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시나리오 A (북·미관계 협력 - 김정일 정권 안정)
시나리오 A는 김정일 정권이 안정되어 있고 북·미간 협력관계가 형 성되는 상황이다. 김정일 정권은 경제사회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폐쇄 체제와 통제체제를 근간으로 안정을 유지하여 왔다. 경제적으로 인민경 제는 붕괴되었으나 주민들은 기형적인 시장경제를 통해 생활을 영위하 고 있으며 인민경제와 분리된 수령경제와 군경제를 통해 통치자금을 확보하고 정권의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불 만이 팽배하나 저항의 사회적 환경과 구심점이 부재하고 조그만 불만표 출 가능성 조차도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경제적 궁핍에 대하여 당과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굶어죽는 놈이 머저리”라고 생각하며, ‘달리기’,
‘시장’, ‘텃밭’ 등에서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화가 확산되면서 사회
취약계층만 피해를 보고 있다. 일반주민들의 ‘자력갱생’을 방치하고 일 탈행위는 일정한도 내에서 묵인하는 한편, 체제수호에 핵심적인 기관과 엘리트들에 대하여는 특별대우를 통해 동요를 방지하고 체제결속을 도 모한다. 체제수호의 보루인 군부를 우대하는 선군정치를 골간으로 당, 정, 보위부, 인민보안성 등에 대한 배급과 특권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선군정치, 분할통치, 엘리트 상호견제 등을 통해 안정 을 유지하고 있다. 선군정치와 관련 초기 군 우대는 실질적이기 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하였으나, 최근 군인사가 당과 공안기관의 요직을 차 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보위사령부, 인민보안 성, 국가안전보위부, 당조직지도부 등 핵심기관들을 상호견제 시키며 권력의 안정을 도모하였다.167 김정일은 자신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권 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여 당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주요 권력기관에 책임자인 부장을 임명하지 않고 제1부부장 체제로 운영하 고 있다. 사회질서의 이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회통제에 관심을 기 울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통제체제를 관리하고 있다.168 북한체제는 통제체제가 작동하는 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북한이 체제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하고 있는 대미관
167 _ 1996년 인민무력부 보위국을 보위사령부(사령관 원응희)로 격상시킨 후 이를 동원
하여 6군단사건, 송림제철소사건 등을 처리하고 국가안전보위부, 당조직 등에 대한 숙청을 단행하였다. 숙청작업이 끝난 후 보위사령부를 총정치국 산하로 강등시키고 원응희도 숙청되었다. 제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은 조직지도부 1부부장으로서 사회 안전부를 동원해 심화조 사건을 지휘하여 당과 국가안전보위부를 숙청하였으나 숙 청이 끝난 후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군 보위사령부를 동원해 사회안전부를 숙청하 고 장성택도 철직되었다. 장성택은 다시 행정부장으로 복귀하였다.
168 _ 2007년 하반기에는 ‘비사회주의’ 요소가 광범위하게 침투되고 각종 조직생활이 태
만해짐에 따라 체제결속을 위해 10월에 13년만에 「전국 당세포 비서 대회」를 개최
하였고 11월에 15년만에 「전국 지식인 대회」를 잇달아 개회하는 등 체제결속을
도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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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을 보이고 있 다. 2·13합의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08년 4월 8일 북한과 미국은 싱가 포르에서 두가지 핵심쟁점인 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시리아 핵협력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북한이 ‘간접시인’하는 방식에 합의하였고 이에 따 라 두가지 쟁점사항에 대하여 북한을 대신해서 미국이 신고한 후, 북한 이 이를 인지(acknowledge)하고 항의(challenge)하지 않으며, 이를 공 식 신고서가 아닌 북·미 ‘비밀 의사록’에 담기로 한 것이다.169검증문제 역시 미국이 주장했던대로 모든 핵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식신고서에 포함된 영변 핵시설만을 대상으로 우선 검증하고 나머지는 다음 단계에 서 검증하기로 합의하였다. 북한의 불능화에 상응하여 부시 행정부는 10월 11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시키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비핵화 2단계가 완료된 것은 이라크에서의 실패로 인해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길 간절히 희망하였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북핵협상 모멘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시절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정책의 추 진을 예고하였으며 김정일 위원장과의 양자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을 생존을 위한 최대의 목표로 삼고 노력해왔다. 중국·러시아와의 유대강화, 납치고백을 통한 일본과 의 관계개선 노력 등은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목표로 한 노 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6자회담과 북·미관계가 교착상태 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미국과의 담판을 위해서 핵실험까지 단행하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북한은 마침내 2·13 합의를 얻어냈고, 이를 대미외
169 _ 블룸버그 통신, 2008년 4월 12일.
