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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테이너: 소셜 라이프와 개념 소비

이효리는 4집 표절 인정 이후 소셜테이너로 활동 방향을 수정한다.

그 이유는 일정 부분 이효리 4집이 벌써 3번째로 ‘표절 시비’에 휘말리게 됨에 따라 가수 활동을 중단해야 할 위기를 맞게 된 데 있었다. 앨범 수록곡 중 다수가 표절곡임을 인정함에 따라 이효리는 본인이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곡 서비스를 중단하고 앨범을 회수하는 등 가수로서 활동을 중지하기에 이른다. 이후 이효리의 행보에는 변화가 생기는데, 공백 이후 그녀는 지금까지 성애화와 섹시한 이미지, 그리고 당당함을 주 무기로 하는 ‘여전사’

이효리 4집 앨범에 실린 13곡 절반에 가까운 6곡이 해외 작곡가들의 품을 무단으로 도용한 표절곡으로 드러났다. 이효리에게 곡을 ‘바쿠스 바큠’

이라는 예명의 작곡가 그룹은 ‘How did we get’, ‘bring it back’, ‘feel

the same’, ‘I’m back’, ‘memory’, ‘그네’ 여섯 곡을 이효리

4집에 실었으나 곡은 모두 기존 가수의 곡을 무단 카피한 표절곡으로 드러 났다. 이효리는 20일 새벽 팬카페를 통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뉴데일리, 2010, 07, 06).

이미지를 버리고, 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채식을 선언하는 등 ‘무대 바깥’에서 활동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림 13] 유기견 캠페인 ‘남아주세요’

이효리가 가장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부문은 ‘유기견 보호’였다(김수진, 2014). 동물 보호로 시작했던 이효리의 ‘정치적’

행보는 이내 위안부 문제나 쌍용 자동차 문제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반려묘 순심이와 달력을 제작하고(2011, 10) 트위터를 시작해 모피 착용 반대, 투표 독려(2011, 10),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는 트윗을 올린 바 있고(2011, 12) 쌍용차 해고 노동자 문제를 언급하며 “티볼리 앞에서 비키니라도 입고 춤을 추고 싶다”고 언급한 것은 널리 회자되었다. 또한 이효리는 다양한 분야에 모금 활동이나 기부 활동을 통해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해, 유기동물보호를 위해 1억 원을 (2011, 11) 아름다운재단에도 1억원을 기부했으며(2012, 02) 반려견 순심이와 찍은 동물 보호 달력 판매 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2012, 02). 또한 소주 CF 모델을 하차하며 상업광고 모델 계약을 전면 거절하는 파격 행보를 이어 나가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국내에 정치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등장한 것은

‘광우병 촛불집회’ 등을 거치면서 광장 정치가 폭발하고 과거와 같이 특정 정당 지지가 아니라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신해철, 이승환, 김제동 등이 소셜테이너의 상징으로 등장했으며(시사저널, 2017, 05, 21) 소셜테이너가 가장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1년 MBC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개그우먼 김미화씨의 출연을 금지시키는 사규를 만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을 들 수 있다(안차수, 진홍근, 2014). 국내의 소셜테이너는 정당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연예인인 폴리테이너(politainer)와는 구별적으로, 사회적 이슈나 공공 정책에 헌신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관여하는

‘유명인 운동가’에 해당한다(안차수, 진홍근, 2014).

표절 시비 이후 ‘소셜테이너(social tainer)’가 이효리라는 브랜드를

구성하는 중요한 이미지가 된다. 눈 여겨 볼 것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하차하고 출연이 제한되는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당했던 가수, 진행자들과 달리 이효리는 <이효리의 소셜 클럽 골든

12>를 통해 무대 바깥에서 구축한 새로운 이미지를 널리 활용했다는

점이다. 소셜테이너로서 이효리는 김제동, 김미화, 전인권 등 소셜테이너로 함께 열거되는 다른 연예인들과 비교해 특별한 지위에 있는데, 김미화, 김제동 등이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그로 인한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효리는 이러한 소신연예인처럼 현실 정치에 투쟁적으로 참여하는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채식’, ‘동물보호’ 등 보편적이고 특별히 정치적이지 않은 사안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운동가에 더 가까웠다.

