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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이론적 고찰

2) 담론적 고찰

앞서 살펴본 협약의 서문, 원칙, 공약 중에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담론은 형평성, 차별화, 발전 권리, 비용효과 등이다. 여기서는 기후변화 완화 맥락에

서 담론의 의미와 개념적 관계를 살펴보겠다.

(1) 형평성

① 형평성의 기본 개념

형평성은 무엇이 공정하고 옳고 정당한지에 대한 관점을 형성시켜주는 하나 의 개념 또는 개념 체계이다(IPCC, 2014). 형평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진규(2002)는 동일한 여건을 가진 국가들 간에 부담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을 수평적 형평성으로, 여건이 서로 다른 국가들에 대해 부담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것을 수직적 형평성으로 정의 하였다. 특히 후자는 공정한 평등, 정당한 불평등, 합리적 차별 등으로 설명되 기도 한다. 형평성은 상이한 개념인 동등성과 차별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동등성은 수평적 형평성으로, 차별성은 수직적 형평성으로 이해되기 도 한다.

그런데 뚜렷이 구별되는 개념 중에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면서 이해관계적 입장을 주장하는 논거로 쓰이기도 하였다. 단적인 예로, 미국은 교토의정서가 선진국만의 감축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김 용건, 2002).

② 유사 개념 : 정의, 공정

형평, 정의, 공정이라는 용어는 개념적으로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8), 맥락 적으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실제로 IPCC 제5차 보고 서(WG3)는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문헌을 비평하면서 세 용어를 엄 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같은 뜻으로 정의한다.

8) 정의는 ‘마땅한’ 대우에 초점을 맞추는 데 공정은 다른 사람과의 ‘공평한’ 대우에 초점을 맞 추는 것으로, 두 개념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정의는 구성원들의 책임과 권리가 올바르게 적용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완화를 위해 국가들에게 부담이나 자원을 분배할 때 판단의 기초 가 된다. 그래서 정의는 원인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보상적 정의와 한정된 자원의 마땅한 배분을 다루는 분배적 정의로 나 누기도 한다. 여하튼 기후변화 정의에 관한 질문과 해답은 복잡할 수밖에 없 는데, 이는 논제의 영역이 지구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문제인데다 원인 제공과 피해가 시공간적으로 비대칭이기 때문이다(Shukla, 1999). 또한 정의는 사람 들이 자신에게 당연히 주어질 것을 받을 권리로 설명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정의와 권리는 개념적으로 상관 관계에 있다(IPCC, 2014). 참고로, 최근 문헌에서는 정의에 기초한 부담 원칙으로 오염자 부담 원칙, 수혜자 부담 원 칙, 지불능력 원칙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Cosson-Eide, 2014).

공정은 구성원에 대한 대우 또는 배분을 공평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Ringius(2002)는 공정의 원칙에 입각한 개념으로 동등성, 형평성, 면제 (exemption)를 들면서, 이들 개념 간의 조합을 통해 공정의 원칙을 구현한다 고 보았다. 또한 공정성 원칙에 기반한 부담 원칙으로 모든 개인이 동등한 배 출권이 있다는 평등주의(egalitarian), 모든 국가가 배출 권리를 가지고 있다 는 주권주의(sovereignty), 비슷한 경제수준에 있는 국가들은 비슷한 부담 책 임이 있다는 수평론(horizontal), 지불능력이 더 많을수록 부담을 더 많이 가 져야 한다는 수직론(vertical), 역사적 배출량에 비례해 부담을 져야 한다는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등을 제시하였다(오진규, 2002).

③ 형평성의 개념적 분류

형평의 개념은 그 범주와 대상에 따라 나누어 설명될 수 있다. 먼저, 형평 성이 구현되는 범주에 따라 절차적 형평성과 분배적 형평성으로 나눌 수 있 다.9) 절차적 형평성은 어떤 절차와 집행에 있어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우를 받거나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개도국에 대해 절차적 형평성을 거론

10) Shukla(1999)는 이와 유사하게 절차적 형평성과 결과적 형평성으로 구분하였다.

하는 이유는 개도국이 정보와 협상력이 부족하고 대응 역량이 빈약하기 때문 이다. 분배적 형평성은 어떤 절차나 집행의 결과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분배되 는가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분배적 형평성의 관점에서 볼 때, 기후변화의 영 향 그리고 완화를 위한 자원이 책임이나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되는지가 중요하다(IPCC, 2014; <표 3> 참조).

협상이론(bargaining theory)에 따르면, 협상자들은 현재의 상태와 비교해 서 더 나은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경우에만 자발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 다. 그런데 지금처럼 선진국의 협상력이 개도국에 비해 훨씬 더 크면,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파레토 최적(Pareto optimal)의 상태에 다다를 수 없게 된 다(Shukla, 1999).

