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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기 하이데거의 서술 방식의 차이

전기 하이데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SZ에서 ‘사태 자체를 스스로 보이게 함(Sichzeigenlassen)’으로서의 현상학은 a)현존재의 존재이해 속에 개시되어 있으며, 현존재의 존재이해와 이해의 완수로서의 해석(die

Auslegung)을 통해 알려지는 현존재의 존재 개시성과 b)현존재의 존재 개

시성에 대한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해석(Interpretation)을 통해 완결된다. 그 런데 전기 하이데거의 사태 자체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die ontologische interpretation)은 서구 근대의 초월론적 철학의 영향 하에 있다는 점에서 후기 사유 방식과 구별된다.

하이데거에게 현상학의 사태로서 존재의 소여성은 존재가 현존재의 개 시성(die Erschlossenheit)을 통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 개념의 역사에 대한 서론들 100)(1925) 강의에서 후설 현상학의 범주적인 것(das

Kategoriale)에 대한 하이데거의 수용과 관련된다. 하이데거는 의식의 지향

성이 대상들에게 근원적 소여성을 부여하고 대상들과 지향적 관계를 갖도 록 하는 범주적인 것의 발견을 후설의 획기적 통찰로 간주한다.101)

후설은 논리연구 6장에서 감각적 직관과 범주적 직관을 구별한다.

가령, 감각적 직관은 그것이 감각적인 것인 한에서 질료, 즉 감각적으로 주어진 것들인 파랑, 흑색, 공간적인 연장 등에 근거한다. 한편 감각적 직 관과 함께 하나의 대상이 지각되는데 대상은 감각적 직관으로부터 비롯되

100) M. Heidegger, Prolegomena zur Geschichte des Zeitbegriffs, Vittorio Klostermann, 1979.

GA20.

101) Klaus Held, "Heidegger und das Prinzip der Phänomenologie", Gethman-Siefert / Pöggeler (hg.) Heidegger und die praktische Philosophie, Frankfurt am Main, 1988, 112쪽 참조.

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내가 하나의 책을 보고 있을 경우, 나는 책의 실 체를 감각적 질료처럼 지각하지는 못한다. 내가 책이 하나의 실체 내지 대상으로서 ‘있다’고 말할 경우, ‘있다’는 감각적으로 질료들과 함께 ‘보여 진다.’ 나아가 책이 하나의 대상으로서 보여지기 위해서 그것은 ‘주어져 있어야 한다.’ 후설은 감각적 직관과의 유비를 통해서 범주적 직관에 도 달한다.102)

하이데거는 후설의 범주직 직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존재물음의 새로 운 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존재일반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위해서는 존

재가 ‘주어져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어져 있는(es gibt) 존재,

다른 말로 ‘사태 자체(die Sache selbst)’는 존재자의 비은폐성과 은폐성 안 에 존재하는 그러한 현존재의 존재를 가리킨다.103)

사태 자체에 대한 하이데거의 통찰은 동시에 사태 자체를 어디로부터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를 규정한다. 존재물음을 위해서 ‘주어져 있 어’야 하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인 존재는 하이데거에 의하면 우선 대 개는 은폐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상학이 요구되는 것도 우선 대개는 현상 들이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SZ 48) 하이데거가 이러한 은폐를 뚫 고 존재자의 존재를 해명하는 방법적 기초는 존재 개시성을 자신의 본질 로 갖는 현존재를 올바르게 제시하고, 현존재의 존재적-실존적 개시성이 갖는 은폐를 극복하기 위한 실존론적-존재론적 해석(die existenziale-ontologische interpretation)에 있다.

하이데거는 일차적으로 현존재의 존재 개시성이 갖는 은폐를 드러내기 위하여 전통 형이상학에서 존재해명의 단초로 간주해 왔던 ‘자아 혹은 주 관’을 현존재로 해석한다. 전통 형이상학에서 자아나 주관은 사물 해석을

102) 후설의 논리연구 6장에 대한 해석은 다음의 자료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박찬국, 「

후설의 현상학과 후기하이데거의 현상학에 대한 비교연구」, 249-251.

