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우, 몸을 드러내는 패션스타일이 사회 문화적 의식에 있어 경시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서구의 패션 문화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몸을 노출하는 기준은 시대나 사람, 지역마다 상이하고 성별에 있어서도 허용의 범위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김지연 & 이경희, 2001).
특히 한국은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몸을 드러내는 패션스타일이 정숙성과 관련되어 착장 희망여부와 관련 없이 쉽게 용인되지 못하였다. 더불어 남성의 패션스타일은 여성과 비교하여 외향적이고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더욱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숙성 인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고애란, 1990).
경향신문(1996)의 기사에 의하면 1990년대 남성복은 기존에 권위와 품위를 최고로 여겼지만, 섹시함을 표출하기 위해 남성들의 복식에서도 몸에 밀착되거나 노출하는 스타일의 출현이 빈번해졌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잘못 입으면 섹시함을 넘어 천박하게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의 남성이 의복을 통해 몸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의식은 여전히 보수적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섹시함’은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적매력을 강조하는 야한
옷차림으로 거리에 나서는 남자들이 올여름 유난히 많이 눈에 띤다... 엉 덩이에 걸치는 힙본바지, 속살이 내비치는 망사셔츠,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판소재 티셔츠, 몸에 딱 달라붙는 스타일이 유난히 많고 노출 도 예전에 비해 심해지고 있다. 그동안 남성복은 권위와 품위를 최고로 여겼다. 그러나 요즘 젊은 층들은 감각적이고 야성적인 옷차림을 선호한 다. 대부분 과장된 어깨심이 없어지고 허리가 잘록해진 것이 특징...특히 바지통이 아주 좁아져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므로 보기 민망할 정 도이다...남성패션전문가 조정원씨는 젊은 남자들이 점잖고 평범한 옷에 싫증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잘못 입으면 섹시함을 넘어서 천박 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최소영, 1996 8. 12, 경향신문>
또 다른 기사에서도 태양도 낯붉히는 노출패션이라는 타이틀로 몸을 드러내는 스타일에 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었 다. 당시에 실재로 한국 남성들에게 소비되어지는 패션스타일임에도 불 구하고 보수적인 사회․문화적 의식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으며, 철저 히 소비의 본질에 의미를 두지 않고 ‘낯붉히는’ 혹은 ‘천박한’이라는 표현 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태양도 낯붉히는 ‘노출패션’ 유명 브랜드 여름 상품 앞 다퉈 시판,
이러한 노출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흥미를 끄는 것이 남성복의 노출. 남성용 티셔츠도 몸에 착 달라붙고 소매가 없어 어깨가 완전히 드러나는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또 여름양복 정 장도 반바지가 많이 나왔다.”
<최소영, 1996 6. 24, 경향신문>
한국에서 남성의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이 1990년대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의 대상이었지만, 그 유행여부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래 경향 신문(1998)에서도 밝히고 있듯 1990년대 후반 한국의 대중매체속의 연예 인들은 몸을 드러내는 다양한 패션아이템을 착용하고 출연하였으며 이는 대중 사이에서 화제를 낳았다. 동시에 남성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의 소 비는 증가하였고, 매체가 대중에게 전달하는 정보가 집단적 몸 의식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였을 때 남성들의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이 수용 이 과거보다 확장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여름엔 남자도 섹시할 수 있다 며 많은 남성들이 속이 은은히 비치는 소재, 몸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판 소재의 옷을 선택했다. 가 수 박진영이 즐겨 입는 망사 셔츠와 비닐바지, 탤런트 송승헌의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는 화이트 쫄티, 개그맨 홍록기의 슬림팬츠 등은 연예인만 이 아니라 젊은 남성들 사이에 인기다”.
