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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십도』의 요체(要諦)

최근 한형조(2018)는 퇴계의 『성학십도』를 독해하면서 그 부제로 ‘자기구원의 가이드맵’이라는 멋진 카피라이 팅을 선보였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하여 헤쳐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지도(map)라는 의미로 퇴계의 이 작품을 본 것이다. 지도는 지구상의 공간을 일정한 비율로 줄여, 특정한 기호를 써서 이를 평면에 나 타낸 그림이지만 가이드맵은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끎’이라는 지도(指導)의 의미로 정신적 차 원에서도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퇴계가 말한 성학(聖學)이란 바로 하늘의 도를 알고 자기를 갈고 닦아 유학 의 궁극적 목적인 성인(聖人)됨에 이르기 위한 학문이다.

『성학십도』는 퇴계 학문의 발전단계로 볼 때 완숙기에 접어든 시점에 그가 평생을 갈고 닦았던 성리학의 핵 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학문 혹은 강의개요에 해당된다. 여기서 강의는 어린 선조 임금의 경연을 위해 마련 된 것이므로, 아직 미숙한 임금에게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을 어떻게 쉽고, 이해가 잘 가도록 가르칠 것인가를 교수학적(didactic)으로 고민한 산물로도 이해해 볼 수 있다.

경연에 나선 노학자가 성군이 되길 염원하면서 만든 작품이지만 이것이 비단 왕이나 세자교육에만 적용되지 는 않을 것이다. 공자가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학문과 도를 닦으면 성인군자가 될 수 있으며, 성 리학의 모태가 되는 유학이 본질상 실천학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퇴 계의 성학을 다시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성학십도』는 나와 너, 우리 모두의 자기수양, 자기 도야를 통한 성찰과 함양의 탁월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성학십도』는 성학에 관한 10개의 그림과 설명을 담고 있다. 이론적 관점에서 제1도에서 제5도까지는 천도 와 인륜의 문제를, 제6도와 제10도까지는 인간의 심성의 뿌리와 마음의 수양 및 실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 자가 우주론, 존재론, 도덕철학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면 후자는 심성론, 실천철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내용 적 관점에서 볼 때 도설의 중심은 제3도 「소학도」 와 제4도 「대학도」에 담겨 있다. 한 인간의 근본적 소양을 기 른 다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아 보존하여, 궁극적으로 자기 이외의 세계, 즉 가족, 이웃, 사회, 국가, 인류로 그 영향을 미쳐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이 두 도설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제1도와 제2도는 그 표준과 본원의 구실을 하며, 나머지 제5도에서 제10도까지는 소학과 대학의 실천 및 공적과 연관을 맺는다. 여 기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사항은 바로 모든 도설의 근저에 ‘경(敬)’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일 먼저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와 기원을 다루고 있는 제1도인 「태극도」와 장횡거의 서명을 토대로 인간 의 소명을 다루고 있는 제2도인 「서명도」에서 성학의 존재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주자가 태극을 지선(至善)

의 상징으로 궁극적 존재원리이면서 최고의 가치개념으로 이해한 바와 같이 퇴계 또한 이를 인간 선성의 도덕 적 근거로 간주하였다. 태극도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만물화생(萬物化生)’에 들어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기 질과 자질이 각기 다른 만큼 자기 고유의 타고난 소질을 잘 계발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러야 한다는 소양교육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특히 퇴계는 주렴계의 「태극도설」에 관한 주자의 언설, 즉 태극의 도 를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느냐 여부에 따라 인격적 품계에서 성인, 군자, 소인의 차이가 날 수 있다 고 보았다. 이는 ‘수양’의 문제로 주목하여 자신만의 ‘경(敬)’개념을 도출해 내고, 『성학십도』 열 그림을 관통하는 핵심어로 삼는다. 제2도 「서명도」에서 퇴계는 인간의 소명을 인(仁)의 실체를 밝히고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구체적 일상에서 효(孝), 자애(慈愛)로 표출된다. 이러한 윤리적, 도덕적 자아로서의 ‘나’야말로 세

