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평화의 심리: 화해(reconciliation)를 중심으로

화해와 협력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규정할 때마다 언급되는 단어 이다. 약칭으로 불리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식 명칭이 ‘남북 사이 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다. 하지만 화해보 다는 교류와 협력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부인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고질화 된 분쟁의 심리를 고려한다면 화해가 없는 교류와 협력의 미래는 장 담할 수 없다.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처럼 체제(제도) 인정‧존중, 내부 문제 불간섭, 비방‧중상 중지를 한다면 화해가 이루어지는가?

화해의 메커니즘은 무기를 내려놓는 의미 있는 합의, 상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합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의를 촉진하고 적대감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20)

집단 간 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심리적 괴리감과 심리적 장애물 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화해 (reconciliation)의 중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갈등의 해결 이 쉽지 않은 고질화된 분쟁의 해결의 핵심은 화해이다.21) 더 나아 가 정치적, 제도적 갈등과 분쟁의 해결 이후 과거 적대적 집단 간 새로운 상호작용을 규정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한다는 면에서 평화적 관계의 지속에 핵심적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22) 하지만 화해 가 과정(process)의 성격과 결과(outcome)의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는 점을 제외하고 어떤 과정과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23)

화해의 문화적 관점은 사회적 신념과 의미의 정체성, 이데올로기 시스템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폭력적 대결의 기억을 대치하 는 새로운 내러티브의 구성 및 사회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을 강조 한다. 화해의 정치적 관점은 일반적으로 적대적 집단과의 공평한 공 존 및 공평한 경쟁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갈등 집단의 공통의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것에 관심을 둔다. 화해에 대한 법률적 관점은 이행 정의(transitional justice) 메커니즘(진실 말하기, 자백, 기억, 용 서, 처벌 및 보상, 과거사에 대한 인정)이 주요 관심사이다.

20) John Paul Lederach, Building Peace: Sustainable Reconciliation in Divided Societies, pp. 23~36.

21) Daniel Bar-Tal, “Reconciliation as a Foundation of Culture of Peace,” in Handbook on Building Cultures of Peace, ed. Joseph de Rivera (New York:

Springer, 2008), pp. 363~377.

22) Nevin T. Aiken, “Learning to Live Together: Transitional Justice and Intergroup Reconciliation in Northern Ireland,” International Journal of Transitional Justice, vol. 4, no. 2 (2010), pp. 166~188.

23) Daniel Bar-Tal and Gemma H. Bennink. “The Nature of Reconciliation as an Outcome and as a Process,” in From Conflict Resolution to Reconciliation, ed.

Yaacov Bar-Siman-Tov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4), pp. 11~38.

화해에 대한 심리적 관점은 인지적, 정서적 태도의 변화,24) 개인 또는 집단의 힐링,25) 집단 간 상호 이해를 방해하는 정서적 장애물 의 제거,26) 적대적 집단의 존재적 정당성과 합법성을 인정하는 것을 강조한다.27) 구체적으로 화해에 대한 심리적 관점은 화해를 사회 구 성원의 동기, 목표, 신념, 태도 변화로 정의하면서 서로에 대한 인 정, 상대에 대한 심리적 지향의 변화, 그리고 상대의 인간성을 인정 하는 것을 강조한다.

Nadler는 화해에 대한 선행연구를 사회구조의 변화, 관계의 변 화, 그리고 정체성의 변화에 초점을 둔 연구로 구분하였다.28) 사회 구조에 초점을 둔 연구는 분쟁과 갈등의 원인, 그리고 분쟁의 고질 성(intractability)을 고지위 집단과 저지위 집단 간의 불평등에서 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에 초점을 둔 연구는 국가 간 분쟁이 아 닌 국가 내 인종 갈등, 종교적 갈등 등에서 관찰된다. 따라서 갈등과 분쟁 해결의 핵심은 제도적, 법률적으로 집단 간 권력관계를 변화시 키는 것이다.29)

24) Ibid., pp. 11~13.

25) Karen Brounéus, “The Trauma of Truth Telling: Effects of Witnessing in the Rwandan Gacaca Courts on Psychological Health,”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vol. 54, no. 3 (2010), pp. 408~437.

26) Arie Nadler, “Intergroup Reconciliation: Definitions, Processes, and Future Directions,” in The Oxford Handbook of Intergroup Conflict, ed. Linda R.

Tropp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2), pp. 291~292.

27) Ervin Staub, “Reconciliation after Genocide, Mass Killing, or Intractable Conflict: Understanding the Roots of Violence, Psychological Recovery, and Steps toward a General Theory,” Political Psychology, vol. 27, no. 6 (2006), pp. 867~894.

28) Arie Nadler, “Intergroup Reconciliation: Definitions, Processes, and Future Directions,” pp. 293~295.

29) Nadim N. Rouhana, “Key Issues in Reconciliation: Challenging Traditional Assumptions on Conflict Resolution and Power Dynamics,” in Intergroup Conflicts and their Resolution: A Social Psychological Perspective, ed. Daniel Bar-Tal (New York: Psychology Press, 2011), pp. 291~314.

관계에 초점을 둔 연구는 분쟁과 갈등의 원인, 그리고 분쟁의 고 질성을 상대에 대한 불신, 부정적 인식에서 기인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분쟁과 갈등의 치유는 긍정적, 협력적 경험을 증진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신뢰를 학습하고 부정적 견해를 변화시키는 것에 초점 을 둔다. 관계의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접촉 경험이 강조되고 있다.

