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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대외정책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요약된다. 이 목표 의 달성은 미중관계가 협력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요구하지만, 현실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은 미중 간에 입 장 차이가 뚜렷한 다양한 쟁점들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다차원적 영역에 서 발생하는 미중관계의 쟁점, 경쟁과 협력의 반복, 그리고 경쟁 심화의 추세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중관계의 영향을, 첫째 한반도 평화정착 가능성 측면, 둘째 한국의

대외관계 및 경제적 번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고 전망한다.

미중관계는 오바마-시진핑 정부 시기에 접어들어서 미국의 아시아 재 균형 전략 추진과 그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으로 경쟁이 더욱 촉진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으며, 국제정치 및 경제 질서에 더욱 중요 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또한 2017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 대외전략이 추진되고, 북핵 문제가 미국 대외관 계의 최우선적 정책과제로 다루어지게 됨에 따라 미중관계와 한반도는 과거와는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따라서 우선 오바마-시진핑 정 부 시기 미중관계의 쟁점들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고 평가한 이 후, 트럼프-시진핑 정부 시기 미중관계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하고 전망하고자 한다.

가. 한반도 평화

한반도 평화의 전망은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대립성이 약화되고 안정 성이 증진될 때 그리고 북핵 문제가 진전되거나 해결되고 남북관계 개선 과 긴장완화가 이루어질 때 밝아질 수 있다. 따라서 미중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영향은 동아시아 국제질서 및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측면 에서 분석될 것이며, 그 분석에 따른 전망이 제시된다.

(1) 오바마-시진핑 시기

2010년대 초·중반 미중관계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 추진과 중국의 맞 대응으로 인한 경쟁의 심화로 특징지어진다. 2000년대 미국은 중동 지 역에 초점을 맞추어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동안 중동의 불안정은 해소되 지 않고 군사적 과팽창 문제가 불거졌으며 2008년에는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160) 그 사이에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2010년에

160)김상기, “기로에 선 한반도: 2010년대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전략,” pp. 229∼247.

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였고 국방예산을 연 10% 이상 증가 시키는 등 군사력 증강에도 나서면서 동아시아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 을 확대시켜나갔다.161) 이러한 배경에서 추진된 것이 미국의 재균형 전 략이다. 미국은 2011년 말 대외정책의 주 무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 로 옮긴다는 재균형 전략을 발표했고, 주된 목적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 고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를 구축·방어하는 것이었다.162) 이에 중국은 한 편으로는 신형대국관계 수립을 주장하고 미국과 협력을 도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공유하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이익들에 대해 비 타협적 혹은 공세적 대응을 추진해나갔다. 미국의 동맹 강화, 중국의 다 자안보협력 강화, 남중국해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등이 모두 오바마-시진 핑 시기 미중관계의 핵심적 쟁점으로 부상한 이슈들이다.

이와 같은 쟁점들을 둘러싼 미중관계는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더 욱 심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그에 따라 발생한 결과는 한·미·일 대 중러의 지역적 대립구도 형성과 동아시아 질서의 불안정성 증대였 다.163) 우선 미국의 재균형의 핵심 수단인 동맹 강화와 중국이 추진한 다 자안보협력의 상호 경쟁이 지역적 대립 촉진의 중요 요인이라 볼 수 있 다. 미국은 재균형을 위해 미일동맹과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을 비롯한 동맹 체제의 강화를 적극 추진했다. 오바마는 2014년 4월 일본 방문 시 집단적자위권 확보 및 군사력 증강을 지지했으며, 또한 한·미·일 삼각협 력 차원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지원했고, 필리핀 내 미군

161)박창희, “중국의 군사력 증강 평가와 우리의 대응방향,” 󰡔전략연구󰡕, 제57권 (2013), pp. 237∼270; 황재호, “시진핑 시대 중국의 군사력 평가와 전망,” 󰡔전략연구󰡕, 제62권 (2014), pp. 5∼33.

162)Hillary Clinton, “America’s Pacific Century,” Foreign Policy (November 2011); 박건영, “오바마의 주판과 긴 파장?: 재균형과 한반도에 대한 함의,” 󰡔한국과 국제정치󰡕, 제29권 3호 (2013), pp. 1∼47; 이호철, “중국의 부상과 지정학의 귀환,”

pp. 39∼61.

163)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편저, 󰡔동아시아 질서 변화와 한반도 미래󰡕 (서울: 선인, 2015).

