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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탈리아 법원의 판단

앞서 간단하게 소개하였던 것과 같이, 페리니 사건은 이탈리아

224) 물론 이와 같은 원고 등의 청구에 대하여 소멸시효 · 제척기간 · 준거법 · 재판관할권

· 외국법원 확정판결의 기판력 등과 관련하여 피고의 여러 항변사유가 존재할 수 있고, 그에 관한 법리적용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항변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생 길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 위 법리적 쟁점들은 2009다22549 판결이 나오기까지 해 당 하급심 재판에서 주장되었고, 이들 쟁점들 중 대법원과 하급심 재판부들의 판단 이 서로 다른 경우도 존재한다.

225) 나아가 이러한 결론은, 원고 등이 피고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똑같은 형태의 청구 를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도 이미 밝혔다.

사람 페리니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에 의하여 강제이송되어 강 제노역을 한 사안을 대상으로 한다.

1930년대 중반부터 나치 독일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였던 파시스트 이탈리아는 1940년 6월에 이르러 추축국의 일원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으나, 1943년 무솔리니의 실각과 함께 전선에서 조기 이탈하게 되었다. 나치 독일은 이탈리아가 위와 같이 동맹에서 이탈한 무렵인 1943년 10월에 북부 이탈리아에 진주하였고, 그 때부터 종전에 이르기까 지 북부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민간인 학살, 강제노동에 동원하기 위한 민간인 대량 이송 등 수많은 전시 가혹행위가 자행되었다. 페리니는 그 러한 강제노동 피해자 중 1명이다.226)

페리니는 1998년 이탈리아 법원에 독일을 피고로 하여 강제이송, 강 제노역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제1심인 아레쪼(Arezzo) 법원과 제2심인 플로렌스 항소법원은 주권 면제(State Immunity)227)를 이유로 페리니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 고,228) 이에 대하여 페리니는 강행규범 위반의 경우에도 외국에 대한 관 할권 면제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위 플로렌스 항소법 원의 입장을 반박하며 상고하였다.229)

위와 같은 페리니의 상고에 대하여 이탈리아 대법원인 파기원(Corte

226) 황명준, 위 논문(각주 132), 107쪽, 111쪽; Anthea Roberts, Comparative International Law? The role of National Courts in Creating and Enforcing International Law,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Law Quarterly, Vol 60(1), Issue 01 (2011), 64쪽.

227) 어떤 국가의 법원이 다른 나라를 피고로 재판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서, 국가간 평등, 주권 존중에 근거하여 그러한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로 주권면제 법리이다. 이는 관습국제법으로 취급되고 있다. 즉 페리니 사건의 경우 이탈리아 법원에서 독일을 피고로 하는 재판을 하는 것은 주권면제 법리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해당 제1심, 제2심의 논리이다.

228) 이성덕, 위 논문(각주 131), 223쪽.

229) 이성덕, 위 논문(각주 131), 223쪽.

di Casszione)은, 국제적 강행규범 위반에 해당할 경우 규범 간의 서열적 우열관계에 따라 주권면제가 부인됨으로써 그 범위에서는 개인의 재판청 구권이 반사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문제되는 독일군의 행위 는 주권적 성질을 갖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행위의 극단적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개별국의 이해를 초월하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국제범죄에 해당하므로, 이탈리아 국내법원에 보편적 관할권 (universal civil jurisdiction)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 항소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다.230)

결국 2011년 2월에 이르러 약 12년의 세월이 경과한 끝에 파기환송 심인 플로렌스 항소법원은 위 파기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독일이 페리니 를 전시 강제노동에 동원한 것과 관련하여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는 취 지로 판결하였다.231)

나. 독일의 이탈리아를 상대로 한 ICJ 제소와 이에 대한 ICJ의 판단

위 페리니 사건을 계기로 이탈리아에서는 위 사건과 유사한 사실 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소송들이 제기되었고, 이들에 대하여 이탈리 아 법원이 위 페리니 사건과 동일한 취지의 판단을 연이어 하게 되자, 독일은 이러한 이탈리아 법원의 태도가 주권 면제와 관련한 국제법 규범 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탈리아를 ICJ에 제소하였다.232)

ICJ에서 독일은 이탈리아 국내법원에서의 그 일관된 주장과 같이, 이탈리아가 국제법상 독일이 향유하는 주권 면제를 존중할 국제법상 의

230) Anthea Roberts, 위 논문(각주 226), 64쪽; 이성덕, 위 논문(각주 131), 223쪽; 황명 준, 위 논문(각주 132), 112쪽, 115쪽.

231) 황명준, 위 논문(각주 132), 112쪽, 115쪽.

232)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 1; 이성덕, 위 논문(각주 131), 231쪽.

