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개인의 건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사 실 빈곤과 건강의 관계는 그 방향성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주장으로 구분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건강이 경제수준을 결정한다는 사회적 선택론 (social selection)의 입장이다. 즉 활발한 사회이동의 결과로서 건강한 사 람은 상향이동, 불건강한 사람은 하향이동 됨으로서 개인의 건강이 계급 을 결정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건강이 사회적 환 경의 산물임을 간과하고 개인의 역량을 지나치게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두 번째는 사회원인론(social causation)으로 경제적 수준 에 의해 개인의 건강이 결정된다고 보는 주장인데, 여기에는 물질적 결 핍과 문화 결정론의 두 가지 설명이 있다. 먼저 물질적 결핍은 빈곤층의 경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자원의 결핍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결정론은 빈곤층의 문화적 속성이 건강관 리의 부적절을 가져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며 이러한
문화적 요인으로는 소비 지향적 생활태도, 행동자제력 부족 등이 있다 (문창진, 1998).
이렇게 빈곤과 건강 간의 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주장 들은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논쟁처럼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하는 초기 청소년에 있어서는 후자인 사회원인론의 입장을 적용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된 다. 이는 초기 청소년은 미성년자로 아직 사회에 진출하여 주된 경제활 동에 종사하지 않는 상태이며 보호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시기이 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상태를 통해 계층이 결정된다기 보다는 보호자로 부터 계층이 이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년 에 있어서는 청소년 자신의 건강이 계층을 결정한다는 시각보다는 청소 년 가구가 속한 계층이 이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사회원인론 의 방향성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거로 본 연구에서는 빈 곤이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빈곤가정의 청소년들은 일반가정의 청소년과 비교할 때 건강상의 문제 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청소년의 경우 발달과업상의 문제를 경험하게 될 가 능성이 크며(김서현 외, 2015), 가정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빈 곤은 청소년의 행동과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Brooks-Gunn & Duncan, 1997). 또한 일부 연구의 경우는 빈곤가정에서 성장한 아동, 청소년들이 주요 정신장애가 있다고 진단받을 확률이 대조 군에 비해 3배 이상이라고 보고하였다(Costello et al., 1996).
빈곤이 청소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빈곤 청소년들
은 음식섭취의 문제, 의료적 서비스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 및 열악한 물 리적 환경 등으로 인한 질환 및 사고 위험 등을 겪게 되고 이는 건강악 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빈곤은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방식이 나 가정 내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여기에 노출된 자녀들의 건강에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권은선, 구인회, 2010). 이러한 음식섭취, 의료서 비스에 대한 접근, 열악한 물리적 환경, 부모의 부적절한 양육방식 등의각각의 요인들은 빈곤으로 인해 파생된 위험요인임과 동시에 이는 다시 청소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러한 경로에 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가정의 빈곤은 청소년의 음식섭취와 관련하여 이들의 건강에 영 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하여 Hanson과 Chen(2007)은 아동·청소년의 건 강증진행위와 관련한 선행연구들을 고찰하면서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에 속한 청소년의 경우 과일, 야채를 섭취할 가능성은 적고, 고당도·고지 방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이상균 외, 2015). 이러한 빈곤 청소년들의 음식섭취와 관련한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신인순, 2011), 첫 번째는 빈곤가구의 경우 영양이나 건강보다 가 격을 우선시해서 식품을 골라 구매할 수 없는 상황과 관련된다. 즉 빈곤 가구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에 재정적으로 한계를 가지게 되고 이러 한 가격탄력성의 취약은 청소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다(Gulati, 2004). 두 번째는 가구 내 음식의 통로(food chennel)로서 기 능하는 주부의 역할과 관련된 것으로, 빈곤가구의 경우 일하는 주부가 많고 근로환경도 좋지 않기 때문에 문지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되어 가정 내 음식의 영양 상태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박지영, 2010). 세 번째는 빈곤가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음식불충 분(food insufficiency)의 상황으로 인해 자녀들은 가능할 때 많이 먹어두 고 축적하는 식습관을 가지게 되고, 이는 청소년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Alaimo, 2000).
