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자어의 개념 및 체계
2.1. 한자어의 개념 및 한국어 어휘 체계에서의 위상
중국인 학습자에게 알맞고 효과적인 한자어 교육 방법을 탐색하기 위해 본 연구 에서는 먼저 한국어 어휘 체계에서 한자어(Sino-Korean Words)의 정의와 위상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선행연구에서 나온 한자어의 개념이나 정의를 살펴봄으로써 본 논문에서 수용되는 한자어의 정의를 수립하고자 한다. 한국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표준국 어대사전』5)에서는 한국 ‘한자어’를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로 정의하고 있 다. 염광호(2005:2)에서는 한국어 한자어는 차용어의 관점에서 보면 일반 차용어 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에서의 한자어는 독특한 체계로서 중국어를 기원 으로 하여 한국어에 전면적으로 도입되어 한국어 생활 속에서 생산력을 가지기 때 문에 이미 한국어에 귀화된 어휘라고 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한국어 한자어에서 고유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낮고, 대부분은 중국이나 일본에 서 도입된 ‘외래 한자어’들이라고도 지적하였다.
고영근·구본관(2008:243)에서는 ‘우리말 가운데 한자로 적을 수 있고 이를 한국
5) 국립국어원 홈페이지(http://www.korean.go.kr/)에서의 『표준국어대사전』 전자사전에서 검색된 한자어 정의를 그대로 재인용한 것이다.
한자음6)으로 읽는 낱말은 모두 한자어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마금선 (2012:25)은 ‘한자어는 기원에 관계없이 한국어 어휘에서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한 자 형태소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한국 한자음으로 발음되는 어휘’로 정의하였다.
즉, 첫째, 한자어는 한자로 적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으므로 음절에 관계없이 한 자의 노출이 없어도 한자의 의미를 한글로 표기한 한자 자료가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한자어를 이루는 한자의 음이 중국어 발음과 변별되는 한국어 한자음과 일 치해야 한다. 셋째, ‘한자어’가 지시하는 대상을 개개의 단어로 보지 않고 고유어와 외래어에 대응되는 한국어 어휘 중의 한 갈래로, 단어의 집합체로 보았을 때 ‘단 어’라는 용어보다는 ‘어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넷째, 한자어 라고 하여 중국이나 일본에서 차용된 것만이 아니고 한국에서 한자의 표기 문자 특성을 이용하여 독자적으로 만든 단어도 포함되기에 서로 다른 기원의 한자어들 이 공존하고 있다. 다섯째, 비교적 최근에 중국에서 차용된 외래어, 즉 중국 한자 를 음역적인 방법으로 한국어에 수용시킨 단어들은 서구 외래어와 같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한자어에 포함될 수 없다. 본 연구에서는 이상 마금선(2012)이 정리한 정의를 한자어의 기본적 정의로 삼아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어 한자어가 가지는 어휘체계에서의 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역 사적으로 보면 한반도는 한자 문화권에 속하며 예로부터 한자 문화를 중국에서 받 아들여 왔다. 한국어 어휘에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와 그것들의 혼종어가 있는 데 한자어는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24, 288). 국립국어원(2000)의 한국어 어휘의 어종 3체계에 따른 통계분석 결과에 따 르면 25.9%에 해당하는 고유어, 58.5%에 해당하는 한자어, 4.7%에 해당하는 외 래어, 10.9%의 기타(혼합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김경령, 2010:220). 또한 문금현 (2000:26)의 구어 텍스트에 대한 분석을 보면 전체 4,619개의 어휘 중에서 한자 어가 57%(2,643개), 고유어가 36%(1,640개), 외래어가 7%(336개)의 비율을 차 지한다. 이를 통해 한자어의 비중이 한국어 어휘 체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는 곧 한국어 어휘 교육에서 한자어 교육이
6) 한국 한자음은 한국어에서의 한자 소리를 이른다. 한국 한자음은 중국어에서의 한자 소리 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어의 한자음과는 양상이 약간 다 르다. 한국 한자음은 하나의 한자에 한 가지 소리가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중국어 원음에 여러 소리가 있는 경우에는 한국 한자음도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易’에는 ‘이’, ‘역’ 두 가지 소리가 있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국어에서 한자어는 교양 어휘로서의 성격이 강하며 개념이나 전문 용어에 한자어가 많이 쓰인다. 따라서 일상생활 어휘는 고유어를 쓰면서도 공식적 자리에서는 한자어를 사용할 경우가 있으나 한글전용법7)이 반포된 이래 한국에서 한자어는 주로 한글로 표기되고 있다. 반면 같은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어에 서의 한어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자로만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훈독관행 에 따라 고유어도 한자로 표기 가능한 것이 한국어의 경우와 다르다.
한국어에서 한자어는 원칙적으로 명사이며 그대로 동사나 형용사가 될 수 없다.
한자어를 용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접미사 ‘하다’를 한자어 뒤에 붙인다. 동 작적인 뜻의 한자어에 ‘하다, 되다, 시키다, 당하다’가 붙으면 동사가 되며 상태적 인 뜻의 한자어에 ‘하다, 롭다, 스럽다’ 등 접미사가 붙으면 형용사가 된다. 일부 한자어는 ‘히, 스레’ 등 접미사가 붙거나 심지어 아무 접미사나 어미가 붙지 않아 도 그대로 부사나 관형사로 쓰인다. 또한 하나 이상의 한자가 결합하여 한국어로 사용되는 한국식 발음의 단어로서 한자어는 그 유래에 따라 중국 기원, 한국 기원, 일본 기원의 세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중국에서 쓰이는 한자어가 그대로 쓰 이되 발음이 한국식인 것으로 예를 들면 군자(君子), 필부(匹夫)가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져 쓰이고 중국어에서 쓰이지 않는 한자어로 전답(田畓), 기차(汽車) 등이 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로 입구(入口), 취급(取扱) 등이 있다. 한자는 본 래 중국의 문자로 그것이 처음 한국에 도입되었을 때는 중국음 그대로 발음되었을 것이나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발음상의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한국 한 자어는 대체로 2음절어가 일반적이다. 그 다음으로 단음절어가 많이 쓰인다. 4음 절 이상의 다음절어는 그리 많지 않다. 한자는 원래 일자일어이지만 한국어로 쓰
7) 한글전용법은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 6호로 1948년 10일 9일에 공포하였는데 “대한민국의 모든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할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라 고 선언하였다. 이 규정이 사문화하면서 이 법을 대치한 법으로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 법 14조 1항에서는 “공공 기관의 공문서는 어문 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라 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자어 표기상의 역사적 표기 문체의 흐름을 보면 1945년 한 국 독립 이전까지 한국어에서는 문장을 구성하는 한자 어휘는 거의 한자로 표기하고 조사 를 한글로 쓰는 한문과 한글 혼용체가 일반화하였으나 1948년 정부수립 후에 정부가 공 문서 정책에서 한글학회의 주장대로 한글만을 사용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1970 년대 국어과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한자 교육이 사라지고 1990년대에 컴퓨터 보급으로 신문, 학술논저, 광고에서 한자가 점차 사라졌다.
이는 단음절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산(山)’, ‘강(江)’ 등과 같은 것은 실제로 쓰이고 있지만 ‘수(水), 목(木)’ 등은 단음절 한자어로 쓰이지는 않는다(마금선, 2012). 하지만 개체 어휘의 기원에 관해서는 분명치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