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233)

이에 대하여 이탈리아는, 위와 같은 독일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위 파기원의 판단과 같이“독일이 한 행위는 국제범죄행위로서 국제적 강행 규범 위반이고, 강행규범은 이와 모순되는 다른 국제법상의 규칙에 우선 하는 효력을 지니므로, 강행규범 위반행위로 발생한 민사배상 청구권의 실현을 주권 면제의 법리가 봉쇄시킬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234) 이탈리아는 구체적으로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주권 면제가 배제되 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무력충돌 시 적용되는 국제법 원칙을 심 각하게 위반하는 것은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에 해당하고, 둘째 이러한 행위로 위반한 규범은 국제법상 강행규범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국제 적 강행규범에 반하는 조약과 관습국제법이 강행규범보다 하위의 효력을 가지고 있어 그 효력이 부인되듯이, 강행규범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 지 아니한 관습국제법으로서의 주권 면제와 관련한 규범 또한 국제적 강 행규범의 내용에 양보하여야 하며, 셋째 이탈리아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 한 피해자들은 여타의 모든 구제방법으로부터 배제되었기 때문에 이탈리 아 법원이 제공하는 구제책이 마지막 구제수단이므로, 이러한 행위에 대 해서는 주권 면제가 배제되어 법정지 법원이 타국에 대하여 관할권을 행 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235)

위와 같은 이탈리아의 주장에 대하여 ICJ의 다수의견은, 독일의 행 위가 국제범죄에 해당함은 인정하면서도,236)“주권 면제 법리는 한 국가 의 법원이 다른 국가에 대하여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

233)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s 15, 16.

234)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 16; 국제법 판례 100선, 138쪽, 139쪽 참조.

235)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s 80, 92; 이성덕, 위 논문(각주 131), 233쪽, 234쪽, 235쪽.

236)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 81.

여 규율하는 절차적인 규범으로서 절차 개시의 원인된 행위의 적법성 여 부를 규율하는 실체규범과는 별개이므로, 결국 국제적 강행규범 위반이 연계되어 있더라도 주권 면제에 관한 관습국제법의 적용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판시를 하면서,237) 이탈리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권 면제를 주장하는 독일의 편을 들어주었다.238)

한편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아래 판시 내용은 주목 할 만하다.

먼저 Trindade239) 재판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이 저지른 행위는 최고의 국제범죄행위(international crimes of the utmost gravity) 로서 주권적 행위가 아닌 권력적 불법행위일 뿐이라고 판단하였다.240) 그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독일에 의하여 심각한 인권의 침해와 국제인도 법 위반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현대 국제법 자체에도 치명 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하면서, 민간인들에 대한 학살, 민간인들에 대한 강제이송, 노예노동과 같은 국제범죄 행위는 국제적 강행규범의 절 대적인 위반으로서 주권 면제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241) 그러면서 그는 정의의 추구야말로 어떤 사건에서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인바, 독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입은 피해 에 대한 보상을 받게 하는 것만이 정의를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

237)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s 58, 93, 95, 97; 이성덕, 위 논문(각주 131), 236쪽;

국제법 판례 100선, 139쪽. 한편 ICJ 다수의견은 이탈리아의 위 세 가지 주장 중 마지막 주장인 ‘이탈리아 법원의 조치는 피해자에 대한 최후의 구제책’이라는 취지 의 주장에 대하여, ‘구제를 확보할 수 있는 실효적인 대체수단이 존재하는가 여부 는 주권 면제 인정 여부에 관한 문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역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s 101, 102).

238)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s 113-120; 국제법 판례 100선, 139쪽 참조.

239) Antonio Augusto CanÇado Trindade.

240) 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Trindade, para. 290.

241) 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Trindade, para. 297.

이고, 나아가 오로지 그러한 방법에 의해서만 정의의 부정(denial of justice)과 국제범죄에 대한 면죄부 제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 하였다.242)

역시 반대의견을 낸 Yusuf243) 재판관은, 국제공동체가 존중하고 있 는 국제적 강행규범이 추구하는 가치와 주권면제가 추구하는 가치 사이 의 균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244) 국제범죄로부터 발생하는 개인의 청구와 주권면제의 충돌 문제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 았던 것으로서 최근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것(of recent origin)일 뿐만 아 니라, 이와 관련한 국제법규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are undergoing transformation)고 판시하였다.245)

그러면서 그는, 전쟁범죄나 반인도범죄로 피해를 입고도 달리 보상 을 받을 방법이 없는 개인들에게 국내 법원에서 보상 조치를 취하는 것 은 결코 주권 면제 법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권과 국제 인도법의 보호에 보다 큰 규범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최근 국제사회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러한 방향에 의하여 여러 국 가들에 의하여 자행될 수 있는 국제인도법 위반을 억지하는 효과까지 얻 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였다.246)247)

242) 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Trindade, para. 299.

243) Abdulqawi Ahmed Yusuf.

244) 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Yusuf, para. 28.

245) 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Yusuf, para. 50.

246) 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Yusuf, para. 52.

247) 한편 위 두 재판관 외에 해당 사건에서의 Ad hoc 재판관인 Giorgio Gaja의 반대의 견(Jurisdictional Immunities, Dissenting Opinion of Judge ad hoc Gaja)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나, 그 내용상 국제적 강행규범에 대한 언급보다는 ‘원칙적으로 주 권 면제 법리는 존중되어야 하나, 일부 국내 법원의 관할권 행사가 허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