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계층별 생활 실태
경제난 이후 시장적 경제 관계가 발전하면서 시장 활동 여부와 장마 당 물자유통에 대한 접근 정도, 활용가능한 사회적 관계망의 보유 여 부에 따라 개별 가구의 소득 격차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계층별 소득 의 격차는 고난의 행군을 경유하면서 2000년대부터 두드러지기 시작 해서 2004∼2005년경에는 경제적 계층이 “완전히 갈라졌다.” 북한 주 민들의 정확한 소득과 소비수준에 대한 계량적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실증적 데이터에 근거한 계층의 구분은 어렵지만, 북한 주민들의 증언 을 통해 대체적인 계층 분포와 계층 구분의 주요 기준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을 종합하면 2000년대 이후 경제적 계층은 상 층, 중간층, 하층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좀 더 세분 화하여 상층 중에서 최상층을, 하층 중에서도 최하층을 별도로 구분하 기도 한다. 계층 분포는 지역과 시기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2005 년 이후의 상황을 보면 대도시지역의 경우에는 상층 5~15%, 중간층
30~40%, 하층 50~60% 정도, 농촌 지역에서는 상층은 극소수, 중간
층 20~30%, 하층 70~80% 정도의 분포를 나타낸다.
상, 중, 하층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소비수준, 그 중에서 도 식생활 수준과 예비식량 보유 여부이다. 상층은 “쌀밥에 돼지고기 먹는 사람”, 중간층은 “식량이 있어서 쌀밥 아니면 강냉이밥이라도 떨 구지 않고 먹고 사는”, “배고픈 고생은 안 하는” 사람들이다. 하층은
“죽 먹는 날도 있고 밥 먹는 날도 있고, 여러 가지로 어려운 사람들”,
“풀죽이나 이어나가는” 사람들이다. 예비식량 보유 여부로 본다면 예비
식량의 여유가 거의 없는 가구를 하층, 최소한 며칠 분 이상의 예비식량 을 확보하고 있거나,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가 있는 가구 를 중간층, 자가식량 구득문제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가구를 상층으 로 구분할 수 있다.71
가구의 지출 수준으로 계층을 구분하면 2007년 기준으로 하루 생활 비 1만원 이상이면 상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한달 생활비 30만원 이상이면 상층, 그 절반인 15만원 정도면 중층, 하층은 10만원 미만으로 볼 수 있겠다.72 중층의 생활비 하루 5천원은 3인 가족의 쌀값 2kg과 약간의 부식물과 연료를 사기에 빠듯한 금액이다.73
두 노동자 가족의 월간 지출 내역을 통해 각 계층의 소비 규모를 살펴보자. 다음 <표 Ⅲ-3>과 <표 Ⅲ-4>는 노동자 가족의 월 지출 내역이다.
71 _ 최봉대, “1990년대 말 이후 북한 도시 사적 부문의 시장화와 도시가구의 경제적 계층
분화,” 현대북한연구, 11권 2호, p. 11.; 계층 구분에 관한 북한이탈주민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북한 주민들이 계층 구분에 관해 어떠한 주관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먹고 사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사람들은 좀 잘 사는 집이 라고 상류층에 속하고, 다음에 그런대로 완전히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대로 먹고 사는데 완전히 해결했다는 것은 먹는 것을 완전히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돈을 쓰는 데에서 말하자면 자유를 얻은 사람, 그런 사람이 상층이고, 그 다음에 먹고 사는 문제는 됐다, 그러면 중산층이고,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은 빈민이고 그렇죠.”여 성, 30대, 노동자, 함경북도, 2006년 7월 탈북.
72 _ 좋은 벗들에서는 상층은 월 100만원, 중층은 월 10~15만원, 하층은 월 3~4만원
지출한다고 전한다. 좋은벗들 북한연구소, 오늘의 북한소식 제25호, 2007년 1월
31일; 한영진은 도시주민 월평균 생활비 5만~10만원, 30만~150만원 지출이면 상
층으로 보고 있다. 한영진, “북한의 사회 계층과 의식 변화,” 북한연구소, 북한, 제425호, p. 101.
