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토마스 만 시각예술관 형성의 정신사적 배경

2. 토마스 만의 시각예술관

2.3. 토마스 만 시각예술관 형성의 정신사적 배경

앞에서 보았듯이 토마스 만의 시각예술관은 특히 니체로부터 직접적인 영 향을 받은 것이었다. 사실 토마스 만은 니체뿐만 아니라 쇼펜하우어, 바그 너에게 정신적-예술적인 토대를 두고 있었으며 그의 시각예술관은 근본적으 로 이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82) 그러나 이들보다 앞서 독일적 이상주의의 전통의 기초를 마련한 실러 또한 시각예술에 대한 입장 을 분명히 표명하였는데, 실러를 문학 창작의 모범으로 삼은 토마스 만은 시각예술에 대한 관점 또한 그를 통해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a. 실러

토마스 만이 시각의 세계에 의식적으로 거리두기를 한 것은 보지 않고 추상적인 사유로만 작품을 쓰려한 실러를 독일 이상주의의 모범으로서 자 신의 정신세계의 근원으로 삼고 이를 따르려는 의지에 의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토마스 만에게 실러는 독일 민족정신을 대표하는 예술가로서 가장 독일적인 예술을 대표하는 ‘음악적 인’ 작가로 간주되었다. 이런 면에서 실러는 토마스 만이 절대적으로 추앙 하였던 또 다른 고전주의자 괴테와는 매우 상반되는 측면에서 그의 전범 (典範)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러와는 대조적으로 괴테는 ‘보는 것’으로부터 가장 큰 자극을 받았으며 예술은 곧 조형적이라고 생각 했던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시각형 인간’이 었다. 실제로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받아들인 시각적 경험을 문학 으로 바꾸어 형상화하는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화가, 미술비평가, 미술사가 로 활동하며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83) 뤼벡의 부유한 시민계급 출신인 토 82) 토마스 만은 이 세 명의 정신사적 스승들을 “영원히 연결되어 있는 세 별 ewig

verbundenes Dreigestirn”이라고 칭하며 자신에게 하나의 통일체로서 마치 하나처럼 그의 예술 세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Betrachtungen eines Unpolitischen(1918) GW XII 53, 58.

83) 괴테는 색채와 양식 개념, 미술사의 용어상의 문제, 개별 작품과 작가론 등 시각예

마스 만은 사실 두 고전주의 작가 중에서 시민적 질서와 근면함, 프로테스 탄트적 윤리에 뿌리를 둔 프랑크푸르트의 시민 괴테를 더 가깝게 느꼈다.

심지어 그는 괴테를 자신의 비밀스러운 자화상으로서 여기고 자신을 사실 상 괴테의 직접적인 후계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러에게서는 괴테만큼 인 간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84)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만은 자신의 창작 방법과 관련하여 시각적인 것, 시각예 술에 대해서만큼은 괴테가 아닌 실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따랐다. 이는 음악을 최고의 예술로 간주하는 독일 이상주의의 전통에 따라 시각의 세계 를 외면하고자 한 그의 특별한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토마스 만은 적어도 15세 이전부터 실러를 접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실 러 서거 100주년을 맞아 위촉받은 힘겨운 시간 Schwere Stunde을 쓰 면서부터는 그를 진지하게 탐구하여 1955년 사망하기 2개월 전 완성한 마 지막 에세이「실러에 대한 습작 Versuch über Schiller」(1955)에 이르 기까지 실러를 평생 미학적, 문학적 스승으로 존경하였다. 토마스 만은 어 린 시절 실러를 읽었던 체험을 “방과 후 버터빵이 가득한 접시와 함께 실러 를 읽으며 보냈던 시간이었다 die Stunden, die ich nach der Schule bei einem Teller voll belegter Butterbrote mit der Lektüre Schillers verbrachte”85)고 하며 일상의 기분 좋고 편안한 시간으로 묘사

