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위험요인(cumulative risk factor)은 누적적으로 그리고 동시적으로 여러가지 위험요인에 한꺼번에 노출된 경우를 지칭하는 개념으로서(강현 아, 2013; 김성경, 2006; 김서현 외, 2015; 주소희, 2008; Gerard &
Buehler, 2004a, 2004b), 위험요인이 하나의 요인으로서 각각 영향을 미 칠 때보다 그 요인들이 누적 또는 축적되었을 때 그 총합(sum)이 어떤 개별요인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장영은, 권윤정, 2014). 누적위험요인에 대한 탐색은 의학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데, 예컨대 암 발생률의 경우 암 발생과 관련한 단 하나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보다는 가족력, 흡연, 고지방의 식사 등과 같이 암 발생과 관 련된 다중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의 발생률이 더 높다는 결과와 관련 된다. 즉 여러 개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은 단지 하나의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보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장휘 숙, 2006).
누적위험요인은 연합적 발생경향과 수적 중요성을 고려한다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연합적 발생경향’이란 위험요인의 발생경향을 나 타내는 것으로, 하나의 위험요인이 있을 때 다른 위험요인들도 연이어 발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김성경, 2006). 실제로 위험요인은 복잡하 고 누적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위험요인이 하나씩 따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Goldstein & Brooks, 2005), 위험요인은 종종 취 약성을 고조시키면서 한꺼번에 떼로 나타나서 위험 다발(bundling)을 구 성한다(Fraser, 2004). 이러한 연합적 발생경향은 다른 선행연구에서도 나 타나고 있는데(Dishion et al., 1999; Rutter, 2001), 예컨대 청소년의 부모 가 사망하거나 이혼하였을 때 가족갈등이나 경제적 빈곤의 위험요인이 뒤따라 발생하여 위험요인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특 히 빈곤은 이러한 위험요인의 연합적 발생경향이 강한 대표적인 변수로 간주되고 있으며(Gassman-Pines & Yoshikawa, 2006; Rutter, 2001; Wells et al., 2010), 이러한 높은 연합적 발생경향으로 인해 빈곤은 다른 위험
요인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게 된다(장희선·김기현, 2014).
다음으로 ‘수적 중요성’이란 누적위험요인이 위험요인의 수를 중요 시한다는 것으로, 위험요인의 ‘수’를 ‘내용’보다 중요하게 보는 것 을 말한다(김성경, 2006; 주소희, 2008; Evans, 2003; Sameroff et al., 1987a; 1987b). 실제로 누적위험모델에서는 아동·청소년의 발달이나 적 응 등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요소가 특정한 위기요인의 나열이 아니라 이들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환경 내 위험요인의 수라고 본다(Gerard et al., 2004a). 이것은 위험요인들이 하나만 존재할 때보다 다수의 위험요인 이 동시에 존재할 때 그 부정적 영향은 몇 배로 배가되어 나타난다는 점 을 전제하는 것으로(Appleyard et al., 2005), 위험요인의 수를 많이 가진 청소년이 위험요인의 수가 적은 청소년에 비해 적응, 발달 및 문제행동 등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점 에 근거하여 누적위험모델은 하나의 위험요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다수의 위험요인들의 축적(accumulation)에 집중하여 모델을 구성하고 있 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적위험모델을 적용한 선행연구에서는 위험요 인 개수의 총합으로 누적위험요인을 측정한다. 이를 위해 위험요인을 이 진수화(dichotomize) 하여 하나의 위험 요인이 있음(‘1’)과 없음(‘0’) 으로 나누는데, 이를 조작화 하는 방법은 위험요인이 비연속변수일 경우 와 연속변수일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비연속변수인 위험요인을 측정하 는 경우는 개념적으로 유의미한 위험기준을 조작적으로 설정하여 위험기 준에 해당되면 ‘1’로 그 외는 ‘0’으로 측정한다. 예컨대 ‘한부모 가정 여부’ 변수의 경우 한부모인 경우는 ‘1’로, 그 외 나머지는
‘0’으로 조작화하여 측정하는 것을 뜻한다. 연속변수인 위험요인의 경 우는 일정한 값을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변수의 원점수의 4분위 값 인 25%를 기준으로 위험요인의 기준을 구성하거나, 변수의 원점수의 16%(평균±1×표준편차)에 해당하는 점수를 기준으로 구성하는 방법으로 그 기준을 삼고 있다. 누적위험요인과 관련한 국내 연구에서는 일반적으 로 변수의 원점수의 4분위 값으로 위험기준을 구성하는 것을 그 기준으
로 삼고 있으며(김서현 외, 2015; 김성경, 2006; 백수정, 2016; 장희선, 2013; 장희선, 김기현, 2014; 장영은, 권윤정, 2014; 장영은, 2016; 주소희, 2008) 이러한 기준은 고위험에 노출된 경우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누적위험요인 관련 선행연구에서는 연구목적에 따라 다양한 위험요인 들을 고려하였는데, 이를 영역별로 구분하여 살펴본 연구는 많지 않지만 (김서현 외, 2015; 김성경, 2006; 주소희, 2008), 본 논의에서는 설명의 용 이성을 위해 이를 구분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선행연구들에 근거하여 누 적위험요인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개인영역, 또래영역, 가족영역, 사회환경 영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영역에는 성별, 연 령, 낮은 자아존중감, 낮은 자기효능감, 낮은 자기통제, 낮은 성취감, 낮 은 신뢰감, 부적인 대인관계, 우울, 충동성, 음주, 성추행 및 성폭행 경험 등의 위험요인이 있으며, 또래영역에서는 부정적인 또래관계, 낮은 또래 애착, 비행친구 애착 등이고, 가족영역은 낮은 경제적 수준, 가구주의 미 숙련 직업상태, 부의 실직, 부적절한 부모역할, 부모의 낮은 교육수준, 높은 부모갈등, 부모 별거, 가정폭력, 부/모의 정신장애, 모의 우울·불 안, 부정적 양육태도(학대경험), 낮은 부모관여, 낮은 부모애착, 낮은 가 족결속력, 가족구조(한부모 가정), 큰 가족규모 등이 포함된다. 또한 사회 환경 영역에서는 낮은 학업성적, 낮은 교사의 지지, 낮은 학교활동 참여, 학교폭력, 낮은 사회적지지, 열악한 지역사회 환경 등이 고려되고 있다 (강현아, 2013; 김서현 외, 2015; 김성경, 2006; 박아란, 2013; 장희선, 2013; 장희선, 김기현, 2014; 주소희, 2008; Gerard et al., 2004a; 2004b;
