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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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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2. 연구의 시각

1 문학사 연구 방법론으로서의 감정공동체

20세기 초 독일의 감정주의 철학자인 막스 셸러는 특정한 상황에서 동일한 감정 을 공유하는 존재들을 ‘감정공동체(communities of feelings)’로 명명한 바 있 다.64) 셸러는 감정을 이성에 비하여 열등한 것으로 여겨왔던 이성주의 중심의 철 학사에 대립하면서 감정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감정공동체’나 ‘동감’과 같은 감 정의 상호작용에 따른 범주를 체계화하였다. 셸러에게 감정은 인식이나 행위를 조 건화하는 동기였다. 셸러에 의해 감정은 수동적인 반응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일 뿐 아니라 대상의 가치를 상향하는 역능성을 가진 가치론적인 운동 작용으로 정의될 수 있었다.

현대 감정정치와 국가구성론의 맥락에서 막스 셸러의 개념인 ‘감정공동체’를 비 판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킨 것은 마벨 베레진이었다. 베레진은 감정공동체의 비자 발적/자발적 구성 원리와 주목하였다. 베레진의 논리에 따를 때, 감정공동체는 감 정에너지의 산출을 통해 생성되는 자발적 감정공동체와, 감정에너지를 단지 전유함 으로써 구성원들을 일정한 공적 공간으로 결속시키는 기획된 감정공동체로 분별될 수 있다.65)

본고는 베레진이 제시한 자발적 감정공동체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동일성의 이데 올로기를 근간으로 하는 기획된 감정공동체와 감정에너지의 산출로써 생성되는 자 발적 감정공동체를 분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형성 원리에 관한 낭시의 사유를 부분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 장-뤽 낭시는 동구권의 몰락 이후 동일성의 이데올로 기에 근간한 공동체 형성 원리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 ‘외존(exposition)’을 공 동체 구성 원리의 하나로 제시하였다.

낭시에게 ‘공동-내의-존재’는 “‘나’와 타인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 내의 존재, 관계에만 정초될 수 있는 존재”로 규정된다. “공동의 이념적 ‘무엇’”을 위함이 아 닌 점에서 이때의 공동체는 가시적인 동일성(재산·국적·인종·종교·이데올로기) 바깥 에 놓이는 것이 된다.66) 이 같은 낭시의 맥락을 감정공동체 논의에 겹쳐 읽을 때, 64) Max Scheler, On feeling, Knowing, And Valuing, ed. by Harold J. Bershad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2, p.54.

65) 셸러의 감정공동체 개념와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감정구조론을 바탕으로 감정정치의 관 점에서 감정적 에너지의 산출에 따른 공적 공간으로의 집합적 성격을 부각시킨 논의로는 Mabel Berezin, Making the Fascist Self: The Political Culture of Interwar Italy,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97, pp. 27~28 및 마벨 베레진, 「안전 국가: 감 정의 정치사회학을 향하여」, 잭 바바렛 외, 박형신 역, 감정과 사회학 , 이학사, 2009, 75면 참조.

감정을 전유함으로써 기획되는 감정공동체와 달리 자발적 감정공동체는 감정에너 지의 산출로 연결된 관계 내의 존재로 이해된다.

이처럼 본고는 감정공동체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초사회체적 공동체 형성 원리 로서 외존 개념, 그리고 해방 전후 시인들의 시와 산문, 문학 수행 등 다양한 층위 에서 나타난 감정진술과 감정발화에 주목하면서 자발적 감정공동체를 구축 가능한 실체로 이해하고자 한다.67) 나아가, 감정공동체의 의미를 ‘자발적으로 산출한 감정 에너지를 바탕으로 일정한 공간을 구축하고 기관, 조직, 이데올로기 등 사회체로부 터 자율적으로 외존하며 서로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개인들’로 규정하고자 한다.

2 감정공동체의 형성 및 작용 원리

본고에서는 정지용을 중심으로 시인 비평가들 사이에서 동류적인 감정을 통해 구축되는 공동체의 범주를 정지용 감정공동체로, 정지용과 후행시인 사이의 대응관 계가 중심이 되는 구도일 때에는 그것을 정지용 시단으로 명명한다. ‘감정공동체’

가 동류적 감정을 바탕으로 각 개인들이 결속되는 하나의 장이라고 한다면, ‘시단’

은 그러한 감정공동체가 후행시인과의 사이에서 세대론적 함의를 갖는 경우를 가 리키는 감정공동체의 하위개념이 된다.