술에 대한 글을 많이 남겼으며「빙켈만과 그의 세기 Winckelmann und sein Jahrhudert」(1805)에서는 부분적으로나마 미술사학의 역사 자체를 조명한 미 술사가이기도 했다. 1786년부터 로마에 머무는 동안 괴테는 ‘필리포 묄러 Filippo Möller, 독일인, 화가’로 은둔해 살면서 남몰래 고고학, 소묘, 회화, 소조, 해부 등을 연구하여단순한 자연모방, 방식, 양식 Einfache Nachahmung der Natur, Manier, Stil(1789),색채론 Farbenlehre(1810) 등의 논문을 썼 는데 이 글들은 미술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논문들로서 괴테는 미술사학에서도 중 요한 인물로 꼽힌다. Udo Kultermann: Geschichte der Kunstgeschichte.

Der Weg einer Wissenschaft. Düsseldorf 1966. 우도 쿨터만: 미술사의 역 사. (김수현 역). 문예출판사 2002. 173-191 참고.

84) Helmut Koopmann: Weimarer Klassik. In: Andreas Blödorn /Friedhelm Marx (hrsg.): Thomas Mann Handbuch. Leben-Werk-Wirkung. Stuttgart 2015. 277-279. S. 277.

85) 「Lebensabriß」(1930) GW XI 108f.

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마스 만이 어린 시절부터 실러를 진지하게 수용한 것은 아니었다. 만은 실러를 초년에는 학창시절의 진부한 고전 독서교육에 대한 조롱과 이로니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1905년 실러 서거 100주년을 맞아 단편 힘겨운 시간을 쓰기 위해 실러를 본격적으로 연구 하면서부터는 시각을 전환하여 진지하게 실러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 후 1909년에서 1912년 사이에 만은 예술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하려다 결국 미완성으로 끝낸 에세이「정신과 예술」을 준비하고 집필하는 과정에 서 실러의 미학을 더욱 진지하게 탐구하였으며 여기에는 특히 실러의 소 박 문학과 감상 문학에 대하여 Über naive und sentimentalische Dichtung(1795/96)의 영향이 강하게 들어 있다.

토마스 만 작품에서의 실러 수용에 대해 연구한 요아힘 잔트베르크 Joachim Sandberg는 만의 14권에 달하는 메모 중에서 그가 실러와 관 련해서 도출한 핵심적인 요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시각예술은 삶을 호흡하며, 나는 시인에게서 정신을 요구한다.

2) 정신에게 말을 하지 않는 모든 것은 평범한 것이며 감각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3) 대가의 본래 비밀은 형식을 통해 소재를 제거하는 데 있다.

1) Leben athme die bildende Kunst, Geist fordr’ [sic] ich vom Dichter.

2) Gemein ist alles, was nicht zu dem Geist spricht und kein anderes als ein sinnliches Interesse erregt.

3) Darin besteht das eigentliche Geheimnis des Meisters, daß er den Stoff durch die Form vertilgt. 86)

그런데 위의 논점들은 사실 모두 ‘보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 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메모 1)에 따르면 실러는 예술을 ‘삶과 정신’의 대 립적인 요소로 양분하여 시각예술은 ‘삶’의 편에, 시는 ‘정신’의 편에 자리매 김하고 있다. 이는 토마스 만이 시각예술을 삶의 편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

86) Joachim Sandberg: Thomas Manns Schiller-Studien. Eine quellenkritische Untersuchung. Oslo/Bergen/Tromsö 1965. S. 28.

으로 보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가졌던 것이 실러에게서 유래함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단서라고 하겠다. 또한 2)에서처럼 정신적이지 않은 것 을 감각적인 것, 일반적이고 진부한 것으로 본다고 하면 1)에서 말한 정신 적인 세계, 곧 문학의 상대편으로 지목된 시각예술은 바로 여기에 속한다.

