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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새로운 한반도 정책의 목표는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

체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한반도 구상은 기본적으

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정책’을 발 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전환이 시도됐던 지난 3년은 평화와 번영의 중요성을 일깨워줬기 때문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극적인 이벤트가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됐고, 이것이 역사적인 제1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까지 진전됐지만, 2019년 2월 이후에는 역으로 북미관계의 어려움

이 남북관계의 단절로 이어졌다. 즉, 2018년 초부터 1년여간 이어진 한반도 평화 국면이 지속가능한 가운데 확대‧발전될 수 있도록 하 기 위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한반도 구상의 목표에 ‘사람 중심’이라는 표현이 추가된 이유는 2020년 발생해 세 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통일‧국방 분야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정부가 일관되게 지향해야 하는

대외정책의 잠정적 목표로 설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앞서 살 펴본 것처럼, 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한반도 정책의 목표인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기 위해 분야별 전략과 이에 따른 다양한 정 책과제를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정세 전환 의 물꼬를 트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이러한 물꼬가 한반도 정세 전환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한반도 정책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의 한반도 정책이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정책의 목표로 설정한 ‘평화와 번영’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폄훼하는 행태로까지 나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 다. 「제3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 설정하고 있는 한반도 정책의 비전, 즉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은 남북한이 단기간 내에 이룩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며,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추구돼야만 하는 기본 적 가치임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달성돼야만 하 는 궁극적 가치인 통일과 평화‧번영이 개념적 측면에서 일견 모순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에는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평화 공존을 전제하지 않는 통일, 공동

번영을 동반하지 못하는 통일 구상은 통일을 이뤄 나가야 하는 국민 들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한반도 정책을 구상하는 데 있어 지금까지 우리는 주변국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로 작동할 것이라는 가정 을 아무런 의심 없이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한국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전략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전략 정도는 구상하고 수립‧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한국은 지금까지의 협소하고 닫힌 한반도 구상에서 벗 어나 주변국 및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보다 넓고 열린 한반도 정책을 구상하고 수립‧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한반도 정책뿐 아니라 지역전략 을 구상하는 데 있어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을 근본적 가치로 삼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형성’의 핵심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현 대 국가가 제시하는 대외정책의 핵심적인 목표는 이른바 ‘국가안보 (national security)’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군사력과 경제력으 로 대표되는 경성 권력을 어떻게 증대할 것인지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국가안보 중심이었던 기존의 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형성되기 시작한 미 중 간 전략경쟁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도 한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기존의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 러면서도 코로나­19가 국제질서를 언제, 어떻게 바꿔놓을지를 예단 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를 겪으며 가장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한 가지는 앞으로 ‘사람’, 즉

인간안보가 국가안보 못지않게 중요한 화두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 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즉, 한국이 중장기적으 로 추구해야 하는 대외정책의 주요 내용인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형성’은 바로 ‘사람 중심’으로 추구될 때에만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 는 것이다.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의 목표 를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형성’으로 설정하는 것은 향 후 예상되는 한반도 정책 추진 환경의 변화를 감안했을 때에도 비교 적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표 Ⅲ-1>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2030년까지 한국이 추진해야 할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구 상하는 데 있어서 감안해야 할 기회요인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 상 승, 한국의 외교적 지평 확장, 한국 주도의 북한 변화 유도 및 남북 관계 발전, 남북경협의 한국경제 성장 기여, 한국 사회 대북 인식의 긍정적 변화, 한국 국민들의 평화 우선시 경향 강화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위협요인은 미중 간 경쟁 및 대한(對韓) 견인전략 강화, 코로나­19에 따른 아시아 지역 내 국 가 간 관계 변화, 한국의 제한적인 대북 영향력, 북한의 몽니 가능 성, 남남갈등의 지속‧심화, 북한‧통일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 저하 등이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과정에 서 한국은 예상되는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거나 가급적 회피하는 동 시에 기회요인을 극대화하고, 적극 활용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한 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적인 경쟁과 이에 따른 미중 각국의 대한(對韓) 견인전략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부터 한국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 다. 그렇지만 한국은 적어도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관련해서

는 주도권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최소한의 공 감대를 마련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한국 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북한이 몽니를 부릴 가능성을 줄 여나가고 북한이 바람직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남 북한 사이의 경제적 교류‧협력은 북한의 경제상황 개선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 이 주도하는 남북관계 발전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지 속 가능하게 추진된다면 한국 국민들의 평화 우선시 경향을 더욱 강 화하고, 한국 사회 대북 인식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 다. 뿐만 아니라 향후에 지속‧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남갈등과 북한‧통일문제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관심 저하 문제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남북관계 발전의 궁극적 지향점은 통일일 수밖에 없다. 여기 에 접근해가는 과정으로 한국은 남북관계 발전의 잠정적인 중장기 적 지향점으로 ‘공동체 형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에 서 남북한의 공동체가 제대로 형성되고, 이것이 통일로 이어지기 위 해서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함께 주변국의 협조와 주변 지역에 우호 적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지금까지 외교적 지평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거둔 성과인 국제적 위상 상승에 부응하는 방향에서 앞으로 제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아시아 지역 내에서 각 국의 보건‧의료 수 준 차이 등으로 인해 국가 간 관계가 적지 않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 된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즉, 한국은 이른바 ‘인간안보’,

‘사람’을 중심적인 가치로 삼고 평화 공존 및 공동 번영을 지향하는 분위기 형성을 최소한 아시아 지역 내에서 선도해 나가기 위해 노력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