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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화 전략과 사회운동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41-45)

영역화는 특정 장소를 영역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영 역(territory)은 “개인이나 집단 혹은 기관에 의해 점유된 지리적 공간”을 지칭하지만(Gregory

et al

., 2009: 746) 정치지리학에서는 권력 관계에 보

다 초점을 맞춰 해석한다. Sack(1983, 1986)과 Cox(2002) 등의 논의를 발전시켜 박배균(2010)은 영역에 대해 ‘1)가시적 혹은 비가시적인 경계를 바탕으로 2)내부와 외부를 차별화하고 3)배제와 포섭 행위를 통해 권력 을 표출하는 장소’라고 정의하였다. 즉,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었을 때 장소는 영역이 되며 그러므로 영역은 장소의 특수한 형태인 것이다 (박배균, 2012).

영역과 영역성은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영토적 주권 개념이 확립되며 등장한 근대 국민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박배균 외 역, 2013). 그러나 영역은 비단 국경과 영토, 국제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개인의 신체에서부터 부동산 소유권, 도시 계획, 사회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지리적 스케일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Passi, 2003). 또한 영역은 자연적으로 주어져 있으며 고정된 것이 아니다.

Sack(1986)은 인간이 영역을 만들고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정치적 전략 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경계를 설정하고 영역성을 발휘하며, 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경합의 과정 속에서 영역이 형성되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박배균(2009)은 영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음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우선, 외부자에 의해 영역이 구성되는 경우이다. 이는 특정 장소 외부의 행위자들이 그 장소에 대해 편견적 시선을 만들고, 이를 바 탕으로 그 장소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것을 의미한 다. 난민 정착촌을 비롯한 게토(ghetto), 슬럼 등의 빈민가가 여기에 해 당한다. 반면, 내부자에 의해 영역이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특정 장소 내부의 행위자들이 스스로 그 장소에 그들만의 배타적 공간을 만드 는 것을 의미한다. 거주자 외에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사유 화된 지역을 의미하는 gated community가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사회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전략인 특정 장소에 대한 ‘점

거’와 ‘지키기’ 역시 내부의 행위자들(저항 세력)에 의해 영역이 구성되는 사례에 해당한다.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많은 지리학자들은 ‘직접 행 동’(조효제 역, 2007)에 의의를 두고 점거를 지지하며 옹호했다. 대표적으 로 Harvey(2012: 161-2)는 『Rebel Cities』에서 “다른 모든 접근 수단이 차단되었을 경우, 공공장소에 모인 집단적인 신체들의 힘이 가장 효과적 인 저항의 수단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Valentine(박경환 역, 2009:

220-1)은 “주변 집단들은 자신의 권리를 알리기 위해 종종 거리를 점유 해 왔다. (중략) 이들에게 거리는 자신의 주장을 더 넓은 공중(共衆, the public)에게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개 토론장이었다. 이러한 투쟁이 성공하면서 주변 집단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를 점유한다는 것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Mitchell(2003) 역시

“공공공간의 점거는 공중의 경계가 재형성될 수 있는 중요한 수 단”(Gregory

et al

., 2009: 602에서 재인용)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정 현주(2006: 483)가 “성공적인 공간 장악은 사회운동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운동의 정점을 제공함으로써 운동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

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리학자는 아니지만 박은선(2013)은『수유너머 Weekly』에 기고한 글에서 “점거를 구성하는 것은 공간과 신체, 시간이 며 점거는 신체를 정치적 행위자의 위치로 탈바꿈시킨다”고 언급하며 지 리적 시각을 보여주었다.

사회운동에서 이처럼 영역화를 중심으로 한 공간 전략이 가지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높은 가시성과 이목 끌기를 통해 운동의 (잠재적) 참 가자와 지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정현주(2006)는 군중에 의한 특정 공간의 장악(Routledge, 1996)은 지배 세력에게 시각적/정신적 위협을 안 기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밝혔다. 점거 과정에서 저항 세력이 사용하는 깃발, 머리띠, 피켓 등도 모두 운동의 영역성을 강화하는 물질적 도구인 데, 이들에 의해 저항의 가시성은 더욱 높아진다.

