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삶과 학문의 기초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고전 활용의 필 요성
부터 논술의 정체성과 교과로서의 바람직한 방향이 연구되어왔다. 논술은 학생들 에게 논리적 글쓰기만을 가르치는 것에서 나아가 학문적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하는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원만희가 주장하는 대로 능동적 지식 형성의 과 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48) 즉, 텍스트 읽기, 텍스트 평가하기, 논술문 쓰기 등으 로 각 단계에서 학생들의 글쓰기 실습과 피드백을 통해 학업 능력의 점진적인 향 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술의 방법과 토압적 사유는 매우 바랍직하고 유 익하지만, 현재 고등학교 입시 체제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점이 있어 보인다.
특히, 통합 논술을 겨냥한 획일적인 논술교육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논술을 통한 지식 재배열과 지식의 자기화를 방해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물리적으로 어려운 고전 활용 논술 교육이 대학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바로 입시에 있 다고 볼 수 있다.
2. 인간 본성에 대해 사유하는 통합적 철학으로서의 서양 고
도움이 될 것이다. 교양 교육은 학문의 공적 전수에 있어서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학문의 기본기를 새로운 세대에게 전수해 주어야 이 세대가 대학생활을 내실 있 게 마치고, 그를 통해서 사회에 자신들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양 교육은 학문의 공적 전수에 있어서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다.
그렇다면 신입생을 위한 교양 교육의 내용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본 연구 에서는 고전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신입생들이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에나, 졸업 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는‘낡지 않는’지식, 생명력이 있는 지식이 중요하다. 이런 지식은 시대의 유행에 민감한 것일 수 없다. 유행은 금세 지나가 버리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뛰어넘어서 학생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스스로 발전시 켜갈 수 있는 지식은 보편적이고 항구적인 주제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보편적이 고 항구적인 주제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존재의 기본 조건들을 다루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이 가지는 필연적인 유한성인‘죽음’의 문제는 인간 누구에게나 중요 한 문제이다. 또,‘죽음’이라는 인간의 이러한 한계에 대해 연구하다 보면, 절대 적인 초월적 존재로서의‘신’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지고 사유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전은 역사적인 부침(浮沈)과 상관없는 인간의 보편 문제들에 대한 선인들 의 고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당대인들에게 삶과 학문의 뛰어난 전범(典範)이 된 다.
여기에서는 특히 서양고전을 중심으로 한 교양 교육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서양고전은 시간적으로는 현대와 다른 축에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으로는 한국과 다른 차원에 있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낯설고 객관적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추구하는‘객관적 진리’란 용어 자체가 보여주듯이 주관의 반대편에 세 워진‘대상’에 관한 것이다. 서양 고전은 한국에서 주로 교육 받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이제껏 익숙하게 여겨온 시대와 문화를 객관화 해보고 반성해 보도록 돕는 일종의 거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사고가 유연하고 가능성이 많은 신 입생 시절에 서양고전을 공부하는 것은 학생들이 경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유 익한 기회가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서양 문화의 형성 토대이자 문화의 본질인 기독교와 인문주 의에 관련된 고전들을 선택하여 교양 교육의 텍스트로 삼아보고자 한다. 기독교와
관련된 고전으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 고백록을, 인문주의와 관련된 고 전으로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예로 들어 서양 고전에 근거한 글쓰기 연습 과정을 보일 것이다.
인간에게 의미를 가지는 보편 문제들은 몇 번의 기회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지나 가 버릴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 문제들은 오랜 시간, 삶과 학문을 통해서 질문하 고 숙성시켜가야 한다. 그것은 정신과 영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통해서 성찰된다.
내면을 표현하는 데에는 글쓰기만큼 적합한 표현의 틀도 없을 것이다. 글쓰기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과 직접 대면하고 정신과 영혼을 펼쳐놓을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유가 언어로 되어 있고, 글쓰기의 매체도 언어이기 때문이다.
입시교육 위주의 ‘학습된’ 언어를 반복해 왔을 학부 신입생들에게 있어서 글쓰 기 교육은 학생들 각자가 자신의 진정한 사유를 전개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의 미 있는 한 가지 통로가 될 수 있다.
서양고전을 통한 읽기와 쓰기 교육은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서 도 내실을 갖추는 교육의 한 가지 유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II장 1절에서 언급했 듯이 유럽의 경우에는 교양 교육이 고등 교육 기관인 대학 대신 중등 교육 기관에 서 주로 이루어진다. 대신 자신과 세계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전인 적인 인간상을 추구한다는 교양 교육의 목표는 대학 교육에서 보이지 않는 철학적 토대로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II장 2절에서는 미국에서 전공 기초가 될 수 있 는 중요 과목들이 교양 과정에 속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전공 간의 차이를 중시하기 때문에, 글쓰기처럼 인문학적 소양의 핵심이 되는 과 목은 인문학 ․ 사회과학 전공생들에게 필수적으로 교육된다.
한국에서는 경제적 ․ 문화적 여건 상 유럽처럼 중등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인문고전을 가르치기 어렵고, 미국처럼 대학 교육 과정을 전공별, 영역별로 세분 화 하여 차별성 있게 운영하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전 자체가 인격 형성 을 위한 철학적 토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고전을 충실히 읽고 배우는 과정을 통 해 유럽식의 전인적 교양 교육이 가능하다. 또, 고전은 대개 분과 학문의 출현 이 전에 존재했으므로, 분과 학문의 관점에서 분절해서 볼 만한 다양한 논제들을 함 축하고 있다. 현대적인 학문의 관점을 가지면서 고전에서 논제를 찾고 그에 대한 글쓰기를 훈련한다면 미국식의 분업적 교양 교육도 적용 가능하다. 한국 대학의 교양 교육 과정에서는 경제적인 여건 상 미국의 유수 사립대학 식으로 다양한 과
목들을 분과 학문의 성격까지 고려하여 개설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전의 세계는 무한하다. 고전을 다루는 과목을 한정된 수로 개설하더라도, 교수자-학생들의 협 업을 통해 거의 무한한 조합의 교육 과정이 실행될 수 있다고 본다.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맥락을 토대로 하여 서양 고전을 활용한 글쓰기 교육 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