103) 이에 대해 후기 하이데거는 그의 현상학에 이르는 길에서도 명시적으로 서술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Mein Weg in die Phänomenologie", Zur Sache des Denkens, GA 14, 87쪽, 「현상학에 이르는 나의 길」, 사유의 사태로 , 문동규·신상 희 옮김, 188쪽.

자아나 주관에 투영해서 해석하는 존재론적 반사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의식과 정신은 사물화(die Verdinglichung, SZ 576)된다. 그렇다면 인간과 인간에게 주어져 있는 존재 역시도 사물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에서 하이데거는 존재를 구성하는 자아, 혹은 반성하는 자 기의식을 존재 개시성(Erschlossenheit)을 자신의 본질로 갖는 현존재로 대 체한다.

그런데 현존재가 존재 개시성을 갖는다는 현존재의 본질에 대한 규정 은 현존재는 비록 자신의 존재를 도피하거나 망각하는 방식일지언정 그 자신에게서 존재가 문제가 되는(Es geht dem Dasein um sein Sein) 방식으 로 실존한다고 하는 실존의 이념에 기초한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해석 은 그것이 현존재의 존재 개시성이라는 사태에 대한 해석인 한에서, 해석 의 예-구조(Vor-Struktur), 즉 예시(Vorsicht), 예지(Vorhabe), 그리고 예파

(Vorgriff)에 근거한다.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해석을 이끄는 예시는 실존의

이념과 존재일반의 이념이다. 나아가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해석은 현존재 의 고유한 존재방식을 ‘세계-내-존재’라는 존재틀을 통해 선험적으로 근거 짓는다. (SZ 71, 79 참조)

현존재의 존재적-실존적 성격은 우선 대개 은폐되어 있기에, 그러한 은 폐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존재론적-실존론적 해석이 요구된다. 동시에 하 이데거는 이러한 존재론적 해석이 한낱 자의적인 이념이나 공상의 산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현존재 자신이 존재적으로 개시한 사태를 참조한다. (SZ, 246, 268) 마찬가지로 현존재의 실존 방식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을 이끄는 실존이념은 존재일반의 이념을 전제한다는 의미 에서 실존 이념과 존재 일반의 이념이 ‘순환’ 속에서 움직인다. 그런 의미 에서 하이데거에게 현상학은 현상적 제시와 현상학적 해석 사이의 순환적 교차 속에서 전개된다.104) 나아가 현존재의 현상학이 이러한 순환 속에서

104) 이와 관련하여 이남인은 SZ에서 사유의 사태와 방법의 유기적인 연관에 대해서 깊

이 있게 해석한 바 있다. 이남인은 SZ의 61절과 63절을 치밀하게 독해하고, 이를 다시

SZ의 전체 논의 진행 과정과 연관해서 해석한다. 그럼으로써 현존재의 실존적 이해-해

석과 그에 대한 방법론인, 실존론적 이해-해석 간의 구조적 동일성을 텍스트 내재적으

움직일 때, 비로소 현존재의 현상학은 현존재가 아닌 존재자에 대한 존재 론적 연구를 위한 지평을 마련하는 기초존재론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존재의 현상학은 그 말의 근원적인 의미에서 모든 존재론적 탐구의 가 능성의 조건들을 검토한다는 의미에서의 해석학(Hermeneutik, SZ, 50)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은 존재론적 해석도 그것이 해석인 한에서는 특 정한 예시에 의해 이끌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만일 존재론적 실존론 적 해석을 주도하는 예시가 지속적으로 평균적이고 일상적인 현존재의 개 시성만을 확증의 자료로 참조했을 때는 현존재를 그 전체적인 실상에서 뿐만 아니라 본래성인 실상에서 파악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론적 해석을 주도하는 예시는 그 시야의 전체성과 본래성을 확보해야 하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SZ 2편의 1장과 2장(46절~60절)에서 하이데거는 죽음을 실존의 전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척도로, 양심을 본래적 존재가능의 증거로 제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 데거에게 현존재의 본래성과 전체성에 대한 분석, 즉 ‘현존재의 죽음에로 의 선구와 양심 현상’은 존재론적 해석을 이끄는 예시가 개별적인 사념이 나 인위적인 조작으로 전락하지 않게 만드는 최종적인 방어선과 같은 구 실을 한다.105)