의미 같은 것은 같게 … 다른 것은 다르게

좌표 수평적 … 수직적

해석 동등적 … 차별적

구현 영역 절차적 … 분배적

적용 대상 세대 내 … 세대 간(=SD)

<표 3> 형평성의 개념적 구분

그리고 형평성은 적용 대상에 따라 세대 내 형평성과 세대 간 형평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세대 내 형평은 동일 세대에서 공존하는 구성원 간의 형평성을 의미하므로 기후변화의 영향, 완화, 비용의 분담을 국가별 또는 개인별로 어 떻게 나눌 것인가가 주된 논제가 된다(유희진, 2012). 이에 반해 세대 간 형평 성은 현재 세대의 구성원과 미래 세대의 구성원 간의 형평성을 의미하는데, 현재 세대가 자원 활용에 있어서 다음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피해나 부담 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지속가능한 발전 담론의 기본 정신 과 동일하다. 한편, 협약의 제3조(원칙)에서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 의 이익을 위해서도 형평적 부담을 강조되고 있고, 미래 세대가 적어도 현재

세대와 동일한 후생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④ 협약에서의 논의

협약 전문에서 형평성이라는 단어는 제3조(원칙)에서 딱 한 번 소개되었다.

하지만 많은 문헌들은 협약에서의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형평성으로 이해하고 있다. 부담의 차별화, 지속가능한 발전, 국가의 경제수준에 따른 분 리 적용 등이 형평성을 구현하는 담론으로서 설명되고 있다.

제3조(원칙) 제1항에서 부담의 원칙으로 ‘형평에 기반하고 공통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책임과 각각의 능력’을 명시하였다. 여기서 주된 개념은 형평과 책 임 및 능력이다. 책임의 적용 방식을 공동과 차별화로 설명하고 있고 능력은 상대성에 기초해 해석된다. 협약 조문의 문맥으로 보거나 IPCC 보고서를 비 롯한 문헌의 강조점을 볼 때, 형평성과 CBDR+RC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CBDR+RC가 형평성의 구현을 위한 개념화라고 이해된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문헌을 비평하고 있는 IPCC 제5차 보고서(WG3)에 서는 협약 전문과 달리 형평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주로 형평성과 사회경제적 개념과의 관계, 그리고 부담의 기저 원칙으로서의 형평성을 다루 고 있다.

⑤ 상이한 해석

형평성은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인데다 기후변화 맥락에서는 복잡하 고 조합적인 측면이 있다. 더욱이 협약 전문에서도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고 국제 협상에서도 형평성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되지 않음으로 인해 그 해석과 적용 방식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다 (IPCC, 2014). 이렇듯 형평적인 분담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명쾌한 정 리가 되지 않다보니 국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Heyward, 2011). 선진국과 개도국은 처한 상황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다

르고 그에 따라 형평성이라는 개념 또는 담론을 맥락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 라는 것이다(Heyward, 2011).

하지만 다양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형평성 원칙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당한 규범적 토대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Heyward, 2011). 그러기 위해 서는 형평성에 기초한 부담의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는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 하다.

한편, 형평성의 원칙은 완화, 적응, 실행 모든 분야와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 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는 기후변화 완화에만 집중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러한 접근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의 주장을 간과하고 그들에 대한 형 평적인 대우를 제외하는 것으로 불공정한 것이다(Winkler, 2014).

(2) 차별화

제3조(원칙)은 부담의 원칙으로 ‘형평성에 기반하고 공동의 그러면서도 차별 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ies, CBDR)과 각각의 능력(Respective Capabilities, RC)을 제시하였다10). 그렇다면 형평성, CBDR(책임), RC(능력)는 병행적인 개념인지, CBDR과 RC는 하나의 원칙으로 볼 것인지, 형평성과 CBDR+RC의 개념적 관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다.

먼저 책임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기초하고, 능력은 수혜자 부담 또는 능력 자 부담 원칙에 기초하므로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데 선행연구에서는 협약의 원칙을 소개하면서 ‘CBDR’로만 부담의 원칙을 설명하거나 ‘CBDR+RC’로 묶 어서 개념화하는 경우는 많으나 ‘CBDR’과 ‘RC’를 설명하는 용례는 거의 없 다. 부담의 기준에 관한 여러 방안에서도 책임과 능력은 하나의 패키지처럼 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Deleuil(2012)는 역사적 책임에 대한 선진국의 반대를 고려해 역사적 책임과 능력을 동일한 발판(footing)에 올려놓을 필요

10) CBDR+RC은 제3조(원칙) 이외에 서문과 제4조(공약)에도 관련 기술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