따라서 이때의 ‘시단’은 일반적인 의미의 ‘시단’과 그 용법이 구분되는 것일 수밖 에 없다. 일반적으로 ‘시단’은 ‘문단’의 동의어로서 문학사의 전개과정에 따라 재편 성되는 것이지만, 감정공동체의 하위개념으로서의 ‘시단’은 한 시인을 중심으로 성 립되는 내밀한 관계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재정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정의 된 의미로서의 ‘시단’은 근대적인 문단 개념으로서의 시단을 나타내기보다 시파, 시맥과 같은 좀 더 오래된 개념들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시단’을 한 시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세계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때, ‘시단’은 그것이 갖는 ‘단(壇)’, 곧 ‘뜰’의 속성으로 인하여 화원의 의미가 부가되기도 한다.

더욱이 특정 유파로 귀속되지 않는 고독한 시인 무리의 존재를 드문 ‘꽃’에 빗대었 던 정지용과68) 문우들을 사계의 화원 속을 함께 거닐며 교감하는 시의 동반자적 66) 사회계급적인 기반 없이 개방적으로 결속된다. 장-뤽 낭시, 박준상 역, 마주한 공동체

, 문학과지성사, 2005; 손영창, 「낭시의 공동체론에서 공동-존재와 그것의 정치적 함의

」, 철학논총 82, 새한철학회, 2015, 290~291면.

67) 이양숙, 「네트워크 사회의 감정공동체와 도시적 공공성」, 구보학보 15, 구보학회, 2016, 378면에서는 국가적 감정공동체와 별개로 구성되는 감정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 하였다.

68) 정지용은 초기 일본어 산문 중 하나인 「편지 하나」에서 “당파나 군집, 선언과 결사의 시단”이 “무섭”다고 말하며, 자신이 원하는 시인의 메타포를 ‘언제 어디에서나 피리를 불 수 있는[시를 쓸 수 있는]’ ‘피리부는 사람’의 모습으로 제시한 바 있다(정지용, 「편지 하 나」, 최동호 편, 정지용 전집 2 , 서정시학, 2015, 321면). 이후 1930년대의 정지용이

존재로 여겼던 윤동주의 맥락을 경유할 때 그것은 ‘시인의 화원’이라는 의미로 증 폭된다.

孤獨, 精寂도 確實히 아름다운 것임에 틀림이 없으나. 여기에 또 서로 마음을 주는 동 무가 있는 것도 多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花園 속에 모인, 동무들 (……) 나는 이 여러 동무들의 갸륵한 心情을 내 것인 것처럼 理解할 수 있습니다. 서로 너그 러운 마음으로 對할 수 있습니다.

나는 世界觀、人生觀、이런 좀 더 큰 問題보다 바람과 구름과 햇빛과 나무와 友情、

이런 것들에 더 많이 괴로워해 왓는지도 모르겟습니다. 단지 이 말이 나의 逆說이나 나 自身을 흐리우는 데 지날 뿐일가요.69)

“世界觀, 人生觀, 이런 좀 더 큰 問題”보다 “잎새에 이는 바람”(「하늘과 바람과 별 과 시」)과 “구름과 햇빛과 나무와 友情, 이런 것들”, 그 미세한 감정의 작용에 “더 많이 괴로워”해 왔던 것이 자기 삶의 투명한 진실이라는 윤동주의 설의법적인 고 백은 비단 한 시인의 개인적 고백의 영역에 머무는 것일까. 윤동주의 이러한 고백 을, 시인의 감정이라는 문제에 주목하도록 하는 하나의 선언처럼 읽는 관점이 필요 하다.70)

이 같은 시인의 감정과 그것의 동류적 관계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감정공동체는 동시대에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한국현대시사의 전·후반기, 그리고 죽음과 삶으로 엇갈린 시인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감정의 매듭이기도 하다.71) 따라

조선시단의 고독한 시인 무리를 흰 해오라비 꽃에, 해방기에 발견한 무명의 윤동주를 ‘동 지섣달의 꽃’에 빗댄 것은 당파나 군집을 이루지 않은 채 ‘피리부는 사람’들을 알아본 것 이라 할 수 있다(정지용, 「내가 감명깊게 읽은 작품과 조선문단과 문인에 대하여」, 같은 책, 42면; 정지용, 「서랄 것이 아니라」,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정음사, 1948). 정지용에게 시인이란 고독하게 존재하는 자들이며, 그 존재를 들여다보며 기다리 는 자에게만 드러나는 ‘꽃’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알아봄을 통해 드러나는 정지용 시단은 문단의 동의어인 시단과 구분되는 ‘시인의 화원’이라 할 수 있다.