73 _ 이는 2007년 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며 2008년에는 쌀값이 두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기준금액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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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표 Ⅲ-3> 상층 가구의 월 지출 내역
(함경북도 청진, 노동자, 2007년 기준, 3인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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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주 식 쌀 50 kg(옥수수로 24k 800g은
배급으로 받음.) 60,000 부 식 김치, 고기, 수산물, 고추장, 젓갈 50,000
외 식 월 4회 120,000
기호품 술, 담배(장사시 선물 포함) 50,000
의
옷 25,000
신 발 중국산 25,000
화장품 중국산 6,000
주 가전제품 새 제품 구입 및 수리 30,000 가 구 가구 수리 및 교체 50,000
교육
책, 학용품 학습장, 필기도구, 가방 등 10,000 학교 잡부금 땔감, 도색, 종이지원 등 20,000~30,000
자녀 용돈 PC방, 등산, 청량음료 등 20,000 개인교습비 수학 개별교사 20,000 기타 세외부담 동원 비용 10,000 가족 지원 부모님, 형제 생활비 지원 50,000
지출 합계 500,000~550,00074
<표 Ⅲ-3>의 가구의 세대주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장사를 통해 자본 금을 모아서 개인배를 운영해 월 6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소비수 준으로 볼 때 <표 Ⅲ-3>의 가구는 상층에 속한다. 이 사례는 지출 총액
74 _ 500,000∼550,000원은 설문응답자가 기록한 지출 합계이며, 항목별 지출 금액을 모
두 합하면 436,000원이다.
의 51% 정도만을 식비로 소비하고 있고 피복비로 11%, 주거비로 15%
를 소비하고 있다. 학교 잡부금과 개인교습비 등 자녀 교육에도 전체 지출액의 14%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이 사례의 경우 북한 주민들의 평균적인 소비구성과 비교할 때 식비의 비중은 낮고 주거비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75 식비의 비중은 낮지만 전체 지출 총액이 크기 때문에 절대적인 식비는 작다고 할 수 없다.
<표 Ⅲ-4> 하층 가구의 월 지출 내역
(함경북도 온성, 노동자, 2006년 기준, 3인 가구)
ݓ२Ѐ ݓǴً ښݓŚؚ(ڙ)
식
주 식 쌀 5kg 등 (옥수수는 배급과
자체농사로 충당) 10,000 부 식 기름, 된장, 배추, 무, 쑥갓, 생선
두 마리, 고기 2~3kg 10,000
외 식 년 1 회 2,000
의 신 발 일인당 1년에 두켤레
화장품 1년에 파운데이션 1통
기타 경조사비 부조 300
용 돈 부모, 본인 용돈 5,000 지출 합계
75 _ 이영훈이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의 소비구성은 다음과 같다. 이영훈, 탈북자를 통한 북한경제변화 상황 조 사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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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9년 탈북자 80.2 64.0 26.7 9.3 16.4 0.9 2.6
04∼06년 탈북자 70.6 61.8 27.4 10.8 23.5 1.0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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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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Ⅵ
<표 Ⅲ-4>의 가구는 하층에 속한다. 노동자인 세대주는 직장일 이
외에 장사를 하지 않았고, 한달에 옥수수 14kg을 배급받고 소토지 농사 를 지은 것으로 식량을 대부분 충당하고, 부모님이 농사지은 옥수수
800kg을 판매한 것으로 생활하였다. 이 가구의 경우 한달 생활비가 3만
원에 못 미치고 있다.