<이효리의 소셜 클럽 골든 12>는 이효리와 그의 친구들이 매주

채식, 동물보호, 자선 바자회 등의 주제로 협업하는 모습을 담음으로써

‘소셜 라이프’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 <골든 12>는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가수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멤버들이 채식, 유기견 보호 등의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다는 설정으로 ‘소셜’과

‘엔터테인먼트’의 정확한 결합을 보여준다. <골든 12>는 멤버는

이효리가 유기견 보호 등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멤버들이며 이효리와의 친맥을 통해 소셜 클럽에 합류한다. 따라서 이효리가 중심에 있는 <골든

12>가 사회적 문제를 접근하고 다루는 방식에는 상당 부분 이효리의

관심사와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셜테이너 이효리의 일상과 솔직한 속내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이효리의 소셜 클럽 골든 12>(이하 <골든

12>)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을 넘지 않는 암묵적인 틀 안에서 어떻게

일상을 조직하고 구성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이효리가 과거

‘치티치티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에서 보여준 것 같은 스타일

지상주의의 면모를 공유한다. <골든 12>의 첫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태도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할리우드의 사교클럽을 연상시키는 파티장에서 즐기는 이효리의 모습이 길게 연출되고, 화면이 전환되며 ‘소셜클럽’ 아지트에 맨 처음 도착한 이효리는 “저의 일상과 의미 있는 일을 제 친구들과 같이 하는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요즘에 저런게 있구나 저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저렇게 노는 걸 보니까 재밌겠구나 그런 걸 보여드리는 프로그램” 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다.

[그림 14] ‘골든 12’의 한 장면: 시티 팜을 계획하는 멤버들

이효리의 설명처럼 <골든 12>는 소셜한 것의 의미를 ‘일상’과

‘재미’에서 찾는다. 즉, 이 프로그램은 사회 문제를 ‘일상’의 수준에서

바라보며, 그 해결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프로그램의 주제도 이러한 태도의 연장선에서 파악해 볼 수 있는데,

<골든 12>가 집중적으로 다루는 것은 ‘동물 보호’, ‘채식’, 그리고

‘환경보호’다. 이 주제들은 특별히 정치적이지 않고 전통적인 성 역할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것들로 부담이 없으며 결정적으로 예쁜 그림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골든 12>는 요리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하늬에게

‘비건 베이킹’을 만들게 해 드라마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가 하면(8화),

빈티지한 소품과 화분으로 꾸민 아지트를 ‘에코 아지트’로 명명하고(2화)

건물 옥상에 텃밭을 키우는 이름도 생소한 ‘시티팜’을 제안하기도 한다.

소품적인 주제와 이를 ‘스타일리쉬’하게 재현하는 모습은 사회적인

것, ‘소셜’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만든다. 예컨대, 아름다운 영상미와

여유롭게 옥상 텃밭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옥탑방 조차 누리기 힘든 서울의 ‘거주 문제’는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집’ 문제는 이제 유기농 상추를 직접 키운 텃밭에서 재배할 것인가 아니면 일회용품에 포장된 공장식 상추를 살 것인가의 문제로 둔갑한다. 여기에는 개인용 텃밭을 가꾸는 것이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허락하지 않는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에서, 버려지는 물건으로 만든 리사이클링 천소파 식물성 원료로 만든 지갑과 같은 제품 소비는 환경 보호에 대한 대안으로 여겨지며(2화), 심지어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싸달라고 하기’와 같은 사소한 행동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실천으로 중요하게 재현된다(4화).

이효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동시대 남성이 아니라 여성에게 소구한다.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쉬한 톤을 유지하며 소품처럼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골든 12>는 일상과 소셜의 훌륭한 배합을 보여주며 이를 ‘소셜

라이프’로 정의함으로써 또 다른 트렌드를 선도했다. 방송에 등장한 화장품 브랜드는 전국의 전 매장에서 판매가 늘었으며, 이효리가 착용한 에코백은 방송 이후 “캐주얼한 코디에 어울리는 일상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해 예쁜 장바구니 대용으로 대중화됐다(IZE, 2015, 01,

06). <골든 12>가 제안한 말랑말랑하고 소품적인 소셜 라이프는

결과적으로 ‘에코백’이라는 상품 판매로 직결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효리는 이제 일상에서 쉽게 실천 가능하고 스타일리쉬한 삶의 방식을 선도하는 방식으로 과거 ‘완판녀’의 명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후로도 이효리는 개인블로그에서 킨포크(KINFOLK)를 연상시키는 밥상 사진을 공개하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방영하는 개인 매체를 운영한 바 있다.

‘소셜테이너’ 이효리는 과거 상품과 이미지에 국한되었던

셀러블리티 스펙터클을 삶의 방식의 수준으로 확장시킨다. 이효리는 중요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을 대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통해 상품 판매를 촉진한다. 무대 바깥의 이효리가 일상과 스펙터클을 협상하는 방식은 동시대 여성에게 소구하며, 셀러브리티 스펙터클을 일상에서도 실천할 것을 목표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