기지 재가동 및 미·일·호 삼각전략대화도 추진했다.164) 베트남, 미얀마, 인도 등 중국 접경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도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 확대 차단이라는 목적을 내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중국은 다자안보협력 강화로 대응했다. 중국의 다자안보협력은 CICA 및 SCO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러시아와 의 협력을 통한 CICA의 강화는 아시아 안보 질서에서 중국의 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 방편이었다. 2014년 5월 시진핑은 (미국을 배제한) CICA를 아시아안보협력기구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하면서 아시아의 안 보를 아시아인들이 책임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일대일로 구 상도 국내경제적 배경 이외에 아세안,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을 통해 미국의 견제와 포위를 극복하고 중국의 지역적 영향력을 제고하 려는 전략적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재균형과 중국의 대응은 한·미·일 협력과 중러의 협력을 각각 촉진함과 더불어 양자 간 대립구도 형성을 야기했고, 아시아 지역 질서에서 대립과 경쟁의 심화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165)

사드와 해양영토 문제는 지역적 대립과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2014년 6월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 필요성을 제기한 이래 미국은 북핵 위협이라는 명분을 강조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를 지 역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리며 자신의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 체계로 인식 했으며, 특히 중국은 한국에 경제적 보복조치를 단행했다.166) 사드 배치 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미·일 대 중러의 대립은 더욱 촉진되었고, 특히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사실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또한 시진 핑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인공섬을 건설하는 사이, 오바

164)김상기, “기로에 선 한반도: 2010년대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전략.”

165)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편, 󰡔동아시아 질서 변화와 한반도 미래󰡕.

166)김동엽, “사드 한반도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과 한반도 미래.”

마 정부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고 일본, 필리핀, 호 주와 함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였고, 지역 안보의 불안정성이 고조되 었다. 동중국해에 위치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미 일동맹과 중국의 갈등도 동아시아의 지역적 불안정을 증폭시켰다.

미국의 재균형과 그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지역적 대립과 갈등을 증폭 시키는 동안, 북핵 문제의 해결은 미중의 우선적 정책 과제가 아니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최우선적 목표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주도의 지역 질서를 구축·방어하는 것이었으며,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라는 대북정책은 재균형 전략의 하위에 속하는 것 이었다. 전략적 인내는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의 입장 변화를 기다린다는 것으로서, 북한 붕괴에 대한 기대를 내포하는 정책이었다.167) 따라서, 오 바마 행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은 적극적이지 않았고, 북한의 핵 개발은 한·미·일 삼각안보협력 강화 및 사드 배치 명분으로 활용되면 서 미국의 중국 견제를 용이하게 하였다.168) 중국은 동아시아 전략의 초 점을 미국의 재균형에 대한 대응에 맞추고 북핵 문제를 북미 간의 문제로 인식하는 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능동적 정책 추진은 부족했다.

오바마 정부와 시진핑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국제사회에 대 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문제 해결 방

167)북핵 문제를 자주 거론하지 않았던 오바마는 2015년 유튜브(YouTube)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 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위원회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제프리 베 이더(Jeffrey A. Bader)는 “우리(백악관 인사들) 중 다수는 장기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 은 북핵 문제 해법은 북한의 붕괴와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이라고 믿었다”고 회고하였 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참조. “The YouTube Interview with President Obama,”

(January 22, 2015), <https://www.youtube.com/watch?v=GbR6iQ62v9k> (검 색일: 2017.09.18.); Jeffrey Bader, Obama and China’s Rise: An Insider’s Account of America’s Asia Strategy (Washington, D.C.: Brookings Institution Press, 2011), p. 92; Jong Kun Choi, “The Perils of Strategic Patience with North Korea,” The Washington Quarterly (Winter 2016).

168)김상기, “기로에 선 한반도: 2010년대 미중관계 변화와 한국의 전략.”

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졌다는 점에서 양자 간 협력과 갈등의 요인이 동시에 존재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해서 갈등은 심각하지 않았고 협력이 있었지만 그 수준은 높지 않았다. 협력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합의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는 못했고, 그 합의는 북한 비핵화 관련 실질적 성과를 낳지 못했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추구하고 중국도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 동안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2016년까지 세 차례의 추가 핵실험과 약 7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단행하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169)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신장은 한반도 긴장 고조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단절로 이어졌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 후 한국은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를 강화했으며, 그 이후 남북관계는 전면적 단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 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지속에 따른 대북제재 국제공조의 강 화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구조적 제약조건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시진핑 시기 동맹 체제, 다자안보협력, 남중국해, 사드 배치, 북핵 문제 등의 쟁점들을 둘러싸고 전개된 미국과 중국의 전 략적 경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미중 간 경쟁과 갈등은 그 자체로 동아시아의 불안정성 을 증대하고 또한 한·미·일 대 중러의 지역적 대립구도의 형성을 촉진하 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역적 협력의 가능성을 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미중 양국이 북핵 문제 해결보다 지역 질서를 둘러싼 전략적 경쟁에 더욱 몰두하는 동안, 북핵 문제는 악화되었고 한반도의 긴장은 고조되었으며 남북관계는 단절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북 핵 문제 악화 및 한반도 긴장고조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하나의 배경

169)홍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주요 활동 분석,” 󰡔KINU Insight󰡕, no. 1 (2017),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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