전통적인 집단 간 접촉 이론(intergroup contact theory)은 단순한 접촉 경험이 집단 간 긍정적 인식 학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분쟁을 완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접촉 경험이었다.30) 접촉의 효과는 아일랜드 분쟁에서도 동 일하게 관찰되었다.31) 접촉의 양도 중요하지만 접촉의 질, 특히 개 인적인 관계를 가질수록 적대 집단에 대한 인식 전환에 더 큰 효과를 가졌다. 또한 공통의 정체성(예: 유럽인, 지구시민 등)을 가지는 것 이 관계의 회복에 더 적극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32) 단일한 정치체계를 추구하지 않는 평화적 공존을 추구하는 경우에 는 관계적 화해만으로 충분하지만 한반도의 통일과 같은 단일한 정 치체계를 추구하는 경우, 또는 국가 내 집단 간 갈등의 경우는 관계 적 화해를 넘어 정체성의 화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체성에 초점을 둔 연구는 분쟁과 갈등이 초래하는 정체성의 위협을 분쟁과 갈등의 지속의 핵심 원인으로 파악한다. 정 체성의 위협은 일반적으로 자신을 분쟁과 갈등의 희생자로 생각하

30) James L. Gibson, “Does Truth Lead to Reconciliation? Testing the Causal Assumptions of the South African Truth and Reconciliation Process,”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vol. 48, no. 2 (2004), pp. 201~217.

31) Tania Tam et al., “Postconflict Reconciliation: Intergroup Forgiveness and Implicit Biases in Northern Ireland,” Journal of Social Issues, vol. 64, no. 2 (2008), pp. 303~320.

32) Masi Noor et al., “On Positive Psychological Outcomes: What Helps Groups with a History of Conflict to Forgive and Reconcile with Each Othe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vol. 34, no. 6 (2008), pp. 819~832.

는 인식에서 비롯되며 정체성의 위협을 가하는 적대 집단에 대한 복 수심과 적개심으로 집단과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된다는 것이 다. 이러한 정체성 위협 과정은 과거 지향적, 분쟁에 대한 집합적 기억에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화해는 정체성의 변화, 즉 피해자 의식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과거사의 지식과 공통의 집합 적 기억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33)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연구한 Kelman은 고질화된 분 쟁이 평화적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이 크게 이익과 권력의 조정에 초 점을 둔 분쟁 합의(conflict settlement), 새로운 관계를 정의하는 분쟁 해결(conflict resolution), 그리고 정체성의 변화를 강조하는 화해(reconciliation)로 구분된다고 주장하였다.34) Kelman의 분쟁 합의, 분쟁 해결, 화해는 Nadler의 화해에 대한 사회구조적 관점, 관 계적 관점, 정체성적 관점과 공유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Kelman 은 분쟁 합의, 분쟁 해결, 화해가 서로 다른 과정임을 강조한다. 분 쟁 합의와 분쟁 해결은 분쟁의 당사자가 서로 만족하고 지속가능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인 반면 화해는 분쟁 합의와 분쟁 해결 이후 공존 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 과정이 시간적으로 중복될 수 있지만 비교적 구분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먼저 분쟁 합의는 분쟁을 완전히 종식하거나 폭력적 수단의 사용 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등 분쟁 당사국 각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 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분쟁 합의가 분쟁 해결, 또는 화해와 근본 적으로 다른 것은 상대에 대한 공감(empathy), 또는 상대에 대한

33) Arie Nadler, “Post Resolution Processes: Instrumental and Socio-Emotional Routes to Reconciliation,” in Peace Education: The Concept, Principles and Practices around the World, eds. Gavriel Salomon and Baruch Nevo (Mahwah, N.J.: Lawrence Erlbaum, 2002), pp. 127~143.

34) Herbert C. Kelman, “Reconciliation from a Social-Psychological Perspective,”

pp. 24~27.

적대적 인식과 태도의 전환 없이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다. 즉 분쟁이 주는 호전성과 불확실성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일 때 분쟁 관계의 근본적 변화 없이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의는 관련국의 힘(power)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 가 많으며 합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메커니즘 역시 분쟁국의 억지 력, 주변국의 힘, 또는 국제기구의 활동 등 감시활동(surveillance activity)에 달려 있다.

분쟁 해결은 힘의 논리보다는 관련국의 상호작용을 통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강조한다. 분쟁 해결은 양측의 근본적 요구와 두려움 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헌신(commitment)을 바탕으로 합의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분쟁 집단 간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 다. 특히 평화를 달성하고 유지함에 있어 상대방의 이익과 요구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다. 분쟁 해결은 신뢰를 바탕으로 분쟁 집단 간 필요와 제한점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와 새로 운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기존의 적대적 관계를 대 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즉 새로운 관계와 태도가 기존의 적대적 관계와 태도와 통합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발전한 다. 즉 과거의 태도,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감과 새로운 신뢰의 태도 와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구 태도의 공존은 분쟁 해결의 지 속성에 치명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분쟁과 관련한 돌발 적 사건이 발생한다면 과거의 적대적 태도가 완전하게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쟁 합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동 조(compliance)하는 것이라면 분쟁 해결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유지 하기 위해 상대의 관점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일체감(ident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