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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미술수업에서 상호작용의 양상

1. 언어적 상호작용

제 IV장의 제 1절에서는 나와 어린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교사가 하는 일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미술수업에 서 어린이와의 상호작용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언어’를 통해서이다. 언어적 상호작용은 단순히 미술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키 기 위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업 진행을 위한 전략으로 혹은 학습자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이루어진다. 어린이와의 언어적 상호작용은 몇 가지 단계에 따라 그 소통의 깊이가 다를 수 있다. 다음에서 나는 관계 형성, 권유하기와 “잔소리” 듣기의 의미,

“싫어요”의 의미로 본 또 다른 소통으로 언어적 상호작용을 분석하 였다.

가. 관계 형성하기

어린이에게 다가가는 첫 번째 방법은 친밀감을 쌓는 것이었다.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나는 ‘교사’의 위치에서 어린이의 눈높이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업일지들을 살펴보면 내가 했던 말들 은 수업과 관련하여 감상이나 실기에 관한 언급들, 제안, 칭찬, 평가, 독려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얘들아 잘되고 있니?”, “오늘 00는 잘 하네. 그런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해보면 어때?”, “조금 더 해야겠다.

너무 색이 안보여.” 등 항상 미술 작업 혹은 미술 학습에 대한 설명 과 진행의 ‘교사스러운’ 공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러한 공적인 교사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 나는 수업 진행 을 해야 할 시간이 아닌, 개인적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간들을 통해 어린이와 개별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어린이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묻기도 하고 좋아하는 과목들,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 등에 대해 대화하면서 친근한 교사이미지 쌓기에 노력했다.

2009/ 9/ 첫째 주 수업일지 2학기 첫 수업 시작일이다.

신종 플루의 여파 때문에 다른 학기보다 인원이 많이 줄었다. 미 술관 곳곳에 손 소독기가 설치 되어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작년에 공사가 끝난 지하는 미술관과 공연장, 식당들이 연결되어 있어 이 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다른 가을철에 비해 한산해 보이는 것도 신종 플루의 여파인 듯하다.

16명의 출석부를 가지고 보조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 준 비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나는 한 학기의 첫 수업은 자 유화로 시작하곤 한다. 어린이의 성향이나 표현 수준이 파악되지 않았는데 미술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은 지도 교사로서 매우 부 담이 되는 일이다. 자유화를 첫 수업의 주제로 하게 되면 자연스 럽게 관심사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어린이들 스스로 가장 자 신 있는 표현을 보여준다. 첫날부터 너무나 생소한 재료들을 소개

하고 기법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린이의 표현 수준을 관찰 하는 차원에서 자유화를 진행하였다. 자유 표현에서 아이들의 성 향이나 태도, 분위기 등을 최대한 파악하려고 했다.

하지만 항상 뭔가 차별화 되는 수업의 형식을 고민해야 하는 미술 관 수업 진행자의 입장에서 단순히 자유화 그리기만을 하는 것 또 한 적절치 못한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전지사이즈의 종이를 벽에 붙이도록 하였다. 전지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 전지라는 큰 사이즈 를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작업을 하자는 의도를 전달하려는 의 미, 둘째, 큰 사이즈를 완성한 뒤의 성취감을 줄 수 있다는 점, 셋 째, 일반적인 그리기 능력을 쉽게 관찰 할 수 있다는 점, 넷째, 이 후에 진행되는 다양한 크기의 작업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 다는 몇 가지 장점을 염두에 두고 전지를 선택하여 수업에 들어갔 다.

나: 애들아, 손으로만 그리는 게 아니라 팔로도 그릴 수 있고 몸 으로도 그릴 수 있어 팔을 죽 뻗으면 저 위에까지 그릴 수 있 고 앉으면 맨 아래도 그릴 수 있지. 그리고 선을 먼저 쓰자.

선은 크게 종이를 가로지르며 그려갈 수 있어 다음에 색은 선 과 선 사이를 채워가는 거야.(어린이는 생각보다 쉽게 전지를 채우고 있다. 친밀감을 쌓는 것이 교육의 시작에서 중요하다 고 생각한다. 친밀감을 위해 미술작업에 집중하는 어린이에게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칭찬’이다)

나: 주형이는 시계가 정말 재미있는데? 여긴 어디를 그린 걸까?

주형: 내가 본 동화책 얘기를 그린 건데여, 시계랑 마음을 나타내 는 하트도 있어요.

나: 그래 정말 재미있게 그렸는데? 어머, 채원이의 바다는 정말 깊어 보인다. 해파리, 해마, 고래도 있네.

채원: (신나서) 맨 아래는 인어공주 그릴 거예요. 여기 물고기는 이 해파리를 먹으러 쫓아가는 거예요.

나: 그래, 근데 해파리가 무서워해야지 웃고 있쟎아?

채원: (웃음)

나: 채원이의 바다 속 나라구나. 채원이는 미술 좋아하니?

