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EU 에너지조세 체계의 특징
EU 국가들은 경제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시장기반적조치(Market Based Instruments: MBI)를 중심으로 시장기구의 장점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 진하고 있다. 시장기반적조치란 가격기구를 통한 인센티브 활용 메커니즘 으로서 시장기반경제조치라고도 불리우면서 직접규제(Command-and-Control) 대신 사용되는 각종 경제정책 도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는 직 접규제와 시장기반적경제조치는 목적이 동일한 정책도구인 까닭에 그 차이가 종종 모호하고 어떠한 경제조치라도 적합한 법률적인 규제과정 을 요구하기 때문에 특정한 목적을 위한 정책도구로서 두 가지 모두 복 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경제조치의 적극적 활용은 EU에서 1980년대부터 경제사회 다방면에 광범위하게 추진되어 온 정책방향으로서 국가경제의 효율성 향상을 위 해 가격, 시장, 세제, 경제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수행되어왔다.
EU에서 에너지세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환경보호인데, 이러한 기능
실현을 위해 에너지세제의 기본 원칙은 오염자지불 원칙이다. 이런 이유
로 EU의 에너지세제에서는 오염자가 어떻게 오염저감비용과 환경회복
비용을 지불하는가 하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시장기반 적 경제조치의 목표가 효율성 제고에 있는 만큼 EU의 에너지관련 세제
에는 오염자가 유발한 비효율성으로 인한 사회후생의 감소를 복원하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어 있다. 에너지관련 세제 개혁의 기본방향은 효율성과 유연성의 제고인데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각 국의 세제개혁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감소, 법인세율의 하락 등을 통해 직접세에 대한 세수의존도를 낮추고 부가가치세 등의 일반소비세 에 대한 과세 강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에너지세제 개편은 환경보호와 에너지소비의 외부효과의 내재화를 목 적으로 하는 에너지세 신설이 주요내용을 이루는데, 조세신설에 따른 부 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정책이 동시에 시행되고 있다.
보완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환경보호에 부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보조 금 지급 삭감, 환경관련 조세체계의 개편, 이중배당 유도를 위한 소득세 를 비롯한 여타 조세체계의 개편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년간의 정부보조금 자료를 분석해보면, 농업, 수산업, 광업 중
에서 광업에 대한 보조금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석탄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비교적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는데
1990년대 이후 영국, 벨기에, 포르투갈 등은 석탄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
급을 중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석탄생산량 감소와 천연가스와 전력 등 친환경적인 에너지수요가 증대하여 사회전반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오염 방출량이 낮으며, 사용하기 편리한 에너지의 소비가 증대하고 있다. 또 한 다수의 국가에서 석탄 및 여타 에너지원에 대한 보조금의 삭감이 이 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괄목할 만한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1997년 대비 2010년에 최고 8%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의 환경관련 조세체계는 여타 정책적 목표와 균형을 이루며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개편되고 있는데, 수송용연료에 대한 탄소세
가 일례로서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에서 는 경유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무연휘발유에 대한 세율우대를,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은 차량오염배출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과세체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비록 많은 EU국가들이 다양한 에너지제품에 조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산업용 석탄과 중유, 항공연료 등에 대해서는 다양 한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조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는 EU국가의 탄소배출량의 많은 부분에 조세가 미처 부과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현재의 탄소방출량의 감소수준이 아직 최적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조세체계 개편의 주요 목표는 기존의 과세대상 제외 에너지 제품과 오염물질에 대한 과세의 실현이 될 것이다.