69) 윤동주, 「화원에 꽃이 핀다」(1939년작 추정, 강조 및 띄어쓰기-인용자)

70) 서정적인 어조로 쓰인 윤동주의 이 산문은 공식매체를 통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전시 체제를 비판한 부분이 복자처리되어 있는 불온한 텍스트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복자기호 X는 이 산문이 세계로부터 쌌텄고, 세계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윤동주의 이 산문을 전시체제를 비판한 것이면서, 거시적인 것의 비본질성을 미세한 감정의 작용과 같은 본질성에 대비시킨 시인의 관점이 천명된 선언의 텍스트로 바라보고자 하였다.

71) 한편, 문학사의 이면에서 불연속적으로 연결되는 시인 공동체의 존재방식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본고에서는 신범순이 “우리 시사의 무수한 현상들을 그대로 긍정하면서, 서로 간에 이어지지 않는 시도들”을 묶기 위해 제시한 창조적 ‘매듭’의 개념을 원용한다. 신범 순, 한국현대시사의 매듭과 혼 , 민지사, 1992, 4면. 비카프출신 문맹계 기성시인에게서 보듯 때로 그 죽음과 삶의 교차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 작가적 죽음과 재생의 과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서 감정공동체는 표면화된 동인관계나 공시적인 맥락을 넘어서 역사적인 깊이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직적 관계망으로서의 감정공동체는 그것 을 문학사의 내재적인 전개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일제 말기의 ‘발악 기’72)에 그 정점을 보였던 시인들의 시정신이 정지용, 김기림, 오장환, 신석정 등 조선문학가동맹 계열의 기성시인들을 격동시키며 해방 후로 이어지고, 미완의 해방 기 리얼리즘 시의 전통이 또한 다음 시대로 수리될 수 있었던 과정은, 한계 상황 을 넘나들며 서로의 감정을 강화해 나가는 감정공동체의 감정작용이 문학사를 전 개하게 하는 원리임을 말해준다.73)

해방공간의 기성시인들은 공통적으로 감정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었다. 김기림은 해방이 가져다준 문학의 새로운 조건의 하나로 시인들의 ‘감정의 엉킴’에 대해 이 야기하였다.

다시 말하면 우리 시가 「해방시」를 통해서 얻은 자못 중대한 것은 한 공동체의 의식이 었던 것이다. 물론 전에도 그런 것이 우리 시 속에 없은 것은 아니나 이번에서처럼 단 일적인 앙양된 상태에서 시인의 감정이 엉킨 적은 없었다.74)

김기림에게 시인들의 ‘감정의 엉킴’은 공동체 의식이 시의 차원에서 드러나는 방식 과도 같은 것이었다. 해방 직후 김기림이 말한 ‘감정의 엉킴’이 찬가 계열의 해방 시와 전위시인들로부터 ‘리리시즘의 습도’를 기대하는 시론으로 귀결되는 공시성의 것이었다면,75) 해방 후반기에 작가론을 전개해나간 오장환은 문학사적인 대상에 대하여 ‘감정인’이 되는 문학사적 작업의 원리로써 감정을 실천하였다. 소월의 구 성(龜城) 시절과 죽음, 그리고 예세닌에 관한 작가론적 고찰을 통해 오장환은 문학 사의 주-객 관계인 자기 자신과 소월, 예세닌을 동시에 가리키는 상호 이해의 범

72) 정지용, 「조선시의 반성」, 문장 3권 5호, 문장사, 1948. 10.

73) 윤동주의 시 「자화상」(1939.9)의 한 구절(“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 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의 오 마주라고 할 윤동주 연구자의 다음과 같은 진술은 시인 윤동주의 문학사적 위치를 일제 말기에서 전환기(1945~1959) 한국현대시사의 한가운데로까지 확장한 것이면서 역사 위에 존재하는 ‘문학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음미할 만하다. ‘문학의 삶’이라 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초판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의 ‘삶’ 안에는 처음 그것을 엮었던 정지용의 존재가 함께 아로새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윤동주의 텍스트의 역사 안으로 제국과 식민, 기억과 망각, 해방과 분단과 전쟁의 흔적이 흘러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유성호, 「세 권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한국시학연 구 51, 한국시학회, 2017(강조-인용자).

74) 김기림, 「공동체의 발견」, 시론 , 백양당, 1947; 김기림, 김기림 전집 2 , 심설당, 1988, 144면.

75) 김기림, 「 전위시인집 에 부침」, 위의 책, 14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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