또한 빈곤가정에서는 의식주에 소요되는 필수적인 생활비에 압박을 받 기 때문에 의료보호(medical care)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쉽다(권은 선, 구인회, 2010).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연구에서 ‘나는 필요한 경우에 병원 검진과 치료를 받는다’라는 질문에 빈곤 아동과 비빈곤 아동, 빈 곤 청소년과 비빈곤 청소년은 모두 유의한 차이를 보였으며, 빈곤 아동/
청소년이 비빈곤 아동/청소년에 비해 병원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 고 있었다(김광혁, 김동관, 2011). 또한 박경숙 외(2008)의 연구에서도 저 소득 가정의 경우 아동의 건강검진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었다.
빈곤으로 인한 열악한 물리적 환경 또한 청소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 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주거환경 및 지역사회를 살펴보면 먼저 주거 공간 내 가구구성원들의 밀집 정도나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정도가 높은 열악한 주거환경은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Belsky et al., 2007; Malat et al., 2005). 또한 빈곤한 지역사회 역시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열악한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 은 개인이 이용 가능한 자원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동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공원이나 공공체육관, 방과 후 놀이 프 로그램,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접근성이 높고, 공기가 좋고 환경오염이 나 폐수처리 시설이 잘 정비된 지역사회 내에서 성장하는 청소년과 그렇 지 않은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는 청소년은 여러 건강지표에서 차이를 보 일 것이다(김세원, 김선숙, 2012). 실제 연구결과에서도 신체활동 습관을 기르기 어려운 빈곤 거주지역의 물리적 환경은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김혜경 외, 2008), 일반 환경과 비교하여 더 많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Kalff et al., 2001).
이와 함께 빈곤이 청소년 자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데 있어서 부모 의 양육태도는 상당히 의미 있는 요인이다. 빈곤은 부모의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우울 수준 및 자살생각을 증가시키고 이것은 자녀에게 바람직 하지 않은 양육태도를 보이게 함으로서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부 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강은정, 2007). 또한 빈곤에 처해질 경 우 그 가정의 자녀는 양육자에 의한 학대 등으로 인해 심리적 혼란을 경 험할 가능성도 증가하게 된다(김광혁, 김정석, 2012; 여진주, 2010; 이봉 주, 김광혁, 2007). 이 외에도 다수의 연구들은 가구 빈곤이 아동, 청소년 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 부모와 아동의 유대관계가 중요한 매개 요인임을 주장하고 있다(권은선, 구인회, 2010; 김혜경 외, 2007; Dawson, 1991).
빈곤이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실제 연구결과를 살 펴보면 Ziol-Guest와 동료 학자들(2009)은 빈곤이 아동의 건강상태와 체
질량지수(BMI)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으며, 여기에는 아동 출산 시 산모의 영양상태, 가정 내 식습관 및 열악한 주거환경이 매개역 할을 한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사실 빈곤이 청소년의 신장, 체중에 어떠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서는 일관되지 않은 연구결과들 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일부 연구들은 빈곤은 저체중과 관련이 있으나 과체중이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Hofferth et al., 2005), 빈곤 아 동들의 경우 일반 아동과 비교할 때 저체중 문제가 여전히 높으나 과체 중과 비만 문제도 일부 아동에서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 하고 있다(김혜 련, 2012). 또한 정신건강에 있어서 빈곤은 우울·불안과 같은 내재화 문 제에 영향을 미치며, 반사회적 행동, 비행, 공격성과 같은 외현화 문제와 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cLeod & Shanahan, 1993). 이 외에도 빈곤은 청소년의 건강위험행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운동 등과 같 은 건강행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황연희, 임재영, 2009).
이와 함께 본 연구에서 건강 측정 변수로 설정한 주관적 건강과 관련 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빈곤은 아동의 주관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친다는 결과(권은선, 구인회, 2010; 김미숙, 2013), 가구의 소득은 청소년 의 주관적 건강상태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안진상, 김 희정, 2013; Vingilis et al., 2002), 가구풍요도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주관 적 건강수준이 높아진다는 결과(김태형, 2015) 등이 보고되고 있다. 만 25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일수 록 주관적 건강수준이 낮게 나타난다는 결과(이정민 외, 2012)를 보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여타 건강측정변수들과 빈곤 간의 관계와 동일하 게 가구의 빈곤이 주관적 건강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 다.
그러나 빈곤과 청소년 건강의 관계를 살피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점은 빈곤의 측정방법이나 빈곤에 노출된 시점, 발달영역, 동반되는 다양한 위험요소의 중첩정도 등에 따라 그 영향 정도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는 점이다(McLeod & Shanahan, 1993). 특히 빈곤의 지속기간은 이러한 영향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이와 관련하여 Korenman과 동료 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