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2 어휘 교육과 어휘력
1.2. 어휘력의 구성요소
앞서 단어를 안다는 것과 관련한 일련의 측면들을 제시하였는데, 이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어휘지식 측면들이 일상적인 언어 사용에 어떻 게 관여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없이 항목별로 제시되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본 절에서는 먼저 이 어휘 지식의 여러 측면들이 언어 사용 처리에서 어떻게 연결 되는지를 살펴보고 본 연구의 어휘력의 구성요소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L2 어 휘 교수·학습의 연구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레벨트(Levelt, 1993:183)는 각각 어휘 지식의 측면들이 언어 사용 처리 과정에 서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어휘부에서 표제어 내부의 항목관계(단일 단 어의 인과관계 유형)와 표제어 사이의 항목관계(다른 단어와의 관계)를 서로 구별 한다. 그는 표제어들 간의 관계를 내재적(intrinsic)관계와 연상적(associative)관계 두 가지로 나누는데, 내재적 관계는 음운, 형태, 의미와 문법이라는 네 가지의 어 휘 지식들 사이에 이뤄진다고 하며 연상 관계는 주로 고빈도 연어에 따른 어휘들 간의 의미관계 측면에서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내재적 관계와 연상적 관계는 내재 적으로 관련된 항목이 함께 자주 나타나는 경우, 중복될 수도 있다. L1에서 가져 온 연상적 관계는 L2 어휘 학습의 처리 수준을 깊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마디, 어휘부에서는 어휘의 의미 지식과 형태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 다. 즉, 심리어휘부에서 특정 단어에 대한 모든 정보 조각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 다. 이 정보들은 동일한 단어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보다 조직적인 방식으로 다른 단어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단어의 표현이나 이해 처리에서 밀접한 관련 을 갖고 있다.
(1) 어휘력의 1차원: L2 어휘 형태 재인(再認) 능력
어휘부 표제어의 내재적 관계에 따르면 한 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 단어가 어떻
게 들리고(단어의 구어형식), 그 단어가 어떻게 생겼으며(단어의 문어형식), 의미 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단어 형식은 알고 있지만 그 의미가 나타내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어형과 개념은 정확히 알고 있지만 형 식과 개념을 연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습자는 단어의 형식과 의미를 알 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둘을 연결할 수도 있어야 한다.
김동현(2002:5)에서는 그래스(Glass, H., 1979)의 논의에 따라 재인(再認, recognition)이란 투입 정보의 표상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에 부합한가를 판단하는 것임을 지적하며 기억검사의 한 방법으로서 학습자에게 제시된 항목들 중에서 기억하고 있는 항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정모 (2004:361)는 단어 재인(word recognition)이란 단어에 해당하는 시각 또는 청각 패턴이 읽는 사람 혹은 듣는 사람에게 가용한 다양한 정보(그 단어의 의미적 정 보, 형태적 정보, 음운적 정보, 통사적 정보, 화용적 정보 등)와 대응되어 그 단어 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본 논문 Ⅲ장 1절에서는 시각 한 자어 재인 테스트와 청각 한자어 재인 테스트를 설계하여 수행함으로써 각 어휘 제시 방법이 중국인 학습자가 한국어 한자어 의미에 접근할 때, 철자의 시각 제시 조건(한자어 한글 표기와 한자어 형태소 표기)과 철자의 청각 제시 조건(한자어의 발음)에 대해 각각 어떠한 습득 선호도 양상을 보이는 지 밝히고자 한다.
이상의 어휘 재인 이론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본 논문은 다음 <그림 Ⅱ -1>, <그림 Ⅱ-2>와 <그림 Ⅱ-3>과 같은 L2 한국어 한자어 심리어휘부 의미 접근 모델을 제기하기로 한다. 이는 본 논문에서 L2 한자어 심리어휘부 재인 테스 트의 이론적 토대로 삼는다. 다음 그림은 ‘문화’란 단어가 발음 음소인 /문화/로서 또는 표기 형태(한글 표기는 ‘문화’, 한자 표기는 ‘文化’라는 형태)로서 의미와 어 떤 인식관계를 형성하는지 상정한 것이다. 이런 인식 모형을 본 논문에서 L2 한자 어 심리어휘부 재인 테스트의 이론적 토대로 삼는다.
의미: 문화
⇒의미 차원 é
발음: /문화/
⇒음운 차원
<그림 Ⅱ-1> 한국어 한자어 L2 심리어휘부 의미 접근 모델(1)
의미: 문화
⇒의미 차원
é
한글 형태소: 문화
⇒형태 차원
<그림 Ⅱ-2> 한국어 한자어 L2 심리어휘부 의미 접근 모델(2)
의미: 문화
⇒의미 차원
é
한자 형태소: 文化
⇒형태 차원
<그림 Ⅱ-3> 한국어 한자어 L2 심리어휘부 의미 접근 모델(3)
(2) 어휘력의 2차원: L1과 L2 어휘지식의 상관성 인식 능력
L2 언어 습득은 대체로 L1 언어를 습득한 후에 수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L2 언어 습득과 L1 언어 습득은 서로 다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L1 학습자 가 L2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주로 전이의 과정이다. 전이(transfer)는 선행 행위
나 지식을 후행 학습에 옮기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선행 지식이 후행 학습과제 수행에 도움을 주어 촉진적(facilitative)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긍정적 전이(positive transfer)라 하고, 선행 행위가 후행 학습 항목에 부정확하게 전이되 거나 그것과 부정확하게 연관되는 경우를 부정적 전이(negative transfer)라 하며 이를 간섭이라고도 부른다. 신성철 외(1999)에 따르면 외국어 학습에서 전이의 역 할은 큰데, 이는 외국어 학습에서 모국어와 다른 언어 체계를 학습하기 때문에 대 체로 모국어의 체계를 그대로 외국어에 적용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국어 와 외국어의 차이가 클수록 간섭 현상이 크고, 차이가 적거나 같으면 간섭이 적거 나 촉진 효과가 된다고 하여 모국어와 외국어의 차이에 따른 긍정적, 부정적 전이 의 정도를 설명하고 있다. 즉 L2 습득의 주된 장애물은 L1 체계와 L2 체계 간의 차이로 인한 간섭인데 두 언어 간의 차이를 극복하면 L2 습득이 이루어질 수 있 다.