계의 주재자이며,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만물과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바로 서야 가정, 나라, 천지가 바로 설 수 있으며, ‘천지만물의 이치가 하나’라는 퇴계의 언설은 그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그래서 소양교 육의 방향으로 나의 존재가치를 귀하게 여길수 있고 자신의 인간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스스로 인식 할 수 있도록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어서 성학의 두 기둥인 소학과 대학을 중심으로 일상의 기본교육을 강조하는 제3도 「소학도」 와 앎과 실천 의 통일을 지향하는 제4도 「대학도」, 주희가 세운 백록동의 학교규칙을 위주로 지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 는 제5도 「백록동규도」가 등장한다. 제3도 「소학도」 는 유학의 교육원리인 하학이상달(下學以上達)의 전형을 보여 주는 실천학으로 아동 청소년기 일상생활에서 행하는 일을 몸소 익히는 공부로서 소학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다. 단지 어린이나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위한 학습서나 교육기관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인간됨의 근본과 학 문의 입문을 위해 필수적인, 살아있는 공부가 바로 소학이다. 사람의 바탕과 근본을 바로잡는 교육으로서 소 학교육을 성리학에서 그토록 강조하였던 이유도 인간으로서의 기본바탕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학문이 나 교설도 무의미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퇴계는 도덕적 규범을 형식적으로 따를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 서 자신이 행할 수 있는 것부터 자꾸 행하다 보면 그 원리를 알게 되고, 믿음이 생겨 아직 행하지 못한 것도 나 중에는 점차 행하게 된다는 점진적 노력을 강조하였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의 기본예절 공부에 해당하는 쇄 소(물뿌리고 청소하기), 응대(응낙과 손님맞이), 진퇴(나아가고 물러날 때의 인사)의 소학공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자기 주 변정리정돈, 대인관계의 기본예절, 몸가짐과 인사법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켜준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재의 소양교육에서도 기본으로 삼아야 할 예의범절의 요소이다. 이 점에서 신창호(2018)는 소학을 다룬 어느 글에서

“소학은 인간 삶의 본질적 차원에 대한 깨우침 교육”으로 , “소학교육은 가장 우선적으로 근본의 배양에 대한 고민을 교육적으로 담으려고 하였다”고 교육적 함의를 기술하고 있다.

제4도 「대학도」는 사서의 하나인 『대학』의 가르침을 정리하여 설명한 그림이다. 대학은 어른이 된 후 소학에 서 익힌 일들이 이치를 궁구하여 배우는 공부로서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어 그 실천은 보다 더 자발적이고 원 숙하게 되며, 그 으뜸은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 에 해야 할 것을 안다면 도에 가깝다”라고 한 구절을 주자가 “덕을 밝히는 것이 근본이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 말단이요, 그칠 때를 아는 것이 시작이요,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끝이다. 그러므로 먼저 할 것이 근본과 시 작이고, 나중에 할 것이 말단과 끝이다”라고 해석한 대목이다. 대학의 3강령과 8조목 가운데 퇴계가 가장 힘주 어 강조한 부분은 수신(修身)이다. 퇴계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한결같이 수신으로써 근본을 삼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근본이 어지러우면서 말단이 다스려지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앎과 행위의 문제에서 주자 가 인식방법으로 내세운 격물치지와 수신, 다시 말해서 ‘거경(居敬)’은 퇴계에서도 큰 학문〔大學〕의 요체로 인간 성 함양의 근본문제로 설정된다. 또한 소학의 실천교육은 어릴 때의 순수한 마음을 보존하기 위한 배양의 공 부이고 대학은 그 이치를 깨달아 흔들릴수 있는 마음을 보존해야 하는 이치를 궁구함으로써 스스로 수양해야 함의 필연성을 인식하고자 함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소학과 대학의 공부 역시 인간의 소양(본바탕을 기르는)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5도 「백록동규도」는 주자가 백록동서원을 세워 교육을 진흥하고자 후학들에게 남긴 학교규칙에 대한 그 림과 설명이다. 인간다운 인간의 교육과 자신의 완성을 지향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풍토가 실추된 현실을 보고 주자는 과거와 입신양명 위주의 위인지학(爲人之學)을 강력하게 경계하려는 의도로 규칙을 만들고 제자들

