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어린이의 미술 표현과 교육적 경험

VI. 해석 및 논의

1. 어린이의 미술 표현과 교육적 경험

제 III장의 제 1절에서 “오늘 수업 뭐예요?”라고 묻는 어린이의 질문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미술수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미술수업이 재료와 기법을 다루는 것을 주된 목표와 내용으로 삼고 있는 것에 익숙한 어린이는 선생님이 어떤 재료로 무슨 표현을 할 지를 궁금해 하는 질문이었다. 교사의 역할이 축소된 채 재료와 기 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해보기’를 권장하는 것은 창의성 중심의 미

술교육의 영향이다. 어린이 미술 표현은 ‘해보기’의 체험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무언가 해보는 것 그리고 저질러 보는 것에서 어린이의 미술이 시작된다. 그러한 ‘해보기’가 교육의 한 방법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은 듀이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듀이(1938)는 진정한 교육은 경험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였 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경험을 진정으로 똑같이 교육적인 것으로 본다는 뜻은 아니다. 경험과 교육을 곧바로 상호 동일한 것으로 취 급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험은 비교육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 이다. 경험은 이후의 경험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가 져온다면 비교육적인 것이다. 어떠한 경험은 새로움에 대하여 무감 각한 상태를 초래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한 경험은 새로움에 대 한 감수성과 감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또한 어떠한 경험은 한 개인이 지니고 있는 기능을 그것이 거의 기계적인 것이 될 만큼 특 정한 방향으로 증진시키기는 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를 틀에 박힌 활 동을 수행하는 존재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그 결과는 다시 이후의 경험이 전개될 수 있는 영역을 좁혀놓는 것이 되고 만다. 또 어떠한 경험은 지금 당장은 유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점차 나태하고 부주 의한 태도가 형성되도록 조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다시 후속 되는 경험의 특질을 손상시킴으로써 우리가 경험으로부 터 얻을 수 있는 것을 취하는 데에 장애로 작용한다. 또한 어떠한 경험들은 서로 관련을 맺지 못함으로써 하나하나의 경험은 그 자체 로 좋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흥미로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하나로 결합하여 더 커다란 경험으로 축적되지 못할 수도 있다. 각 각의 경험은 생생하고 활기 있으며 흥미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것들이 서로 관련을 맺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있음으로써 그러한 경험을 하는 우리가 산만하고 통합적이지 못하며 내실 있는 결속력 도 지니지 못한 습관을 갖도록 만들고 만다. 이러한 경험이 갖는 특

질이 어떠한 유기적 관련 속에 놓이게 하는가에 의해 경험이 교육 이 될 수 있는 준거가 된다(Dewey, 1938, 25-27).

재료나 기법이 주는 새로운 체험은 어린이의 흥미를 이끌 수도 있고 몰입하게 할 수도 있다. 그 체험이 교실이라는 학습의 장소에 서 이루어지는 교육적 경험이 되어야 한다면 이후의 경험과 결합하 여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경험으로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Dewey, 1938). 이러한 견해에서 본다면 어린이가 좋아하는 재 료나 기법 위주의 미술 체험 자체가 생생하고 활기 있고 흥미로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서로 관련을 맺지 못하고 있다면 그러 한 체험을 하는 어린이들이 체험을 통한 내실 있는 결속력도 지니 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재료나 기법 위주의 수업이 주는 경험은 주로 일차적인 체험에 그치는 것이 많다. 어떠한 재료와 기법을 다루는 일차적인 체험을 통해 제작의 경험을 쌓아간다. 어린이들은 제작의 체험을 즐기고, 각각의 체험으로 나타난 어린이들의 미적 결과물들은 ‘창의적 산물’

이라 인정받는다. 그런데 그 제작의 체험이 듀이의 견해처럼 교육적 인 경험이 되려면 서로의 체험이 유기적인 결속력을 가져야 하고 그것은 교육과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이 미술수업은 제작의 즐거운 체험을 이끌기는 하지만 각각 의 재료나 기법을 다룬 체험들이 어린이들의 내면에서 어떠한 특질 로 관련을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린이 에게 하나의 체험이 이후의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은 현장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재료와 기법 위주의 제작과 같은 미술 활동이 그 자체만으로 교 육적이라거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평가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학습자가 도달해있는 성장의 단계와 무관하게 어 떠한 교과가 본래부터 그 속에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Dewey, 1938: 46). 그렇기 때문에 교과나 교육 방법은 개 인의 성향 및 역량에 적합한 것이라야 한다. 그런데 다수를 대상으 로 하는 현장의 교육에서는 미술의 방법과 주제를 일방적으로 결정 할 수밖에 없다. 듀이에 의하면, 미술 활동에서 교육적 가치는 어린 이들의 발달을 돕는 가치 있는 경험이어야 하며 어린이들의 흥미를 이끄는 교육적 매개물을 제공하여야 한다. 그런데 재료나 기법을 정 해놓고 그것을 체험하기만 하면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이 오히려 어린이 미술 교육의 내용을 단순하게 다루고 있었다.

