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위 흥미로운 ICJ 판결은 동일한 성격의 강제노역, 강제동원을 대상 으로 하는 이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양 사건 모두 제2차 세계대전 후기 에 나타난 점령 및 강점 상태에서의 희생자 개인의 피해라는 성격이 있 고,248) 청구권협정과 유사하게 독일249)과 이탈리아 사이에도 1963. 7. 31.

일괄보상협정방식으로 나치 박해 조치를 받은 이탈리아 국민에 대한 배 상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Compensation for Italian Nationals Subjected to National-Socialist Measures of Persecution)이 체결된 상황 이었기 때문이다.250)

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위 페리니 사건의 경우 독일이 피고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일본의 기업이 피고라는 점이다. 즉 국가나 국가 원수 등에 대하여만 주어지는 주권면제의 특권이 이 사건 피고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인 것이다.251)

248) 황명준, 위 논문(각주 132), 105쪽, 106쪽.

249) 정확하게는 ‘서독(西獨)’.

250) Jurisdictional Immunities, paras 24, 25; 이근관, 위 논문(각주 24), 201쪽; 황명준 위 논문(각주 132), 110쪽 참조. 구체적으로, 제1협정 제1조에 따라 독일은 이탈리 아에게 ‘경제적 성질의 미해결 사안에 대하여 금전배상을 실시’하였고, 제1협정 제2 조에서 이탈리아는 ‘전쟁 시기의 권리 및 정황에 기인하는 일체의 미해결 청구가 해결되었음’을 선언하며, 상기 청구에 관하여 독일과 이탈리아의 자연인 및 법인에 대하여 일체의 사법 절차로부터 면책시킨다는 취지를 확인하였다. 아울러 제2협정 에서는 나치 독일에 의하여 박해를 당하였던 이탈리아 국민에 대하여 독일은 당시 금액으로 4천만 마르크의 금전배상의 지급에 합의하였으며, 이 금액의 지급에 따라 위 협정의 대상이 되었던 모든 문제는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에 최종적으로 해결을 본 것임을 명시하였다.

251) 장준혁, “일본 치하의 징용근로자의 대사인적 소송의 법률문제들,” 판례실무연구 XI(상) (2015), 570쪽도 같은 취지이다. 이 논문에서는 “국영기업도 주권 면제의 향 유주체로 인정될 여지가 있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가 국영기업에 준하여 다루어질 수 있는지 문제된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재판 당시 국영기업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 명백하므로, 주권 면제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위와 같은 페리니 사건을 통하여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 다.

첫째, 이탈리아 국내법원은 페리니의 피해를 강제징용과 관련한 국 제범죄, 즉 국제적 강행규범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로 규정하였고, 그와 같은 전제에서 나치 독일에게 일괄보상협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손해배 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이탈리아 법원의 태도는, 국제형사법 및 국제인권법에 의하 여 보호되는 침해 불가능한 권리는 주권면제의 법리를 포함한 모든 조약 이나 관습국제법에 우월하다는 근거에 따른 것으로서,252) 타당하고 존중 되어야 할 방향에 해당한다.

둘째, 주권면제법리를 이유로 독일의 손을 들어준 ICJ의 판결 취지 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이 만일 ICJ에 회부될 경우253) 우리 정부로서는 페리니 사건에서의 이탈리아의 주장과 같은“국제적 강행규범이 주권 면 제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을 할 필요도 없이“국제적 강행규범 위반

취지로 적고 있다.

252) Anthea Roberts, 위 논문(각주 226), 64쪽, 65쪽. 참고로 Anthea Roberts의 위 논문 해당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On immunity, the Court found that Germany could not claim immunity in respect of international crimes that were subject to universal civil jurisdiction.

The non-derogable rights protected by international criminal and human rights norms lie at the heart of the international order and prevail over other conventional and customary norms, including those relating to State immunity.”

253)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일본 외무부 스기야마 심의관을 통해 만약 2009다22549 판결 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피고의 배상책임이 확정된다면 이를 ICJ에 제소하겠다는 의 사를 우리나라 정부에 전달했다. 국제법 판례 100선, 181쪽; 이근관, “외교문제에 대한 사법자제의 원리: 비교법적 고찰,” 서울국제법연구 제20권 2호, 서울국제법연 구원 (2013), 67쪽, 68쪽. 특히 이근관 교수는 위 논문 67쪽, 68쪽에서 “2009다22549 대법원 판결이 그 내용대로 확정될 경우 일본 측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조치가 청 구권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① 청구권협정 제3조에 규정 된 분쟁해결절차(즉 외교적 협의에 이은 중재재판)의 개시를 요청하거나, ② 이 사 건을 ICJ에 공동 회부 또는 일방 제소하거나, ③ 2003년부터 발효 중인 한일양국간 투자보장협정상의 분쟁해결절차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고 있다.