그라스와 세링커(Grass & Selinker, 1994: 181)에 따르면 대조 분석 가설 (Contrastive Analysis Hypothesis: CAH)은 1950-60년대의 많은 언어학자들이 행동주의심리학과 구조언어학에 관한 이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외국어 교 수를 위해서는 두 언어의 대조적 분석에 주안점을 두고 제기된 L2 교수법이다. 대 조분석은 궁극적으로 L2 언어 습득 상황에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과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을 분리시킬 목적으로 잠재적인 오류를 결정하기 위해 언어를 대조하는 하 나의 방식이다. 따라서 대조분석에서는 모국어의 언어체계가 L2언어나 외국어의 언어체계를 습득하는 데 방해와 간섭이 되므로 두 언어를 과학적이고 구조적으로 분석하면 습득이 어려운 구조나 항목을 예견할 수 있으며, 이러한 대조 방법을 적 절히 쓰면 L2를 큰 어려움 없이 교수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많은 경우에 대조분 석은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목적으로 두 언어의 음운적, 형태적, 통사적, 심지 어 문화적 체계마저도 유형별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중언어 심리어휘부(bilingual mental lexicon)는 심리언어학 영역에서 중요한 연구 분야인데 어휘가 언어의 기본적 단위로서 어휘 정보의 구성, 표상과 가공이 언어의 이해와 표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중언어 심리어휘부에 대한 연구는 L2 언어 학습자의 언어 표상과 가공의 과정을 연구하는 데 큰 의의를 갖 는다. 이중언어 심리어휘부 상호작용 모델이 이중언어 심리어휘부 어휘지식 인식 을 밝힐 수 있는 모델이다. 크롤(Kroll, J. F., 2005)의 관점에 의하면 이중언어 상
文化-文化 ⇒ 의미 차원 ↕
문화(文化)-文化 ⇒ 형태 차원 ⤢ ⤡
한국어
한자음: /문화/ ↔
중국어
병음:/wen-hua/ ⇒ 음운 차원
<그림 Ⅱ-4> 한·중 동형동의 한자어 어휘지식 상호작용 모델
호작용 모델은 이중언어 심리어휘부 중 유사한 어휘 지식을 갖는 어휘들 간에 음 운, 형태, 의미 등 어휘지식 측면에서 서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라 본 논문 Ⅲ장에서는 차용어로서의 한국어 한자어가 중국인 학습 자의 이중언어 심리어휘부에서 복합적으로 저장되고 중국어 어휘 사이에서 융합적 관계를 가진다는 전제 하에, 한·중 한자어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한자어의 음 운, 형태소, 그리고 의미 등 세 가지의 어휘 지식 측면 중 어떤 측면의 한자어 지 식 유형이 서로 크게 영향을 받고, 작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한자어 음운, 형태소, 의미에 대한 인지 능력을 어휘 판단 테스트를 통하여 측 정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이상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여 이중언어 심리어휘부로서의 한·중 한자어 음운지식 상관성 인식(한국 한자어 한자음, 중국 한자어 병음), 형태소지식 상관성 인식(한글 철자 형태소, 한자 철자 형태소), 의미지식 상관성 인식(한·중 동형동의어, 동형부분이의어, 동형완전이의어) 등 세 가지 측면 중 어떤 측면의 한 자어 지식이 서로 크게 영향을 받고, 작용할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아래 <그림
Ⅱ-4>, <그림 Ⅱ-5>, <그림 Ⅱ-6>과 같은 한·중 한자어 어휘지식 상관성 인 식 모델을 제안하고 이에 따른 한·중 한자어 어휘지식 인식 테스트로 그 한자어 유형들의 인식 양상과 특성을 밝히고자 한다.
介紹
⇒ 의미 차원 ⤢ ⤡
한국어
소개(紹介) ↔
중국어
介紹 ⇒ 형태 차원 ↕ ↕
한국어
한자음: /소개/ ↔
중국어
병음: /jie-shao/ ⇒ 음운 차원
<그림 Ⅱ-5> 한·중 이형동의 한자어 어휘지식 상호작용 모델
深刻
↔ 嚴重
⇒ 의미 차원 ↕ ↕
한국어
심각(深刻) ↔
중국어
深刻 ⇒ 형태 차원 ↕ ↕
한국어
한자음: /심각/ ↔
중국어
병음: /shen-ke/ ⇒ 음운 차원
<그림 Ⅱ-6> 한·중 동형이의 한자어 어휘지식 상호작용 모델
(3) 어휘력의 3차원: L2 어휘 의미관계 연상 능력
단어 연상 실험은 초기에는 심리학과 L1 언어 연구를 위한 연구 도구로써 주로 사용되었으나 1960년 이후부터 언어 교육에서 어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점 차 L2 모어 화자와 L2 언어 학습자의 심리어휘부를 비교 분석하는 L2 언어 습득 연구에서 사용되었으며 1980년 이후에는 L2 언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연상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