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2. 한미/북중 양자동맹에서 다자안보체제로의 전환 혹은 병행
마지막 쟁점은 남과 북의 법적 지위이다. 중국 측 시안 해설의 경 우 남과 북의 자주평화통일을 지지하면서 남북이 사실상 국가대 국 가로 그 지위를 인정하고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더 빠른 지름길일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중국 측의 생각대로 남북이 상대방을 국가로 승인한다면 한국에서 이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평화협정 자체가 한국 전 국민의 광범위한 지 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국내 헌법 개정 논란도 불 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남남갈등과 헌법 논쟁을 피하고 평화협정의 신 속한 체결과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국 측 시안과는 다르게 남 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 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평화협정 효력에 영향을 미치 지는 않는다.216)
2. 한미/북중 양자동맹에서 다자안보체제로의 전환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측 시안에서는 한국과 북한 이 각각 연합훈련 규모와 장비를 제한하고, 훈련의 상호 감시와 사 전 통고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축소와 연기를 결정했고,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라 한미 군사훈련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 의회와 군 관 계자들을 중심으로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으로 한반도에서 연합군의 준비태세가 약해진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문 재인 대통령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동북아시아의 평 화와 안정을 위해 남아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토대로 미국은 한미의 의지에 따라 주한미군 축소와 철수가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중국 측은 주한미군의 지위조정과 한미군사훈련의 규모 축소, 훈련 내용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한미동맹은 더 이상 북한이나 제 3국을 겨냥하지 않고, 제 3자를 겨냥하는 공격형 무장병력과 전략자산 수입 과 배치를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유엔사 해체 이후 한미군사훈련은 제 3자를 겨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규모를 축소하는 구조적 군 비통제를 시행하며, 연합군사훈련의 내용을 반테러리즘과 인도주의 등 비전통 안보 관련 훈련으로 전환하는 운용적 군비통제를 요구했 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최종적인 화해 실현 조건 하에 한미 양국의 동의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최종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조정과 거취를 자국의 동 아시아 전략과 한미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는 측면이 강한 반면, 중국 측 시안에서는 남북관계의 화해와 발전 상황 속에서 한미군사 훈련의 조정을 인식한다는 차이가 있다. 미중의 공통점은 한미동 맹 혹은 북중동맹의 취소 혹은 군사동맹 금지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는 것이다.
한국 측 통일연구원 시안은 한국과 북한이 대규모 연합군사훈련 을 하지 않고, 한미는 한반도의 구조적 군비통제 혹은 2020년 이내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을 규정했다.217) 한국 측 평화와 통일을 사 랑하는 사람들 안은 주한미군, 한미군사동맹을 한반도 평화를 위협 하고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로 보고 주한미군 철수, 기지 철거, 군사 동맹 금지를 주장했다. 즉 북핵 폐기, 미군철수, 남북 상호 군축을 연계시킨 것이다.218)
특히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은 동시행동의 원칙으로 3년 내에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그 기간에 북은 핵무기를 폐기하며, 남북은 상호군축을 이행한다는 제안을 했다.219) 기한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까지는 바람직하지만, 2000년대 초 한미 간 합의 된 미군기지 재배치로 미군기지 전체 80개 가운데 54개만 반환되고, 나머지는 환경오염 치유비 부담 관련 논란으로 19년이 지난 2019년 까지도 여전히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3년 내에 주 한미군 철수는 너무 무리한 요구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주한미 군 감축과 철수를 평화협정에 포함시킨다면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로 적절한 기한을 다시 정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합하면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안을 제외한 미중과 한 국 측 모두 완전한 주한미군 철수, 군사동맹금지보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주한미군의 구조적 혹은 운용적 군비통제에 동의했다. 이 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미중 간 군비 경쟁이나 갈등적 관계가 협력적 관계로 전환되고,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군축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면 주한미군과 한미군사훈련의 점진적인 축소 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217) 김상기 외, “한반도 평화협정 구상,” p. 43.
218) 평화‧통일 연구소, 전쟁과 분단을 끝내는 한반도 평화협정, p. 43.
219) 위의 책, p. 56.
한편 미국 내에서 동북아 지역안보 기구 설치에 대한 논의는 주로 핵이 없는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 장치로서 이를 고려한다. 또한 미 국이 동북아 안보 체계를 생각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issile Defense: MD)와 동아시아 내 미국의 군사 적 영향력 유지로써 이 두 가지가 동북아 안보 기구와 충돌하지 않는 다는 전제 하에 미국은 이것을 지지한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러시 아와 같은 현상타파 국가들에 대한 균형정책과 견제 수단을 개발하 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 지역안보 체계는 당연히 미중관계와 미 러관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측이 바라보는 동아시아 다자안보 기구는 두 가지 전제가 있 다. 첫째, 다층적 안전관리의 측면에서 동북아 다자안보체계의 필요 성이다. 이 기구는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에 대한 수요 와 미국과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안전에 대한 요구를 다층적으로 만족시키는 성격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지역 평화 사이의 관계로써 중국 측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 이 미일 세력 견제, 대한반도 영향력 확보, 책임대국 위신을 세우는 것과 같은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되고, 미국 주도의 한반도 질서 형성 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상정한다.
그리고 중국 측 시안이 지역평화 추진을 위해 강조하는 것은 북한 의 국제사회편입이다. 즉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 추진 과정 에서 다른 당사자들의 감독 하에 북한이 자신의 발전과 안전에 대한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국제기구에 가입하도록 권고하고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 금), 세계은행 등의 경제 금융 조직과 동북아 경제협력체 등에 가입 하는 것을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고려하고 이를 통해 비핵 프로세스의 불가역성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미국과 중국은 동북아 다자기구에 대한 필요성은 둘 다 인정하지 만 그 목적과 의도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미국은 주로 자신의 미사일 방어체계와 군사력 확대 수단과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동 아시아 다자안보협력을 고려하는 반면, 중국은 미일 세력 견제와 미 국 주도의 한반도 질서 형성 방지와 같이 주로 미국을 의식하면서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를 원한다. 따 라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가 이러한 미중 경쟁과 상호 견제의 각 축장이 되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는 우선 미중관계의 갈등과 경쟁이 완화되고 협력과 협조가 증가될 수 있도록 주변국 혹은 당사국들이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안보와 관련하여 쟁점이 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프로세스에서 한반도 차원과 동북아 차원을 연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남북한의 평화공존이 동북아 정세로부터 자율성을 확 보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이다.220) 전자와 관련하여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을 고려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중단기적으로 동북아 차 원과 별도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후자와 관련 하여 남북한의 관계 발전과 자율성을 확보하여 한반도 평화체제의 확고한 구축 이후 동북아 안보체제의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21)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마지막 쟁점은 동맹과의 병행 혹은 공존 가능성이다. 다자 체제와 동맹의 공존을 위해 우선 비핵 프로세스와 남북한 평화협력 프로세스의 불가역성을 강화함으로써 평화적 안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맹의 군사‧안 보적 특징을 줄이고, 정치‧외교적 기능을 늘림으로써 동맹의 성격
220) 정성윤 외,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 대북정책, pp. 41~43.
221) 이수형, “동북아 공동안보의 쟁점과 과제: 한반도 평화체제와의 구조적 연관성,”
INSS 전략보고, no. 41 (2019), pp. 7~8.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 두 단계의 과정을 거쳐 국가안보의 중요 성을 포용하는 공동안보에 근거한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과 동맹의 공존이 가능하다.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