Pollard et al., 1999; Small & Luster, 1994; Smith et al., 1995)
누적위험요인을 사용할 때의 장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누적위험요인은 아동·청소년의 발달상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는데 유 용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몇몇 비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누적위험요 인은 발달상의 결과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단일위험요인들의 예측보다 뛰 어난데, 그 이유는 인간이 다수의 위험에 직면할 때 보이는 취약성과 관 련이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단일한 환경적 부담(demand)을 조정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능숙하지만, 다수의 위험이 동시에 공존할 때에는 이 를 대처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고 특히 이러한 위험이 고위험일 경우라면 이러한 취약성은 더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누적위험요인은 다 수의 위험요인을 포함하고 있고, 위험 노출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높 은 절단점 값(cutoff values)을 기준으로 사용(통상적으로 상위 25%)함으 로서 고위험에 노출될 경우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vans et al., 2013). 즉 수적인 측면에서 개인이 처한 위험요인이 많을 수록, 질적인 측면에서 그 위험의 정도가 높을수록 개인의 취약성은 증 가하게 되는데, 누적위험요인은 위험요인의 개수와 함께 위험여부를 판 단하는데 있어 높은 기준점을 사용함으로서 다수의 고위험에 노출된 아 동·청소년의 발달상의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는데 유용하다.
두 번째 장점은 위험요인들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수의 개별 위험요인들이 발달에 각각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력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불완전하다는 것을 고려하여 누적위험요인은 단일한 가중치를 사용 하고 개별 위험요인의 ‘질’보다는 위험요인들의 합인 ‘수’를 중시한 다. 이렇게 개별 위험요인에 대한 지식과 이론적 모델이 부족한 상황에 서 단일 가중치를 사용하는 누적위험요인은 가중치를 적용한 예측변수에 비해 더 강력(robust)하다는 장점이 있다(Cohen et al., 2003; Evans et al., 2013; Farrington & Loeber, 2000; Flouri, 2008; Wainer, 1976). 또한 단일 가중치는 다중공선성에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다(Cohen et al., 2003; Myers et al., 2010).
세 번째 장점은 절약적(parsimonious)이라는 것으로, 누적위험요인은 위험요인들을 합산하여 측정하기 때문에 하나의 변수가 다수의 위험요인 을 대표하게 되고, 따라서 많은 위험요인들을 모델에 반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Evans, 2003). 이것은 거대한 표본크기(sample size)가 없이 도 누적위험모델에 다수의 위험요인들이 포함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네 번째 장점은 통계적 유용성으로, 다수의 위험요인을 하나의 점수로 합산하여 측정하는 누적위험모델은 다수의 개별 위험요인을 투입하는 모
델에 비해 측정오류를 감소시킨다(Ghiselli et al., 1981). 또한 단일 척도 (measure)로는 관심이 있는 개념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 을 고려할 때 다양한 위험요인을 포함하는 누적위험요인에서는 타당도가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Ghiselli et al., 1981).
마지막 장점은 정책적 유용성으로, 누적위험모델에서 위험요인의 수를 쉽게 계산 수 있다는 단순성(simplicity)은 비전문가나 정책입안자에게 이 를 쉽게 이해하고 이와 관련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것은 정책적 개입 시 표적화(targeting)를 쉽게 한다는 이점을 수 반하는데, 예컨대 다수의 위험요인에 노출된 아동을 정책개입의 우선순 위로 고려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Evans et al., 2013).
그러나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누적위험요인과 관련한 국내 연구 들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수행된 연구로는 누적위험요인 과 학교 청소년 비행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김성경, 2006), 누적위험요인 과 이혼가정 자녀의 문제행동과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주소희, 2008) 등 이 있고, 건강과 관련해서는 누적위험요인이 청소년의 우울, 불안에 미 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강현아, 2013), 가족의 누적위험요인이 영아기 발 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장영은, 권윤정, 2014), 누적위험요인이 유 아기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장영은, 2016) 등이 있다. 또 빈곤 과 관련해서는 빈곤이 청소년들의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누적 위험요인의 효과를 고려한 연구(김서현 외, 2015), 빈곤이 아동발달에 미 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누적위험요인의 효과를 고려한 연구(장희선, 김기 현, 2014) 정도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 위험요인의 연합적 발생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는 빈곤의 특징을 고려할 때 빈곤의 영향을 살펴보는데 있어 누적위험요인을 함께 고려한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 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