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Migrant North Koreans
I. 서론
Ⅱ. 학습생애사 연구방법론
이 연구에서는 특히 탈북이주민들의 남한 사회에서의 생애경험을 ‘학습’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해석한다. 학습은 인간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평생에 걸쳐 일어난다. 가장 좁게는 학습을 “타인으로부터 배워서 알게 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3김경준‧이부미 외, 북한이탈 청소년 종합대책 연구 III (서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08).
4이희영, “새로운 시민의 참여와 인정투쟁,” 한국사회학, 제44집 (2010).
5이 글에서 정체성이란 한 사람이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특정 역할의 수행자로, 한 인간으로서 지니는 의미들로, 시간 속에서의 변화를 담지하는 역동적 동일성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J. E. Stets & P. J. Burke, “A Sociological Approach to Self and Identity,” M. R. Leary
& J. P. Tangney (eds.), Handbook of Self and Identity (New York & London: The Guilford Press, 2005) p. 132; 이정우, 주체란 무엇인가 (서울: 그린비, 2009), p. 39.
수도 있다. 또한 여기에서 ‘타인’이라고 하는 것을 좀 더 넓게 해석하여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에 의해 스스로 알게되는 과정까지도 포함시킨다면 학습은 일단 ‘알게
된다
’라고 하는 인식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의식의 세계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세계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면 학습이란 의식 과 무의식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식변화를 지칭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6
따라서 ‘학습’은 교육을 제공하는 자의 의도성, 목적성을 내포하고 있는
‘교육’
개념보다 한층 포괄적인 개념이다. 학습주체의 능동적 구성 및 환경과의 교호작용 에 따라서 교육과 불일치하거나 교육을 넘어서는 학습이 일어날 수도 있다. 메리 암(S. Merriam)은 학습자의 의도성과 학습원천, 즉 교육주체의 의도성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지는 학습메트릭스(learning matrix)를 제시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우리가 보통 교육이라고 부르는 것은 학습자의 의도와 학습원천의 의도가 있는 형식교육과 비형식교육이며, 이 이외에도 세 가지 교육 또는 학습의 형태가 있다
.
학습자의 의도는 있지만 학습원천의 의도가 없이 이루어지는 학습은 자기주 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며, 학습원천의 의도만 있고 학습자의 의도는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선전·캠페인이며, 학습자와 학습원천의 의도가 모두 없이 이루어지는 학습은 우연적 학습이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경험학습 론의 관점에서 학습자가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여 재구성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과 정7을 학습의 본질로 이해한다. ‘교육’을 학교라는 제도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목 적의식적인 교육이라는 틀로 한정하지 않고 국가교육기관, 사회,
가정에서 이루어 지는 의도적/비의도적, 의식적/비의식적인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으로 그 의미를 확대해서 보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학습 경험을 분석한다.이 연구에서는 탈북이주민들의 학습경험을 분석하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의 하 나인 학습생애사 방법론을 활용한다. 질적 연구방법은 연구 대상의 질적 측면에 주목한 연구로, 연구대상이 갖고 있는 경험 세계와 가치관을 연구자가 당사자의 주관적 시각을 이해하는 연구방법이다. ‘양’이 비교와 측정을 통해 인식되는 관계 적 속성이라면 질은 비교하기 이전의 상태, 즉 개별적 사물의 고유한 속성을 의미 한다. 질적연구에서는 사회현상을 특정 상황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인간의
6한숭희, “학습연구의 다층성과 학습주의의 위상,” 학습사회의 교육학 (서울: 학지사, 2005), p.
152.
7이지혜, “학습자 중심 연구에 있어서 전기적 접근의 시사,” 학습사회의 교육학 (서울: 학지사, 2005), p. 432.
상호작용과 그 산물로 보는데,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은 해석학적 과정을 수반하 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진리에 대한 실증적 해석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통해 진리에 접근한다. 따라서 질적 연구의 기준은 ‘타당도’가 아니라 ‘이
해도
’라고 볼 수 있다.
질적 연구방법에서는 모집단에 대한 대표성, 일반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례의 재구성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는
‘상호주
관적 설득력’을 추구한다.
8 질적 연구에서 다루는 개별 사례는 그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사회에 관한 모종의 징후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본 것을 그들도 보고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하여 표현한다”는 것이 질적 연구의‘객관성’의 척도가 될 수 있다.
학습생애사는 학습을 전경에 내세우고, 학습자의 다른 삶의 양상들, 가령 직업 으로서
,
가족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드러내는 작업이다.9 즉 개인이 서술한 생애이야기를 ‘학습’의 관점에서 재구성하 는 작업이다. 학습이론과 전기적 접근과의 접목을 시도한 마우러(Maurer)는 학습 생애사가 곧 ‘학습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여기서 ‘학습’을 “내적 경험으로서 의 학습”
혹은 “삶의 의미와 자아경험의 구성”으로 본다.
