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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음영험 서사 전승의 추이

중국 사회에서 불교 영험담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창출되어 왔다. 그렇지만 불보살의 가피와 기적의 이야기가 가장 활발하게 찬집되었던 시기는 동진(東晉)에서 초당(初唐) 대 까지라고 할 것이다.183) 그리고 불교 영 험 서사의 전승의 기반은 무엇보다 관음신앙의 유입을 통해서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관음보살의 가피와 영험에 대한 서사는 포교의 차원에서 제작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불교신앙의 확산 속에서 관음신앙이 당대 대중들의 종교 적, 사회문화적 원망을 수렴하는 구원재로 활발히 유통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다. 특히 혼란했던 중국 남북조 시대상을 배경으로 다양한 영험사례가 창출 되었는데,184) 이는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 된 후 삼국 및 신라 관음신앙의 전 개 과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중국 관음 영험담의 대표적인 특징은 역시 『법화경』 「보문품」의 교설에 상 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관료나 일반 서민들이 영 험 수혜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차원에서 관음보살 영험기는 동점 (東漸)한 불교가 일반 민중과 소통하여 불심을 이끌어 낸 구체적인 산물이라 고 할 수 있다.185) 현재까지 확인되는 가장 이른 시기의 관음영험서사는 동진 시기 전량(傅亮:374-426)의 『광세음응험기(光世音應驗記)』이다. 이를 필두로 장연(張演, 5세기 전반)의 『속광세음응험기(續光世音應驗記)』와 육고(陸 杲:425-532)의 『계관세음응험기(繫觀世音應驗記)』가 연이어 나왔다. 이상의 관세음응험기 3종은 『관음경』에 기초한 영험담으로, 불교의 중국 전래가 본격 화된 이후 창출된 가장 이른 시기의 문학적 집적물이다. 서로 겹치는 이야기 없이 총 86편을 싣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문헌의 후미에 부가된 두 개 의 영험 사례가 백제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이다.186)

183) Donald E. Ghertson, “The Early Chinese Buddhist Miracle Tale,” 288.

184) 관음신앙이 중국사회 안에 토착화되는 흐름은 관련 경전의 유입뿐만 아니라 재난에서 생명을 구제받는 등 경설의 권위가 체험적으로 입증되는 과정이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그와 같은 영험과 기적의 체험담은 세대를 따라 전승되면서 다양한 영험집이 찬술 유통 되었고, 중국 사회에서 관음신앙이 확장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Chün-fang Yü, “Kuan-Yin: The chinese Transformation of Avalokitesvara,” 24).

185) 정환국, 「불교 영험서사의 전통과 『법화영험전』」, 126.

186) 전량은 송(宋)에서 상서령을 지냈으며, 장연은 태자중사를 지낸 인물이며, 육고는 제

이처럼 초전기 중국 불교 안에서 형성된 관음영험 서사 전승의 맥락은 현재 일본 경도(京都)의 청련원(靑蓮院)에 소장되어 있는 『관세음응험기』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이는 육조시대에 편찬되어 사본의 형태로 일본에 전래되었다가 가마쿠라(鎌倉)시대에 다시 전사(轉寫)된 필사본임이 확인되었다.187) 이는 본 래의 사본이 전하지 않는 가운데 『관세음응험기』가 중국에서 처음 편찬된 이 후에 일본에 유입되어 전사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종의 응험기 원본은 일찍이 중국에서 산실되었다고 알려졌지만, 도세(道 世)의 『법원주림(法苑珠林)』(668)에 『광세음응험기』의 영험 사례가 수록되어 있으며, 북송 초에 이방(李昉) 등이 칙령에 따라 편찬한 『태평광기(太平廣記)』

(978)의 지괴소설(志怪小說) 모음집들에서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량, 장연, 육고가 활약했던 동진(東晉) 말에서 양(梁)에 이르는 약 100년의 시기는 북조는 이민족 정권들 간 쟁투가 치열했고, 남조는 귀족과 군벌들의 정치적 농단으로 혼돈이 가중되었던 시대였다. 따라서 적군의 포로가 되어 형구에 묶 이거나 옥에 갇힌 주인공들이 『관음경』188)을 독송하거나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불러 풀려났다는 이야기 등 주로 전란이나 사회적, 자연적 재난에서 구제를 받는 내용이 많다. 『태평광기』 의 관음영험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옥난이나 적난에서 구제받은 이야기가 가장 많고, 질병의 치유, 득자, 화난과 수난의 구 제가 확인되고 있다.189)

이러한 내용을 통해 볼 때 중국 관음신앙은 「보문품」을 기반으로 남북조 시대 사회 정치적 혼란과 맞물려 난세에 당하는 고통을 ‘관세음보살의 가피’

를 통해 극복해보고자 하는 민중적 염원을 포섭하는 재난 구호의 기제로 우선 자리매김했음을 볼 수 있다. 중국불교 안에서 확산된 관음신앙의 영향은 동아 시아 전체로 확장되었는데, 이는 한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유사한 형태의 관

(齊)나라 때 사도종사중랑을 지냈다. 장연과 육고는 전량의 『光世音應驗記』에 기초하여 이들 사례를 추가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겹치지 않은 이야기를 실었다. 『광세음응험기』

가 7편, 『續光世音應驗記』가 10편, 『繫觀世音應驗記』가 69편이다(정환국, 「불교 영험 서사의 전통과 『법화영험전』」, 128-29).