이 실천할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는 사람됨의 본바탕은 돌보지 않고 입시와 취업 위주의 교육이 지배하는 요즘의 세태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

제6도 「심통성정도」는 퇴계 심학의 주요내용, 즉 본성과 감정의 주재자로서의 마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체 용론에서 볼 때 마음의 체가 성(性)이요, 마음의 용(用)이 정(情)이다. 맹자가 말한 인의예지의 사덕은 성이고, 그 것이 발현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사단은 정이다. 퇴계는 마음이 인의지심(仁義之心)을 제 대로 통섭하지 못하면 중용의 상태를 이룰 수 없기에 성이 뚫어지기 쉽다고 말한다. 또 마음이 측은지심, 수오 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잘 통섭하지 못하면 희·노·애·락의 느낌이 표정으로 나타난 상태가 중화(中和)를 이룰 수가 없어서 정이 방탕해지기 쉽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단의 본연지성은 부단히 확충하고, 칠정의 감정 은 도덕규범에 맞도록 훈육과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바르게 하여 자기의 성(性)을 잘 보존하 고, 정(情)을 다스려 중화(中和)3)의 이치에 도달하기 위하여 힘써야 한다. 이처럼 퇴계 심학에서 마음은 리와 기 를 결합하고, 성과 정을 통섭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내적으론 한 몸을 주재하고, 외적으로는 대상과의 관계에 서 온갖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7도 「인설도」는 유교의 근본사상이 담겨 있는 인(仁)에 대한 설명과 그림을 담고 있다. 공자는 ‘극기복례위 인’이라 하여 ‘자신의 욕망을 극복하여 예로 돌아가면 인을 실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기 자신을 넘어선 다는 의미의 극기(克己)는 사욕에 물들기 쉬운 마음을 넘어서야 하며, 분노에 휩싸이기 쉬운 마음을 잘 다스려 야 한다는 자기수양의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자 또한 “인이란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마음이며, 사람 이 이 인을 얻어서 마음으로 삼은 것이다.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는 ‘인의예지’의 사덕이 갖추어져 있는 데, 오직 인만이 사덕을 모두 포괄한다. 그러므로 인은 모든 것을 온전하게 함양하고 길러 통섭하지 아니함이 없으니, 이른바 ‘생성하게 하는 본성’이라든가 ‘사람의 이치’가 인의 본체이다”라고 하여 사단 중에서도 인이 으 뜸이며, 그것이 발현된 측은지심만이 사단 전체를 관통하는 것으로 보았다. 퇴계는 공자와 주자의 견해를 기 반으로 하여 사람이 이 덕목을 몸소 깨달아 보존할 수만 있다면 모든 선의 근원과 모든 행실의 근본을 깨달아 성인군자의 참된 도를 실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제8도 「심학도」는 마음공부의 실재와 원리를 잘 보여준다. 퇴계에 따르면, 마음은 한 몸의 주재요, 경은 또 한 마음의 주재이다. 마음이 몸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주체라면, 그 마음을 통섭하는 것이 경이라는 의미이다.

그 마음은 씀씀이에 따라 천리를 닮은 도심(道心)과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인심(人心)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로 인해 인간은 수양해야하며 수양의 핵심은 ‘알인욕존천리(人慾存天理)’에 있다. 이는 인간의 욕심을 막거나 줄여 하늘의 도를 잘 보존해 나가는 공부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마음공부에서 한 치 의 빈틈도 없이 경에서 벗어나서는 안 됨을 퇴계는 힘주어 강조한다.

제9도 「경재잠도」는 우리가 어떻게 경에 머무를 수 있는가를 숙고하는 그림과 설명을 담고 있다. 언제나 어 디서든 항상 경을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는 소중한 말과 실천항목이 그 내용을 이룬다. 퇴계는 일상생활에서나 어느 공간에 처하여서도 오직 한 마음을 하나로 하여 주위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태도를 우 리는 경에 머문다는 의미로 거경(居敬)이나 경을 간직한다는 의미로 지경(持經)을 쓴다. 그래서 퇴계는 “일상생

3)  중화에서 중(中)은 마음이 대상과 관계를 맺기 이전, 즉 미발의 상태에서 적연부동(아주 고요하여 전혀 움직이지 않음)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