10 생애사 연구방법은 학 습자 개인의 성찰과 반추를 통해, 즉 교육적‧문화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학습자 자신이 갖고 있는 내면의 경험세계와 그 구성과정을 드러내는 데 유효한 접근방 식이다. 특히 이는 교육적 관점으로는 규명할 수 없는 교육현상을 학습자 관점에 서 밝힌다. 전기적 접근을 교육연구에 적용한 몇몇 서설적 시도들에 의하면 “교육 의 의도와 그 안에서 학습자들이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이러한 연 구들은 성인 여성들에게 종종 학교교육이 학습자로서의 정체감을 갖는데 있어 저 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이후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했던 데 비해, 직업을 가진 후 스스로 선택하여 참여한 교육경험은 삶의 필요와 연결되어 자기 자신의 정체감을 보존하고 학습자로서 자신감을 갖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히 고 있다.11생애사 연구방법론은 또한 개인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재구성되어가는 과정을
8이희영, “북한 일상생활 연구자료의 생성과 해석,” 북한의 일상생활세계 (서울: 한울, 2010), p. 246.
9강대중, “평생학습 연구 방법으로 학습생애사의 의의와 가능성 탐색,” 평생교육학연구, 제15권 제1호 (2009), p. 214.
10이지혜, “학습자 중심 연구에 있어서 전기적 접근의 시사,” 학습사회의 교육학 (서울: 학지사, 2005), p. 434에서 재인용.
11위의 글, pp. 435-436.
탐구하는데 적합하다
.
이는 개인이 자신의 생애이야기(narrative)12를 서술하는 과정이 곧 자신의 생애 경험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자 현재 삶의 맥락 속에서 자신 의 과거 경험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며, 이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구성해나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서술한 자기역사는 개인의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리쾨르(P. Ricoeur)에 의하면 인간은 과거를 정돈하고, 있었던 일을 반복 혹은 새롭게 이야기함으로써 정체성을 획득한다.13 생애이야기를 말하는 구술자 는 이를 통해 자기 삶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한다. 생애이야기는 자기 삶에 대한 화자 자신의 해석이고 주관적 조명이며 개인적 현실구성이다. 생애이야기는 그 사 람이 살아온 삶의 내용만이 아니라 그가 자기 삶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 하느냐 하는 점을 드러내준다.14 구술자는 자신의 생애사를 이야기함에 있어 특정 한 사건을 기억하고 선택하여 특정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개인의 경험과 심리적 상황,
사회정치적 맥락, 구술자와 연구자간의 관계 등에 따라 구술자는 특정한 기 억을 망각하거나 새로운 기억을 첨가하거나 변화시키기도 하며, 일련의 사건의 중 요성과 전개과정을 재배치하기도 한다. 구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와 같은 기억의 개정을 기억의 왜곡과 오류라기보다는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구술자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구체적인 개인의 생애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특정한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집단, 사회, 문화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생애사는 개인의 직간접적인 체험에 대한 서술이라는 점에서 ‘사적’인 동시에, 개인의 생애사가 개인이 처한 사회역사 적인 행위공간에서 타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구성된다는 점에서 ‘공적’이다. 개 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규범과 질서는 그 자체로 개인사를 규정하거나 개인사 속 에서 재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생애사적 작업’을 거쳐 특정한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따라서 특정한 사회의 개인과 해당 사회적 질서가 만들어낸 창발적 구성물인 생애사는 개인과 사회, 혹은 내부와 외부를 통합하는 매개물이며, 생의 과정에서 특정 개인의 변화하는 사회적 경험, 역할, 지위, 신분 등은 개인화의 표
12내러티브는 특정 사건, 인물에 관한 짧은 주제가 있는 이야기, 한 사람의 생애에서 중요한 확장 된 이야기, 전체 생애사의 형태로 구성될 수 있는데, 이중 생애사는 개인 삶의 특정한 중요 국면 이나 전체 생애에 관한 확장된 자전적 이야기로서, 개인의 생애를 보여주는 사회과학 텍스트를 의미한다. S. E. Chase, “Narrative inquiry: Multile lenses, approaches, voices,” Denzin, N.K. & Lincoln, Y. (eds.), The Sage Handbook of Qualiitative Research. 3rd ed, (2005), pp. 651-679.
13폴 리쾨르, 김한식 옮김, 시간과 이야기 3: 이야기된 시간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4), pp.
471-472.
14손병우, “대중문화와 생애사 연구의 문제설정,” 언론과 사회, 제14권 제2호 (2006), pp. 4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