둘째,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은33) 다양한 참가자들이 공통의 구호와 사

회/정치 담론, 정체성을 공유하며 연대할 수 있다. Cox(1998)의 논의를 빌리자면 이는 저항 세력이 점거 기간 동안 그들의 거점에 ‘의존의 공간 (spaces of dependence)’을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때 네트 워크는 특정 장소, 즉 의존의 공간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발달하고 행 위자들은 여기에서 점차 내부의 차이를 줄여나가며 공통의 장소감과 소 속감을 형성한다(박배균, 2012). 즉, 의존의 공간에 운동 그 자체가 뿌리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영역화 전략이 언제나 긍정적인 효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외 부 세력에 의한 물리적이고 강제적인 점거 해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내 부의 분열과 동력 약화로 인해 영역화 전략이 실패로 귀결된 사례는 역 사적으로 수없이 많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영역화의 주된 기 제가 1)경계 만들기, 2)내부(우리)와 외부(적)의 구분, 3)내부의 동질화이 기 때문이다. 즉, 영역은 배타적/배제적이며 구성원들에게 탈개인화와 단 수의 정체성을 요구한다(황진태, 2011). 이는 내부를 통제하고 동력을 집 결시키기에는 유리하지만, 향후 운동의 전개와 확산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영역의 딜레마는 임소형(2013)의 연구에서 잘 드러난다.

초기의 열린 점거는 영역성이 강화되며 점차 닫힌 점거가 되어갔고, 이 에 대한 반발로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다양한 차이와 담론이 표출되며 서울대 행정관 점거는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황진태(2011)의 연 구에서도 확인된다. 촛불집회 과정에서 단수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다수 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주체들이 있었으며, 이들은 영역적 이데올로기와 영역성의 강화에 비판적이었다(황진태, 2011).

둘째, 영역화가 야기한 militant particularism(과격특수주의, 투쟁적당파 주의)이 보수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arvey는 장소에 기 반을 둔 사회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Williams의 ‘militant particularism’

33) 이러한 단서를 단 이유는 점거가 진행되는 동안 운동 내부에서 다양한 동 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배타성이 공고해지기도 하고 오히려 배 타성이 약해지기도 한다.

개념을 차용했다. Harvey에 따르면 militant particularism은 “특정 시공 간에 사는 특정 사람들의 특정 정치적 요구에서 비롯된 모든 집합적 정 치 행위”를 의미한다(Harvey, 2001: 190). 즉, 해당 장소의 특수성을 정 치적 저항에 이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Harvey는 militant particularism 논의를 통해 영역의 모순적 특성을 강조한다. 우선, Harvey는 militant particularism에 대해 “한 장소에서의 긍정적인 연대 의 경험은 인류 전체에게 이익이 될 새로운 사회의 모델로 보편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평가했다(Harvey, 2001: 172). 특정 지역의 저 항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연대의 정치와 스케일 상승(scale jumping)을 통해 ‘정의’, ‘평등’과 같은 보다 보편적인 의제들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 다는 것이다(Nicholls, 2009). 그러나 militant particularism은 고착화된 사회관계와 공동체 연대를 통해 (종종 심각하게)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 러가 편협한 지역주의로 후퇴할 위험 또한 내포하고 있다(Harvey, 1996;

Routledge, 2003). 초국가적 연대에 내재하는 잠재력을 무시하고, 장소 기반 의제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Routledge, 2003).

이와 관련해 Harvey는 도시를 기반으로 한 동원 전략은 보다 더 일반적 인 사회운동에서 멀어져 분절되고 특수한 이슈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Uitermark 외, 2012). 임소형(2013)의 연구에서도 이러한 militant particularism의 문제가 잘 드러난다. 점거 세력은 국공 립대 법인화 저지, 반값 등록금 실현 등의 의제로 적극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는 그들이 점거했던 행정관이란 장소에서 형성했던 운동의 강 한 영역성으로 인해 연대를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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