교의 승리로 선전하였다. 북한이 전력을 다해 ‘쟁취한’ 2·13 합의를 무 산시키고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바탕으로 북한은 오바마 정부와 정치·경제·안보적 보상을 담보 로 핵폐기 절차에 응할 수 있다.
<예상 상황>
6자회담이 진전되고 북핵문제가 비핵화 2단계를 넘어서 검증 및 폐 기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교역법의 해체 이후 각종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서 해외투자가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되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관계 개선과 함께, 북·일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고 평 화체제 논의,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 논의가 진전될 것이다. 북·중간에 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추진되고 북한의 부분적인 개혁·개방이 추 진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도 진전이 이루어 질 것이며, 이명박 정부 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점진적 개방 가능성이 높으나 북한의 개방이 북한체제의 안정 이 아닌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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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자회담 진전, 북핵문제 진전
- 남북관계 진전, 비핵·개방·3000 추진 - 북·일관계 진전
- 테러지원국/적성국 교역법 해제 - 평화체제 논의 진전
- 해외 대북 투자 증대 - 북·중간 제한적 협력
-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체 논의 진전 - 북한 경제 개선
- 점진적 개방, 제한적 개방
북·미관계 개선 북·미관계 갈등
김정일정권 안정
김정일정권
나. 시나리오 B (북·미관계 갈등 - 김정일 정권 안정)
시나리오 B는 김정일 정권은 안정되어 있으나, 북·미관계가 갈등관 계에 있는 상태이다. 북한경제 상황은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실 정이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복종적 정치문화로 인해 김정일 정권이 쉽게 변경될 가능성도 낮다. 특히, 사상적, 물질적 통제 가 효율성을 발휘하는 한, 권력엘리트 분열이나 민중폭동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통치체제에 변화가 예상되나 체제 불안정을 의 미하지는 않는다. 당장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할 수 없고 업무량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일부 측근들에게 권한의 위임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의 신임을 받는 특정인의 권한이 자 연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살아있는 한 이는 어 디까지나 최고권력자의 위임하에 이루어지는 권한대행 형태이며 권력
투쟁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북한의 고위엘리트들은 김정일의 와병 중 사소한 반대의 목소리라도 내는 불충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극도의 몸조심과 말조심을 할 것이다.
향후 북·미관계는 핵무기 폐기단계에서 북·미간 견해차이로 지지부 진한 상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비록 2006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북핵 해결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는 부시 행정부의 의지가 2단계 비핵화를 이끌어 냈으나, 이후의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부 시 행정부는 일단 시급한 플루토늄의 추가추출을 막기 위해서 테러지원 국 해제를 단행하였으나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9·11테러사태 이후 반테러와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주장하는 오바마 차기 대통령도 ‘독재자’ 와 타협하였다는 평가를 두려워할 것이다.
한편, 북한은 가급적 핵을 보유하면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통해서 생 존을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북한의 의도는 2008년 8월 2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 잘 나타나 있다. 이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로 비핵화
2단계가 정체되었을 때 나온 것이다. 우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의 핵불능화에 대한 대가이며 검증은 테러지원국 해제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9·19 공동성명은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 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며 핵무기 폐기 단계에서 이루 어져야 할 검증 역시 북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과 주한 미군에 대한 남북한 상호검증을 강조하였다.
비핵화 2단계 협상에서 미국이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비판이 이미 미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폐기 및 이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핵심 의제로 하는 비핵화 3단계 협상은 2단계 협상에 비해 훨씬 어려울 것이다. 비핵화 3단계의 주요 의제에서 북한이 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