채원: 네, 옛날부터 맨 날 종이에 그리고 그래서 엄마가 미술 해 보라고 여기 왔어요.(중략)

학기의 첫 수업은 아무리 재미있는 재료나 방법을 소개하여도 경직된 어린이들의 표정과 어색한 태도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항 상 처음 대하는 어린이에게 어떠한 방법으로 친밀감을 쌓을 것인가 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하는 고민이다. 위의 수업에서 나는 어 린이와 ‘친밀감’(rapport)을 형성하기 위해 표현을 크게 할 수 있는 전지(全紙)를 선택하고 어린이의 표현에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 다 가갔다. 채원이에게 다가가 채원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의 내용들을 내가 본 대로 이야기해 주는 것은 채원이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 록 하는 수업 전략 중의 하나이다. 전지는 어린이가 수업 시간 내에 채우기 어려울 만큼 크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다 채우기 위해 여러 가지 표현들을 넣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 으며 다가가고 또한 어린이의 시각이나 성향을 파악하기도 한다. 기 질이 활발한 어린이는 넓은 전지를 거침없이 활용하기도 하고 소심 한 어린이는 큰 종이 크기에도 불구하고 작게 그리곤 한다. 또한 선 적인 형태만 나타내는 표현을 즐기는지 꼼꼼한 채색을 좋아하는지 전지에 금방 나타난다.

어린이와 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는 것은 수업을 위한 필수조건이 다. 나는 재미난 수업 설계보다 어린이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 선이라는 것을 미술을 같이 하면서 알게 되었다.

질적 연구에서는 ‘친밀감’의 형성을 매우 중요한 연구의 진행과정 으로 본다. 연구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와 집단의 사이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 임을 상기해 볼 때 수업을 위한 학습자와 교사의 관계 형성은 너무 나 당연한 이야기인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의 상호작용이 원활 하지 않은 어린이들과의 수업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나는 위 수업의 전지를 사용하는 것처럼, 첫 만남 에서 어린이를 파악하고 다가가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들을 세운다.

관계 형성에서 첫 만남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어린이도 교 사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아직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것은 그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첫 번째 만남에서 어린이는 그들에게 미술 작업실이 안 전한 곳인지, 편한 곳인지, 아닌지를 살핀다. 어린이가 불편해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먼저 교사가 알아차리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임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소심한 어린이일수 록 불편한 것들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다만 눈빛과 표정으로 불편 함을 호소할 뿐이다. 그런 눈빛을 교사가 알아줄 때 안심하고 미술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활발한 어린이는 더욱 거친 행동과 말 투로 안전한 곳인지를 시험해 보기도 한다. 자신들의 행동을 교사가 어떻게 받아주는지를 살피고 안전한 곳인지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 한 과정이 있은 후에 비로소 미술 작업이 시작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학습자인 어린이를 개별적으로 알아가는 과 정이 필요하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소재나 도구 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만화나 관심 있는 장난감, 캐릭터 등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혹은 학교생활, 친구 관계 등에 관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대화했다. 대화가 깊어지려면 이야기 초반에 어른다운 훈계나 교사스러운 지시를 하기보다는 그들의 생각에 맞추어 이야 기를 받아준다. 학습자인 어린이와 공통적인 관심사가 교실 안에 있 는 재료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끊임없 이 교사가 그들의 세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위와 같은 언어를 통한 관계 형성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진짜 미술수업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나. 권유하기와 “잔소리” 듣기

나의 교수-학습 활동 공간인 미술작업실이 생기면서 소규모의 어린이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고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 도 많아졌다. 25명 이상 진행되던 미술관의 수업은 진행과 관련한 여러 가지 업무가 있었고 소규모 어린이와 상호작용에 빠지다 보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보 다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나누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나의 미술 작 업실에서 어린이와 직접 대화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어린이와 ‘소통’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린이와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읽고 정확하지 못한 발음의 언 어들을 이해해야하고 그들이 하는 작업의 미세한 부분까지 눈여겨 보아야 비로소 소통의 가능성이 열린다. 내가 그들을 주지하고 있다 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원하는 의미를 그들이 이해 해 주어야 하고 어린이가 원하는 것들을 알아주어야 했다. 그런 다 음에 미술 활동이 시작된다.

관계 형성을 통해 친밀감이 쌓이게 되면 어린이와 이야기하기가 진행될 수 있다. 어린이와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린이의 이야기는 성향에 따라 시작하는 방식이 다른 데, 활발한 성향의 어린이일수록 교사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 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이는 미술 작업의 아 이디어를 찾기도 하고 표현에 이야기 거리를 넣기도 한다. 어린이는 이야기 속에서 생각과 상상력을 표출하고 그것을 소통 가능한 시각 적 형식으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표현 과정은 어린이의 이야기 거 리를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어린이들과 미술을 함께 하면서 가장 소통이 잘 되고 있다 고 느끼는 순간은 교사로서의 자상함으로, 노련한 이해심도, 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