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화해는 상호 강력한 의존관계를 형성하 는 것이 중요하다. 의존관계는 단순히 교류와 협력의 관계가 아닌 번영과 침체를 동시에 경험하는 공동 운명체라는 믿음과 감정을 공 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의존관계는 분쟁하는 집단들이 공동
의 정체성을 가지며, 각각의 집단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해야 하며, 자원에 대한 공평성과 정의로움이 요 구된다. 또한 평화적 의존관계를 위해서 폭력 사용은 용인되지 않는 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평화(peace)에 대한 담론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Thomson Reuters Web of Knowledge Database에 2000년 이후 평화(peace)로 검색 하면 평화에 대한 40개 이상의 다양한 속성들이 나타난다. 평화의 구분은 평화의 수준(개인 간 평화, 국가 간 평화, 지구적 평화), 평화의 방향(내적 평화, 외적 평화), 지속성(불안정한 평화, 안정적 평화), 평화의 조건과 방식(강압을 통한 평화, 민주주의적 평화, 경제적 보 상에 의한 평화), 평화의 종류(소극적 평화, 적극적 평화, 촉진적 평 화), 평화의 범위(지역적 평화, 지구적 평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 구되며 정의되고 있다.
Coleman은 ‘지속가능’한 평화에 관심을 가졌다.38) 먼저 지속가 능하다는 것은 단순히 오랫동안 유지되는 시간적 지속성만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과 개선의 역동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 이다. 지속가능한 평화는 개인, 관계, 사회 등 모든 시스템이 다양한 단계를 거쳐 변화하고 진화하는 창조적 적응의 평화이며 변화에 대 한 유연성(flexibility)과 대응성(responsiveness)이 요구된다. 다 시 말해 지속가능한 평화는 집단의 핵심가치는 유지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안정성과 역동성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 다. 이러한 안정성과 역동성은 부정적‧파괴적 갈등, 긴장, 폭력을 제거하고 생산적 갈등, 조화, 복지와 안녕을 증진하는 것을 중심으
38) Peter T. Coleman, “Conclusion: The Essence of Peace? Toward a Comprehensive and Parsimonious Model of Sustainable Peace,” in Psychological Components of Sustainable Peace, eds. Peter T. Coleman and Morton Deutsch (New York:
Springer, 2012), pp. 353~369.
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Coleman은 지속가능한 평 화를 파괴적인 갈등이나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가능성(폭 력의 잠재력)이 낮아지면서 협력과 대화를 통해 사회적 정의와 복지 를 증진하려는 가능성(평화의 잠재력)이 사회 전반과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Coleman은 폭력의 잠재력을 제거하고 평화의 잠재력을 증진하는 요소를 개인적 수준에 초점을 둔 미시적 차원(micro-level), 정치, 사회 제도, 국가, 국가 수준에 초점을 둔 거시적 차원(macro-level), 가족, 학교, 기관, 그리고 사회 커뮤니티 수준에 초점을 둔 메조 수 준(meso-level)로 구분하였다. 이 세 수준은 개별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Coleman의 세 수준 중 본 연구와 관 련하여 미시적 차원의 요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폭력의 잠재력을 방지하는 심리적 요소
∙ 파괴적 갈등과 폭력의 원인, 결과 그리고 확산적 경향성 (escalatory tendency)에 대한 자각
∙ 파괴적, 폭력적 행동에 대한 내적 본능을 조절, 억제하는 자기 감시 능력
∙ 물리적 욕구, 안전, 존엄을 포함한 인간의 기본적 동기에 대한 만족
∙ 비폭력을 지지하는 가치, 태도, 행동
∙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역량
∙ 차이에 대한 개방성과 관용
∙ 용서를 할 수 있는 역량
평화의 잠재력을 증진하는 심리적 요소
∙ 나이 또는 사는 지역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상호 의존적 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
∙ 타인과 사회의 복지를 소중히 여기는 자기 초월적 가치지향성
∙ 개인적 분노가 억울함을 조절할 수 있는 자아고양(self- enhancement) 지향성
∙ 변화에 대한 개방성과 보수성의 건강한 조화, 그리고 변화의 시점과 환경에 대한 반응성
∙ 협력과 신뢰를 증진하는 가치, 태도, 행동과 기술(skill)
∙ 생산적 갈등 해결을 위한 지식, 태도, 그리고 기술
∙ 정서와 행동, 그리고 사회정체성의 복잡성이 유기적으로 통합 된 자아상
∙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현 실적 공감능력, 관용의 능력, 인간화의 능력
∙ 내집단과 외집단 구성원들에 대한 측은지심
∙ 지구의 자원과 환경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인식
∙ 평화를 위한 언어: 협력과 평화의 관계를 나타내는 다양한 층 위의 언어적 표현의 사용
∙ 상위 수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 는 다양한 조치들에 대한 분명한 이해
하지만 Coleman은 평화의 잠재력과 폭력의 잠재력이 공존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평화에 대한 태 도가 강해진다고 해서 전쟁에 대한 태도가 약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평화의 잠재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지속가능한 평 화를 달성할 수 없지만 폭력의 잠재력을 방지하는 심리적 요소를 동 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의 행동을 과거 의 패턴에서 분리하여 행동이나 정보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 하다고 강조한다. 집단의 행동을 과거의 패턴, 분쟁의 패턴 속에서 인식한다면 폭력의 잠재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의 복잡성(complexity)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39) 생산적인 사회적 관계는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적 평화만을 강조한다면 모든 것이 군사적인 관점에서만 판단될 것이며 경제적 교류만을 강조한 다면 모든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게 된다. 분쟁과 갈등이 발 생하면 흑백론에 의한 판단, 문제를 단순화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구조를 가진다면 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흑백 론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회복탄력 성이 높아진다. 다양한 접촉, 다양한 영역에서의 평화의 관계를 만 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적대적 관계를 가진 두 집단이 협력의 과정에서 자원의 사용과 개 발에 있어 공평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강력한 의존관계의 형 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평화의 요소로 정의(justice) 역시 중요하다. 정의는 실체적 정의, 미래 정의, 절차적 정의, 정서 적 정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지만 화해의 관점에서 본다면 상 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40)
39) Andrzej Nowak et al., “Attracted to Conflict: A Dynamical Perspective on Malignant Social Relations,” in Understanding Social Change: Political Psychology in Poland, eds. Agnieszka Golec and Krystyna Skarżyńska (Haauppague: Nova Science Publishers Ltd, 2006), pp. 33~49.
40) John Paul Lederach, Building Peace: Sustainable Reconciliation in Divided Societies, pp.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