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중심적인 가치로 삼고 평화 공존 및 공동 번영을 지향하는 분위기 형성을 최소한 아시아 지역 내에서 선도해 나가기 위해 노력 해야 할 것이다.
밖에 없다. 이는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 국면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내 전문가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 에서 인류와 동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국면이 언제 어떻게 종료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 끼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게 잡아내고 있는 한국의 이른바 ‘K-방
역모델’이 많은 국가들의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을 감안해 한국은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한반도 정책 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람 중심의 호혜‧평화 추구’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총체적 역량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우리 국 민뿐 아니라 주변국 및 주변 지역의 사람들을 챙겨나갈 필요가 있 다. 특히, 한국의 방역 및 안보와 관련해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북한 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없다고 언급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취약한 북한의 보건‧의료 체 계를 감안했을 때, 국경봉쇄 외에는 마땅한 대처방법이 없는 북한에 서 코로나19의 확산이 발생할 경우에는 남한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과 매우 큰 규모의 경제‧사회적 교류를 하고 있지만 상대적 으로 방역 및 보건‧의료 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 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 및 신북방정책을 비판적으로 평 가한 부분에서 지적된 것처럼, 동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에서 한국과 경제‧사회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는 국가는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보다 많은 국가들과 경제‧사회적 교류를 확 대‧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한 유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와 같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한국은 경제‧사회적 교류가 많은 국가들뿐 아니 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 서도 상대적으로 취약성을 갖는 인근 국가들에까지도 지원하기 위 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중심적인 가치로 삼으며 교류‧협 력하는 일부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호혜와 평화를 바탕으로 중장기 적 관점에서 공생과 공영을 도모한다는 점을 각인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이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지엽적인 성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 및 주변 지역 과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넓고 열린 성격으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 의 핵심은 한반도에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형성하 는 것이지만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에서도 사 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가 형성돼야만 하기 때문이다.
나. 당사자 해결
향후 한국이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유지해야 하는 원칙 가운데 하나는 ‘당사자 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한반도 구상 을 통해 한국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이른바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 뿐 아니라 주변국 등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요 사 안들로 이뤄져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 핵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구 축,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등이 한반도 문제를 이루는 주요 사안이
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의 이해관계가 합종연횡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변 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결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은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추진하며 ‘당사자 해결’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 문제에 포함되는 사안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문제인 북한 핵문제에 관해 살펴보자.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 핵문제 의 당사자가 북한과 미국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렇지만 이는 대단히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이유가 미국의 이 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 특히 미국의 대북 핵 위협에 기인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북한의 핵개발은 남한의 사활적 이익 을 위협하는 사안이 분명하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당사자 에서 남한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18년 이후 1년여 의 한반도 평화 국면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세 차례의 남북정 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되고, 사실상 북한 비핵화 를 지칭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 의한 사실은 남한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있어 당사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미국 등 3자 간 협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3자 간 협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뤄질 수 있다. 남북한 간의 협의,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협의, 한국 과 미국 사이의 협의 등 양자 협의와 함께 남‧북‧미 3자 간의 협의 가 가능하다. 물론,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협의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협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북미 간 관 계 정상화 등을 포함하는 미국의 대북 안전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한의 관여가 배제되는 상황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8년 이후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국면과 2000년대 중‧후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모범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남한 관여의 중요성을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은 향후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추진하며 한반도 문제 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번영의 핵심 당사자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남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이자 책임 있는 행위자로서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북한은 북 한 핵문제 등의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어 가급적 남한을 배제하 려는 기존의 태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원 하는 미국과의 협의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도 남한의 관여가 불가피하다. 상호 신뢰가 부족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양측 모두와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는 남한이 충분한 역할을 할 때에만 북한 비핵 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가 바람직한 방향에서 추진될 수 있기 때문 이다.
다. 주변국과 협력
한국은 앞으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구성하는 여러 사안들에 주변국, 특히 미국과 중국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십분 감안해 당사자 해결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서도 주변국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반도 문제의 영향이 비단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및 국제질서의 변화와 긴 밀하게 연동돼 있다는 점, 즉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돌이키기 어 려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주변국과 협력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문제
를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 인식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른바 ‘전략적 경쟁’이 단기간 내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미중 간 전략경쟁은 미국을 동맹국으로 둔 동시에 중국과 매우 많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는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 적 보복이 과거의 사례라면 서태평양 및 동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 사일을 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어려움이 다. 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고 봉 쇄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중국의 지역 전략 변화가 맞부딪히는 상황 등이 한국에 양자택일을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와 관련해서도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즉, 미중은 상대방에게는 불리하고 자신들에게는 유리한 방향으로의 현상 변경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양자 택일 성격의 현상 변경이 아니라면 미중은 현상 유지를 선호할 것으 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현 상이 변경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자신 들에게는 유리하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한 상황으로 현상을 변경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미중 간의 경쟁은 결국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반돼야 하는 현상 변경에 장애를 조성 하며 한반도 문제 해결 자체를 좌초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감안 해 한국은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만큼은 남북한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미중 등 주변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추진된 대북‧통일정책 및 한반도 정책이 한반도와 인근인 동북아에 주로 천착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 추진될 새로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