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양한 생활 정치로의 진화
1.2. 청년참
하면서도 기본적인 제스처들이죠. 허브 직원들에게는 이런 제스처들이 내재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어디까지나 이 공간의 주인은 청년들이에요. 관리자는 청년들이 뭐든 할 수 있게끔 외부에서 분위기와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가급적 보이지 않게, 허브가 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요.
(청년허브 직원 A, 강조는 인용자)
넷째, 청년허브에는 공간 이용 규칙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물론 규칙 의 부재로 인해 초기에 발생할 혼란을 전혀 염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개소 초기엔 고민이 많았죠. 잠금 장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용객들이 물품을 도난당하면 어쩌지? 아무 곳에나 쓰레기가 넘쳐나면 어쩌나? 분 리수거는? 음식물 반입은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할까? 개관, 폐관 시간 을 정해야 할까?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꽉 차면 어쩌지? 모여서 시끄럽 게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들은 없을까? 등등 말이죠.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더라고요.
(청년허브 직원 B)
그러나 청년허브는 운영 규칙이 아닌 ‘내가 이 공간의 주인’이라는 운영 문화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규칙을 기획하려 들면 관리의 문제 가 발생하고, 이는 이용자의 자발성과 공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스터의 자율 부착을 허용하고 시끄러운 분위 기를 제재하지 않은 것도 모두 이러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점 차 시간이 흐르자 공간에 대한 약속을 만들려는 자발적인 시도들이 생겨 났다. 이를 수용하여 청년허브에서도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양식을 만들어 비치하였다.
는 먹거리를 의미한다. 즉, 청년참은 커뮤니티 활동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음의 안내문에서 청 년참의 목적과 지향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참이 응원합니다.
친구들과 유쾌한 수다를 계속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빙 둘러앉아 ‘참’을 먹으며 쉬고 노래 부르고 또 같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세 명 이상 모인 커뮤니티에 연간 최대 100만원의 새참을 지원합니다.
청년허브는 청년 커뮤니티의 ‘참’이 되겠습니다.
청년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주목합니다.
(청년허브 홈페이지, 강조는 인용자)
공간의 경계 허물기와 관련하여 연구자가 주목한 청년참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와 같다. 첫째, 청년참은 지원 문턱을 낮춰 가능한 많은 단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 청년참은 매월 1일〜20일에 온라인으로 지원 신청을 받는데 이후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여 선정한다. 그룹 인터뷰는 심사위원이 일방적으로 묻고 답하는 방식이 아니며, 떨어뜨리기 위한 그 룹 간의 경쟁 방식은 더욱 아니다. 대신 지원한 커뮤니티 중 4〜5개가 모여 각자의 활동과 구성원을 소개하고, 청년참의 취지를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1)자발성(지원이 없어도 활동을 계속해나갈 의지가 있는가), 2)지속가능성(단기적인 활동으로 보 지 않고 일상 속에서 얼마나 긴 호흡으로 고민하는가), 3)확장성(커뮤니 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그 경험을 기꺼이 나눌 의지가 있 는가), 4)태도(다른 팀을 만나는 데 열려 있는가)를 중심으로 적합성을 판단하여 최종 선정한다. 2013년에는 173개 팀이 지원하여 112개 팀이 최종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는 300여 개 팀이 지원하여 239개 팀이 최 종 선정되었다.
둘째, 청년참은 참여하는 단체의 성격과 활동 영역을 제한하지 않는
분류 커뮤니티명 소개
문화기획 가 백수들이여, 집밖으로 나와 보자, 문화생활로!
나 막걸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 상상 및 기획 공예출판 다 베틀로 생산적인 생활 문화 만들기
라 건축이 일상의 작은 하나라는 것을 알리는 팟캐스트 공연영상 마 재개발 예정지 아현동에서 동네문화예술플랫폼 운영
바 희곡을 사랑하는 배우, 작가, 일반인의 모임 복지지역 사 장애에 대한 바른 시각을 전하기 위한 대학생 모임
아 매주 토요일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청년 모임 생태정치 자 숲과 사람 사이의 접점이 되는 청년숲문화기획단
차 캠퍼스에서 텃밭을 가꾸는 여대생들의 모임
학습기행 카 생각하는 사회를 위한 열린 사유의 장, 철학 세미나 타 같이 이야기하고 운동하는 비만자조그룹
(<2014 청년참 커뮤니티 소개 및 연락처>를 재구성) 다.55) 그렇기에 취미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기관이나 조직 활동에서 파 생된 커뮤니티,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을 준비하는 커뮤니티 등에 이르기 까지 단체들의 성격이 다양하다. 또한 대학생 중심의 커뮤니티에서부터 취업 준비생, 예술인, 직장인 중심의 커뮤니티 등에 이르기까지 단체들의 구성 역시 다양하다. 청년허브에서는 지원 단체들의 활동을 크게 문화기 획, 공예출판, 공연영상, 복지지역, 생태정치, 학습기행 등 6개로 분류하 고 있지만, 다음의 <표 8>에서 보듯이 그야말로 다종다양하다. <표 8>
은 2014년에 선정된 커뮤니티들 중 일부를 소개한 것인데, 커뮤니티명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다.