현장의 많은 어린이 미술교육에서 다루는 재료와 기법의 선정이 어린이의 흥미를 고려한 가치 있는 것인가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재료의 다양함과 기법의 새로움이 어린이의 흥미를 끌고 있다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흥미’란 사실 가능한 경험에 대한 태도를 지칭할 뿐이며, 그것 자체가 수업에서 이루어야 할 최종적인 성취는 아니다. 특정한 연령 에서 발견되는 어린이의 목적과 흥미는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 갈 수 있도록 필요한 추진력을 제공하여야 한다. 어린이가 지니는 흥미에만 호소하는 것은 어린이를 무의미하게 자극할 뿐이다 (Dewey, 1902: 15-16). 또한 재료나 기법을 실기수업에서 중요시하 는 태도에 대해 아이스너는 물질적인 재료가 작품의 목적이나 의도 를 형상화시키는 중간자의 역할이라 하였다. 그는 어린이가 재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몰두하는 것은 창작 행위의 근본적인 가치를 소홀히 여기는 것이라 지적하였다(Eisner, 2002: 51-52). 이러한 견 해에 따르면 미술수업에서 재료와 기법 중심의 체험 제공이 어린이 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으나 교육적 성장을 이끈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제 III장의 제 1절에서 학부모들이 사용하는, “학교 미술”과 대립되는 용어인 “창의 미술”은 학교에서 다룰 수 없는 다양한 재료

와 기법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미술의 유형을 지칭한다. “창의 미술”이란 유형이 “학교 미술”에 대한 대안이나 보충의 의미로 사용 되는 것은 “학교 미술”이 갖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지 지되어 온 창의성 중심의 미술교육이 이상적인 어린이 미술교육의 유형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미술”의 유형에서 사용되는 형식적인 부분들에 대해 아이 스너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그는 가장 효과적인 사고의 형태를 비언어적인 것과 논리 이전의 논리라고 하였다. 이러한 형태의 사고 는 시각적, 청각적, 은유적 그리고 유미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면서 수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 또는 이미 논리적으로 설정된 카테고 리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형태의 표현이나 개념이 활용되어야 한 다고 하였다. 비논리 혹은 비언어적인 과정이나 사고의 형태에 대한 관심 부족은, 다양한 형식을 보여주는 발달의 과정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게 한다(Eisner, 1979/1999:

126-127). 학교에서 알 수 있거나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제한되며, 표 현과 관련한 지성이 평가되는 범주도 제한되게 된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지적인 과정의 범위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학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그 중 일부만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 게 나타난다(Eisner, 1972/1999: 127). “학교 미술”의 유형이 만들어 지는 것은 이렇듯 미술의 지적인 과정 중 일부만을 평가하고 작품 의 결과물에 반영하게 되는 점 때문이다.

창의성 중심의 미술교육 경향은 ‘미적 경험’과 작품을 만드는 ‘과 정’을 중시하였다. 개인의 자아표현을 격려하고 교사의 역할을 최소 한으로 조성하는 것이 창의성 중심의 미술 교수법으로 공식화되었 다(박정애, 2002: 84). 창의성 중심의 미술교육에서는 미술교사의 의 도된 가르침보다는 재료와 기법을 통한 일차적인 체험을 강조하고 표현의 결과물보다는 ‘해보기’, ‘저질러보기’의 과정이 중요시 된다.

그러한 점이 “창의 미술”이라는 유형을 만들고 있다. 제 III장의 제 3절 “혼자서 완성했나요?”에서도 보여지듯 어린이들의 인상 깊었던 체험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는 것, 교사가 간섭하지 않 는 것이 어린이의 표현을 해치지 않는 것에 대한 태도는 우리의 어 린이 미술 교육의 현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어린이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는 경험이란 미술을 통해 사고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앞서 이론적 배경에서도 밝혔 듯이 나는 인지적 관점의 미술교육에 동의하면서 어린이 미술교육 의 현장에 섰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강조하기보다 는 사고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수업이나 미술을 이해시키 는 수업들을 마련하곤 했다. 또한 사고의 과정을 각 수업의 연관성 있는 주제로 설정하고 연령에 따라 제시하곤 했다. 제 V장의 제 3 절 “저거 미술이에요?”에 제시했던 수업과 “쉬운 미술수업과 어려운 미술수업”을 설명하면서 제시했던 수업들은 감상한 것에 대한 생각 을 나타내거나 계획적인 사고의 과정을 미술 표현에 시도했던 수업 들이다. 이러한 수업은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이상적인 믿음을 변화시켜 보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내가 의도한 바람직한 변화보다는 어려워하거나 즐기지 못하는 어린이의 태도에 직면하면 서 내가 목표로 했던 미술과 어린이가 하고 싶은 미술이 다름을 알 게 되었다.

듀이는 경험의 가치가 무엇을 향해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여 나 가는가 하는 점에 근거해서 판단될 수 있다고 하였다(Dewey, 1938).

어린이의 경험이 어떠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 은 교사의 과제가 된다. 교사가 어린이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상황적 인 조건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교사 가 어린이보다 경험이 많은 존재라는 사실에 어떠한 의의도 부여 할 수가 없다. 어린이의 경험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