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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4차 산업혁명과 기업의 인재 수요

2. 전문 인력의 시대적 제약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우리의 충격이 큰 것은 아마도 이러한 경향성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 다. 자동화가 본격화된 20세기 중반 무렵, 그 핵심은 컴퓨터였다. 컴퓨터를 통해 기계장치들은 제어되었으며, 이 제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수행되었다. 이 컴퓨터는 생각하는 것이 아 닌 미리 입력된(pro-gram) 내용을 수행하는 장치였다. 이와 달리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고 있 는 장치인 AI는 단지 미리 입력된 것을 수행하는 장치가 결코 아니다. 자율주행차와 자율항공 기 등 인공지능이 탐재되어 있는 장치들은 단순한 자동 기계가 아니며, ‘자동화’는 이를 설 명하기에는 충분한 용어가 아니었다. AI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용어는 자율성(autonomy)이 다. 자율성이란 사전적으로 외부의 구속이나 제약을 받지 않고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 는 성질을 의미하지만,10) 기술적으로는“인간의 통제를 줄이거나 혹은 인간의 통제 없이 작동 하거나 변화하는 상황들에 적응하는 시스템의 능력”11)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먼저 이 장치의 작동이 인간의 통제를 줄여가거나 혹은 인간의 통제 없이 작동하는 것 에 더하여, 이것이 자동화를 추동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AI에 의해 추동되는 자동화(AI-driven automation), 즉 인간의 통제 없이 변화되는 상황을 수용하여 작동하는 시스템이 인간에 의해 수행되어 온 일을 대신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본 4차 산업혁명 역시 산업혁명의 역사가 걸어 온 자동화의 길 위에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인간이 수행하던 작업을 기계가 대신하고 대체해 왔다는 점에 있어 이 모 든 것들이 일련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의 자동화가 종국적으로는 인간의 통제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노동을 기계의 노동이 대체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4차 산업혁명 이전의 자

9) 2016년 백악관의 한 보고서에서는 자동화와 관련된 산업혁명과 인간의 노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Automation, and its impact on employment, have been significant social and economic phenomena since at least the Industrial Revolution.”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Committee on Technology 2016, 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p. 10.

10) http://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216444&supid=kku000272259(2017.11.13.)

11)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Committee on Technology 2016, 앞의 책, p. 10.

동화는 미리 입력된 한에서만 작동된다는 점에서 제한된 자동화였다.

제한된 자동화에 있어 핵심 인력은 이 자동화를 제어하고 그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이 같은 역량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은 바로 전문적 지식이었다. 자동화의 구축뿐 아니라 자동화기기를 비롯한 생산요소들의 통제는 이러한 전문 지식의 소유자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전문적 지식을 소유한 고등한 전문 인력의 양성은 산업사회를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과업이었다. 이것은 산업사회의 대학교육에 있어 세부 주제 문제(subject matter)와 관 련된 전문 지식 지향의 전공교육이 중심이 된 주요한 배경을 형성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가 기존의 제한적 자동화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그것이 자율성에 기초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자동화의 구축 과정에 인간이 개입해야 하며, 그 과정 과 정에 인간의 통제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동일한 의미의 전문 인력의 필요성 이 요구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반적인 양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미래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직업 변화 예측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제 한된 영역에서만이 아닌 전 방위적 현상일 것으로 예측되며, 특히 기계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가 중요시 되었던 부분에서의 직업 대체가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기술적 발전이 직 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프레이와 오스본은 이러한 대체의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 기술적 발전에 한하여 현재의 직업들은 얼마나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이것을 평 가하기 위해, 우리는 702개의 세부 직업들에 한 컴퓨터화(computerisation) 가능성을 예 측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하였다. …… 우리는 컴퓨터화 가능성을 토대로 고, 중, 저 위험 직업군을 구분하였다. …… 우리의 평가에 따르면, 미국 총 고용의 47% 정도가 고 위험 군에 속하였다. 우리는 이것들을 위험에 처해 있는 직업이라 부르는데, 우리가 예 상하는 직업들은 상대적으로 빨리, 아마도 다음 10년 혹은 20년 후면 자동화될 것이 다.12)

물론 그 위험도가 그 보다는 낮다는 연구 결과 역시 존재하지만, 자율성에 기초한 4차 산업 혁명의 자동화 사회에서 직업의 대체 위험에 대한 인식은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 기 사에 따르면,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 인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상당수의 직업이 자동화 되고, 이로 인해 대 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13)

12) Carl Benedikt Frey⋅Michael A. Osborne,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Oxford University, 2013, p.44,

http://www.oxfordmartin.ox.ac.uk/downloads/academic/The_Future_of_Employment.pdf, 2017.10.07.)

