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시나리오별 예상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책적 시사 점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의 맹점과 보완점이 드러나고, 바람직한 미래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현재 취 해야 할 정책들, 바람직하지 않은 미래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을 제시 할 수 있다.

가. 김정일정권의 안정과 불안정을 동시에 대비

김정일 정권의 안정과 불안정 중 우리에게 무엇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시나리오 C와 D에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일 정 권이 불안정할 경우 북·미관계의 갈등과 협력이라는 변수의 영향력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으며, 정책적인 부분에서 김정일 정권의 불안정은 체제의 불안정, 난민 발생, 인도주의적 위기 등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 정권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현실적 정책이며 현재 틀 속에서는 북한체제의 안정을 목표로 한 대북포용정책 이 가장 적절한 정책적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비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김정일 정권이 안정된다면 북·미관계와 무관하게 북 한체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으며, 지난 10년간 대북 포용정책에도 북한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책의 포커스를 ‘통제 가능한’ 정권의 불안과 통제가능한 변화에 두어야 할 것이다. 피해야 할 것은 통제 불가능한 불안이며 북·미관계 악화 등의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의 안정과 불안정에 대하여 가치를 부여하지 말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란 미국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며 북·미 관계에 따라 남북관계도 따라갈 것으로 보이므로, 지금 시점에서 섣부른 대응보다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리를 확보 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정권의 안정이 가진 장점을 살려가며 남한이 주도할 수 있는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김정일 정권이 불안정하 다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내부의 격변을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들을 거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우리의 정 책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좀 더 주는 느긋함이 필요하며, 사전방지책으로는 구조적으로 다자간 안보틀의 구축이 필요하다.

나. 복잡 다양한 상황에 대비

시나리오별 예상 상황에서 본 바와 같이, 북한체제의 안정성은 생각 보다 훨씬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대북정책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을 지원하고 포용 하면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햇볕정책의 단선적 가정이 맞지 않은 것처 럼 “북한이 변화하면 포용할 것”이라는 비핵·개방‧3000 구상의 가정도 훨씬 복잡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비핵·개방‧3000 구상에 바람직한 미래상황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한 상황이 안될 경우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비핵·개방‧3000 구상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개혁·개방 을 유도하는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6·15와 10·4의 계승 을 촉구하며 버티는 상황에서 비핵과 개방을 유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된 남북관계의 관행들을 바로잡고 남북경협에서 유연

한 상호주의를 적용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일은 많은 진통 을 겪을 것이다. 진통이 지나쳐 원치 않는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불필요한 긴장을 방지 하기 위해 당국간 대화뿐만 아니라 비당국 차원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과 대화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 내부에서도 정부 의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서 둘러야 할 것이다. 2008년 총선 전후 북한의 긴장고조에 정부가 차분하 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인권과 탈북자 문제 등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확고한 원칙하에 당국 혼자가 아니라 시민사회, 국제사회의 협력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권유린은 그 자체가 반인류적 범죄로서 반드시 역사의 단죄를 받게 되는 것으로, 인권문제에 너무 정치적 고려를 할 경우 기교적이고 전략적인 함정에 빠져 인권탄압세력으로부터 오히려 역이용당할 우려 가 있다.171

다. 북한의 고립 방지

북한이 개혁·개방을 주저하고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 더라도 북한의 고립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지난 수 십 년간 주체라는 이름하에 스스로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켜왔다. 강력한 통 제체제하에 북한주민들은 외부와 단절된 채 정치, 경제, 사회적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것은 북한정권에 타격을

171 _ 이재원, 󰡔통일연구원 주최 북한인권관련 NGO 워크숍 발표집󰡕, (통일연구원, 2007. 4).

주기 보다는 자칫 주민들의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 다. 더욱이 ‘고립·압박정책’은 정책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고립이 장기 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시 루마니아의 예에서 보듯 이 폐쇄체제의 경우는 더욱 큰 혼란과 불안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로 주변국 중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을 주장하는 나라는 없다. 부시행정부도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대북압박정책을 전개 하면서도 ‘외교적 노력’과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후반 북방정책 이후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남북기본합 의서」를 거치면서 포용정책이 대북정책의 기조로 자리잡았다. 비핵·개 방에 진전이 없을 경우에도 북한의 고립을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차원의 대화와 교류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라. 북한붕괴에 대비하되 북한붕괴를 가정한 정책 배제

김정일 정권의 불안정성이 높고 붕괴 가능성도 있으나 개연성을 바탕 으로 한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핵과 북한의 개방도 하나의 시나리 오인 것 처럼, 북한의 붕괴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즉, 북한의 붕괴에 대하여는 당연히 철저히 대비하여야 하나 막연히 북 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식의 정책에 매달려서는 안될 것이다. 막연한 붕 괴론은 현재의 정책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정책의 현실성을 약화 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로 인해 다가올 문제에 대해서 우리 가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하여 고심해봐야 한다. 체제 붕괴와 관련해서 연계된 연구, 즉 안보, 국제법, 경제,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주변국들의 연구기관들이 시도하는 북한에 대한 초국가적 연구에 우리도 동참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국

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다양화되고 있다. 군내에서도 원로그룹과 실무 그룹간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있는 데, 이러한 다양한 견해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마. 한·미공조 균열과 남남갈등에 대비

김정일정권이 안정되고 북·미관계가 급진전될 경우 한미공조에 균열 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오바마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활용하여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추구하면서 기본적으로 통미봉남 정책을 취하면 한국이 대북문제에서 국제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 반면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계기로 남한에 대규모 지원을 요구한다면 지원여 부와 규모를 둘러싼 남남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핵을 유 지한 채 개방만 할 경우에도 북한의 개방의지를 평가하는 진보세력의 지원요구가 강화되면 남남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비핵화과정에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조화시키는 것 이 중요하다. 남북관계 진전이 6자회담을 앞설 경우, 미국의 우려대로 대북 레버리지를 약화시켜 핵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 반면,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에 앞설 경우, 한미공조 균열, 남남갈등, 남북관계 긴장 등이 우려된다.

김정일 정권의 불안정시 한미협력이 더욱 절실하며, 북·미관계가 갈 등상태에서 김정일정권이 불안정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높 아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바. 현 상황 장기화에도 대비

남한과 미국에 어떠한 정부가 들어서든 북한에 대한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정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으나, 내부로부터 생기는 불 안정 요소는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의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이와 같이 불안정한 상황을 우리에 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가는 정책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래상황에 대한 대비는 현 상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대비가 전제되 어야 함은 물론이다.

북·미관계, 남북관계, 북한 체제 내부 등 향후 5년의 전반적인 상황 이 큰 변화 없이 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핵문제 진전 을 상정했을 때도 김정일이 핵무기를 완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미 가진 핵에 대한 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미국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놈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핵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인권문제와 재래식 무기, 생화학 무기 등 북·미 간 산적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즉 북미관계는 완전 대결구도가 아닌 갈 등구조가 남아있는 안정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결국 우리는 김정일 정권, 사회주의체제,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전제로 중·장기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을 봉쇄 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나서 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 통일의 당위성은 물론 통일과정에서의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확보하기 위해 대미, 대일, 대중, 대러 정책을 지혜롭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남한과 4강과의 양자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 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6자회담과 같은 다자간 대화방식을 채택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