로 논증한다. 이남인은 나아가 후기 사유에서도 하이데거가 해석학적 현상학의 지평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해석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더하여 이 논문 3부의 3장, 3절에서 ‘사태로서 드러나는 현존재의 존재이해-해석의 관계’에 대한 하이데거의 해석 학, 즉 일반 존재론에 이르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존재론으로서의 해석학은 후 기 하이데거에게서 포기된다는 점을 명시할 것이다. 이남인의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자료를 참조하라. 이남인, 현상학과 해석학: 후썰의 초월론적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해 석학적 현상학 , 서울대출판부, 2004, 제3장, 6절.

105) 이와 관련한 하이데거의 언급을 참조하면 다음과 같다. “죽음에 이르는 본래적 존재

는 가장 독자적이고 몰교섭적인 가능성 앞에서, 회피할 수도 없고, 이렇게 도피하면서 그 가능성을 은폐할 수도 없으며, 세인의 상식에 맞추어 해석을 바꿀 수도 없다.” (SZ, 346, 373) [···] “현존재의 본래적 전체 존재와 그 전체 존재의 실존론적 틀에 대한 허 공에 뜬 물음이 비로소 보증을 필한 현상적 지반 위에 오르게 되는 것은, 이 물음이

이와 관련하여 메르커(Barbara Merker)의 전기 하이데거의 방법론으로 서의 실존론적 해석학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참조할 만한 가치가 있다.

메르커에 따르면 하이데거의 서술의 특징은 ‘반성’이 아닌 ‘실존론적 해석 (die existenziale Interpretation)’과 ‘해체(Destruktion)’의 의미에서의 ‘해석학

(Hermeneutik)’이다.106) 현존재는 그 자신의 존재를 ‘명시적으로든 아니든,

적합하게든 아니든’ 지속적으로 이미 개시하지만, 존재론적 존재인식은 그것이 시원적으로 비명시적으로 부적합한 존재이해와 결부되는 한에서, 항상 이미 존재론적 착오로 이끌기 때문에, 하이데거는 기초존재론에게

‘근원적 개시의 가능성’을 주어야 하며, 근원적 개시를 자체로부터 해석해

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커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론적 이유 때문에 하이데 거는 실존철학과 기초존재론을 내재적으로 결부시킨다.107)

나아가 하이데거가 현존재의 내적 운동성에서 ‘본래성’으로 회심될 가 능성만을 서술할 뿐, 비본래적으로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 다는 사실은 기초존재론의 방법론적 유일한 가능성과 연관된다. 비본래성 으로의 퇴락의 가능성을 서술하는 것은 기초존재론의 불가능성을 의미하 기 때문이다. 메르커는 이러한 주장을 하이데거의 양심 현상의 고유성을 보여줌으로써 정당화한다. 메르커에 따르면 하이데거는 양심의 부름과 들 음 사이에 일종의 인과적 관계를 가정한다. 양심 현상의 분석에서는 양심 의 부름을 들은 자는 양심을 가지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하이데거에게 불안과 양심은 기초존재론적으로 보자면 존재인 식을 위한 가능성의 조건인데, 그것은 마음대로 처분불가능한 사건(ein

unverfűgbares Geschehen)의 성격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하이데거 철학은

처음부터 처분불가능한 체험들을 철학의 출발점과 동기로 삼고, 철학은

현존재 자신에 의해 증시 되는, 현존재의 존재의 가능한 본래성[양심 현상]에 의존할 때이다.”(SZ, 354, 382)

106) Barbara Merker, "Konversion statt Reflexion-Eine Grundfigur der Philsophie Martin Heideggers", Martin Heidegger: Innen-und Auβenansichten, Hrsg. vom Form fűr Philosophie Bad Homburg, Frankfurt a. M., Suhrkamp, 1989, 215쪽.

107) B. 메르커, 위의 논문 228-230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