187) 중국본을 주로 전사하는 기관인 당원(唐院)에서 양우(良佑)에 의해 서사된 것을 가마 쿠라시대 중기에 재차 전사한 것으로 그 사본이 현재 청련원에 보관되어 있었다. 양우 는 11세기 후반 청련원의 당원에서 중국 사본의 복사본을 제작하는데 참여했던 인물로 밝혀져 있다(마키타 타이료오(牧田諦亮), 『六朝古逸觀世音應驗記の硏究』, 3-10).

188) 『관음경』은 동진 때 구마라즙(344-413)이 번역한 『묘법연화경』의 제 25품에 해당하 는 것으로 일찍부터 단독 경전으로 유통되었다.

189) 김한신, 「중국 중세 관음신앙의 민간사회 확산과정」, 104-08.

음보살의 명호가 유통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190)

무엇보다 다양한 현실적 위난 속에서 관음보살의 가피를 경험했던 사례들이 영험담의 형태로 유통되면서 신앙의 대중화가 촉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 험담 안에서 관음보살은 승려의 모습으로 나타나 도움을 주거나 현몽하여 위 난을 피하게 해주는 역할로 등장하는데, 역시 「보문품」에서 설한 화신 성현의 관념이 서사의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隋)대 이전까지 유통 된 관음 영험담에서 확인되는 구제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표2 > 수나라 이전의 관음영험담191)

영험 내용 十六

北魏 北周 北齊

拔病苦 1 3 1 1 - 1 1 - - 1 9

救厄難 17 18 1 4 - 3 7 1 1 1 53

與福慧 2 3 - - - - - 1 - 1 7

度生死 1 - 1 - - - - - - - 2

廣勸懲 - - - 1 - - - - - - 1

普示現 - 1 - 1 - - - - - - 2

21 25 3 7 0 4 8 2 1 3 74

표에서 보듯 수대 이전 관음신앙은 병고, 액난, 생사의 위기 등 대체로 삶 에서 흔히 대면하는 각종 재난을 구호해주는 기제로 작동하였음 알 수 있다.

지혜와 복덕의 시혜자로 관음보살을 인식했던 흐름도 볼 수 있다. 성도와 왕 생과 같은 출세간적 신앙의 사례는 보이지 않으며, 현실 기복적 원망을 성취 시키는 구원재로 수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영험담의 내용 또한 현세 적 위난의 구제자로서 관음보살을 공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보문품」

190) 중국불교의 영향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 유사한 이름이 확인되는 데, 중국의

‘콴인(Kuan-yin)’, 한국의 ‘관세음(Kwanse’um)’, 일본의 ‘카논(Kannon)’·‘칸제온 (Kanzeon)’, 베트남의 ‘콴암(Quam-am)’이 그것이다. 또 동아시아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관음신앙이 편재해있음을 볼 수 있다(Chün-fang Yü, “Kuan-Yin: The chinese Transformation of Avalokitesvara,” 1).

191) 정병삼, 「통일신라 관음신앙」, 22.

의 교설에 상응하는 서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관음보살 관련 영험담과 다른 층위에서 지옥이나 환생 등을 주제 로 한 지괴담류의 서사가 창출되었음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남조 양(梁) 대 왕염이 찬한 『명상기(冥祥記)』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131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관세음응험기류와 기본적인 구도에서 비슷하지만, ‘명상(冥祥)’이 라는 제하에서 유추되는 바와 같이 현세와 대응되는 이계(異界)인 저승을 설 정하여 지옥 세계에 대한 구체적 묘사와 환생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 다.192) 이는 불교의 유입과 함께 윤회, 환생 등의 교설을 토대로 명계, 지옥 등 이계의 관념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이처럼 명계의 고 통에서 구제를 희구하는 신앙이 대체로 경전 신앙의 차원에서 형성되고 있다 는 점이다. 이는 불교 경전이 그 자체로 위신력을 담지한 신성물로 인식되었 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7세기 당임의 『명보기(冥報記)』는 저승을 주재하는 존재로서 염라왕과 염 라세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상기』의 이계 관념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명보기』는 모두 53편의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는데, 『법화경』 관련 영 험담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금강경』 독송 영험담이 함께 수록되 고 있는데, 이는 수당 시기 『금강경』의 확산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193) 이처럼 중국불교 안에서 불가 영험서사의 창출과 전승은 남북조 시대 관음신 앙을 바탕으로 우선 이루어졌으며, 점차 경전 신앙의 차원에서 『법화경』 관련 영험서사가 지괴담의 형태로 출현하였고, 여기에 『금강경』, 『열반경』 등 경전 신앙의 편폭이 확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전신앙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서 『법화경』의 수지 독송과 관련하여 찬술 된 가장 오래된 영험집은 8세기에 당(唐)의 혜상(惠詳)이 찬술한 『홍찬법화전』

이다. 이는 동진으로부터 당대까지의 영험담을 1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 로 정리한 것이다. 주로 『법화경』을 배워 그 영험을 얻은 사례들을 모아 수록 하였다. 송 대에 이르러 종효가 편찬한 『법화경현응록』은 『홍찬법화전』의 전 통을 잇고 있다. 도선(道宣)이 664년에 편찬한 『집신주삼보감통록(集神州三寶 感通錄)』도 영험기류에 해당하는데, 여기서는 삼보, 즉 사리(탑), 불상, 신승 (神僧)의 세 가지 범주로 그에 해당하는 영험사적을 3권으로 묶었다.194)

192) 정환국, 「불교 영험서사의 전통과 법화영험전」, 130.

193) 정환국, 「불교 영험서사의 전통과 법화영험전」, 1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