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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가 떴다: 친근한 동네 언니의 이중 생활

3집까지 이효리는 줄곧 섹시 스타였다. 이효리의 스타 이미지는

3집 이전까지만 해도 음반에서 발표한 공적 이미지를 CF를 통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구축되었다. 이 방식은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차이 혹은 괴리를 가정하지 않고, 공적으로 선전된 스타 이미지를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빗속에서 연인과 이별하는 이효리가 등장하는 푸른 배경의 쌍방울의 속옷광고는

대번에 핑클의 히트곡 ‘Blue Rain(1998)’을 연상시키는 식이다. 이 시기 이효리 스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오프 더 레코드, 효리>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섹시 스타와 인간 이효리 사이의 간극이 이효리 스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가 되지는 않았다.

[그림 8] ‘패밀리가 떴다’의 한 장면

3집 이전까지 이효리 스타 이미지가 주로 음반을 통해 발표한 공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면, 3집 이후부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 사이의 괴리를 스타 이미지에 핵심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2008년 6월 1일부터 2010년 2월 1일까지 방영한 SBS <패밀리가 떴다>는 이효리 스타 이미지 형성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떻게 그 전과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볼 수 있는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시작할 즈음부터 이효리는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친밀함을 주요 무기로 내세우면서 털털한 ‘동네 언니’의 면모를 과시하기 시작했고, 토크쇼나 음반 활동을 통해서는 이전까지 공적 자아와의 연장선에서 ‘섹시 스타’의 면모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그녀가 비교적 통일성 있는 스타 이미지를 보여주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스타 이미지를 번갈아 오가는 모습을 보인다.

시기별로 이효리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서로 대조해 보면 이런 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패밀리가 떴다> 에서 이효리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등장해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남자 연예인과 소탈하게 어울린다. 3집 발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5화에서는 대나무 숲에서 유재석의 등을 타고 대나무에 매달리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6화에서는 만인의 연인인 이효리가 남자 출연자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이효리의 굴욕’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유고걸’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즈음에 방영된 7화에서는 숭어를 잡기 위해 나간 바닷가에서 이효리는 작업복을 입고 서해바다에서 ‘유고걸’ 안무를 춘다.

이효리는 ‘유고걸’이 발매되던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3집의 차갑고 도시적인 여성이 아니라 고무줄 바지 차림에 맨 얼굴로 등장해 털털한 동네 언니로 등장한다.

[그림 9] ‘놀러와’에 출연한 이효리

이런 식의 대조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도드라진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효리가 줄곧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등장해 몸 개그를 불사하는 털털한 동네 언니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타 프로그램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섹시한 여성’으로서의 스타 이미지를 화려하게 전시한다. 3집 발매 2주 후 방영된 토크쇼 MBC <놀러와>에서는 구릿빛 피부에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무장한 ‘유고걸 이효리’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이듬해

<패밀리가 떴다>가 종영되기 전에 한 번 더 출연했던 <놀러와>에서도 이효리는 또래 여자 친구들과 등장해 ‘칙릿’의 현실버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는 79년생 또래 친구들과 함께 등장해 놀러와 멤버들과 ‘사랑의 작대기’ 게임을 하며, ‘최악의 남자친구’ 등 연애에 관해 프로그램 내내 수다를 떤다.

이런 식의 대조는 비단 리얼리티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서로 다른 매체를 넘나들기도 한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털털한 매력을 뽐내고 있던 시기에 나일론(NYLON)과 진행한 화보에서 이효리는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섹시미를 발산한다. 이 화보는 이효리가 절친과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한다는 컨셉으로 화려한 휴가를 보내는 이효리의 모습을 담았다. 그녀는 빨간 자동차 앞에서 몸매를 과시하거나, 클럽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한다. 이 화려한 휴가 내내 이효리는 몸매를 과시하는 의상 차림으로 화려하고도 도시적인 휴가를 만끽한다.

뿐만 아니라 엘르와 진행한 ‘슈퍼우먼 22인’ 화보에서도 이효리는

상반신을 탈의한 채 그윽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이 화보들 속

‘섹시 디바’ 이효리는 <패밀리가 떴다>에서 그녀가 보여준 털털하고도 평범한 동네 언니의 모습과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