이중배당이란 세수중립적인 조세체계 개편을 통해 두 가지 편익을 창 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1차편익은 효과적인 환경보호이며, 2차 편익은 소득세 등의 효율성을 왜곡하는 조세의 부과수준을 감소시킴으 로써 발생하는 경제 효율성의 증가이다. 한계세율감소의 대상과 국가적 인 특수성에 따라 2차편익은 고용증대, 투자확대, 효율적인 경제구조의 달성 등이 기대된다.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에 대한 과세에서, 오염물 질에 대한 과세로의 전환이 이중배당을 창출하는 이유는 환경세수입의 증가가 새로운 한계편익을 유발하고, 기존세율 감소로 인한 한계비용의 하락이 전반적인 효율성 증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 세가 추가적 세금 부담을 야기하면서 기존의 왜곡조세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 새로운 조세왜곡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중배당 추구 정책의 실질적 효과는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 EU 에너지세제의 기본원리
1992년에 공포된 광물석유규정(Mineral Oils Directive)을 근간으로 2003년 공포된 에너지조세규정(Energy Taxation Directive)은 EU의 시장 기반 경제조치의 대표적 실례로서 석유제품에 대한 각국의 상이한 조세 체계가 유발하는 시장왜곡을 제거하고 역내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유도 하기 위해 제정한 공동규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EU 회원국들은 다양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조세체계를 이용하고 있으나 그중 에서도 안정적 세수의 확보와 소비절약이 가장 중요한 목표들이다. 에너 지조세는 각종 에너지제품의 최종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 을 미치고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에너지세와 효율적인 에너지소비와 긴 밀한 연계성을 야기하며 전통적으로 각 회원국에서 소비절약의 가장 중 요한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절약과 대기환 경과의 연계성은 에너지세제가 환경적 측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스템으로 각 회원국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세의 과세범위는 EU 국가에서는 매우 광범위한데, 주로 석유제품으로 구성되어 수송용, 난방용 연료 등으로 소비되는 모든 에너 지제품과 전력소비에 과세되며, 또한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탄과 천연 가스의 소비에도 과세되고 있다. 다만 동 규정은 제품생산의 원료로 사 용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여타 에너지제품의 생산에 사용 되는 경우와 전력생산 에너지원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동 규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최소과세율인데 물품세 부과의 경우 각 회원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 상이한 세율이 부 과되는 점을 감안하여 합의된 조항이다. 이는 각 회원국의 실제적 상황 을 반영함으로써 역내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각 회원국이 자국실정
에 적합한 세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한 물가상승에 따 른 실질조세부담액의 변화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율 에 연동되는 에너지세제가 제안되고 있다. EU에서 적용되고 있는 에너 지 최소과세율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표 18> 최소세율
(단위: EURO) 구 분 1992년 최소세율 2003년 최소세율
수송용
석유(1000ℓ) 287 359
경유(1000ℓ) 245 302
LPG(1000㎏) 100 125
등유(1000ℓ) 245 302
수송용(상업용, 산업용)
디젤(1000ℓ) 18 21
등유(1000ℓ) 18 21
LPG(1000㎏) 36 41
난방용
가스 오일(1000ℓ) 18 21
중유(1000ℓ) 13 15
등유(1000ℓ) 0 0
LPG(1000㎏) 0 0
EU의 에너지세는 전통적인 필수품으로 간주되는 수송용 연료와 난방 용 에너지의 경우 특정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또한 산업경쟁력 유지 의 측면에서 특정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한 세율을 적용하는 우대조치도 지속시키고 있다. 난방용으로 이용되는 연료나 특정산업이나 상업적 용 도의 수송용 에너지는 일반적인 수송용 연료에 비해 매우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산업용과 연관수송용 에너지는 생산비용 부담의 완화를, 난방용 에너지는 모든 경제주체의 필수재라는 측면에서 이를 부담
하는 경제주체의 조세부담 경감이라는 사회후생적 논거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EU의 에너지세제는 회원국에게 최소한의 기준을 제공하는 역
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탄소세나 여타 에너지관련 조세에서 각국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허락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 다. 이러한 측면은 에너지조세 체계의 인센티브 또는 환경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각국의 사회후생적 측면에서 자국의 경제상황에 적합하도록 자 율권을 허용한다는 정책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다. 에너지세제의 관련 정책과의 연계성
조세체계와 관련 정책적 목표간에는 적절한 연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에너지세제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가 환경개선과 에너지효율성 제고인 만큼 두 가지 정책목표를 적절하게 달성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인센티 브 시스템 구축을 EU 에너지세제는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EU 에너지조세규정은 해당 조세체계가 환경과 효율성을 유기적으로 연계시 키는(coherent) 메커니즘을 가지도록 디자인되고 있는데, 이는 에너지세 가 항상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에너지제품 소비간 의 왜곡을 유발하지 않으며, 동시에 환경적인 목표도 성취하는 시스템의 확립을 의미한다.
먼저 에너지효율성의 제고를 달성하기 위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으로는 에너지세제가 전체 EU회원국간 뿐만 아니라 전체 연료에너지제품 간에 동일한 조세체계가 도입되는 것이 요구된다. 에너지효율성제고에 대한 동일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료 단위당 열량에 따라 균일하게 과세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에너지수요의 기본단위가 열 량인 만큼 에너지제품의 단위당 열량이 조세부과의 기준이 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