<표 Ⅲ-4>의 경우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극빈층도 존재한다. 고리
대로 빚을 지고 식량을 꾸어서 먹는 사람들이다. 보통 고리대는 이자가 월 30~40%에 달하며, 식량으로 하면 봄에 빌린 식량의 3배를 가을에 갚아야 한다. 농장원의 30~40%는 이런 고리대를 빌려서 먹고 산다고 도 한다.76 식량이 없어 고리대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자꾸 하바닥으로 떨어져” 결국은 꽃제비가 되거나 중국으로 도주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배급 중단과 연로보장,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등 사회안전망의 파괴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 극빈층은 생계 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며, 특히 최근에는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해 생계에 큰 위협을 받 고 있는 실정이다.
식생활 이외에 가전제품 보유를 비롯한 집안의 꾸밈새도 계층을 구분 하는 주요한 기준이다. 기업소에 등록해서 사용하는 승용차, 오토바이, 일제 야마하 피아노, NTSC와 PAL 방식을 다 지원하는 일제 “다체계
TV”와 CDP, 최신 기종의 컴퓨터77 등이 상류층의 상징이다. 이러한
76 _ 여성, 30대, 지방공업 협동조합원·장사, 양강도, 2006년 8월 탈북; 여성, 40대, 농장
원, 황해도·함경북도, 2006년 11월 탈북.
77 _ 최신 기종의 컴퓨터도 최근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위신과시용
으로서 컴퓨터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올때까지도 (펜티엄)4가 있는 집을 그렇게 알아줬는데 내가 그것을 놓고 살았단 말입니다. … 나도 잘 산다는 것을 내세우려고요. … 컴퓨터를 우리 북한에서는 크게 할 일이 없으니까요. 나도 그런데 사람들한테 일단 내가 잘 산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여성, 30대, 장사, 함경북도, 2007년 9월 탈북.
고급 ‘중기’와 가구는 아니더라도 5장6기를 제대로 갖추고 사는지가 중 간층과 하층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주택의 규모와 주거지역도 그 사람이 속한 계층을 한눈에 알려주는 요소이다. 경제난 이전에는 주택 소유 의식이 희박했고 주택을 매도하 려 해도 거래 상대가 없어 주거 이전시 주택을 맞교환하거나 입주 과정 에서 다소의 사례를 하거나 무상 양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 나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당장의 생계유지를 위해 주택 규모를 줄이거 나 주택을 팔려는 가구들이 나타나는 한편, 상거래로 부를 축재한 신흥 부유층이 새로운 주택 수요를 창출하면서 주택점유권이 공공연하게 거 래되기 시작했다.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어 주택 처분이 용이해지자 주 택 점유권은 주택 소유권과 다를 바 없게 되었고, 주택이 공적 소유가 아닌 개인적 소유의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구입한 주택을 증·개축하거 나 신축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났다.78 반면 극빈층들은 집안의 가구까 지 다 팔고 나서 더 이상 팔 것이 없으면 “집을 벗겨먹고” 집 없이 떠도 는 생활을 하게 된다.
또한 시장이 도시경제의 주축을 형성하면서 주거지 위계구조도 상행 위에 유리한 시장 근처와 역전 등의 교통 요지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었 다. 따라서 도시지역의 경우에는 집의 규모뿐만 아니라 집의 위치를 보 면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청진에 서는 경제난 이후 수남 장마당이 도시경제의 주축을 형성하면서 도시의 무게중심도 관청가와 결합된 ‘광장’에서 장마당으로 불리는 ‘시장’으로 옮겨갔다. 신흥부유층들은 당간부들이 거주하던 고급 주택가로 침투하
78 _ 장세훈, “체제전환기 북한의 도시화 추이와 전망,” 북한 ‘도시정치’의 발전과 체제
변화, (서울: 한울아카데미, 2007), pp. 338-339; 이러한 실태를 두고 북한 주민들
은 “주택관계만큼은 사회주의적 국가 공급은 과거의 문제”가 되었다고 인식한다.
남성, 40대, 교수, 함경남도, 2003년 11월 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