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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적 측면에서의 새로운 한반도 정책 구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 는 기회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여기에서는 이른바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 기법을 원용하고자 한다. 방법론 적으로 비교적 간결하고 응용범위가 넓은 일반화된 분석기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SWOT 기법의 가 장 큰 장점은 내‧외부 상황 변화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SWOT 가운데 내부 역량에 대한 분석을 통해 추출한 강점(Strength:

S)과 외부 환경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출한 기회(Opportunity: O)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구상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요인을 선별할 수 있다.

가. 지구적 차원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질서의 패권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 국 사이의 전략적 경쟁은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미중 간 갈등은 여러 측면에서 양국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의 외 교적 입지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전문가 인식조사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미중 간 갈등은 한국이 중장기적인 한반도 정책을 새롭게 구상하는 데 있어 일종의 ‘기회의 창’을 제공 할 수도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문화력 등을 비롯한 총체적 국력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국제질서의 핵심부 가 아닌 주변부에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한국 은 국가이익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관철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 있어 국제질서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구조, 또는 한국의 대내외 정책 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변수로 간주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국면을 거치는 동안 미국과 중국 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국가가 뛰어난 대처 능력과 포용적인 리더십을 국제적 수준에서 보여준 한국의 저력을 재평가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 미국 의 주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호주 등과 함께 한국을 이른바 ‘G7’

정상회의에 전격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제질서 변화 의 향방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은 양국 사이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진용을 갖추는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대한 ‘견인정

책’을 향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다.150) 이는 한국이 지금까지

위치했던 국제질서의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진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위상 상승은 한국이 국가이익을 국제사회에 투영하고 관 철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른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이러한 ‘기회의 창’을 적극적으로 확대‧활용할 필요가 있다. 많 은 사안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매우 어려운 외교적 처지에 놓인 한국이 총체적 국력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모든 갈등을 중재하거나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 만 미중 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추구하는 평화와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원칙 적으로 동의하고 있다.151) 이러한 기본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국 이 북한과 협의해 한반도 문제를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 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150) 이수형, 󰡔중추적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3.0」󰡕(서울: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2019), p. 36.

151) 김갑식 외, 󰡔남북관계 2023: 도전요인과 대북정책 추진방향󰡕(서울: 통일연구원, 2019), p. 265.

와 한반도 문제의 남북한 주도 해결 전략을 공유하는 등의 방법으 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감대를 국제사회에서 확장‧공고화해야 할 것이다.152)

나. 지역적 차원

인식조사에서 나타난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동안 한국 외교의 지 평이 주변국과 동북아에 머물렀던 데 반해 앞으로 한국 외교의 지평 이 동북아를 벗어나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 시아와 유럽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 전반으로 넓어질 개연성이 크 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중‧일‧러 등 주변국과의 양자관계 및 유엔 등 국제적인 다자관계에 외교적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 사실 이다. 특히, 200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미중 사이의 갈 등과 경쟁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지역적 차원의 변수와 지구적 차원의 변수를 동일하게 인식하는 경 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국제적인 냉전체제의 붕괴를 전후 한 시점부터 한국은 이른바 ‘진영 외교’에서 벗어나 북방정책을 추진 하는 등과 같이 사실상 동북아로 제한됐던 외교적 지평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하게 유지‧발전시켜 나 가는 가운데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경제적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과 의 관계를 특별하게 발전시켜 왔다.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기반으 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장‧강화하려는 시도가 미국과의 세계 적인 패권 경쟁으로 심화되면서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 하던 한국이 외교적 측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어려운 상황이

152) 신종호 외, 󰡔한반도 평화번영의 비전과 전략󰡕(세종: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19), pp. 27~28.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보다 호혜적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 막대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동남아와 서 남아, 중앙아와 러시아 및 유럽과의 관계를 보다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물론,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향후에도 주변국과의 관계 및 동북 아 지역의 역학 관계를 가장 중요한 지역적 차원의 변수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추진 등 을 통한 한국의 외교적 지평 확장은 그동안 ‘사실상의 섬’으로서 제 대로 발휘할 수 없었던 지정학적 장점, 즉 대륙의 일부이자 대륙과 해양이 교차하는 지역으로서의 특성을 앞으로는 충분히 발휘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153)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외교적 지평이 동 북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점차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구상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하는 기회요인이 아닐 수 없다.

다. 한반도 차원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구상하는 데 있어 한반도 차원의 변화 전망 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요인은 평화를 전제로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비핵화를 포함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153) 이석기, “통일준비를 위한 남북경제협력의 미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 위원회 엮음, 󰡔남북교류협력의 재조명: 분야별 진단과 과제󰡕 (서울: 늘품플러스, 2015), pp. 239~240.

남북관계의 특성상 북한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거부하면 남북관계가 발전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을 주도할 능력 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선진국임을 자각하지 못했거나 선진국 수준의 역량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국면을 거치며 한국의 총체적 국 가 역량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앞으로 의 한국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정체성을 내재해야 한다. 한국 은 최소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만큼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 개척해 나가겠다’는 이른바 ‘자기결정의 원칙’을 새로운 정체성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154)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주도하며 비핵화를 비롯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 기 위한 한반도 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할 것이다.

합의와 일정한 이행, 파기를 반복했던 지금까지의 북한 핵문제 역 사를 반추했을 때,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사안인 북한 비핵화는 앞으 로도 중장기적으로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 인다.155) 사실상 3차례 이뤄진 북미정상회담과 종종 있었던 두 정상 사이의 친서 교환 등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개인적 신뢰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사이의 근본적 상호 신뢰는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으며, 이는 상대에 대한 의 심을 지속적으로 야기한다.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와 관련된 기본적인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상호 신뢰의 부족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과정의 선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표출됐으며, 양측 간의 ‘힘겨루기’로 인한 정세 의 부침은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가 완전하게 종료될 때까지

154) 이수형, 󰡔중추적 중견국가로서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3.0」󰡕, pp. 73~74.

155) 이상근, 󰡔한반도 평화체제의 쟁점과 구축방향󰡕(서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19), pp. 9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