 가 정치, 경제, 사회의 분야별로 또한 지리적 시간적으로 비교 가능 하도록 전체주의 개념과 이론을 설정하고자 한다.
Merkel은 정치체제를 민주주의-권위주의-전체주의의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147) 그 기준은 여섯 가지이다. 지배정당성, 지배에 의 접근, 지배의 독점, 지배구조, 지배 권역, 지배 방식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는 양 극단으로, ‘완전한’ 민주주의 또는 ‘완전
한’ 전체주의는 개념상의 이념형으로만 존재하지, 현실에서는 존재
할 수 없는 것으로 상정된다. 전체주의 정권의 ‘본질’은 무엇보다 시
147) Wolfgang Merkel, Systemtransformation: Eine Einführung in die Theorie und Empirie der Transformations forschung (Wiesbaden: VS Verlag für Sozialwissenschaften, 2010), pp. 21~26.
민의 일상생활에 대한 총체적 지배, 시민의 행동, 의견과 사고에 대 한 통제이다. 전체주의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공산주의-전체주 의 체제, 파시즘적 전체주의 체제, 그리고 (이란과 같은) 신정주의 (神政主義)적 전체주의 체제이다. 앞에서 언급한 여섯 개의 기준을 따라 공산주의 전체주의는 다음과 같이 개념정의된다. 즉
1) 지배접근: 전체주의 공산 체제에서 지배에의 접근은 완전히 막 혀있다.
2) 지배독점: 공산당은 지도 역할을 배타적으로 독점한다. 사실상 지배에의 접근은 공산당 정치국 또는 총비서가 공산당의 도움을 받아 통제한다.
3) 지배구조: 지배구조는 일원적이며,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다원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4) 지배권역: 지배권역은 완전하며 지배당하는 자의 의식까지 포괄 한다.
5) 지배방식: 지배권역을 총체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은 모든 반대와 이탈을 억압적이고 테러적으로, 그리고 신체적 파괴까지 불사하 여 압제하는 지배방식을 통해 유지된다.
6) 지배정당성: 이는 당과 포괄적인 맑스-레닌주의 세계관의 도움 을 받아 총체적 지배 요구를 현실로 실행한다.148)
그런데 공산주의적 전체주의라 하더라도, 여섯 개의 기준을 놓고 보면, 기준별로 나라마다 또한 시기마다 그 강도나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차이에 주목하면, 국가별로, 또는 한 나라에서 도 시기별로 전체주의의 변화상을 밝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산 당이 정치독점을 하는 경우에도 정치독점의 강약 또는 다원주의 허 용 수준은 국가마다 또한 시기마다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지배권역
148) Ibid., p.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