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인정은 정당하다.”는 주장만 하면 된다.

과연 이때 ICJ가 어떤 판단을 하게 될 것인지 매우 흥미롭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일괄보상협정방식의 협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국제적 강행규범 위반을 이유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여전히 성립한다고 인정할 것인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까지 ICJ가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명시적인 판단을 한 적이 없고, 국제적 강행규범 위반을 이유로 조약을 무효로 한 사안도 아직까지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254)

생각건대, 물론 ICJ가 이 사건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정치적․외교 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는 있고, 이는 우리 나라 측에 불리하게 작용될 여지가 있다.255) 우리 헌법재판소도 국방 및 외교에 관련된 것으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에 관해“재판 소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지적 하고 있거니와, 청구권협정 자체가 앞서 본 당시 체결과정상의 역사적 사실관계 등을 종합할 때 고도의 외교적․정치적 결단의 산물이라는 특 성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256)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역점을 두어 정리한 바와 같이 국제인 권법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의식 고양이나 국제적 강행규 범 이론의 심화․발전이라는 현 국제법의 주도적 흐름 및 고도의 불가예 측성257)을 지닌 국제재판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ICJ가 전향적인 판결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254) 신국제법강의, 353쪽 참조.

255) 이근관, 위 논문(각주 253), 68쪽 참조. 한편 이와 관련하여 이러한 사법부의 사법 자제 이론과 국제적 강행규범과의 관계(The political question doctrine and its relationship to Jus cogens)에 관한 자세한 설명으로는, Darcie L. Christopher, 위 논문(각주 116), 1,242쪽 내지 1,248쪽 참조.

256) 이근관, 위 논문(각주 253), 65쪽, 66쪽 참조.

257) 이근관, 위 논문(각주 253), 68쪽 참조.

무엇보다도, 만일 ICJ가 위와 같은 사법자제의 논리나 청구권협정의 정치적, 외교적 성격에만 치중하여 일본의 손을 들어줄 경우, 이는 일본 과 일본 기업이 우리 국민들에게 자행한 불법을 간접적으로 용인하는 것 과 다름 아니라는 점이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258) 즉, ICJ는 현재 국제법 이론상 최상의 서열(the highest status)을 가지고 있는 국제적 강행규범 이론에 따라 그에 위반한 일본이나 일본 기업의 잘못을 꾸짖는 방법과 위와 같이 일본의 잘못을 용인하는 방법 중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국제법다운’선택인가에 관하여 충분히 고민할 것으로 믿는다.

결론적으로, ICJ가 정치적․외교적 고려보다는 국제법상 주체로 떠오 른 개인의 인격적, 인권적 가치를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입장에서 국제적 강행규범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 을 가져본다.

제2절 청구권협정의 위헌적 관점에서의 접근

청구권협정은 양자조약으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위헌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와 관련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 제3항의 위헌성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2009헌바317)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2015. 12. 23. 재판의 전제성이 없음을 이유로 그에 관한 본안 판단을 하 지 아니한 채 각하 결정을 하였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위헌성 여부에 관 한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의 판시 내용에도 지적된 바 있지만, 청구권협정 제2조 제1항 의 구조 자체가‘국가가 개인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고 일괄적으로 개

258) 같은 취지로는, Darcie L. Christopher, 위 논문(각주 116), 1,245쪽.

인적 청구권을 포기시킨 경우’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러한 측 면만 감안하더라도 헌법재판소로서는 청구권협정에 대하여 재산권에 대 한 본질적 침해 등의 헌법조항에 근거하여 전부 위헌을 하거나 한정 위 헌(합헌)의 결정을 할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 2011. 8. 30. 선고 2008헌마648 결정의 취 지를 음미할 필요가 있는바, 헌법재판소는 2,542명의 대한민국 원폭 피 해자들이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청구권협정 제3조 부작위 위 헌 확인소송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다.

특히, 우리 정부가 직접 원폭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 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실현 및 인간으로 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에 대한 장애상태가 초래된 것은 우리 정 부가 청구권의 내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모든 청구권’이라는 포 괄적인 개념을 사용하여 청구권협정을 체결한 것에도 책임이 있다 는 점에 주목한다면, 그 장애상태를 제거하는 행위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의무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 불법적인 강제징용 및 징병에 이어 피폭을 당한 후 방치되어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폐해 진 채 비참한 삶을 영위하게 된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 하여 가지는 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일 뿐만 아니라, 그 배상청구권의 실현은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일본의 침략전쟁 수 행과정에서 도구화되고 피폭 후에도 인간 이하의 극심한 차별을 받 음으로써 침해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사후적으로 회복한다 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침해되는 기본권이 매우 중대하다.

이 중“원폭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재산권이다.”

라고 판시한 데에서 원폭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을 바라보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나아가 위 결정문에 국제적 강행규범 위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