13) 「인공지능(AI)·로봇 등장해도 사라지지 않을 10개 직업은?」, 『머니투데이』, 2017.11.18.

http://v.media.daum.net/v/20171118050007739?f=m&rcmd=rn(2017.11.18.)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는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으며, 이 에 따른 노동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물론 ‘아직까지’라 는 단서를 달려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지금도 가능성이고 예측일 따름이지만, 그것의 실현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그와 같은 가능성과 예측이 실현되는 시간은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의 시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파괴적 혁신에 대한 대안 마련의 가능성은 아 직 우리에게 남아 있다. 기존의 직업을 고수하는 방식으로 그 대안이 마련될 수는 없다. 직업 이 대체되고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에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그것의 리스트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그 직업들이 왜 대체되고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는가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촉진할 미래 변화를 가늠하는 데 있어 이것은 매우 중요한 태도이자 물음이다.

물론 직업의 변화를 단순하게 시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4차 산 업혁명의 결과 초래될 대규모의 변화는 그저 자연스러운 직업상의 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다. 그와 같은 대규모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예측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노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를 그 이 전의 자동화와 구분해야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자동화가 육체적 노동만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은 기존의 자동화 과정에서는 유효한 설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자동화가 대체하는 것은 정신적 혹은 인지 적 활동까지로 확장된다.14) 앞서 언급한 것이지만, 인공지능은 더 이상 프로그램으로 이해될 수 없다. 그것은 학습의 단계로 진화하였으며, 그 학습 역시 인간의 통제를 통해 진행되지 않 는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machine learning)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간 인간이 수행해 온 판단과 통제를 스스로 수행하고 있다.

알파고가 채택한 ‘비지도 학습’은 인간 두뇌의 판단 과정을 모방한 심층신경망 구 조의 기계학습인데, 정보의 선별과 판단이 이뤄지는 핵심 과정이 은닉층(hidden layer)에 서 이뤄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3월 내놓은 인공지능 채팅로봇 테이가 인종차별 적이고 반상식적 표현의 응대법을 학습해 다수를 상대로 실행한 것도 유사하다. 개발자 들과 업체는 스스로 학습해 대호하는 ‘똑똑한’ 채팅로봇을 설계했지만 인공지능이 어 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서 답변을 만들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개발업체도 어떤 알고리즘 때문에 인공지능 채팅로봇이 오작동 했는지 오류 구조를 알지 못했다. 기계가 자율성을 갖춘 존재처럼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 연산 처리하는 숨겨진 구조인 은닉층 에서 판단했다. 어떤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알 수 없으니 잘못된 결과를 바로

14)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반려로봇과 생산 현장의 산업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물리적 형태와 결 합하면서 로봇이 가져올 ‘직업 없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변호사, 약사, 의사, 기자, 작 가, 통역사, 은행원, 펀드매니저, 회계사, 스포츠 경기 심판 등 전문직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자동화 프로그 램에 의해 업무 영역 전체 또는 일부가 대체되기 시작했다.”(구본권,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변화와 과 제」, 『포스트휴먼 시대의 휴먼』, 한국포스트휴먼학회 편저, 아카넷, 2016, 241쪽)

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업체가 긴급하게 대응한 방식은 서비스의 전면 중단이었다.15) 기계기술과의 대립적 구도 하에서 기계기술을 인간의 통제 하에 놓으려는 시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이러한 경쟁의 구도에서 인간의 노동은 오히려 더 높은 위험에 봉착하기 쉬울 것인데, 그 까닭은 그와 같은 대립적 구도에 있어 인간이 우위를 차지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도의 변화는 이 구도와 관련된 많은 상황들의 변화를 수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의 구도 하에서 기계기술을 제어하고 통제해 온 전문 인력의 사회적 요구는 이전 시대만큼 일반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립이 아닌 협력적 관계 속에서16), 새로운 가능성들을 모색해야 하며, 기계기술과 인간의 협력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협력을 위한 다양한 방법의 모색과 더불어 협력적 역량의 증진을 위한 교육 방안 역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