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개 공적인 용무가 있을 경우에만 행정 기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 러나 여타의 공공기관과 다르게 청년허브는 자유롭고 적극적인 공간적 실천을 독려한다는 측면에서 공공공간의 이상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모든 사적공간이 닫힌 공간인 것도 아니다(손은하, 2012). 마포 민 중의 집은 자본주의 부동산 시스템 하에서 건물 소유주에게 매월 임대료 를 지불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사적 공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은 공 간을 사유화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탈영역화하면서 공간의 공공성을 높이 고자 한다.
경합에 의해 변증법적으로 상호 구성되며, 같은 공간 내에서도 다양한 경로로 전개될 수 있다(황진태, 2011). 또한 어떤 장소(혹은 스케일)에서 의 탈영역화는 다른 장소(혹은 스케일)에서의 재영역화를 수반하기도 한 다. Painter(2006)는 네트워크적 연결이 전 세계로 확장되며 탈영역화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강하 게 국지화되면서 영역화, 재영역화가 발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영역화와 탈영역화의 차이는 단지 정도의 문제이며(박배균 외 역, 2013), 탈영역화를 지향하더라도 영역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각 사례의 마지막 절에서는 이들이 추구하는 공간 전략의 현실적인 한계와 전망을 살펴볼 것이다.
제3장 마포 민중의 집의 공간 전략 제1절 물리적 공간 구조
하나의 장소가 갖는 의미는 일차적으로 물리적 배치의 산물이다(장문석 역, 2013). 공간의 내․외부 구조에는 설계자 및 운영자의 의도가 반영되 어 있으며, 공간 전략 역시 이러한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펼쳐지기 때문 이다.
전술하였듯이 민중의 집은 지난 2008년, 작은 마당이 딸린 망원동의 2 층 집에서 시작되었다. 이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1층은 부엌과 거실, 작은 방 2개로 꾸몄다. 그리고 2층은 최대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과 작 은 방 1개, 사무실로 꾸몄다. 특히, 강당에는 책상들을 놓았는데 경우에 따라 책상을 접어서 한쪽에 치워 놓기도 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목 할 만한 점은 전문가의 도움을 일부 받기도 했지만 공간 내부 설계에서 부터 페인트칠에 이르기까지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것 이다(<그림 5>, <그림 6> 참고).
그림 5. 리모델링 중인 망원동 터전 (출처: 민중의 집 홈페이지)
그림 6. 페인트칠에 함께한 사람들 (출처: 민중의 집 홈페이지)
이 공간에 대해 전, 현직 활동가들은 한결같이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과 창문 등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예쁘고 매력적이며 낭만 적인 공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외에도 이들이 말하는 이 공간의 장점 은 다음과 같다.
1층과 2층이 구분되어 독립적인 행사가 가능했어요. 나중에는 부엌이 있 다는 것이 엄청난 장점으로 부각되었죠. 다양한 상상력이 동원될 수 있 었거든요. 집이기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있었고요.
(전 사무국장 B)
아이들은 숨을 공간이 많고 마당에서 뛰어놀 수 있어 좋아했어요. 마당 에 벤치가 있어 마을 주민들이 오고 가며 쉬어도 자연스러웠죠.
(현 사무국장 A)
그러나 2011년 2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민중의 집은 현재의 성산동 건물로 이전하게 된다. 이번에도 공간 이전 및 리모델링 과정에서 전문 가가 한 역할은 트여있던 공간에 벽을 세워 구역을 나눈 것에 불과했다.
싱크대 짜기와 페인트칠, 가구 선택 등에 이르기까지 민중의 집은 운영 위원뿐만 아니라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여 ‘함께 꾸민 공간’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민중의 집은 사무실 외에 부엌과 거실, 토끼똥 공부방40)이 함께 사용하는 큰 방, 작은방41)으로 이뤄져 있다. <그림 7>,
<그림 8>, <그림 9>, <그림 10>은 각각 이들 공간을 보여준다.
40) 과거에 정경섭과 야학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보증금 중 일부를 가지고 민중 의 집에 합류했다. ‘토끼똥 공부방’은 2009년 3월에 시작되었으며, 민중의 집 공간을 함께 이용하지만 현재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41) 작은방은 2014년 초부터 ‘언니네트워크’란 여성 단체가 입주하여 사무실로 사용한다.
그림 7. 민중의 집 사무실
그림 9. 거실
그림 11. 벽면에 부착된 홍보물 1
그림 8. 부엌
그림 10. 큰방 (일명 우당탕탕방)
그림 12. 벽면에 부착된 홍보물 2
한편 유리문과 벽면, 가구 위 등 민중의 집 곳곳에서는 다양한 홍보물 들을 볼 수 있다(<그림 11>, <그림 12> 참고). 이들은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민중의 집이 직접 제작한 것도 있지만, 대개는 회원들이 다른 회원 들을 위해 비치해놓은 것이다. 연구자가 방문했던 어느 날에는 벽면에 길고양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또 어느 날에는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도로 제작된 배지들이 판매용으로 놓여있기도 했다. 이들 역시 물리적 구조의 일부로, 민중의 집의 공간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면 서 이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제2절 경계 허물기와 공간의 공유적 전유
앞에서 민중의 집의 물리적 공간 구조를 살펴보았지만, 공간성을 이처 럼 단순히 물질적 차원이나 건축적 속성으로만 환원할 수는 없다(장문석 역, 2013). 이와 관련하여 Kohn은 민중회관과 파쇼회관42)을 비교하며 유 사한 공간적 형태라 할지라도 상반된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지적 하기도 했다(장문석 역, 2013). 공간은 그 공간을 이용하고 경험하는 사 람들과 결코 분리되어 해석될 수 없다. 따라서 민중의 집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물리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간이 전유되는 다 양한 방식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