<최소영, 1998 8. 12, 경향신문>
1990년대의 남성복의 경향은 노출에 대한 의식이 남녀가 동등한 권리 를 가지게 되고, 노출하면 여성이었던 성격이 변화는 당대의 소비적 추 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이와 같이 남성복의 바디컨셔스 스타일 경 향은 2000년대가 되면서 자기 표현욕구 증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확장되 었다. 한국에서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의 유행의 이유는 몸의 아름다움 과 섹시함을 살려주며, 체형을 교정하는 효과, 사회적으로 억눌린 개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점, 자기 스타일의 완성 욕구 외에도 개성 있는 자기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준다는 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개인의 이미지와 자신의 성을 자신 있게 사회로 발산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인 몸에 대한 가치의식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2000년대에 이르러 남성이 몸을 드러내는 패션스타일을 영위하는 것 을 당당한 주체적 입장으로서 자기표현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식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부정적 시각은 여전이 잔재했다. 경향신문(1995)에서는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한국 남성들은 여자들처럼 쉽게 노출을 감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
“여름을 싫어하는 남자들이 많다. 아무리 더워도 여자들처럼 많은
노출을 할 수 없고 넥타이까지 꼭꼭 매야 한다. 하지만 올 여름, 남성들 은 그런 억압에서 많이 벗어날 것 같다. 세계적인 패션 경향이 ‘편하고 자 연스럽게’여서 소재나 디자인 면에서 가볍고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유인경, 1996 5. 27, 경향신문>
또한 이러한 보수적인 시각의 팽배는 2000년대 이후, 의복 착장에 있 어 개인의 자율화가 확장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 다. 한겨례(2006) 기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몸을 드러내는 스키니 진을 입은 남성과 노출하는 옷을 입은 여성이 꼴불견 패션스타일 로 선택되었다. 이와 같이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몸을 드러내는 스타일 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지배적으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옥션은 최근 2주일 동안 네티즌 1300명을 대상으로 꼴불견 패션을 주 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최악의 패션은 남성의 스키니 진 패션과 여성의 노출패션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 응답자의 20%만이 스키니 진을 입은 남성을 최악의 패션으로 평가한 데 반해, 남성의 경우 응답자
의 39%가 이를 선택했다.”
<윤영미, 2006. 11. 03. 한겨례>
하지만 남성들의 몸을 관리하는 행위는 1990년대보다 사회․문화적으 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개인의 자아표현으로서 여겨졌다. 더불어 이 시기에는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응시의 대상으로 확장되면서 남성들이 몸을 관리하는 것은 자신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정희준 & 권미경, 2007). 이처럼 개인 의 자유와 정신적, 육체적 즐거움이 용인되면서 몸을 통한 개인의 몸 관 리 행위는 당연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더불어 패션과 몸이 상호작용하며 개성 추구의 장이 되는 변화를 겪 게 되고, 남성들도 몸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남성이 의복을 통해 몸을 드러내는 것을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간주하기 시작하 였다. 또한 노출패션이 몸에 대한 관심과 그 몸을 잘 단련했다는 자부심 의 표현이라는 인식이 강화 되었다. 이처럼 몸의 노출에 대한 사회의 내 성이 점점 강해짐과 동시에 개인들은 더욱 당당히 자신의 표현의지에 의 해 새로운 패션스타일로 일반화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몸을 노출하려면 그만큼 자신의 몸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 몸 만들기에 성공한 몸짱들이 아니고선 노출 패션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
적당히 탄력 있는 살집과 탄탄한 몸매가 선호대상이다. 특히 가슴 선을 보여주는 패션이 유행하면서..이런 몸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스타일이 주 류를 이룬다....세미정장이나 캐주얼 의상의 경우도 노출이 심한 옷이 계 속 강세이다. 요즘은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도 자신의 몸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실정이다.
<유인화, 2004. 7. 26 경향신문>
종합적으로, 현대에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의 유행은 대중들에게 과 거보다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고, 다양한 패션테마가 존재하는 현대 트랜 드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통해 확장되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 경우 몸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여전히 잔재하여 서 구에 비하여 부정적인 것이 틀림없다. 이는 몸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기 준은 시대나 사람, 지역마다 상이하고 성별에 있어서도 허용의 범위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뒷받침 한다(이경희, 2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부터 몸을 드러내는 의복은 항상 있어 왔으며, 현대에 이 르러 몸의 가치가 개인 및 사회 집단에게 점점 높아짐에 바디컨셔스 패 션스타일에 대한 인식은 점점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몸을 드러 내는 것이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대중의 의식이 확대됨과 동시 에 개인의 만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패션산업 또한 유도되고 있으므 로 바디컨셔스 패션스타일에 대한 관심 및 대중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