표 8. 2014 청년참 커뮤니티 소개
셋째, 청년참은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청년허브를 경험하고 공간을 이용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55) 대학 정식 동아리, 학원 스터디 모임, 청년 개인은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청년참은 단순하게 보면 활동하는 청년들에게 100만원을 지원하는 프로 그램이죠. 그렇지만 저희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이런 작은 움직임들을 어떻게 사회적 흐름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룹 인터뷰를 할 때 항상 ‘100만원은 미끼’라고 안내를 드립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팀이 있구나, 다양한 움직임들이 있구나, 서로 다른 커뮤니 티를 만나면서 고민을 나누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청년참 담당자 C, 강조는 인용자)
위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100만원은 많은 청년들을 이 공간으로 유인하기 위한 ‘떡밥’에 불과하다. 이는 외부의 다른 지원 기관과 달리, 청년참이 지원금의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하지 않고 정량화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청년참에 선정된 단체들은 최소 두 가지의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청년 허브에서 모이고 서로를 만나게 된다. 우선, 선정 과정에서 진행되는 그 룹 인터뷰이다. 그룹 인터뷰는 청년허브 내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 식으로 열린다. 세미나실과 같이 상대적으로 ‘딱딱한’ 공간에서 열리기도 하지만, 편안함과 소통을 유도하기 위해 공간 휴에서 열리기도 한다. 다 음으로, 매월 열리는 커뮤니티 반상회이다. 청년참 지원을 받게 되면 다 음 약속 사항 3가지56)를 지켜야 한다. 첫째, 청년참 페이스북에 활동 소 식 올리기, 둘째, 반상회에 5회 이상 참여하기, 셋째, 지원 기간 동안 자 신들의 활동을 오픈하는 커뮤니티 day 열기이다. 이 중 청년허브는 두 번째 약속을 가장 중시한다. 반상회는 다른 커뮤니티를 만나면서 시너지 를 얻고 자신들의 활동을 확장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끼리만 재미있게 활동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많은 커뮤니티가 모일수록, 모이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봐요.
(청년참 담당자 C, 강조는 인용자)
56) 약속 사항 3가지는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은 없다. 활동을 그만하겠다고 스스로 중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 년허브 측에서 임의로 탈락시키지도 않는다.
커뮤니티 반상회 역시 청년허브 내의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열린다. 2013년에 선정된 단체들에 대해서는 총 8회의 커뮤니티 반상회 가 열렸다. 참석률이 85%에 달해 매회 평균 200명 내외의 청년들이 참 석하였다. 2014년에 선정된 단체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총 9회의 커뮤 니티 반상회가 열렸다(11월 말 기준).
2. 공간의 공유적 전유
청년허브는 청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공간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 한다. 민중의 집과 마찬가지로 청년허브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간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규칙과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는 다음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희만의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회의는 주로 카페에서 하는 경우가 많 았어요. 학생 신분으로 매번 카페에서 회의를 하는 것은 부담이었죠. 기 획한 프로젝트를 실천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공간과 자금이 필요했어요.
(청년참 커뮤니티 ‘작당’)
집과 학교를 벗어난 청년들에게 공간은 곧 기회에요. 창업이나 협업을 위한 공간들은 생겨나고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단체나 커뮤니 티들을 위한 공간은 아직 없죠.
(청년허브 직원 A, 강조는 인용자)
청년허브에서는 연중 수많은 프로그램과 행사가 열린다. 상당수는 청년 허브와 서울시, 청년허브와 혁신일자리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협력 사업 장, 이웃한 사회적경제센터 등이 기획한 것이다. 그러나 민중의 집과 달 리 이곳에서의 기획은 세심하고 촘촘하다. 세부 프로그램 구성에서부터 공간 내 물리적 배치와 인테리어 변경, 자유로움을 드러내는 분위기 조 성에 이르기까지 청년허브는 그야말로 청년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고정되지 않은 공간 활용이다. 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