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벼운 교과과정’, ‘여분의 교육’으로 교양기초교육 인식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교양기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 고 여전히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한 전문 지식 교육에 편중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전공교육의 비중이 커지게 되고 교양기초교육은 여분의 교육으 로 인식되고 있다(손동현, 2010). 또한 교양기초교육은 전공 영역에 종속되거나, 학부 저학년 대상으로 편안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가벼운 교과과정 정도로 인식된다(남식용, 이병철,
2009). 인기 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피상적으로 다루거나, 대학의 정규 학과목으로 볼 수 없는
일반인의 상식을 위한 정도의 교과목이 개설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 역시 교양 교과목이 입 문 또는 초급 수준의 교과목이므로 충분한 학습이나 깊이 있는 연구가 불필요한 과목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고 해당 과목에 열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쉽게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과목 으로 여겨 단순히 학점 관리에 활용하는 등 전공 교과목처럼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여분의
○ 교양기초교육의 불명확한 목표 설정
교양기초교육의 목표에 있어서도 대학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인격의 완성, 전 공을 위한 기초교육, 올바른 가치관 배양, 지도자적 인격도야, 올바른 역사관·세계관 및 국민 의식 배양, 정확한 지식의 축적 및 객관적·논리적 사고 능력 함양 등이 뒤섞여 있다. 교양기초 교육의 목적에 있어서도 ‘자유교육’, ‘이성의 계발’, ‘전인교육’ 등 매우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것부터 ‘사회생활을 효율적으로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 ‘특정 전공 분야에 치우치지
않는 일반교육’ 등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것까지 다양하다(손동현, 2009). 이러한 이유로 대학의 교양기초교육이 목표를 달성하고 책임을 다하기에는 그 목표가 추상적이거나 흔한 구호에 그 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나타난다(최연주, 2007). 이는 곧 교양기초교육의 목표가 교육과정 편 성을 위한 실질적인 원칙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목 개설과 관련한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며(염철, 2011), 교양교육의 이념과 의미를 구현하는 교양기초교육 과정 편성이나 교과목 개발에 있어 대학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배을규, 윤성일, 정재일, 2003).
○ 교양기초교육에서 구심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 부재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전공교육 과정의 경우 학과 교수회의를 통해 교육과정이 개발되고 개 선될 수 있다. 하지만 교양기초교육 과정의 경우 그것을 주도할 구심점이 없는 대학이 많다.
물론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양교육심의위원회 등의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고 그것이 효과적으 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교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서남수, 2010).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전공교육 과정에 비해 교 양기초교육을 전담하는 전임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원들에게 있어 책임시수 및 연구 실적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교양기초교육 담당 교수는 주로 시간강사이거나 신진 교수가 맡게 된다(이배용, 2009). 이러한 상황에서 교양기초교육을 전담하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교양기초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 방법 시도의 어려움
또 다른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강좌 당 수강인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 다. 물론 교과목의 성격에 따라 대규모 강좌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실제로 해외 대학의 경 우 우수 석학이 진행하는 교양 교과목 중에 수강생이 천여 명이 넘는 강좌도 있기 때문에 단 순히 수강인원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교과목의 특성과 상관없이 교 양과목이라는 이유로 학생 수를 많이 배정하여 토론 수업 등 교양기초교육에 필수적인 교육 방법을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서남수, 2010).
○ 교양기초교육 과정 편성 및 개편 방식의 문제
대부분의 대학은 교양기초교육 개편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체계적인 단계로 진행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형식적이고 그 내용도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과 동떨어진 교과목을 개설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민춘기, 김순임, 2010). 게다가 교양교육은 기초 교육 차원에
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번 개편이 되면 자주 그것을 바꿀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염철,
2011), 대학의 구조 상 총장의 임기와 구성원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관적이고 지
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특히 교양기초교육의 개편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기초 학문 간 관계 뿐 아니라 전공교육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성원 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에는 많은 대학에서 이상적인 총장
상이 ‘학문적 권위의 상징’에서 ‘최고 경영자’로 바뀌면서 교양교육 과정에 큰 관심을 갖는 총
장은 더욱 드물다(서남수, 2010).
○ 선행 연구에서 나타난 대학교육 및 교양기초교육에 대한 만족도 분석
2009년 인사포털 인크루트에서 국내 대기업 인사 담당자 337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육 만족도
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만족스럽다는 결과가 5.6점, 불만족스럽다는
결과가 4.4점으로 나왔다. 이어서 헤럴드 경제에서 2009년 대학교육 불만족 이유에 대해 물은
결과, 창의성과 독창성 함양 부족이 35%, 인성교육 부족이 23%, 국제화 교육 부족 4%, 기타
38%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학교육이 여전히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방해하는 교
수 중심의 교육과정을 고수하며, 인성교육 보다는 취업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홍병선, 2012).