또한 3)에서 위대한 예술가는 형식을 통해 소재를 제거해야한다고 할 때 소재를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인 대상을 뜻한다고 보면 이 역시 시각적인 것과 연관되며 이 논점 역시 시각적인 것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드러낸 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토마스 만이 실러에 대해 위와 같은 세 가지 논점만을 메모하였다는 것은 ‘시각예술’, ‘감각적인 것’, ‘구체적인 소 재’와 같이 특히 ‘보는 것’과 관련되는 영역을 ‘정신적인 것’과 대립되는 대 표적인 지표로 간주하는 그의 생각이 실러에게서 유래한다는 것과 그가 이 문제를 실러를 수용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각예술을 정신적인 것에 대립되는 삶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는 토마스 만의 사고는 무엇보다 실러의 ‘소박시인과 감상시인’의 구분에서 근거를 찾 을 수 있다. 실러는 ‘소박시인과 감상시인’의 근본적인 차이가 “전자는 자연 과 감각적인 것, 생생한 현존을 통해 우리를 감동시키는 반면 후자는 관념 을 통해 우리를 감동시키는 데 있다”고 보았다.87) 소박 시인은 단지 “단순 한 자연과 느낌, 그리고 현실을 모방하는 것으로 제한되는 반면, 감상 시인 은 주관적으로 대상에 대해 성찰을 한다”는 것이다.88)

...대상들이 그(감상시인:필자)에게 주는 인상에 대하여, 그리고 오 직 이에 대한 성찰의 바탕 위에서만 예술가 자신을 바꾸고 우리를 바꾸 는 감동이 만들어진다. 대상은 여기서 관념으로 연결되며, 이러한 관계 의 바탕 위에서만 그의 시적인 힘이 근거를 갖는다.

[...] über den Eindruck, den die Gegenstände auf ihn machen, und nur auf jene Reflexion ist die Rührung 87) Friedrich Schiller: Werke und Briefe in zwölf Bänden. Otto Dann/Axel

Gellhaus/Klaus Harro Hilzinger(hrsg.). Frankfurt a. M. 1990 ff. Bd.

VIII. S. 735.

88) Ebd. S. 738.

gegründet, in die er selbst versetzt wird, uns vesetzt. Der Gegenstand wird hier auf eine Idee bezogen, und nur auf dieser Beziehung beruht seine dichterische Kraft.89)

실러는 소박시인의 전형은 고대시인에서, 감상시인은 근대시인에서 발견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러가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시대 에 따른 유형이라기보다는 창작상의 근본적인 차이, 자연과 생생한 객관적 현실을 통해 시에 접근하는가, 아니면 주관적이고 인위적인 관념을 통해서 접근하는 가의 차이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문화의 상태에 발을 들여놓고 인위의 손이 인간에게 미치면 인 간 내면의 감각적 조화는 지양되고 만다. 그리하여 인간은 오직 도덕적 인 통일로서 밖에는, 즉 통일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일로 밖에 자기표현 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처음 상태에선 실제로 존재했던 느낌과 사고 사 이의 일치는 오늘날에는 단지 이상적으로만 존재할 따름으로 이 일치는 인간의 내면에 있지 않고 외부에 있게 된다. 즉, 실현되어야만 할 생각 으로만 있는 것으로 더 이상 그의 삶에서 현실이 아니다.

Ist der Mann in den Stand der Kultur getreten, und hat die Kunst ihre Hand an ihn gelegt, so ist jene sinnliche Harmonie in ihm aufgehoben, und er kann nur noch als moralische Einheit, d. h. als nach Einheit strebend sich äußern. Die Übereinstimmung zwischen seinem Empfinden und Denken, die in dem ersten Zustand wirklich stattfand, existiert jetzt bloß idealistisch; sie ist nicht mehr in ihm, sondern außer ihm; als ein Gedanke, der erst realisiert werden soll, nicht mehr Tatsache seines Lebens.90)

실러는 이와 같은 이분법적인 예술의 구도를 따라 ‘자연과 인공 Natur und Kunst’, ‘고대와 근대’, ‘현실과 이상’ 외에도 ‘객관과 주관’, ‘외면과 내면’, ‘도덕주의와 유미주의’, ‘신적인 것과 영웅적인 것’, ‘창조와 인식’ 등 다양한 대립적인 개념들을 언급하였다. 실러의 소박예술의 본질이 자연의

89) Ebd. S. 739.

90) Friedrich Schiller: Erzählungen. Theoretische Schriften. Wolfgang Riedel (hrsg.). München 2004. S. 716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