<그림 14> 대학교육 만족도 조사
<그림 15> 대학교육 불만족의 이유
[출처: 홍병선 (2009). 대학교육의 현실과 사회적 요구. p.273]
교양기초교육 만족도 관련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대학생의 경우 교양기초교육의 중요성은 인 식하고 있으나,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이 보경, 김은경, 이재성, 2010; 이경옥, 김영숙, 2009). 의사소통 능력과 대인관계의 측면에서 교 양기초교육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과는 보였으나, 고차원적 사고능력, IT자원 활용 능 력, 국제화 역량, 취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창의적 능력, 팀원 활동 능력에는 충분히 기여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이보경, 김은경, 이재성, 2010; 최정윤 외 2008).
○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교양교육의 과제
초·중등교육에서 수동적인 학습 태도가 수용되었다면,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 가 학업 성공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교육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 여를 요구하기보다는 교수자 중심의 일방적이고 전달적인 강의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권성호 외, 2012).
이러한 기존의 교육은 네트워크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변화가 요구된다. 사실상 교육을 통 해 육성해야 할 인재상의 변화, 가르칠 내용 즉 교육과정의 변화, 교육환경의 변화, 학습자의 변화, 교사상의 변화, 교육방법의 변화 등 다양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지만 현실은 이러한 요 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교육 차원의 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이 나 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적절한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을 성취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이상수, 2010).
지금까지 우리는 선행연구를 통해 교양기초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교양교육의 문제점으로 첫째, ‘가벼운 교육과정’, ‘여분의 교육’으로 교양기초교육 인식, 둘째, 교양기초교 육의 불명확한 목표 설정, 셋째, 교양기초교육에서 구심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 부재, 넷째, 교 양기초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 방법 시도의 어려움, 다섯째, 교양기초교육 편성 및 개편 방 식의 문제 등과 같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여러 가지 교양기초교육의 구조적 문제(서남수, 2010)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정리하면 <표 10>와 같다.
저자 내용 문제점
대학저널 (2012)
- 2012학년도~2014학년도 교양교육 과정 전면 개편
(전남대학교 사례)
-교양 교과목 편성의 문제
-학점 취득·과목 이수 편리성 중심의 교과목 선택
-교양과목 이수에 대한 지도 미흡 -교양과목 담당 전임교원 비율 저조 민춘기,
김순임(2012)
-교양-전공 연계교육 교과과정 개 발을 위한 예비 고찰
-교양교육의 잘못된 인식
- 특정대학의 교육 교과과정을 모방 -교양교육 목적 또는 목표 부재
염철(2011) - 대학 교양 교육과정 운영의 문제 점(경북대학교 사례)
-교양 교육 목표의 모호성
-교양 교육과정 개편 방식 및 교양 교과목 개 설의 문제
- 기초교육원의 불안한 위상
-교양교육 과정에 대한 인적·물적 지원 부족
서남수(2010) - 한국 대학 교양교육의 구조적 난 점과 과제
- 대학 비전과 목표 설정 미흡 -학과제 중심의 학사구조
- 대학 의사결정 구조 및 다양한 교육 방법 시 도의 한계
-교양교육 전담 조직의 불안한 위상 남식용,
이병철(2009)
-교양기초교육과정 운영 사례(성균 관대학교 사례)
-교양교육의 잘못된 인식 -교양 교과목 편성의 문제 -교양교육 담당 교원 부족
손동현(2009) -교양교육의 새로운 위상과 그 강 화 방책
-교양교육의 잘못된 인식
-교양교육을 토대로 한 “일반적 보편지성교육” 등한시
-교양교육의 이념과 목적의 방대함
최연주(2007) - 대학 교양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국내·외 교양교육과정 비교분석
-추상적인 교양교육의 목표
-교양교육을 위한 독립 전담 기구 필요 -학생들의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하면
서도 체계적인 영역이수체계 개선 필요 박인우 외 (2006) - 2004년 고려대학교 학부교육과정
개편 보고서
-교양 교과목 편성의 문제
- 대학이념에 따른 교육목표 재정비 필요성 대두 심규영 외 (2003) - 경희대학교 교양교과과정 프로그
램 및 교과목 개발에 관한 연구
-교육이념을 반영한 교양 교육의 특성화 부재 - 전임교수의 교양수업 담당율 저조
<표 10> 대학 교양기초교육의 문제점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대학 간 교육 프로그램의 교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대학별 교양기초교육 수준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학별 교양기초교육 수준 의 격차를 완화하고 교양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여러 연구에서 지적되어 온 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